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그제 밤부터 내린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 곧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이 한 주간 맑고 깨끗한 마음가지고 아기 예수 탄생의 그 날을 맞이하라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기대되는 것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네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에 환하게 하얀 눈이 날리면 그것처럼 아름답고 기분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00여년 전에 이 땅에 아기예수가 탄생했습니다. 우리가 이 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인데요, 요즘은 단지 크리스마스 그 날 자체만 기억되고 기념되는 듯한 인상입니다. 연인들의 특별 이벤트 기간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혹은 망년의 즐거운 밤으로만 말입니다. 호시탐탐 요날 어떻게 좀 낚아보자는 심사가 발동하는 날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게 과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나, 그렇지 않은 타종교의 사람들이나, 또는 무신론자들이나 크리스마스는 '휴일' 이상의 특별한 날일 것입니다. 아기 예수가 '메시아'로서, 이 땅의 죽어가는 인간들을 구원할 하나님의 영으로서 오신 날이기에,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일년의 어떤 날보다도 이 날이 소중하고 감사하며, 복된 날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크리스마스가 의미 없는 날은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우리는 불교도가 아닐 지라도, 다만 한 뛰어난 성인으로서의 부처님의 자비가 이땅에 충만히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날을 맞이합니다. 이 크리스마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독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랑'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처음이자 끝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기독교, 우리 한국의 교회에서 그런 진정한 예수님의 '사랑'을 보지 못 할 때가 많습니다. 아타까운 일입니다만, 이 날 만큼은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기독교 만의 신으로서 '예수'가 아닌 사랑과 헌신으로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간 '예수'를 기념하고 본 받기를 바랍니다.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사랑'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척 연인들은 이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무언가 '합법적으로' 데이트할 수 있고, 뜻깊은(?) 시간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것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조금씩 축소되고 변질되는 것을 느낍니다. 연인들의 그런 사랑을 탓할 바는 못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언가 변질의 원인소가 침투한 것은 아닐까요? 온갖 잡다한 상업주의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는 기분입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보면, 제게도 크리스마스는 다만 아기 예수 탄생의 거룩한 날만이 아니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떤 이성적 설레임도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 때는 인터넷이 그렇게 발달한 때가 아니어서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정성스레 만들어서(혹은 만들어진 크리스마스를 사기도 하지만 그 안에 소중한 이야기들을 담았답니다.) 건내주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그 느낌이 그립습니다.

가족에게, 선생님에게, 주위 친구들에게 카드를 주고 받는 기분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평소 마음에 두었던 여자 친구에게, 평소에는 말 한 번 제대로 붙여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니까 큰 맘 먹고 크리스마스에 '사랑'을 둠뿍 담아 보내기도 하였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뤄지는 커플들도 많이 있었죠. 안타깝지만 저는 예외였지만 말이에요.

이런 기억도 있습니다. 여자 애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애들한테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반에서 젤 이쁜 애한테 카드를 못받은 저같은 애들은 괜히 시무룩하고, 받은 놈들은 자기가 최고인양 으스대도, 괜히 기분 나쁘고, 그 여자 애를 못된 계집애로 치부해 버리기도 하고, 그런 설렘과 어쩌면 안타까운 마음들까지도 지금에서는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요즘 아쉬운 것이 이런 것입니다. 여자친구와 혹은 남자친구에 소중한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그것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보다 넓고 깊고, 그리고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작은 사랑의 마음을 나누어 주자는 것입니다. 거기에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있는 것을 테니까요.

그 좋은 방법이 바로 지금은 잃어버린 듯한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기입니다. 언제부턴지 보내는 것도 줄어지더니 요새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고 받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다시 이것을 되돌려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쁘고 비싸게 치장된 것 보낼 필요 전혀 없습니다. 다만 그 안에 '축복과 사랑'의 말 듬뿍 담아 보내면 되는 것입니다. 직접 정성스레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구요. 저는 손재주가 없어 엇그제 문방구에 가서 하나에 1000원 쯤 하는 카드를 몇 개 골라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쓰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몇마디 쓰는 것 같지만, 그게 또 그런게 아니더군요. "메리 크리스마스" 뿐이어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우선은 그 카드를 받을 상대방을 다만이라도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 생각가운데 그를 축복하고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 그것 자체로 굉장히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지만 오늘부터 저와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보기로 하는 것을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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