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어문회에서 발간하는 <어문생활>에 '대학생 좌담회'란 코너가 격월로 연재된다. 이번 3월(2008. 3. 통권 제124호) 좌담회는 인하대학교에서 맡았다. 얼떨결에 내가 사회를 보고 후배들을 데리고 좌담을 하게 됐다. 어쨌든 모여서 오랜 시간을 얘기했지만 지면 관계상 일정부분 삭제도 하고 가필도 해야 했다. 여기에는 <어문생활> 2008년 3월 통권 제124호에 실린 '대학생 좌담회'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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座談 <漢字와 國語敎育>

 

司會(安炯男) :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이렇게 座談에 參與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모이신 분들은 모두 ‘國語敎育’을 專攻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漢字’와 關聯해서 보다 重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漢字와 國語敎育’의 關係부터 따져보는 것이 必要할 것 같습니다.

曺大元 : 國語敎育은 말 그대로 國語를 가르치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漢字와 國語의 關係를 살펴보면 자연히 國語敎育과의 關係까지도 정리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國立國語院에 따르면 󰡔標準國語大辭典󰡕에 올라있는 主標題語 44만여 개 중, 漢字語가 57.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漢字語와 混合된 형태까지 합하면 國語 語彙의 60% 이상이 漢字語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는 漢字를 모르고서는 제대로 된 언어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보다 漢字와 國語의 關係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言語敎育으로서의 國語敎育에 있어 漢字 ․ 漢字語 지도는 必須的인 것이라고 할 수 있죠.

禹壯元 : ‘創意的 國語使用 能力의 伸張’이라는 國語敎育의 목표에서 볼 때도 漢字와 漢字語의 必要性은 浮刻됩니다. 풍부한 어휘의 사용은 思考力의 擴張과 直結되고 곧 ‘創意的 國語使用’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漢字語 없이는 풍부는 고사하고 言語生活 자체가 거의 不可能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國語敎育은 이런 점을 충분히 考慮하고 反映해야 합니다.

劉錫鍾 : 國語와 國語敎育은 단순한 言語敎育에만 局限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歷史와 文化, 傳統이 統合되어 있는 高度의 정신을 繼承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러한 것을 傳承, 發展시켜 나가는 것은 바로 國語敎育이 담당해야할 부분입니다. 우리의 歷史와 傳統은 대부분 漢字를 바탕으로 이룩되어 왔습니다. 國文學이나 國語學 등도 마찬가지지요. 漢字에 대한 이해 없이 제대로 된 國語敎育이 이루어기는 萬無한 일입니다.

司會 : 우리말에 있어 漢字語가 차지하는 比重이 매우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國語敎育에 있어서 여기에 대한 指導가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李玹敉 : 中學校에 다니는 동생의 󰡔국어󰡕 교과서를 보니, 각 단원의 끝에 어려운 낱말이나 漢字語 등을 정리해 놓았더군요. 그런데 실제 수업에서는 여기에 대한 指導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國語敎育課程’을 봐도 漢字語 指導를 언급하는 부분은 전혀 없고, 󰡔교사용 지도서󰡕 등에서도 여기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상 漢字 ․ 漢字語 指導는 실제 國語敎育 현장에서는 全無하다고 하겠습니다.

曺大元 : 개정 敎育課程에서는 ‘狀況’과 ‘脈絡’이라는 요소를 매우 重視합니다. 이를 근거로 漢字語의 해석을 單語의 前後 맥락에 맡기는 식의 어휘지도를 强調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漢字를 몰라도 되죠. 게다가 한문교과가 따로 있으니 漢字는 國語敎育의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國語敎育에서의 漢字 ․ 漢字語 指導의 死角이 形成되고 있습니다. 文脈에서 대강 해결하면 된다거나 한문교과에 책임을 轉嫁하는 식으로요.

司會 :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닙니까? 요즘 학생들의 경우, ‘主觀’이나 ‘客觀’, ‘形象化’ 같은 기본적인 용어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약간의 漢字에 대한 지식이라도 있었다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國語敎育에서 漢字 ․ 漢字語 指導가 必要한 이유가 될 수 있을 텐데요?

曺大元 : 그렇습니다. 漢字語는 漢字를 통해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이 가장 效果的입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문맥을 통해 그 의미를 대강 類推하는 것은 限界가 있죠. 우리말에서 漢字語가 차지하는 부분이 대다수라는 점을 통해 볼 때, 漢字語 指導는 다름 아닌 國語敎育의 소관인 것입니다. 결국 漢字를 통한 漢字語 指導가 國語敎育에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죠. 특히 意味 辨別로서의 漢字 ․ 漢字語 指導가 가장 重要합니다. 漢字語를 적절하게 사용할 경우 狀況에 맞는 意味 傳達이 圓滑하게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적절하게 使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漢字 指導가 必須的인 것이죠.

司會 : 얼마 전 <語文生活>에 실린 러시아에서 귀화한 朴露子 敎授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外國과 달리 우리의 경우, 漢字를 모르기 때문에 오는 傳統과의 斷絶이 심각한 지경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의 경우 책이나 신문에 조금이라도 漢字가 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漢字에 대한 두려움 내지 偏見도 두드러져 보이는데요, 여기에는 國語敎育의 責任도 가볍지 못할 것 같습니다.

劉錫鍾 : 맞습니다. 近代에 들어오면서 漢字 ․ 漢文에 대한 偏見이 조장되어 왔습니다. 近代化와 함께 옛날 것은 나쁜 것, 버려야 할 것이란 二分法的 사고가 나타나는데요, 漢字도 그와 함께 버려야 할 것으로 인식되기에 이릅니다. 國語敎育에 있어서도 漢字語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할 것으로 여기고 우리 고유어만을 강조해 오다보니 자연히 學生들도 그런 偏見 속에 갇혀버린 것이죠. 그에 따라 漢字에 대한 接近性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반면 異質性은 높아졌죠. 漢字는 우리 것이 아니고 外國 것이라는 偏見, 固定觀念으로부터 否定的 認識이 만연하게 된 것입니다.

司會 :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텐데요?

禹壯元 : 漢字나 漢字語에 대한 그러한 二分法的 사고, 否定的 認識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早期敎育을 통한 接近性을 높이고, 漢字에 대한 興味나 관심 유발을 위해 다양한 매체나 교수 ․ 학습 방법을 개발해야 하겠죠.

劉錫鍾 : 原論的인 이야기 같습니다만 傳統文化에 대한 强調가 必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傳統文化에 대해서는 케케묵은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國語敎育을 통해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의 소중한 傳統文化가 있기까지, 漢字가 얼마나 유용하게 使用되었는지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司會 : 지금까지 충분하지는 못했지만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을 한 것 같습니다. 國語敎育에 있어 漢字 ․ 漢字語 指導의 重要性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매우 소홀했었다는 사실을 反省하는 기회였던 것도 같습니다. 사실 그것을 소홀히 하고 배제해서는 올바른 國語敎育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國語敎育 專攻者로서 우리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바꾸어 나가야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오늘 座談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漢字와 國語敎育’에 대해 말씀을 나눠주신 네 분께 감사드립니다.

參席者

安炯男(안형남 / 인하대 국어교육과 조교)

趙大元(인하대 국어교육과 학사과정)

禹壯元(인하대 국어교육과 학사과정)

劉錫鍾(인하대 한국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李玹敉(인하대 국어교육과 학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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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3-1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저는 한글 전용에 대해서만 주로 듣고 살았는데, 오늘 새로운 시각을 배우고 갑니다.

멜기세덱 2008-03-17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시각이랄 것까지는 없고요, 논의가 겉핥기 수준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