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중앙일보에 반가운 기사가 있어 옮긴다. 올해는 우리나라 기독교계에 있어 무척이나 뜻깊은 해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무래도 이 100주년 맞이가 그리 달가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평양대부흥'이 씨앗이 되어 우리 기독교계는 기하급수적 팽창을 이룬 것은 사실이나, 어쩌면 이 '부흥'의 시나리오를 새로 쓰는 원년이 되어야 할지 모르겠다. 양적 성장은 분명 '흥'함의 요소일 수 있겠습니다. 질적 성장을 동반하지 못할 때에는 공해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의 기독교가 이런 질적 '부흥'의 상태인가에 대한 문제 지적과 반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 안에서의 반성과 성찰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의 이런 반성과 자기 비판을 통해 오롯한 '부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회도 `건강검진` 받고 영성으로 치유하자" [중앙일보]

107년 된 서울 종교교회, 교회의 생존 묻는 포럼
`사회의 소금이 되지 않고 신앙만 외쳤다`
성장 못해도 하나님 기뻐하는 교회 돼야

  3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의 종교교회에서 ‘종교교회-새로운 미래’란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발제를 맡은 이덕주(감신대) 교수,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이원규(감신대) 교수, 유성준(협성대) 교수. 최승식 기자
 

서울 종로구 도렴동의 종교(宗橋)교회(기독교 대한감리회)는 그리 큰 교회가 아니다. 교인 수는 1800여 명에 불과하다. 교인이 수만~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형교회에 비하면 왜소할 따름이다. 그러나 역사는 깊다. 올해 107년째를 맞는다. '1907년 평양 대부흥'의 불씨 역할을 했던 로버트 하디 선교사가 종교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일 이곳에서 매우 '파격적'인 행사가 열렸다. 교회가 교회를 돌아보고, 신도가 신앙을 돌아보는 '용감한' 포럼을 담임목사와 장로들, 평신도들이 뜻을 모아 개최한 것이다.

3일 오후 2시, 종교교회 2층 예배실. 주일 오전 예배는 이미 끝난 뒤였다. 그런데도 200명이 넘는 교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포럼의 주제는 '종교교회, 새로운 미래'였다. 그러나 토론 내용은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그리고 이들의 '미래'를 겨냥한 것이었다.

사회를 맡은 홍기화(KOTRA 사장)장로는 "교회가 교회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진 않은지, 우리가 하나님의 꿈을 '우리의 꿈, 혹은 나의 꿈'으로 바꾸고 있진 않은지, 이번 포럼을 통해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보자"며 포럼을 마련한 배경을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이원규(감리교신학대)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기독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1960~2000년, 이 40년 동안 한국의 교회 수는 5000개에서 6만 개로 늘었다. 또 교인 수는 60만 명에서 900만 명으로 15배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성장세가 2000년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교인이 몇 명이고, 교회 예산이 얼마이고, 건물이 얼마나 큰가를 모범적인 교회, 성공적인 목회의 척도로 삼는 '성장 제일주의'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신앙만 강조하는 모습 등이 전통적인 한국 교회의 패러다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래적 생존을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했다.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둔 '성숙주의 교회', 신앙 중심이 아닌 '삶 중심의 교회', 개별 교회 중심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 교회', 그리고 조직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교회'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청중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서 이덕주(감리교신학대)교수는 '권위'의 의미를 되짚었다. "'예수님의 설교는 권위가 있었다'고 한다. 히브리어로 '권위'의 원어는 '엑수시아'다. 그건 '본질로부터'란 뜻이다. 신학이나 설교를 따로 배운 적이 없는 예수님의 설교가 왜 권위가 있었겠는가. 바로 본질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그는 "교회의 본질은 '영성'이며, 지금은 회개를 통한 자기갱신에 치중할 때"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성 회복과 치유를 위한 목회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이다.

발제 중간 이 교수가 사이먼&가펑클의 팝송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틀 때는 청중도 따라 불렀다. 그는 "험한 세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교회가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위로해주고, 치유해주고, 회복해주길 꿈꾸자"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23년간 목회 활동을 하고 돌아온 유성준(협성대)교수도 "이 시대 교회의 최우선 순위는 '영성'이며, 이게 목회의 근원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이 되고, 참된 교회의 본질이 있을 때 교회는 성장한다. 설사 성장하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교회다"라고 말했다. 이 말끝에 청중석에선 박수와 함께 "아멘!"하는 공감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종교교회 교인이기도 한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0년'과 '앞으로 20년'의 한국 사회 변화와 종교와의 연결 고리를 여러 도표로 예를 들며 짜임새 있게 설명했다.

발제가 끝나자 청중석에선 목이 말랐다는 듯 질문이 쏟아졌다. "이런 토론이 가능하다니 종교교회 교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이렇게 통로가 생겨서 너무 반갑다"는 얘기부터 외국인이 아닌 해외 한인만 대상으로 한 '생색내기 해외선교'에 대한 비판, 기존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등 격의 없는 물음에 신랄한 답이 이어졌다.

뿐만 아니었다. 이날 교회 측은 모든 평신도에게 '담임 목사의 설교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우리 교회의 예배 스타일에 대한 생각''새로운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등 과감한 내용을 담은 설문지까지 돌렸다.

토론 말미에 최이우 담임목사는 "한 술 밥에 배 부를 순 없다. 그래도 오늘 토론을 통해 교회에 필요한 방향, 구체적인 길을 짚을 수 있었다. 앞으로 제2, 제3의 토론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예수님 당시로 돌아가려는 교회, 107년 전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교회, 그곳에서 교회의 미래가 보였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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