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예수
류상태 지음 / 삼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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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 전체에서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좋게 말해 비판이지, 일부에선 '개독교'니 '먹사'니 하면서 기독교 혐오의 감정을 적대적으로 내비치며 비난하는 목소리들이 가득하다. 이런 비판 또한 비난에 대해 한국의 주류 기독교 지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들의 인식은 크게 두 가지로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엎친 데 덮친 격"적 인식이다. 그러니까 속되게 말하면,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안 되려다 보니 별의별 기독교 관련 사고들이 터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의석 군 사건이나, 사학법 개정, 대형교회 비리와 부정, 이랜드 사태와 최근의 아프간 피랍자 사건 등 교인들도 줄어드는 마당에 안 좋은 일들만 계속 터지고 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런 상황의 해법은 "이 고비만 잘 넘기면 된다."가 되겠다.

또 하나로는 "올 것이 왔다."라는 인식이다.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기독교 내에서 그간의 상황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일 것이다. 이것에 대한 해법으로는 "이제야 말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근원적 해결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라는 절실한 태도로 현 상황을 당면하는 것이 되겠다.

짐작하겠지만, 전자의 태도는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왕 속담을 쓴 김에, 이 태도또한 속담에 빗대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가 되겠다. 지금 보니, 말을 잘못 한 것같다. 빗댄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 되버렸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면,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간 열심히 "구렁이 담"을 수십차례 넘겨 주었으니, 이제는 '가래로' 아니 대형 포크레인을 돈 주고 불러야할 상황이 아닌가?

얼추 조짐을 보니 이번에도 구렁이, 아니 이젠 100년 묵은 능구렁이가 되서 빌딩을 넘어가려고 하는 것같다. 이제는 이무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부라퀴가 맞겠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기독교는 겸허해져야 할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성찰해서 기독교가 그야말로 진정한 예수 안에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역시 나는 서론이 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건 그렇다고 치부하더라도, 한국 기독교는 이런 비판에 대해 서론만 길게 나불되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에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기독교 관련 비판 서적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나 또한 이런 경향에 관심을 가지고 속속 출간되는 이런 비판 서적들을 구해 읽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다. 이 책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여기서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후로 준비해 둔 것은 슬라보이 지젝의 『죽은 신을 위하여』와 버트런드 러셀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미셸 옹프레의 『무신학의 탄생』, 데이비슨 뢰어의 『아메리카, 파시즘, 하느님』등이다.

이와 함께 한국 기독교 비판에 중점을 둔 책으로 얼마전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를 읽었다. 이 책도 추후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지만 간략히 언급하면,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에 대해 추적하면서 비판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아울러 이들과는 조금 다른 견해를 소유한 풀러신학대 총장 리처드 마우의 저서 『무례한 기독교』도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주인공은 전직 목사였던 류상태의 『당신들의 예수』다. 저자 류상태는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 당시 대광고 교목실장으로 재직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 소속 목사였다. 그런 그가 강의석 군 사건을 계기로 목사직을 반납하고 기독교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두 번째 결과물이 이 책 『당신들의 예수』다.

저자 류상태는 목사직을 반납하고 나와서 먼저 『한국 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를 출간했다. 목사직을 그만두고 행상을 하면서 펴낸 것이다. 이 책을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가 목사직을 그만둔 이후 '기독교 의식 개혁운동'에 나선 것을 볼 때 아직은 기독교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번의 책 『당신들의 예수』는 더이상 자성의 목소리는 아닌 것 같다. 분노는 한층 높아졌고, 이제 그는 기독교를 혐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만드는 책이다.

"깨달음을 교리라는 그릇에 담아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기독교는 스스로 생동성을 죽이고 자신의 종교를 박제화하고 말았다.", "존중해야 할 전통 문화와 다른 신념 체계는 가차 없이 파괴하는 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 공격적인 전도 행태와 안하무인식 문화 파괴 행태로 우리 사회와 이웃 종교인들께 큰 결례를 저질러왔습니다." 등의 그의 언급과 심지어는 "기독교인들이여, 성경을 찢어라", "예수님, 그만 은퇴하십시오-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죽어주십시오"라는 언설도 서슴지 않는다. 그가 운영한다는 '불거토피아'에 들어가보면 그가 이제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안티기독교를 표방하는 넷티즌들과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현직 목사였던 사람이 한 명의 제자로 인해 목사직을 버린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무엇이 그를 지금의 이르게 했던 것일까는 더욱 알기 어렵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분노의 글'을 쓰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는 과연 기독교를 혐오하는가?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현재의 한국 기독교를 혐오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보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책의 제목과 같이 "당신들의 예수"에 대한 혐오이다. 그는 오늘의 한국 기독교는 예수를 왜곡하고 제멋대로의 예수를 믿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의 예수, 그가 말하는 진정한 예수는 어떠한가? "영혼이 존재한다면, 다음 세계와의 연결 문제는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과 윤회사상을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연기설과 윤회사상이 설명하는 전생과 내세의 가능성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내세론이나 부활론보다 훨씬 정교하고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그의 언급을 들으면 과연 이 사람이 전직 목사였던 사람이 맞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이 책 전체에 흐르는 맥락은 기독교의 배타적 폭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그는 한국의 기독교는 그러한 배타성을 버리고 다원화를 인정하고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이름은 각기 다르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그들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견해는 아무리 나같은 날라리 기독교인이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파격적인 것이다. 그의 한국 기독교 비판은 구구절절이 옳은 것이지만, 그의 파격적 다원화 주장은 쉬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독교가 지금의 배타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차원이지 그들과의 통합을 말하기에는 기독교 자체의 본질이 그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점에서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에서 말하는 기독교적 시민 교양이 그의 주장에 비해 설득력이 높다.

저자 류상태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은 분명하다. 지금의 류상태가 분노로 가득차 있지만 그는 아직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그의 비판은 그러한 예수 사랑에서 나오는 가슴을 쥐어뜯는 외침인 것이다. 2000년 전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목소리가 당시 유대인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듯이 2000년 후 류상태의 외로운 외침을 그에 견주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도 바울이 다시금 사울로 개종한 것처럼 보여지지는 않는다.

저자 류상태의 이 외침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끝으로 다음과 같은 그의 조언을 오늘날 한국 기독교 신자들이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교우님이 기독교 신앙과 관련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거든, 하느님은 우리 아버지라는 고백, 또는 사랑의 하느님이라는 고백과 충돌하지 않는지 살펴보십시오. 기독교 교리에는 부합되지만 이 두 고백과 충돌된다면, 그것은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상관이 없는 교회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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