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論說]

옛날 사람들의 多樣했던 語彙

安秀桔(서울大 名譽敎授)


  우리 어렸을 때 서울 뒷골목들은 생각보다 놀 거리가 적었다. 그래서 같이 놀아줄 아이들이 必要해서 옆집 大門에서 “인희야↗ 나와↗ 놀자↗”라는 말을 그리 쉽게 외쳐댔던 생각이 난다. 淸進洞, 그리고 公平洞 等 골목 속 다닥다닥 붙은 집들의 大門 밖에는 어린아이 키 程度의 윗面이 傾斜진 시멘트 쓰레기桶이 하나씩 있었고 그 쓰레기桶 뒤에 유난히 다리 긴 거미들이 살았는데, 그것을 잡을까 말까 기웃거리고 있으면 “生鮮… 비웃드령!”을 외쳐대는 바지게 行商 아저씨의 으르렁거림이 들리곤 했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生命을 대단히 重視해서 살아 있는 動物과 죽어 있는 動物의 差異는 컸다. “비웃드령!” 하고 외치는 것은 지금 말로 “비웃을 들여 놓으셔요” 하는 말로, ‘비웃’이란 ‘靑魚’를 말하되 ‘靑魚’라는 말은 隱然中에 살아 있는 물고기 ‘靑魚’를 뜻했고, 이를 잡아서 그 살코기를 食用으로 가지고 다닐 때에는 ‘비웃’이었던 것이다.

  漢字로 ‘貊’字에서 ‘百’대신 ‘者’를 쓴 글字는 멧돼지 ‘豬’이고, ‘돼지 豕邊에 놈 者’, 즉 ‘猪’는 ‘돼지새끼’이고, 집돼지, 멧돼지 合해서 豕이지만 죽은 살코기를 생각할 때에는 豚으로 나타낸다. 옆에 肉달月邊이 있으니 肉으로 分類하는 것으로 봐도 首肯이 갈 것이다. 卽 죽은 다음에는 같은 글字를 쓰지 않는 것이다.

  같은 模樣으로 해서 살코기도 多年間 기른 成牛 고기는 ‘beefsteak(佛語로는 bifteck)’라고 부르지만, 송아지로 아직(먹이는 대로 살로 가서 斤數가 늘어나는 成長期의 끝點에서 잡아) 採算性이 높은 소의 살코기는 ‘veal’이라고 부르고, 그 어린 소는 살아 있을 때는 ‘calf’이다. ‘veal’은 엷은 살빛이고 구우면 곧 희뿌연 빛이 되며 veal에서 깊은 맛을 企待할 수는 없다. 지난 世紀까지만 해도 儉素했던 獨逸의 시골 푸줏간에는 平常時 ‘veal’밖에 없고 맛이 깊은 ‘beefsteak’가 必要하면 미리 注文을 해야 했다.

  이 ‘veal’을 國語院에서 ‘犢牛肉’이라 이름붙여 公告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于先 한 가지 差異點만 指摘하고 지나기로 한다. 그것은 正確하게 따져 商業的 目的으로 키울 만큼은 키운 ‘veal’과 우리나라 農村에서 옛날에 말하던 ‘어린 송아지 고기’와는 다르다는 點이다. 客談으로 英語 語彙를 說明하자면 암소와 수소는 각각 ‘cow’와 ‘bull’이고 ‘ox’는 빠른 成長을 爲해서 去勢해서 기른 수소이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시간’을 찍어서 漢字로 變換을 하면 豫定했던 ‘時間’은 안 나오고 ‘屍姦’이란 單語가 먼저 나와서 깜짝 놀라게 된다. 이때 ‘屍’는 ‘죽음(death)’을 겪은 ‘주검’, 卽 屍體이다. 英語의 境遇도 屍體는 ‘corpse’라고 다르게 부른다.

  韓國에서는 한동안 ‘주검’을 ‘死體’라고 말하는 記者들이 있더니 昨今은 亦是 ‘屍體’라고 쓰는 傾向이 늘어난 것 같다. 아마도 放送 關係에서 關心 갖는 有志들의 꾸준한 努力의 結實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동안 猛威를 떨쳤던 ‘먹거리’도 요새 ‘먹을 거리’로 가닥을 잡게 된 것 같다. 이러한 些少하게 보이는 ‘되잡음’의 效用을 믿는 것이 眞正한 知性人일 것이다.

  우리들의 話題로 돌아와서 上述한 바와 같이 ‘屍’라는 글字는 하나의 글字인데도 ‘專門 述語’인 셈이어서 生死를 가름하는 ‘corpse’에 該當되는 漢字를 아는 사람들은 ‘檢屍’ 等 亦是 ‘屍’字를 活用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제대로의 單語를 안 쓰고 풀어쓰게 되면 初等學校 學生과 마찬가지로 흔한 말에 偏重되어 單語 使用 頻度 分布에 ‘富益富 貧益貧’ 現象이 일어난다.

  反對로 述語를 제대로 찾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單語 使用 頻度 分布曲線(Zipf's curve)이 눕게 되어 그 言語는 內容 密度가 높은 ‘强力한 言語’가 되는 것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무척 많지만 20年 前까지만 해도 그 옛날 書堂에서 千字文을 발板으로 出發을 했던 韓國 사람들 言語의 單語 發生(使用) 패턴은 英語나 中國語보다 그 分布가 더 平平해서 情報 密度의 見地에서 가장 强力한 것이었다.

  英語의 境遇는 第一 흔하게 使用(發生)하는 ‘the’가 大略 10分의 1을 차지하고(열 單語에 한 單語는 ‘the’) 두 番째 자주 發生하는 ‘of’가 그 2分의 1, 卽 거의 20分의 1, 세 番째로 자주 發生하는 ‘and’가 大略 30分의 1, 그리고 열 番째 자주 나타나는 ‘I’가 100分의 1 程度이다.

  이러한 規則性을 Zipf의 法則이라 하는데 놀랍게도 全世界 어느 言語나 모두가 다 大綱 이러한 規則性(對數 눈금으로 直線이라는 勾配만 다름)을 갖고 있는 것이다.

  韓國語의 境遇(30年 前) 가장 자주 發生하는 單語는 ‘것’으로 發生 確率은 2.285%니까 英語 ‘the’의 10%에 比해 出發點이 낮고, 따라서 Zipf의 曲線이 가장 누워 있는 言語이다. 이는 우리가 日常生活에서 쓰고 있는 低邊 單語數가 제법 많다는 뜻이 돼서 ‘韓國 사람 말 못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라는 俗談에 根據가 된다고 하겠다.

  卑近한 例가 우리에게 ‘分岐’點이란 말은 흔하고 漢字를 쓰면 ‘分期’點하고도 區分이 되는데, 英語에서는 ‘bifurcation’이라는 라틴말級이 되고, 아니면 ‘forking’이라는 말, 卽 ‘포크’라는 食卓 單語를 손질해서 쓰게 된다. ‘forking’이란 單語는 우리말로 그 級을 比較했을 때 ‘사타구니’쯤 되는 것이다. 풀어쓰자면 ‘갈림’이 되는데 이때에는 ‘離別’리라는 말과 混同될 危險性이 있다.

  急變하고 있는 地球村에서 우리는 漢字 述語들을 다시 活用하고 지난날의 語彙를 回復해야 한다. 그리고 變해가는 時代에 日常的으로 새 單語를 만들어 쓸 줄 알아야만 未來가 있다고 할 것이다.

<語文생활> 통권 제110호,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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