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 고조흥 의원이 대표발의한 군가산점제를 재도입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군가산점제를 부활시킨다고 하니 논란이 이는 것은 명약관화한 노릇이다. 여성부를 비롯한 각계 여성단체 및 진보단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오늘 고조흥 의원이 MBC 낮 뉴스에 출연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았다. 중앙일보 오늘자 신문에는 지면을 대폭 할애하며 군가선점제 재도입에 대한 토론 기사를 내보냈다.

<프레시안> 전홍기혜 기자의 "군가산점제, 여성들만 피해자일까?"라는 기사에서 간략히 군가산점제에 대해 정리한 부분이 있어 옮겨본다.

군가산점제는
  
  기존의 군가산점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총점의 3~5%를 가산점으로 주도록 돼 있었다. 이는 공무원 시험 응시율이 매우 높고 응시자들의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나뉘면서 군가산점제 때문에 여성과 장애인은 물론이고 군대를 안 간 남성들의 경우 만점을 받더라도 불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특혜가 됐다.
  
  그러자 공무원 시험을 치렀거나 준비 중이던 여성과 장애인들이 공동으로 군가산점제가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고, 군가산점제는 1999년 폐지됐다.
  
  이번 개정안은 폐지된 지 8년 만에 다시 제대군인들에게 군 복무와 관련된 보상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기존 제도와 다르게 이번 개정안에서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과목별 득점의 2% 이내의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바꿨다. 또 채용 선발 인원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응시 횟수도 대통령령을 통해 3회 정도로 제한하도록 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가산점의 비중을 낮추고 선발인원과 응시 횟수도 제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장치를 두었더라도 고용상의 남녀평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적 가치를 여전히 침해하고 있다는 점, 또 실제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갈려 2%의 가산점은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수라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고조흥 의원이 대표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의 군가산점제도의 내용은 1999년 헌재판결로 위헌 결정이 난 가산점의 수치를 다소 축소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곧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이유인 "평등권,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군가산점제의 위헌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과 국방부에서 군가산점제의 부활을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자꾸 찔러보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하는 억하심정에서 일까? 이번 군가산점제 재도입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군가산점제, 군복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인가?

  군가산점제는 분명 군복무에 대한 보상을 표면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적절한 보상인가 하는 점에는 의문이다. 군가산점제로 보상하기에는 군복무로 인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교통사고 내고 딸랑 책임보험만으로 배째라 식이 아닌가 한다.

  남자들이 군복무으로 인해 받는 피해를 단순히 금전적으로 계산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수 있겠다. 현재 우리의 군장병 규모는 60만명을 넘는다. 차포떼고 60만으로 계산하자. 그러니까 매일 60만명이 군대에서 복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복무기간이 줄어들고 있으나 간단히 20개월로 치자. 그러면 이런 계산이 나온다. 건장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 60만명이 20개월 동안 단순노무 노동을 한다고 치더라도 한 달에 100만원 못받겠는가? 이렇게만 계산해도 경제가치 무려 12,000,000,000,000원(60만×100만원×20개월)이다. 12조원이다. 연간 7조 2천억원, 매월 6천억원이다. 이런 경제적 가치가 군대에서 거의 소멸되다시피 한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는가? 총을 든 시간보다 삽을 든 날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내 군시절이다. 개인당으로 따져보면 군복무기간 동안 2천만원을 손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2천만원 내고 공무원시험에서 딸랑 2% 가산점 받겠다고 할 사람 누가 있는지 나와보시라.

  이런 점에서 군가산점제는 너무나 부족하다. 합당한 보상 대책을 간구하지 않고 쉽고 돈 안 드는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것은 신성을 들먹이며 국방의 의무를 떠넘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치사하고 비루한 행태이다. 그러면 군가산점제를 대폭 늘리자는 얘기인가? 저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좀 제대로 보상하라는 얘기다. 군가산점제를 부활하려는 저들의 논리에 따르면 군복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상 불가능하단다. 개탄할 노릇이다.

2. 군가산점제, 왜 또 남여의 대립을 부추기는가?

  군가산점제가 군복무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아니면서, 괜시리 남여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여성들이야 위헌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법같지 않은 법을 들고 나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반 남자들은 거기에 대해 니들도 군대가라 식이다. 여기서 여성들은 우리는 애 낳지 않느냐로 반문한다. 머리끄댕이 쥐어뜯으며 쌈나게 생겼다. 그런데 군가산점의 문제는 남녀가 군대가니, 애낳느니 하며 싸울 문제가 전혀 아니다.

  군가산점제는 일반남성들의 피해를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전가시키는 국가의 배반행위에 다름아니다. 가산점을 주어 남성들을 공무원 선발해서 국가가 손해보는 것이 무엇인가? 절대로 돈 한 푼 들어가지 않는 누워서 떡먹기식 보상방법이다. 국가가 생색내고 군복무자는 꼬딱지만한 보상받고, 그 피해는 여성들과 장애인들이 죄다 받는다.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논란이 점화되면서 남자들과 여자들, 아들 둔 어머니들과 딸 둔 어머니들의 막싸움이 나오게 된다. 거기에서 군가산점제를 불쑥 던져둔 저 교묘한 정책입안자들은 쏙 빠져버린다. 니들은 싸워라, 나는 모른다, 내가 손해 볼 것 없다 이거다.

3. 군가산점제, 전복적 사유로의 가능성

  선심쓰기, 졸속행정, 전시행정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충분한 군가산점제다. 여기서 군가산점제만을 두고 여성계나 남성계가 다툴 일이 아니다. 좀더 멀리보고 이런 비루한 정책을 무책임하게 떠벌린 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만한 전복적 발상이 필요하다.

  기실 근대적 군대의 형성 이후 우리 군대가 한 것이 무엇인가? 조심스럽지만 내가 볼 때,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는 커녕,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몰아 넣었고, 독재정권의 반국가적 민중학살에 아무 것도 모르체 동원되었을 따름이다. 이쯤하면 군대의 해체를 말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국방, 곧 나라를 지키는 것을 업으로 한다면서 우리 군대는 이에 자랑할 만한 그 무엇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런 군가산점제 같은 저질스런 발상은 애당초 하지 못하게 우리는 군대 해체의 상상을 해봄직하다. 대다수 일반 남성들의 피해, 이 피해에 대한 말도 안되는 보상정책, 그로인한 여성들과 소수자들에 대한 피해전가, 폭력적, 군사주의적 사회 형성, 기타 등등. 우리는 이런 대한민국을 혐오하면서도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근본적, 거시적 안목에서의 대안을 향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런 전환의 사유에로 나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을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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