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학 원론 - 제2판
박영목 지음 / 박이정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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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육학 원론』을 읽었다. 국어교육 전공자에게는 필수 기초 서적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다'는 낱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전공자에게 이 책은 전공서적, 강의교재이기 때문에 한층 가벼워 보이는 이 '읽는다'는 말과 격이 맞지 않는다고나할까? 내게 읽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것이지만, 전공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기분 좋지만은 않은, 괜한 부담 있는 그런 것이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2째년 되는 지금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국어교육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이 책을 읽지 않고 졸업했을까 의아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사범대학의 제도적 허실을 첫번째로 지적할 수 있겠고, 나의 노골적 교과교육론 기피현상을 두번째로 들 수 있겠다. 군대가기전 기억도 나지 않는 강의 수강 이력(학점이 꽤나 좋지 않지만 낙제는 면했다.)에 힘입어 이 책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었다.(당시 이 책은 초판이 나와 있을 때이다.) 행운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제사 와서 고백하건데, 참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이제라도 한 번 읽어 본 것이 어딘가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많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의 교과교육론 시간에 이 책을 강의교재로 택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래서 대다수의 국어교육 전공자들은 이 책을 한두 번쯤은 읽어내야할 큰 산이다. 필수 전공서적에 그 이름을 올리고, 반드시 읽어야할 책 쯤으로 언급될 뿐 가타부타 별 말들이 없어, 최근에 읽어낸 내가 이렇게 리뷰를 남기려 한다. 사실 많은 전공자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불만들을 토해내고 있지만, 이 책을 강의교재로 택하는 교수님들도 그러하지만, 별달리 말들이 없고 계속해서 이 책이 교재로 사용되는 이유는 이만한 책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탈자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고, 내용이 중복되거나 삭제되기도 하고, 대부분이 외국 연구 논문 번역의 짜깁기라고 보여지는 이 책을 대신할 만한 국어교육학 원론서가 현재로선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국어교육이 시작된 것은 해방 이후라고 할 것이다. 미흡한 점이 많지만 교육과정이 성립되고 학교교육이 제도화 되면서 지금의 국어교육은 시작된 것이다. 지금에 이르러 7차교육과정이 시행되고 있으며 곧 8차교육과정으로 바뀔 예정이다. 말이 8차라고 오래된 것 같지만, 70년에 못 미친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과정은 수없이 바뀌어 왔다. 뭐 시대가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는 설명이 가능은 하겠지만, 여전히 졸속적 교육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은 없다. 지금은 국어교육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지 않은 시간에 걸쳐 많은 것들이 변하고 그 변화에 국어교육 연구는 발을 맞추어 걸어오지 못한 바가 크다.

국어교육 초기 대부분의 교육이론들은 서양의 것을 수입해 온 것들이다. 그 사정이 지금이라고 나아진 바가 크지 않다. 사범대학에서는 국어교육 전공이라지만 국어학과 국문학 공부에만 치우쳐 있다. 교과교육론의 비중이 작을 뿐더러 강의 개설도 극소수 필수 과목들 뿐이다. 우리나라의 국어교육에 대한 전문가, 즉 국어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교수진이나 연구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면 우리 국어교육의 현주소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전문적 국어교육학 연구자들이 배출되고 있고, 다양한 연구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그것이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 책을 집필한 저자들도 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책이 나온 것만 해도 우리로서는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이 책이 여전히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리라.

이 책은 1996년도에 초판이 발행되고 2003년에 제2판이 발행되었다. "초판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 보완하고자" 했다는 저자들의 말은 사실이지만, 미진한 점이 너무 많은 것이 탈이다. 여전히 외국논문들의 번역요약수록에 오자와 탈자, 내용 중복과 삭제등이 너무 심하다. 단어의 오탈자 및 잘못된 조사, 문장의 호응이 안 맞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이해하겠지만, 3가지가 있다면서 첫째, 둘째만 하고 끝나는 등의 웃지못할 문제점들이 곳곳에 내재해 있는 점, 외국의 이론을 쉽게 설명한다던지, 우리 실정에 맞게 소화하여 소개하고 있지 못한 점, 앞서 서술했던 설명 내용들이 다른 제목으로 다시 서술된다던지 하는 점들의 문제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의 체제를 잠시 살펴보면, 제1부 국어교육학의 기초, 제2부 국어표현론, 제3부 국어이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제1부 국어교육학의 기초에서는 국어교육학의 연구 동향을 요약제시 한 것이 지나지 않으며, 필자들의 독자적인 집필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제3장 국어과 교사의 극히 일부분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제2부 국어표현론에서 또한 이러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작문이론에 대한 집중적 조명외에 표현에 해당하는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다루어 진다. 저자들의 관심 사항외에는 거반 부실한 요약만을 제시하고 있는 정도이다. 제3부 국어이해론에서도 '독서'에만 치중될 뿐이다. 전체적으로 체계와 균형이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국어교육학의 '원론'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점이 많다.

문제가 많으나 아직 이 많은 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분히 원론서라고 하는 것이 그간의 연구결과를 집약해서 주요 엑기스를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다양한 이론들의 요약제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진정한 국어교육학의 원론서가 나오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균형있는, 나아가 현 우리의 국어교육의 현실에 맞게 독자적으로 수용되고 재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단점들이 앞으로의 국어교육 발전을 위한 진정한 국어교육학 원론서 출간의 촉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400여 페이지 분량으로 두터운 편이지만, 보다 내용을 충실히하기 위해서는 보다 두꺼워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나의 부끄러운 전공서적 탐독기(耽讀記)를 서둘러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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