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낱말편 1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 / 유토피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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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교과과정은 크게 교양과 전공 과목으로 나뉜다. 다시 교양은 교양필수와 교양선택으로, 전공도 마찬가지로 전공필수와 전공선택으로 나뉜다. 사실 밥 먹여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마도 전공과목일 터인데, 전공과목만 열심히 한다고 대학졸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대학졸업의 장애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교양필수와 졸업인증제가 아닐까 한다. 내가 적을 두었던 대학에서는 졸업인증으로(나는 졸업인증제의 굴레에 다행스럽게도 얽히지 않았다.) 영어와 컴퓨터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게 졸업하는 데에 영 걸림돌이 된다.

말하자면 대학의 교양필수나 졸업인증 같은 것이 사회에 나가 밥벌어 먹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학에서는 그것을 교양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밥 벌어 먹고 사는데에야 실제적으로 효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는 해야 어딜가든 뭘하든 대학나온 사람입네 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요즘 대학에서 공통으로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과목들은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인문학분야 한 과목과 자연과학분야의 한 과목 정도, 그리고 대학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문장작법과 생활한문 등을 적은 학점으로 채택하고 있는 정도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교양필수 과목으로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인문학분야 외에, 국어와 한국사 과목이 있었다. 문장작법도 있었으나 생활한문은 없었다. 그러니까 요즘은 국어와 한국사가 없어지고 영어가 강화되었으며 생활한문이 살짝 들어갔다. 변화의 양상을 보면, 영어의 비중이 높아지고, 국어의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사실 문장작법은 레포트 쓰는 법 정도나 가르쳐 주는 글쓰기 과목에다가 2학점 밖에는 안되어서 대학 교양 국어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가져야할 기초 소양중에 국어는 슬쩍 빠져버렸다.

요즘 시대에 누가 뭐래도 영어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로인해 국어의 중요성이 심각한 침해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얘기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배운 수준이면 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이런 얘기도 가능하다. 대학에서 영어를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고등학교에서의 영어 수준 이상을 대학에서는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즉, 대학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국어 수준보다 영어 수준이 더 높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의 국어와 영어 실력을 비교해 보면, 국어 실력이 영어 실력보다 좋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말을 무리없이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고, 말할 수 있을 뿐이지, 그들의 모국어로서 요구될 그런 수준에 한없이 모자란다. 조금 수준 있는 글을 주고 읽을라치면, 국어사전을 몇 번을 들추어보아야하는지 모른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나 일반인들의 맞춤법 실력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조사들도 보고되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 국어교육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원론적인 지적도 가능하나,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에는 국어가 없으니 그런 총체적 문제점을 타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 논술이 도입된다고 하여 논술 학원이니, 논술 교재들이 호황을 맞았다. 서점에 가보면 논술관련 교재 및 도서들이 서점의 가장 요체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거기에 국어교육은 없고, 다만 화려한 글쓰기 교육만 있다. 그렇게 해서 될 글쓰기도 아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그런 책들에 불티가 나는 이유일 것이다.

얘기가 자꾸 엇나가는 듯 한데,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유혹에 가득찬 제목의 책이 나와 잘 팔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등학교의 국어 수준으로는 사실 학사학위의 소지자가 그에 걸맞는 글을 쓰기에 심히 부족함이 있다. 언어라는 것은 사실 계속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퇴화된다. 우리는 국어야 계속 말하고 쓰고 읽고 하니 그 실력이 어디가겠느냐 하지만, 거기까지 일뿐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운만큼 그 국어실력으로 대학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대학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대학 수준의 국어실력이 요구되어진다.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는 사실 뻥에 가깝다. 나같음 사람이야 그럴 수 있겠지만, 대학에서 국어전공한 사람이 그걸 가지고 밥 벌어 먹기에는 굉장히 제한되어 있다. 그러니 일반인들에게 오죽할까. 그러나 그것은 국어가 필요없어진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어지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니 국어는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수준까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가 기본일까?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니, 고등학교 수준의 국어실력이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산에, 육산, 십산에 가깝다.

대학 나오면 대학수준의 국어실력이 요구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그것을 포기했다. 이것이 잘못된 것임을 오히려 일반 대중이 몸소 체감한 것인지, 요즘들어 국어관련 책들이 우후죽순 흘러나오고 있다. 대학이 포기한 과목을 일반인들이 일일이 찾아가 배워야 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쓸데없는 소리가 길어졌다. 이 책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리뷰를 정리하도록 하자. 이 책은 말하자면 우리말의 뉘앙스 사전의 전초격이랄 수 있다. 사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들 중에 대부분의 의미를 어림짐작으로 알고 사용하는 것이지, 그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반 없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주관적'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이것은 일반인들에게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말의 미묘한 차이들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느끼면서도 차이를 제대로 알고 쓰지 못할 때가 무수히 많다. 말의 미묘한 차이는 그것이 전달되었을 때 전달된 사람에게 커다란 차이, 즉 오해와 오독을 불러올 수 있고,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한 바를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 또한 표현할 때에 보다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도 하다.

속과 안, 사내와 사나이, 고개와 머리, 엉덩이와 궁둥이 등등,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그 쓰임이 조금씩 다른 말들이 우리말 속에 무수히 많다. 그런 미묘한 차이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말 실력은 좋아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런 무수히 많은 우리말들을 이 책은 다 다루고 있지 못해, <낱말편1>이라는 부제를 달아 놓고,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이런 작업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에게도 알찬 우리말 뉘앙스 사전하나 갖게해 주었으면 한다.

중언부언은 글쓰기에서 꺼려지는 것이지만, 아무리 중언하고 부언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있으니, 우리에게 국어는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이라는 얘기다. 대학에서는 다시금 교양필수 과목으로 국어의 비중을 영어만큼은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투른 리뷰를 과감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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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07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목을 잘 붙인 상품 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
그리고,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 좀 어수선하기도 합니다.
님 말씀마따나... 사전으로 정리돼야죠. 이런 책이 시작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