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語文隨想>

專門用語를 소리로만 읊는 젊은이들

金允溟(檀國大 電子工學科 敎授)


  <한국경제신문> 2006년 11월 11일자 제1면 上段에 보도된 것을 보면, ‘글로벌 人的 資源 포럼’에서 미국 하버드大學 로버트 배로 교수는 “교육의 質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며, 科學과 數學 점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 성장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質을 높이고 科學과 數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미가 분명한 學術用語들을 많이 가진 좋은 言語가 있어야 한다. 그런 面에서 言語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無形의 基盤施設(infrastructure)이다.

  우리의 학문이나 기술 용어 대부분은 西歐에서 만들어진 것이 日本에 들어와 漢字化의 과정을 거친 다음, 우리나라에 떠밀려 들어왔다. 그것은 우리에게 幸運인가, 不幸인가? 그것을 不幸이라 치고, 全面的으로 뜯어고칠 생각을 한번 해보자면, 그 일은 너무나 엄청나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漢字 用語는 그냥 漢字로 적는다. 여기에는 아무런 反論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한글은 대단히 우수하여 모든 용어를 한글로 적어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것은 지나친 自慢이며 근거 없는 盲信이다. 한글은 생각만큼 그렇게 萬能이지 않다. 한글은 영어와 같은 표음문자이지만, 言語史的 상황과 현재의 사용 환경이 서로 다르므로 동일한 주장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영어는 거의 모든 용어를 알파벳으로만 적고 있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같은 소리文字이면서도 한글로는 잘 안 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영어는 소리문자라 하여도 알파벳 몇 字가 모이면 의미를 가지게 되어 있다. 漢字도 낱자마다 그 의미가 있지만, 그것을 소리문자로 바꾸면 갑자기 그 의미를 잃게 되거나 不分明하게 된다. 여기에서 용어를 영어와 한글로 쓸 때 근본적 차이가 발생한다.

  專門用語의 정확한 의미 전달은 교육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용어의 의미를 분명하게 알지 않고서는 아무리 공부하여도 별 효과가 없다. 뜻이 분명하게 이해되지 않은 용어는 정확하게 사용되지 않고 살짝 變質되거나 誤解되어 사용된다.(이렇게 해서 언어는 또 進化해 간다.) 엄밀하게 定義된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는 학문 세계에서, 이것은 쥐약이다. 거의 모든 학술용어가 漢字로 된 우리나라에서 漢字 없이 학문을 擧論한다면 그것은 詐欺이며, 良心 不足이다. 용어의 정확한 의미 理解가 없이 ‘무어네, 마네’ 하면서 初 ․ 中 ․ 高 ․ 大學에서 敎育이라는 것이 行해지고 있다. 대학 교수들도 자기 세대는 한글 세대로서 漢字를 전혀 배우지 않았노라 하면서, 정확한 의미 解讀 없이 소리로만 전문 용어를 열심히 읊고 있다. 차라리 英語로만 가르치고 배워라. 그러면 自己欺滿은 避하리라.


  조상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이 녹아 있는 노래들의 深奧한 뜻은 漢字와 더불어 씌었을 때 더욱 감칠맛이 난다. 전통 사상이 잘 반영된 俗歌體의 頌佛歌詞이며, 지금도 放送으로 간간이 들을 수 있는 悔心曲의 첫머리를 純 한글로만 적어보겠다.


일심으로 정념 아 아미이로 타불.

억조창생은 다 만민시주님네 이내 말씀을 들어보소.

인간세상에 다 나온 은덕을랑 남녀노소가 잊지를 마소.

건명전의 법화경이로구나 곤명전의 은중경이로다.

우리 부모 날 비실제 백일정성이며 산천기도라.

명산대찰을 다니시며 온갖 정성을 들이시니

힘든 남기 꺾어지며 공든 탑이 무너지랴 지성이면 감천이라.

                                              (별회심곡)


  위의 歌詞에 한자를 쓰지 않아 이해되지 않는 곳은 없지만, 거기에 漢字를 섞어서 다시 적어보겠다.


一心으로 精念 아 阿彌이로 陀佛.

億兆蒼生은 다 萬民施主님네 이내 말씀을 들어보소.

人間世上에 다 나온 恩德을랑 男女老少가 잊지를 마소.

乾命前의 法華經이로구나 坤命前의 恩重經이로다.

우리 父母 날 비실제 百日精誠이며 山川祈禱라.

名山大刹을 다니시며 온갖 精誠을 들이시니

힘든 남기 꺾어지며 功든 塔이 무너지랴 至誠이면 感天이라.

                                              (別悔心曲)


  같은 노래 구절이지만 달리 적힌 두 노래를 읽어볼 때, 槪念이 구체화되어 마음에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確然히 다름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 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對應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언어가 基盤이 되어 받쳐주어야 한다. 自國 말과 글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족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과 같이 일종의 傲慢과 獨善이며, 언어적 鎖國이다. 우리말과 글이 풍족해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분량의 漢字를 숙달시켜 잘 활용되도록 하고, 적절한 외래어들을 우리말의 일부에 편입시켜서 새로운 뜻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리글자인 우리 한글이 세계적으로 널리 발음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한글은 母音價를 나타내는 것에는 큰 부족함이 없는 것 같으나, 子音價를 나타내기에는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f, r, v, z 발음 및 발음부호 θ(theta)를 지금의 한글로는 정확하게 나타낼 수가 없다. 물론 소리를 제대로 표시할 수 없는 다른 자음들도 더 있고, 영어 아닌 다른 언어를 나타내기에 부족한 것들도 많이 있겠지만, 우선 영어 표기에 부족한 최소한의 몇 가지 音價를 생각해 보고, 이를 정확히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한글 子音 몇 개와 母音 한두 개 만드는 것을 語文學界에 제안하는 바이다. (<語文생활> 통권 제109호,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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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6-12-1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학자의 얘기여서 그런지 귀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네요. "자음 몇 개와 모음 한두 개 만드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런 정도는 그냥 흘려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