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頭言]

무너지는 傳統

姜信沆(成均館大 名譽敎授)


  原來 우리네 言語生活 習慣으로는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내뱉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事實은 傳統을 조금이라도 지키고 있는 집안이라면 다 아는 일이다. 行列字를 따져서 意味深長하게 지은 사람의 이름은 옛날에는 이를 ‘冠名’이라고도 했는데, 그 이름을 가진 사람과 同一한 人格体로 여겨서 비록 子孫들이라고 하더라도 長成하면 마구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 代身 마련된 것이 ‘字’였다. ‘字’는 집안 어른이나 親舊들이 負擔없이 使用하였는데, 그렇다고 子孫들이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러한 言語習慣이 書簡文 形式에 남아 있었다. 客地에 나가 있는 子孫들은, 故鄕에 계신 父母님이나 祖父母님께 便紙를 올릴 때에는 便紙 겉封에 受信者인 父母님이나 祖父母님의 姓銜을 적는 것이 아니라 自己 이름을 적고 그 밑에 ‘本第入納’이라고 썼었다.

  이 習慣은 아직도 지켜지고 있다. ‘媤同生’을 ‘도련님’ 代身에 ‘미스터 김’, ‘媤누이’를 ‘작은 아씨’ 代身에 ‘미숙아’ 하는 집안이라면 몰라도, 父母님이나 媤父母님의 姓銜을 차마 함부로 적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自己 이름을 쓰고 그 밑에 ‘本第入納’이라고 써 왔다.

  그런데 어느날 集配員 어른께서 이게 무어냐고 묻더니, 自己가 모르는 말이니 앞으로 쓰지 말라고 하더란다. 이 말을 들으니, 한때 어느 機關에 있을 때, 내가 ‘敗北를’이라고 쓰면 上司가 ‘敗北을’이라고 고쳐 놓아서, 이 境遇는 ‘北(배)’라고 읽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벌컥 火를 내면서 自己가 모르는데 國民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하던 생각이 났다.

  年末年始에 참으로 많은 크리스마스 카드와 年賀狀이 오고갔다. 千篇一律的으로 印刷된 글 밑에 署名이나 해서 보낸 카드가 많았으나 精誠껏 人事말을 쓰고, 겉封에서도 貴下 代身 敎授님, 先生님, 座下 等이라고 쓴 것이 있었다. 中國에서 온 카드는 勛鑒, 道鑒, 台啓, 啓, 收 等 더 多樣했다. 이들이 모두 發信者와 受信者와의 關係를 생각해서 골라 쓴 것들이다. 우리도 얼마 前까지만 해도 硯右, 侍史, 机下, 案下, 下鑑 等 여러 가지로 썼는데, 요 近來에는 受信者 이름만 달랑 써서 보내거나 受信者 이름 밑에 아무 職銜도 쓰지 않고 ‘님’만 쓰는 사람까지 생겨서 모든 面에서 傳統이 너무 쉽게 무너져 가는 것 같다.

  요 近來 某 日刊紙의 칼럼欄에 커다란 活字로 ‘硬直된 敬語 體系는 社會의 生氣를 옥죄는 사슬이다’라는 題目이 달린 글이 실려 있어서 깜짝 놀라 仔細히 읽어보니, 內容은 題目과 그렇게 一致되는 것이 아니어서 安心한 일이 있었다.

  아무쪼록 새해를 맞이하여 福 많이 받으시고(迎春納福),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시기(萬事如意, 四季皆如意) 빌며, 無病長壽하시기(延年益壽) 빕니다.

<語文생활> 통권 제110호,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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