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卷頭言]

왜, 漢字 공부를 해야 하는가!

鄭愚相(서울교대 명예교수 ․ 본회 고문)


  나는 지난해 어느 날, 모처럼 鐘路의 3 ․ 1路를 걷게 되었다. 눈앞에 다가오는 공고문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삼일로(三一路) 주변(周邊) 노후(老朽) 불량(不良) 가로등(街路燈) 개량(改良) 및 조도(照度) 개선(改善)을 위(爲)한 가로등(街路燈) 정비(整備) 공사(工事)입니다.

Jongno. 2005. 9. 25


이라고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었다.

  ‘노후’ ‘조도’ 까지도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어서, “과연 저런 공고문으로 市民들에게 意思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로만 쓰기는 했지만 공고문 전체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고 다만 ‘~ 및 ~한 ~입니다.’만 고유한 우리말로 한글로 표기할 수 있는 말이다.

  공고문을 이와 같이 한글로만 표기하면 읽을 수는 있어도 意味 전달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다. 최소한 ‘老朽’와 ‘照度’ 정도는 한자로 쓰던가 괄호 안에 한자를 써 넣어야 할 것이다.

  지난 2004년 4월 2일, 統一部의 한 사무관은 離散家族 행사 지원차 金剛山의 김정숙 휴게소에서 北側 지원요원들과 함께 점심을 하면서 “(금강산) 바위에 ‘천출 명장 김정일 장군’이라고 한글로 써 놓으니 남쪽에선 ‘천민 출신(賤出)’이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바른 말을 했다. 점심을 함께 하던 북측 관계자들은 이 말을 듣고 즉각 우리 연락관을 찾아와 항의했다.

  이 사건이 원인이 되어 북측에서는 離散家族 相逢 행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우리 측에서는 統一部長官이 유감의 뜻을 표하고 사무관을 문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아마도 북측에서는 김정일 장군을 賤民出身이라고 폄하했다 해서 행사 중지를 제의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 초점은 한자어 ‘천출’에 있다. ‘천출’은 ‘天出’과 ‘賤出’의 意味가 있다. 물론 ‘천출 명장’은 ‘天出 名將’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漢字로 ‘天出’이라 表記하지 않고 한글만으로 표기해 놓았기 때문에 ‘天出’과 ‘賤出’의 혼란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천출’을 한자로 ‘天出’이라 쓰던가 아니면 괄호 안에 천출(天出)로 표기했더라면 이와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바위에 새겨 놓은 ‘천출 명장 김정일 장군’은 표기만 한글로 했을 뿐이지 모두 漢字로 構成된 ‘天出 名將 金正一 將軍’인 것이다.

  굳이 한글 전용만 고집하지 말고 意味混亂이 오는 어휘만이라도 漢字를 써서 한자어와 우리 고유어로 구성된 韓國語의 특징을 살려 간다면 한글과 漢字의 두 날개를 활짝 펴고 蒼空을 飛翔하는 아름다운 飛鳥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韓國語는 한글과 한자를 조화롭게 섞어 써야 意味混亂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국어의 意味分化의 核이 漢字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韓國語 구성의 原理를 생각하지 않고 한글만으로 표기하는 것을 고집한다면 ‘천출’ 사건과 같은 意味混亂의 갈등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國民意識의 혼란까지도 야기될 것이다.

  漢字의 威力은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漢字文化의 영향이며 漢字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言語機能, 즉 國(나라 국) 한 글자가 國家, 國民, 韓國, 祖國 등 400여 漢字語를 生成하고 900字의 한자를 알면 72,229의 한자어가 생성되어 어휘력이 놀랍게 伸張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表意文字인 漢字에는 탁월한 視覺力이 있다. 知識情報와 視覺力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五官에서 흡수하는 知識 가운데 聽覺으로부터 받는 약 11%의 정보보다 視覺으로부터 얻는 정보가 83%로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일본의 도로공단이 일본 최초의 메이신(名神) 高速道路를 개통했을 때 도로표지판을 어떤 文字로 쓸 것인가를 실험하였다. 즉 로마(Roma)자와 가나(假名)와 漢字를 표기하여 실험하였다. 실험은 高性能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작업을 작동시켜 그 노출 시간의 변화에 의하여 속도를 재는 것이다. 이 실험에 의하면 로마자는 1.5초, 가나(假名)는 0.7초, 漢字는 0.06초로 표지판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또한 이것을 東京大學校 工學部 교수 와타나베 시게루(渡邊茂) 박사가 다시 실험하여 확인하였다고 한다. (石井勳)

  즉 漢字 표기의 視覺性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高速道路 표지판의 표기를 한자로 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漢字는 速讀의 效力이 높을 뿐 아니라 意味의 認知가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에 우리 어휘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漢字와 한글을 조화롭게 섞어서 써야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漢字는 우리 國語의 意味分化의 核을 이룰 뿐 아니라 東北亞의 共通文字로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學生’이라는 單語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韓國, 中國, 日本의 東北亞에서 相通되는 말이다. 다만 우리는 ‘학생’이라 발음하고, 중국에서는 ‘쉬에셩’, 일본에서는 ‘각세이’로 각각 다르게 발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學生’이라고 漢字로 표기하면 韓 ․ 中 ․ 日 모두 같은 뜻으로 意思 소통이 된다. 이것은 漢字가 東北亞에서 共通으로 쓰이고 있는 文字로 東北亞 文化圈을 하나로 엮는 共同文字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로마자가 西洋文化를 形成했다면 漢字는 東洋文化를 生成한 것이다.

  21세기는 知識化, 情報化, 世界化 시대로서 세계의 경제적 촉각이 아세아 太平洋으로 쏠리는 亞太時代라고 한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이미 경제 대국으로 GNP가 31,300달러로 우리의 3배가 되고 근대화도 우리보다 50여 년이 앞서 있는 先進國이다.

  그리고 中國은 한반도의 44배의 면적을 가진 넓은 國土와 13억이 넘는 人口에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근자 무서운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上海 ․ 北京 ․ 浦東에서는 80층 건물들이 雨後竹筍처럼 솟아오르고 있고, 年 9%의 高度成長과 250억 불의 무역 흑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2008年 北京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經濟急成長을 위한 계획이 치밀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이 우리의 最大 交易國으로 부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관광객도 중국 ․ 일본 등 漢字文化圈 사람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經濟 5大 團體에서 新入社員 채용시험에서 한자 시험을 포함하기로 정하고 그 이유로는,

  첫째 韓 ․ 中 ․ 日간 경제교류 증가로 한자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한자 실력은 이에 미흡하다.

  둘째 한자 실력 저하로 한자문화권 국가와의 비즈니스에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셋째 大卒 新入社員들의 한자 能力 부족으로 外國人 거래처와의 명함 교환이나 人脈 구축 정보 수집 등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자 시험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漢字能力 不足으로 야기되는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삼성 李健熙 회장은 한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新年辭나 報告書 글자의 30% 이상을 漢字로 작성하고 있으며 漢字能力檢定試驗에서 3급 이상 자격증을 취득한 지원자에게는 加算點 20점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漢字力은 經濟發展의 밑거름이 되므로 우리나라 37곳의 기업에서 漢字 시험을 보고 가산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요즈음 大學街에서는 한자 공부의 열풍이 불고 있다. 漢字를 알아야 會社에 就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漢字學習은 文字言語 學習이다. 그러므로 어렸을 때 適期에 지도해야 학습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 원리를 외면한 한자교육을 이제까지 해 왔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어린이가 해야할 하늘천 ․ 따지,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당국은 이러한 漢字力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하고 早期學習 適期를 놓치지 말고 公敎育으로써 初等에서부터 한자를 철저히 지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전통문화> 2006년 가을호/통권 15호,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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