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십 만의 시민들이 모인 집회 현장과 거리 행진에 동참하고 12시가 못 되어 돌아왔다. 돌아와서 소식을 들어보니, 이루 말 할 수 없는 분노와 함께 남아 있던 사람들에게 못내 죄스러움을 느낀다. 그 현장에서 끝까지 남아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한 죄스러움. 아마도 5.18의 공간에 동참하지 못한 이들이 가지는 부채감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러나 오늘도 이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동참하지 못하고, 이렇게 나마 넋두리를 하고 있는 내가 못내 가엾다.

김명인 교수는 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두고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고 했다. 그렇다. 세살배기 어린 아이들도 다 아는 그 상식을, 이 정부는 외면하고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 몰상식의 눈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 비상식, 무지, 바보로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식이, 진실이, 민중의 힘이, 끝내는 언제나 이긴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6.10 항쟁이 그러했고, 가슴 아픈 5.18의 기억 또한 그러했으며, 4.19 혁명이 그러함을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싸움도 우리가 이길 것"이 분명하다. 이 몰상식 정부는 우리 시민들에겐 한 주먹거리도 안 된다.

그러나, 나는 4.19와 5.18이 우리에게 남긴 그 기억들 중에 시민들의 고통과 희생과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1세기 이 사회에서 더이상 사람이 희생되고 고통당하고 아파하고 죽어가서야 변화하고 끝내 이기는, 그런 20세기의 유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몰상식이어도 21세기의 몰상식은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21세기의 몰상식은 시위하는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세기의 그 무자비하고 무식한 폭력과 억압과 통제를 재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이것을 보면서 이명박 씨가 더 이상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21세기 대통령이란 사람은, 시위하는 시민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만약 이를 어기는 경찰이나 전경이 있을시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발할 것이라고, 천명해야 하지 않을까? 시위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주건 안 들어주건간에 말이다.

이렇게 가다간, 다시금 역사는 반복된다. 민중은 피를 흘리고, 고통받으며, 죽어가면서도, 이 몰상식한 20세기의 정부와 대통령은 끝내는 몰아내고야 말 것이다. 적어도 이명박 씨가 대통령입네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1세기적으로 무식하거나 멍청해야 함을 강력히 주장한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 이것은 21세기의 ㄱ, ㄴ, ㄷ이며, a, b, c, d임을 정말 모르는가? 대통령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어찌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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