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든 생각이라기보다는, 간혹 대형건물이나 지하상가 등에 갔을 때마다 들곤 했던 생각이었는데, 그간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겨오던 터에 이건 좀 아니지 싶은 어깃장이 강하게 박혀오는 이 문제를 난 기어코 말해야겠다.

부평역 지하상가에 위치한 싱크빅문고엘 아주 가끔씩 들리곤 한다. 여기는 매장도 제법 넓기도 한데다가, 철지난 인문서적들도 많아서 심심할 때 들러 시간때우기가 좋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그나마 할 줄 아는 게 책구경이라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보면 한 두 시간은 훌쩍이다. 그런데 보통의 평범한 흡연자라면 이 시점에서 담배 한 대가 생각이 나는게 무척이나 정상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던지라, 그리고 이제 이 책 구경을 끝내야겠기도 해서, 이래저래 고른 책 두 권을 계산하고 나왔다. 담배 한 대 태워야겠다는 심사로 흡연가능구역을 찾았다. 내가 선택한 곳은 지하상가의 나와 어느 거리의 한 복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담배 한 대 피자고 길바닥에 나와 지나는 사람들을 피해 연기를 뿜어대자니, 괜한 어깃장이 생긴다. 하기야 요즘 담배피는 사람이 천대받는 세상인데 이런 하소연이 어리석은 짓인줄 알지만, 찬찬히 따져보면 뭔가 문제는 있어보인다.

우선 담배 피는 사람을 길거리로 내몬 사람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이러한 처사는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시키는 일이 된다는 문제가 그 하나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환대받지 못할 흡연자라고는 하지만, 길바닥으로 내몰아 그깟 담배 한 대 피우는 것도 처량히 만들고, 그도 부족해 길거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뭔 죄라고 그런 흡연자들이 처량히 내뿜는 담배연기를 들여 마셔야 하겠느냐 이 말이다.

요즘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는 추세인데, 이것에 반기를 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은 길거리에서의 흡연은 제재하지 않고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예를 들면 횡단보도 부근)에서의 흡연도 어느 정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람직한 흡연자다. 점차 대세가 길거리에서의 흡연을 전면차단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이땅에 흡연자가 연기를 뿜을 수 있는 곳은 없게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담배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기호품이다. 그리고 담배 피는 것 또한 장소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합법이다. 그런데 많은 부분에서의 흡연 차단은 몇 가지의 모순을 가져온다. 담배 매매와 흡연이 합법이면서, "니 집에서만 피워라"라고 하는 전면적 흡연의 불법화가 그 모순을 일으킨다. 여기에서 흡연자들은 당연히도 "그럴려면 담배를 팔지나 말지."라는 불만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내가 그렇다. 사회적 대세가 흡연을 불법화 하는 것인데 반해, 정부는 더욱 모순된 구조-보건복지부와 담배인삼공사의 양립-를 갖고 있고, 모순된 법과 규정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명명백백히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담배의 전면적 금지를 정부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죽기 전에 그게 가능하기는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하여간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조금 다른 것이데, 지하상가의 비흡연자나 길거리 지나다니는 비흡연자나 모두 흡연자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직은 합법인 흡연을 하는 사람들의 흡연 권리도 최소한 적으로는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담배 피려면 꾹 참았다가 니네 집에나 가서 피워라."라는 소리는 노무현 정권만큼이나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금연구역 내에 최소한의 흡연구역(혹은 흡연실)을 제한적으로나마 정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흡연자들이 정부에 돈 주고 산 담배 피울 권리를 최소한으로 보장받는 것에 지나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는 해주어야 하는게 아니겠는가 이말이다.

금연을 장려하는 사회 운동과 흡연구역의 제한적 설치는 상충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상호 양립의 구도가 이뤄져야 한다. 흡연자를 극도로 고립시켜 담배를 아예 못피게 하겠다는 발상은 자못 치사한 짓이고, 게다가 법적 흡연의 불법화보다 전혀 온당치 못 한 짓이다. 흡연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해 주면서, 비흡연자들의 피해는 최대한 막아주면서, 온건히 금연 장려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 현대 사회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치사한 수법은 막가파식으로 못된 짓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 되야한다. 담배를 사면서 내는 돈으로 이것저것 많이 쓰고, 특히나 금연 운동에 적극 지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것도 모순이라면 모순이겠지만, 적어도 모순되지 않는 단 하나의 일은 해줘야 한다. 그건 바로 흡연자들을 최소한 천대받지 않게는 해 줄 수 있는 흡연구역을 적절히 마련해 주는 것이란 얘기다. 그도 못하겠다면, 정부는 아예 흡연을 불법으로 규정해서 흡연을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 다른 상황에서의 흡연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군대와 관련된 문제인데, 군 입대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병교육 기간 중 훈련생들에 대한 흡연 금지가 그것이다. 신병교육 기간, 그러니까 6주간을 꼼짝없이 금연해야 하는데, 이게 문제의 소지가 무척 크다. 국방부가 금연을 권장하기 위해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6주 후에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게 하는 곳이 군대이기 때문이다. 기실 훈련병들을 상대로 흡연을 금지시키는 것은 훈련병들에 대한 통제를 강력히 확대하는 수단으로써의 발상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교육훈련 시간 중의 금연이라면 이해하겠지만, 6주간 흡연을 못하게 하는 처사는 흡연자들에 대한 정신적 고문인 것이다. 정확한 통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6주후, 그리고 자대배치 후, 나아가 군제대로 입대전 흡연자들의 흡연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 경험상 확신한다. 그렇다면 신병훈련소에서의 강제적 금연의 적용은 흡연자들에 대한 고문이고 이것은 지극히 문제적이며, 군대의 비인간적 행태라고 규정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리저리 뒤죽박죽 흡연자 입장에서의 어깃장을 놓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러한 것은 흡연자들의 권리를 짓밟는 것이며,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인권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대세가 그렇다보니 흡연자들이 끽소리 못하고 있지만서도, 현재 우리사회에서 흡연자들이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금연구역 전면적 확대와 아울러 최소한도에서라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신병훈련소에서의 비인간적 강제금연 작태는 당장에 없어져야 한다. 우리사회가 금연사회로 간다고 하더라고 흡연자들을 보다듬고 가야하는 것이지, 나를 포함한 흡연자들을 고립시켜버리고,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면서 가봐야 기분좋게 가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흡연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 속에 깊은 한은 담아 내뿜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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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7-13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실 한분이 흡연 이야기만 나오면 거의 상욕을 해대며 흡연자를 욕하는 분이 있습니다.그런데 이분이 담배를 안피웠던 분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였거든요. 저 역시 흡연자이지만 분명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로 인해 불쾌감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반대입니다만 언제부터 웰빙웰빙 했는지 아주 인간이하로 보는 약간은 편협적인 사람들을 마주치면 피곤해집니다. 제가 볼땐 담배도단 술이 더 사회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 기회에 아주 금주법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 미치겠죠?? ㅋㅋ 아마 볼만할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