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壇]

漢字音의 統合

李忠九(國史編纂委員會 古典硏究委員)


  漢字에는 一字異音의 兩音으로 表音되다가 一音으로 統合된 것이 있다. 이 一字異音은 애初 中國에서 流入되어 韓國音으로 表音된 것인데, 後日에 一音으로 統合된 것이다. 이는 一字異音의 漢字音이 同字 內의 다른 漢字音에 吸收되어 統合된 境遇로, 結局 異音干涉에 依한 統合이 된 것이다.

  異音干涉에 依한 統合은 同字 內의 異音에 干涉받아 誤讀함으로 말미암아 그 異音에 統合된 境遇이다. 이는 다시 完全 統合, 不完全 統合으로 나뉜다. 完全 統合은 特定意味를 隨伴하는 特定 音이 消滅되어 異音으로 모두 統合된 境遇이고, 不完全 統合은 特定意味를 隨伴하는 特定 音이 異音으로 모두 統合되지 않고 特定 用例에만 一部 統合되어 誤讀과 不誤讀이 混用되는 境遇이다.


  1. 完全 統合

    (1) 乾 간→건

      ① 旱乾水溢(《孟子》盡心 下 14章) 諺解 音 ‘간’(傍點 省略. 以下 같음)

      ② 乾肉不齒決(《小學》敬身 41章) 音注 干, 諺解 音 ‘간’

      ③ 乾 元亨利貞(《周易》乾) 諺解 音 ‘건’

      ④ 天尊地卑 乾坤定矣(《周易》繫辭 上 1章) 諺解 音 ‘건’

      ⑤ 乾 하날 건, 마를 간(《字典釋要》)

      ⑥ 乾 건 하날, 간 마를(《新字典》)

      ⑦ 乾 하늘 건, 마를 간 ․ 건(《韓辭典》)

  ①의 ‘旱乾’은 意味가 ‘가물어 메마르다’이고, ②의 ‘乾肉’은 ‘마른 고기’이다. 두 境遇 ‘乾’은 音이 干으로, 見聲寒韻 平聲의 ‘마르다’는 意味의 ‘간’ 音이다.

  ③의 ‘乾’은 ‘卦 이름’이고, ④의 ‘乾’은 ‘하늘’ 또는 ‘卦 이름’이다. 두 境遇 ‘乾’은 羣聲仙韻 平聲의 ‘건’ 音이다.

  ‘간’과 ‘건’은 異聲異韻의 異音에 依한 韓國音이다. 이 音義는 ⑤⑥에 繼承되었다. 그리고 ⑦에는 ‘간’과 ‘건’이 混用되었다. 그러나 ‘마르다’와 關聯된 語彙 ‘乾燥’ ‘乾川’ ‘乾杮’ ‘口血未乾’ ‘旱乾’ 等이 現在音에 모두 ‘건’으로 通用되는 點에에서 ‘간’이 ‘건’으로 統合된 모습을 보인다.

    (2) 質 지→질

      ① 周鄭交質(《左傳》隱公 3年) 音注 質 音致

      ② 質 바탕 질, 볼모 질, 폐백 지(《韓辭典》)

  ①의 音注 ‘質 音致’에 依한 國音은 ‘지’이고, 意味는 ‘볼모’이다. 이는 職日切 質韻에 依한 ‘질’의 ‘바탕’과는 다른 것이다.

 《字典釋要》에는 “質 전당 지, 바탕 질” 等으로,《新字典》에는 “質 지 幣帛, 질 文書” 等으로 나타나 ‘볼모’는 漏落되었다. 그리고 ②에는 “質 바탕 질, 졸모 질, 폐백 지”라 하여 ‘볼모’는 ‘질’로 나타나고 ‘幣帛’은 ‘지’로 나타났다. 質는 ‘폐백’일 때 ‘지’ 音이 維持되고, ‘볼모’일 때는 關聯된 語彙 ‘人質’ ‘質子’ 等이 現在音에 모두 ‘질’로 通用되는 點에서 ‘지’가 ‘질’로 統合된 모습을 보인다.


  2. 不完全 統合

    (1) 暴 포→폭

      ① 聖人之道衰 暴君代作 …邪說暴行又作(《孟子》滕文公 下 6章) 諺解 音 ‘포’, 諺解 : 暴君이 代로 作야 …邪說와 暴行이  作야

      ② 終風且暴 顧我則笑(《詩經》邶風 終風) 諺解 音 ‘포’, 諺解 : 終風이  暴나

      ③ 暴之於民 而民受之(《孟子》萬章 上 5章) 音注 暴 步卜反, 諺解 音 ‘폭’, 諺解 : 民에 暴야시늘

      ④ 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孟子》萬章 上 9章) 音注 暴 步卜反, 諺解 音 ‘폭’, 諺解 : 秋陽으로  暴디라

  ①의 暴君 ․ 暴行은 ‘포’인데 ‘사납다’는 뜻이고, ②는 ‘포’인데 ‘疾(빠르다)’의 뜻이다. ③은 ‘폭’인데 ‘顯(드러내다)’의 뜻이고, ④는 ‘폭’인데 ‘溫之(따듯이 하다)’의 뜻이다.

  ‘포’의 境遇는 위의 例 以外에도 暴力 ․ 暴動 ․ 暴風 ․ 亂暴 等이 있는바, ‘폭’이 쓰인 暴露 等에 干涉받아 ‘暴力’ 等의 ‘폭’으로 읽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暴惡 ․ 暴虐 ․ 强暴 ․ 橫暴 等은 아직도 ‘포’가 維持되고 있다. 이는 ‘포’가 ‘폭’으로 統合된 部分的 傾向을 보이는 것이다.

    (2) 行 항→행

      ① 父之齒隨行 兄之齒鴈行 朋友不相踰(《小學》明倫 87章) 諺解 音 ‘’, 諺解 : 아나 이 조차 니고…기러기 톄로 니고

      ② 大叔于田 乘乘黃 兩服上襄 兩驂鴈行(《詩經》鄭風 大叔于田) 音注 行 戶郞反, 諺解 音 ‘항’, 諺解 : 兩驂이 鴈行이로다

      ③ 肅肅鴇行 集于苞桑(《詩經》唐風 鴇羽) 音注 行 戶郞反, 諺解 音 ‘항’, 諺解 : 肅肅 鴇의 行이여

  ①의 鴈行에는 ‘다니다’의 ‘’이고, ②의 鴈行에는 ‘줄’의 ‘항’이고, ③의 鴇行에는 ‘줄’의 ‘항’이다. 같은 鴈行이 ‘’과 ‘항’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그에 따라 意味가 區別된다. ‘항’의 境遇는 行列 ․ 行伍 等이 있는바 現在音에 ‘행’으로 混用되고 있다. 行列은 寸數를 따질 때에 ‘항’과 ‘행’이 混用되지만 數學에서 數列을 말할 때는 ‘행’으로 定着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行伍는 ‘行’과 ‘伍’를 맞추라고 할 때에 ‘행’이라 하여 ‘항’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항’이 ‘행’으로 統合되어 가는 過程을 보이는 것이다.


  以上 異音干涉에 依한 統合은 誤讀에 依한 統合인데, 統合의 結果는 意味 辨別에 不利하게 作用하는 것이다.

  例컨대 ‘乾’은 ‘간’이라고 發話하면 意味가 ‘마르다’로, ‘건’이라고 發話하면 ‘하늘’로 辨別되지만, 모두 ‘건’으로 統合됨으로써 辨別性의 喪失이라는 結果를 招來하였다. 辨別性의 喪失에도 不拘하고 統合된 것은 統合된 結果로도 意味疏通이 可能하기 때문이다. 2字 以上의 合成語가 될 때 例컨대 乾燥 ․ 乾杮를 ‘간’으로 發話하지 않고 ‘건’으로 發話하여도 疏通이 되는 것이다. 疏通되지 않는 境遇는 統合될 수 없는 것이다. 結局 統合된 1音은 統合되기 以前의 二音에 딸린 意味를 모두 表音하는 統合音이 되었다.

  異音干涉의 完全 統合은 2音이 1音으로 歸結되었으나, 不完全 統合은 部分的 統合이어서 不統合音과 統合音의 2音이 共存하는 것이다. 例컨대 ‘暴’는 不統合音 ‘포’의 暴惡 等이 있고 統合音 ‘폭’의 暴君 等이 있어, 同字同義의 音이 ‘포’와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異音干涉에 依한 統合은 大部分 現在 固定音이 되어 統合 以前의 分化된 狀態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不完全 統合은 音과 義에 따른 辨別이 容易하면서 分明한 誤讀인 境遇 音과 義에 適應되는 애初 讀音을 維持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暴의 暴君 等을 ‘포군’ 等으로, 行의 行列 等을 ‘항렬’ 等으로 讀音하게 할 것이 要望된다.

  讀音을 意味에에 適應되도록 合致시키는 것은 音義의 辨別性 以外에도 올바른 讀音을 爲해서도 必要하다.

  不合理한 誤讀音보다 合理的인 正讀音이 言語의 傳達과 記憶 等에 有利하게 作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誤讀의 傾向을 認識함으로써 經史 等의 讀解, 漢詩 作法 等에 統合音대로만 適用하지 않고 統合 以前의 異音에 依한 意味를 追跡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漢字 그리고 漢文 讀解의 正確을 꾀하는 데에 寄與하는 것이다.

(<전통문화> 2006년 가을호/통권 15호, 9~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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