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렇게 가르치고 있어요!

설문 결과를 보면서, 오히려 궁금한 점들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직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직접 찾아뵙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여자 중학교 국어교사 김형봉. 91년부터 교직에 몸담았고, 현재 3학년을 담당하고 있다. 전화를 반갑게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기뻐 바로 교무실로 찾아갔다. 2006년 10월 31일.

수업시간에 시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세요?
일단 교사용 지도서를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다만, 학년과 단원에 따라서 그 시에서 교육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르니까 좀 차이가 있죠. 예를 들어 1학년의 경우, 시의 즐거움이란 단원이 있습니다. 이 단원에서는 심상, 운율 등 시가 주는 즐거움을 재미있게 느끼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죠.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시라고 하는 게 딱딱하고 어렵고 상징적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외에 제반사항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시되는 목표가 있으면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하고, 제반사항도 가르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교과서 외에 시를 더 가르치기도 하십니까?
안 가르칩니다. 교과서 외에는 다룰만한 상황이 안 됩니다. 시간도 모자라고요. 교과서 본문에 있는 시를 이해 · 감상시키고 그 다음에 보충 심화학습 학습활동에서 나온 시들을 더 가르치기는 합니다. 선생님에 따라 시를 좋아하고 잘 가르치면 그 외의 시들도 가르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달라요.

평가는 어떻게 하고 계세요?
시에 관련된 평가는 보편적인 것만 묻게 됩니다. 시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느끼며 감상도 사람 수만큼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현장에서는 어렵죠. 다만 서술형 평가에서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유동적인 답을 유도하지요. 그리고 아무래도 객관식 평가에서는 기본적이고 보편타당한 것을 정답으로 이끌어 낼 수밖에 없구요.

그럼, 수행평가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선생님에 따라 다릅니다. 안 하는 경우도 있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시와 관련된 수행평가는 모방시와 시에 배경음악을 깔아서 낭송한 것을 녹음시켜 제출시켜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귀찮아하기도 하고(웃음). 아무튼 아이들이 그렇게 달가와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생활이란 것이 학원까지 다니느라 바쁘니까요. 아이들에 따라 반응이 다르지만 의미 있다고, 재미있다고 했던 아이들도 있었지요.

그러한 방식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모방시 같은 경우는 시의 의미구조를 이해하는 데에 효과적이었습니다. 대칭이라든지… 어떤 식으로 시의 구조가 짜여있고 표현 방법은 또 어떤 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요. 한 번 수업했던 시를 되새겨 본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고.

시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시를 가르치기가 제일 어렵습니다. 시를 배우고나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나를 생각해 보면 금세 반성이 되곤 합니다. 그래서 매번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죠. 시를 가르친다는 게 이런 것은 아닐 텐데 하고 생각해 보지만 그렇다고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시의 깊은 맛을 느끼기에는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요. 하긴 기본적인 사항도 하기 바쁘죠.
단 몇 줄이라도 그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함축 되어 있는 것이 시인데,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라는 이름 아래 공인된 한 가지만을 정답이라고 가르쳐야 하는 것도 답답하고요. 학생 입장에서 보면 쉽기는 하겠지만 시를 가르치는 본래의 목적은 사라지는 셈이죠. 아마 학생들도 그런 아쉬움은 분명히 느끼고 있을 겁니다. 문제지요. 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표현을 허용하지 못한다는 게.

학생들에 따라 다양하게 감상이 이루어지는데, 가르치는 감상의 내용은 한 가지입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이 그 감상에 대해 이의를 단다면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애들이 묻질 않습니다. 잘 가르치지 못해선지는 몰라도요(웃음). 지적인 호기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선생님 저는 이 시의 표현에 대한 설명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묻는 애들은 거의 없다는 거죠. 가끔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학생은 있지요. 대개 시는 시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선생님이 되어서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웃음)
(웃음)어려운 질문입니다. 학원이라든지 자습서에 시를 분석해 놓았는데, 주제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표현법은 뭐인지 나와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이 외의 것을 이야기하면 선생님이 엉뚱한 소리 한다고도 해요. 시를 가르치다 보면 애들의 감수성을 넓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더군요. 내가 모자라서 그런지(웃음) 아무튼 의견이 주관적이면 평가하기도 어렵지요. 이런 점들이 선생님으로서 한계라는 생각도 들곤 하지요.

그럼 선생님은 바람직한 시교육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시인이 가졌던 느낌을 한 번 가져 보는 것이죠. 감정이입을 한다든가, 상상을 한다든가. 그 시 분위기에 몰입되고 인상 깊었던 것도 생각해 보고 자기 안에서 되새김할 수 있으면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간다면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만의 표현을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구요.

시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다양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수용하고 그리고 자신의 표현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 되어야 겠지요. 글쎄요, 더 이상 구체적으로는 답이 없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호의 테마이기도 한데요. "시를 가르친다는 것은 시작품을 가르치는 것인가, 시를 통한 인생을 가르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세요?
그야 두 가지가 다 관련이 있습니다만 먼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수필이나 작품의 의미구조는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까요. 나와 관련지어서 생각하게 하고, 현실과 관련지어서도 생각해 보게 하고, 오늘날의 시대적 고민과 연관시켜 가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문학작품이 가지고 있는 역할이나 기능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모든 작품을 관련으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시교육> 001,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시교육' 편찬위원회,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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