얼마 전, 연합뉴스에서 전한 김종철 시인의 『못의 귀향』출간 소식을 옮겨온 적이 있다. 오늘 경향신문(2009년 1월 9일)에 기사가 있어 옮긴다. 아울러, 고은 시인의 에세이집 출간과, 문학용어 사전 출간 소식도 함께 옮겨본다.

고향, 그 지워지지 않는 ‘못자국’
ㆍ김종철 신작 ‘못의 귀향’

“중학교 때 성당에서 영세받기 위해 교리공부를 했는데 그때 수녀님이 못을 박은 후 빼는 걸 보여주면서 못이란 이렇게 뺀 뒤에도 흉하게 자국이 남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려주셨어요. 그 장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내 시의 화두가 됐습니다.”



‘못의 시인’으로 불리는 김종철 시인(62)이 신작시집 <못의 귀향>(시학사)을 펴냈다. <못에 관한 명상>(1992년)후 두번째 연작시집이다.

김 시인은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 ‘문학수첩’의 대표이고, ‘문학세계’ 대표인 김종해씨와 형제시인으로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 이번 시집에는 그 형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밑에 깔린 형은 코피까지 흘렸습니다
    짓눌린 까까머리통에
    뾰족한 돌멩이가 못 박혀 있었습니다
    어금니를 깨문 채 쏘옥 눈물만 뺀 형,
    새야, 항복캐라, 마 졌다 캐라!
    여섯 살배기 나는 울면서 외쳤습니다.
                                  (시 ‘마, 졌다 캐라’ 부분) 

 

 

 

 

 

 

 



<못의 귀향>이란 제목이 보여주듯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유년의 기억과 그보다 깊은 존재의 심연을 향하고 있다. 이순을 넘긴 시인이 과거를 돌아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의 귀향에 대한 해석이 재미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고향에 가면 존경을 못받아요. 고향 어른들은 코흘리개, 오줌싸개, 말썽꾸러기 아이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고향은 그리운 곳이기도 하지만 틈만 나면 야반도주하고 싶은 곳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고향은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 시인이 스스로의 자리를 돌아볼 때 남아있는 못자국이다. 그리고 그 못자국은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배고픈 시절 달게 먹던 국수와 비빔밥으로, 신혼 시절 부부싸움을 하던 아내의 모습으로, 그 모든 시간을 되짚어가는 순례자인 시인 자신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지상의 척도와 천상의 척도의 갈등과 조화를 이뤄낸다”(평론가 김재홍).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아무짝 쓸모없는 놈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개구쟁이 어린 시절
    버림받은 귀퉁이돌보다
    더 모질고 더 하찮았던,
    그리하여
    환갑 진갑 지나는
    순례의 첫 밤
    그 첫날밤의 꼭두새벽
    두 딸년이 마련해 준 여비로
    일생의 꿈 마무리하듯 기도하다가
    손에 불 덴 아이처럼 쩔쩔매는
    노인네를 보게 되었는데
    그 굽은 못대가리가
    바로 나였다니!
 
                    (시 ‘개똥밭을 뒹굴며’ 부분) 

<경향신문> 2009년 1월 9일 

 

고은 에세이집 ‘개념의 숲’ 출간 

고은 시인(76)에게 시란 무엇일까. 시인은 “시는 17세부터 나의 북극성이다. 시는 나에게 길을 걸어가는 자이게 한다”고 말한다. 

그가 세상살이에 대한 성찰과 사유를 담은 철학 에세이 <개념의 숲>(신원문학사)을 출간한다. 책에는 작가가 특유의 시각으로 풀어쓴 단어 250개에 대한 단상과 신문 등에 연재해 온 글이 담겼다. 또한 지난해 등단 50주년 기념전 <동사를 그리다>에 전시된 35점의 그림이 실렸다.

고은 시인은 책에서 ‘절대’라는 단어에 대해 “만약 절대에 갇혀 있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부자유하겠는가. 다행히도, 대지에 절대가 없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절대가 없다”고 말했다. ‘정의’에 대해서 “정의는 힘인가. 아니, 정의는 가장 힘 있는 꿈인가”라고 읊조린다. ‘광기’는 “예술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에는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 완간 예정인 연작시집 <만인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수많은 인간상을 시를 통해 형상화해온 그에게도 ‘인간’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너무 어려운 존재다. 그는 “인간을 정의하지 말자. 인간은 개념화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2009년 1월 9일 

문예위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출간 

남북한의 문학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들을 모은 문학용어 사전이 출간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엮은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아시아)은 한국 근대문학 100년의 흐름을 문학용어 700여개로 정리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와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을 편찬고문으로 한 편찬위원회는 3년 동안 원고지 4000여장 분량의 사전을 완성했다.

기존의 문학 용어 사전들이 번역과 번안에 그치거나 서양 문학 중심의 개념어 사전에 그쳤다면 이번 사전은 한국 문학 현장의 용어를 두루 수록했다.

또한 분단 후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남북한의 문학용어를 함께 실어 ‘통일문학용어사전’을 목표로 했다. ‘웹2.0’ ‘팬픽’ 등 새로운 문학 용어를 수록하고 서구 문학 용어에 치우치지 않고 ‘옌안 문예 강화’ ‘네그리튀드’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문학 용어를 함께 수록했다.

<경향신문> 2009년 1월 9일 

작년이 아마도 한국현대시, 한국현대문학 100주년으로 잡은 모양이었다. 그러한 100년을 정리하는 작업이 부실하게나마 진행되었던 것 같은데, 이번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출간 소식은 적잖이 기쁘게 느껴진다. 관심분야이기도 해서인지 책상 한 쪽에 줄곧 놓아두고 간간 찾아보는 것이 문학용어 사전이었다. 기사에서도 나오듯이 "기존의 문학 용어 사전들이 번역과 번안에 그치거나 서양 문학 중심의 개념어 사전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것들은 사실 나로서 이해하기도 벅차고 힘들다. 그나마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이 이상섭의 『문학비평 용어사전』(민음사)였다. 이 책은 기존의 문학용어들을 나름대로 한국문학에 적용해 설명하고자 했지만 어느 정도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번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아울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학나눔추진단 문학나눔사무국은 '2008 올해의 시'로 문인수 시인의 시집 『배꼽』을 선정했다. '올해의 소설'로는 정지아 소설집 『봄빛』이 선정됐다.(관련기사 <연합뉴스> 2009년 1월 9일) 일본의 주요 시문학 출판사에서 한국 현대시인들의 대표시를 소개하는 시리즈가 출간됐고, '한국 현대시인 시리즈' 기획 첫 책으로, 지난 연말 박주택 시인의 시선집 『시간의 동공』(한성례 옮김)이 출간됐다는 소식도 있다.(관련기사 <연합뉴스> 2009년 1월 9일) 모두 축하할 일이고, 반가운 일이어서 기쁘다. 2009라는 년도를 쓸 때마다 낯설어 자꾸 서툰 지금, 기쁜 소식들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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