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미FTA를 맺느니 못 맺느니 시끄러운 가운데, 나의 관심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비사범대 교직이수자에 대한 교원자격증 발급 비율을 대폭 줄이겠다는 소식이었다.
* 관련기사 http://news.media.daum.net/society/people/200704/02/donga/v16248328.html
* 관련뉴스 http://tvnews.media.daum.net/part/societytv/200704/02/ytni/v16248728.html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러한 조치는 그들 말대로 “교사 자격증 취득 요건을 강화해 교사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수급 불균형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 정말 그럴 듯 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조족지혈(鳥足之血), 문자 그대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 조치, 아니 흉내에 불과하다. 요즘 인기있는 개그프로의 한 유행어를 따라해 보면, "이건 조치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그 전신 '교육부'에서 이름이 바뀌면서 지금의 교육'인적자원'부(강조는 필자)가 된 것이다. 박노자 교수의 지적처럼 무엇보다 '인적자원'의 활용가치를 중시하는 개명(改名)이다. 그렇다보니 '교육'적 논리보다는 '인적자원'의 효율과 경쟁력만이 강조되어 왔다. 그 정책으로 유지되어 온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까지의 교원수급정책이었다.

 

 

 

1950년대 이후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교원의 수급은 용이하지 못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로인해 정부 당국의 교원자격 남발은 시작된다. 어떻게든 부족한 교사를 충원해야 했고, 당시에는 교사가 그리 인기직업은 아니었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교원자격의 남발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우선 사범대학을 늘리고, 그로 부족해 비사범대의 교직이수 과정을 대대적으로 만들었다. 복수전공 및 부전공 이수를 통해서도 교원자격증을 발급하게 된다. 이로 인해 80년대 이후로 접어들면서 교원수급의 정체현상이 나타내게 된다.

교원수급의 정체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문제의 원인은 첫째도, 둘째도 교육당국의 교원수급 정책에 있다. 교원이 부족할 때(사실상 교원이 부족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필요한 만큼을 충원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이름하여, 예산부족으로 말이다.) 대대적으로 교원을 양성하다는 명목하에 교원자격을 남발했고, 교원이 어느정도 충원되어서까지 교원자격을 남발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정체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교육당국은 이런 교원자격의 무분별한 남발에 대해 이런 식의 논리로 변명한다. 교원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논리말이다. 말하자면, 10놈 중의 한 명보다는 100놈 중의 한 놈이 더 나을 거 아니냐 하는 논리말이다. 질 높은 교원을 선발하기 위해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하는 일이라는 것은 더 많은 교원후보생들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을 잘 양성하고 교육하여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많은 인원을 확보해 놓고, 그들 중에서 젤 잘난 놈 하나 뽑으면 되는 것이라는 소리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인지, 대학들의 돈벌이 장사를 시켜주려는 심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교육대학원이라는 특수대학원을 현직 교사들의 재교육 목적으로 설립해 놓고, 여기서도 교원자격증을 판매하고 있다. 교육부의 논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다. 다다익선(多多益善)

여기서 잠깐 이 적체현상의 심각성을 살펴보자. 인천의 모대학교 사범대학 모 과를 예로 들면 이렇다. 이 과의 학년 정원은 40여 명이다. 이 인원이 대학 4년을 마치고 졸업한다.(군대로 인한 휴학, 복학 인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 40명은 넘는다.) 여기에 전과로 4명이 추가된다. 편입학으로 4~8명 가량 추가될 수 있다. 복수전공(단, 사범대학생만이 복수전공이 가능하다.)으로 8명이, 부전공(비사범대 가능)으로 8명이 추가된다. 따라서 이 과에서 배출하는 교원자격은 7~80명 선이다. 이 대학교는 교육대학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동일 교과목의 교원자격증 발급자는 한 해에 100명을 넘게된다. 또한 비사범대학의 교직 과장 이수자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작년도 임용시험에서 이 과목 선발인원은 30여명에 지나지 않았다. 한 학교에서 배출하는 인원만이 시험을 본다고 하더라고 합격률은 30%도 못된다. 나머지 70%는 뭐하느냐? 재수 준비에 박차를 가할 뿐이다. 다른 분야로의 진출은 현실적으로 막혀있다고 봐야한다.

작년도 이 지역의 이 과목 경쟁률은 20:1(실경쟁률은 다소 낮음)에 달했다. 30여명 뽑는데 1000명가량이 지원했다는 소리다. 이 적체는 10년이상 계속되었다. 앞으로는 더 그러할 것이다. 내년도 모집인원은 아무리 좋게 봐도 예년보다 더 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부전공 이수자 교원자격 발급을 줄여 교원자격 취득자 수를 15%가량 낮춘다고 하더라도 교원수급이 그보다 더 줄어버리니, 이건 낮춘것도 아니고 안 낮춘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코미디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번 조치는, 그간 사범대 학생들의 계속적인 요구사항 중의 하나였다. 부전공 및 교직 과정 이수자에 대한 교원발급을 중단하고, 기타 무분별한 교원자격증 남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중 극히 일부인 부전공 이수자에 대한 교원자격 발급 비율 감소 조치는 티도 안나는 조치에 불과하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거라는 허무맹량한 소리를 해대니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상 교육인적자원부는 수급 불균형에 대한 해소의 노력을 보인 것이 하나도 없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을 뽑으려면 머릿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돈 안드는 정책이다. 돈 안들이고 질 높은 교사 똑똑한 교사 뽑겠다는 얘기다. 군계(群鷄) 중에서 한마리 학(一鶴)을 뽑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많은 닭들 중에서 뽑아봤자 그건 학이 아니라 닭일 뿐이다. 무분별하게 교원자격증 발급해 놓고, 거기서 뽑아봤자, "그게 그거"라는 사실은 우리 교육 현실은 말해주고 있잖은가?

좋은 교사 뽑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돈 안드는 티내기 전법으로 일관한다. 한 가지 좋은 예가, 이번의 교사 선발 방식의 변경이다. 현행 2번의 시험에서 3번의 시험으로 변경하는 내용인데, 다시 한 번 "그게 그거다." 논리인 즉, 2번 줄세우는 것 보다, 3번 줄세우는 것이 더 좋은 놈 뽑기에 낫다는 얘기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다. 시험 잘 보는 교사 뽑아야 학생들 시험 잘 보게 가르칠 것이 아니겠는가?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 정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책없는 전시행정인지 이루 다 말하기도 어렵다. 출산률 감소에 따른 학생수의 감소로 교원 선발 인원을 대폭 줄이는 처사 또한 그 무대책의 정책에 하나이다. 현재 각 학교에서는 학생수의 감소로 인해 과밀학급이 편성되고 있다는 웃기지도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원 수급을 줄이고 대신에 학급당 인원을 더욱 늘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라고 자랑하고 있으면서도 사회 제도 및 여러 측면에서 그에 걸맞지 않은 현실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교육문제다. 선진국으로 가는 이 마당에 출산률 감소의 위기를 학급당 학생 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정책을 간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교원 수급 불균형을 줄이면서, 적은 예산으로 장기적인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툭하면 예산 부족을 핑계삼는 교육인적자원부에는 교육예산을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는지를 묻고 싶을 따름이다. 현행 교원양성체계 또한 체계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체계가 없다. 그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체계없는 이러한 조치들이 무슨 실효가 있겠는가? 교육인적자원부는 그 옛날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가장 탁월한 전술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무식하기 이를데 없는 '인해전술'이 오늘날 우리의 교원 수급 전략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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