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삼국지 1 - 한중일 삼국의 바둑 전쟁사 바둑 삼국지 1
김종서 지음, 김선희 그림, 박기홍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서재 생활 3년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어느 서당개는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기도 하고, 또 어떤 개는 같은 3년에 라면을 끓인다고도 하는데, 나의 이 3년이 나에게 이런 경험을 하게끔 할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은 이 알라딘 서재와는 직접적 상관성은 없지만, 어차피 이런 경험을 하게 된 경위의 바탕엔 이 서재가 있기때문에, 이런 경험, 곧 만화책 읽고 리뷰쓰는 생각지 못한 경험을 하게된 것은, 그야말로 서재 생활 3년이 준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만화를 거의 즐기기 않는 나로서는 언제 이야기한 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중고등학교 때 필독서였던 강백호가 나왔던 만화 『슬램 덩크』나 손오공 나왔던 만화 『드래곤 볼』도 읽지 않은 만화와는 담싼 사람이었고 사람이며 사람일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런데 이전까지 내가 읽었던 유일무이한 만화가 있었으니, 군대있던 시절에 아이큐점픈가 뭔가에 연재되었던 일본 만화 『고스트 바둑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만화는 많이들 아시겠지만, 히카루라는 한 소년이 어떨결에 바둑 귀신(사이)에 들려 초절정 바둑고수(프로기사)가 되어간다는 성장만화적 얘기를 담고 있다. 귀염고 깜찍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유쾌하게 들려(보여)주는 바둑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고 흥미로웠다. 이 만화를 통해 침체되어가던 일본 바둑계가 활력을 얻은 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개인적으로는 참 잘된 만화로 생각된다.

그런데, 지금와서는 이렇게 말해야 하겠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만화는 유이무삼하다고. 앞으로도 그럴가능성이 농후하다고.(권수로만 말한다면, 『고스트 바둑왕』의 경우 단행본으로도 읽은 바 있는데, 그게 20권 완결인가 그렇다. 이걸 그냥 하나로 치자.) 그 추가된 만화가 이 책 『바둑 삼국지 - 한 중 일 삼국 반상의 전쟁』이다. 현재 1, 2권(1권은 "전쟁의 시작", 2권은 "영웅의 탄생"이다.)이 나와있는데 이번에 이 두 권을 읽게 된 것이다. 출간 소식은 익히 알고 있었고, 전에 이 만화가 파란에 연재될 당시 모 카페에 누군가 가끔 옮겨와 몇 번 본 적이 있기는 하다. 단행본으로 1, 2권이 나와서 사 볼까 하다가, 리더스가이드 사이트에서 리뷰도서로 선정되었기에 거기에 신청해서 공짜로 받아 읽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전 처음 만화 리뷰도 쓰게 된 것이고. 어쨌거나 만화는 안 읽는(거의 싫어하는) 내가 만화 읽고 리뷰 쓸 줄은 3년 전엔 미처 몰랐더랬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만화는 사실 만화여서라기보다는 바둑이야기이기 때문에 읽게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는 다만 만화를 본 것이 아니라 바둑이야기를 읽은 것이 되는 셈이다. 조금 더 달리 말하면, 이전의 그 만화가 만약 만화가 아닌 형식의 활자본이나 영화로 나왔더라도 나는 봤을 거란 얘기고, 이번의 이 『바둑 삼국지』도 그러했을 거란 얘기다. 완전히 달리 말하면,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만화는 싫어하지만, 바둑을 좋아한다는 그런 얘기다.

바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어언 20년이 좀 못 된 것 같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때던가 중학교 때 TV에서 보았던 프로바둑기사의 대국장면이 꽤 인상 깊었고, 이후 대학에 와서 바둑을 거반 독학해서 현재 초보수준은 면하게 됐다.(이 얘기는 예전에 이창호 관련 책 리뷰에 써놓았던 것 같다.) 이후로 바둑을 너무 좋아해서 바둑 카페나 동호회도 가입하고, 바둑리그 등도 쫓아다니면서 바둑을 즐겼고, 즐기고 있으며, 즐길 것이다.

바둑을 즐기면서 프로기사들을 알게되고, 바둑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고 하면서, 꽤나 흥미로웠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 절대 최강으로 프로바둑기사 이창호가 근 10여년을 위풍당당 굴림하고 있었고,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이 한국바둑, 나아가 세계바둑계에서 승승장구하며, 한국바둑이 세계 최강의 면모를 지켜오던 때이다. 이창호가 조금은 주춤하지만, 여전히 절대 고수로서(중국에서는 여전히 신적인 존재로 여긴다.) 당당하고, 신흥 세계 최강의 등극을 노리는 이세돌, 초일류기사로 도약한 박영훈, 최철한 등이 여전히 한국바둑의 최강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바둑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세계 바둑 최강 한국의 이런 면모들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그간 꾸준히 물리쳐 왔던 중국과 일본의 기사들에 대해 알게 되고, 나아가 동양 삼국(한, 중 일)의 바둑 혈전이 어떻게 펼쳐 왔는지를 간간히 듣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 바둑이 현재의 세계 최강을 이룬 것은 근 30년이 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 전 타계하신 고 조남철 9단과 한국기원 초창기에 활약했던 원로 기사들의 얘기에 이르고, 그때 당시 현대 바둑의 기틀을 다져오며 500년 이상 동양 바둑계를 주름 잡았던 일본의 전설적 기사들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혼인보 슈샤쿠는 여전히 전설이며, 가깝게는 다케미야, 후지사와, 조치훈 등의 활약상 들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현대바둑계의 독보적 천재 오청원의 무소불위 활약상 등은 바둑을 더욱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이런 바둑사의 전설적 기사들을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 만화 『바둑 삼국지』는 현재까지 근 30년을 한국이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벌어졌던 한, 중, 일의 바둑 각축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흥미롭게 그려내고자 한다. 그 시작, 곧 바둑 "전쟁의 시작"에 조훈현이라는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기사의 이야기가 놓인다. 그야말로 조훈현은 바둑황제로서 세계 최강 한국 바둑을 만든 태조격이다. 조훈현이 1989년 제1회 잉창치배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뒤로하고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은 세계 바둑 최강으로서 발동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회는 중국 출신의 대만 부호 잉창기씨가 거금 40만 달러를 우승 상금으로 내걸며, 4년마다 한 번씩 개최하는 가히 바둑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당시로서는 최고의 상금이 걸리 세계 최대의 국제바둑대회였다.(여전히 그러할 것이다.) 여기에 조훈현은 혈혈단신으로 출전한다. 당시로서 한국 바둑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열세였고,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녜웨이핑이 연전연승하며 중국 바둑계에 희망으로 떠오르던 상황에서, 이 대회를 통해 중국이 세계 바둑계의 최강으로 일본을 확실하게 눌러버리고자 하는 야심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던 차였다. 따라서 주최측에서는 일본을 꺾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 뿐, 형식상 국제대회임을 갖추기 위해 한국에서는 단 1명만 참여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조훈현이 국제무대에서 이름을 나타내고 있었기에 형식적으로 출전 자격을 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조훈현이 연전연승을 하며, 결승에 오르게 될지. 그렇더라도, 결승에서는 중국 바둑계의 희망 녜웨이핑이 버티고 있었다. 조훈현이 거기까지만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조훈현은 아니었다. 악전고투 끝에 제5국까지 가며 네웨이핑을 누르고 초대 바둑 올림픽의 우승자로 등극하게 된다. 우승하기까지 주최측의 편파적인 대회 운영은 가히 몰상식적이었다. 초읽기에서 조훈현에게 유달리 불리하게 적용한다던지, 대회 장소 및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다던지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아무튼 그런 가운데서 우승한 조훈현은 일약 한국 사회에서 주목을 받으며, 우승 후 입국하면서 카퍼레이드를 한 유일무이한 한국 프로 기사가 된다. 그로 인해 한국 바둑이 붐을 이루고, 최강의 면모를 유지하기 위한 비밀병기들이 탄생하게 된다.

(2권 리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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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목과 알까기 밖에 못하는 나, 바둑전쟁에 빠지다!!
    from Save the Earth! Fire Blog! 2008-11-29 19:21 
    바둑 삼국지 카테고리 만화 지은이 박기홍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년) 상세보기 오목과 알까기 밖에 못하는 나, 바둑전쟁에 빠지다!! 먼지 쌓인 바둑판과 바둑알을 찬물에 씻어내고... 지난 화요일(25일) 소란스런 겨울숲을 산책하며 감귤빛으로 물들어가는 인천 앞바다가 굽어보이는 철마산 등줄기에 올랐다가, 인천지방공무원연수원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다 읽은 책을 연구원 내 도서실에 반납하고 새로 읽을거리를 빌릴 생각으로 집을 나선터라, 철마산에서 연수..
 
 
순오기 2008-05-15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니까 멜기님은 만화를 본게 아니고 바둑을 즐겼다는 얘기군요.^^ 좋아요!
아래서 두번째 문단 '당시로서 한국 바둑은 일본에 비해 열쇠(?)였고'...열세겠죠?

멜기세덱 2008-05-15 12:08   좋아요 0 | URL
ㅋㅋ, 민망해라....핑계라면, 새벽에 잠안자고 쓰다보니...ㅋㅋㅋㅋ

readersu 2008-05-1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2권 리뷰까지;;;

멜기세덱 2008-05-15 12:10   좋아요 0 | URL
언제 쓸런지는 몰라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