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28~32는 시 지문에서 출제되었다.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이육사의「교목(喬木)」을 비롯해 신석정의「들길에 서서」와 김종길의「고고(孤高)」등 세 편이 출제되었다. 신석정의 시는 비교적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김종길의 시는 다소 난해한 면이 있어 학생들이 시를 독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반적으로 출제된 문항이 난이도가 높아, 이번 언어영역 시험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까다로웠다고 할 수 있겠다.

[28~3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이육사, 「교목(喬木)」 -


(나)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


(다)

북한산(北漢山)이

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

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밤사이 눈이 내린,

그것도 백운대(白雲臺)나 인수봉(仁壽峰) 같은

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

가볍게 눈을 쓰고


왼 산은 차가운 수묵으로 젖어 있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신록이나 단풍,

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

눈이라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積雪)로는 드러나지 는,


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

그 고고(孤高)한 높이를 회복하려면


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

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

- 김종길, 「고고(孤高)」 -

 

28.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와 (나)에는 현재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

(가)와 (다)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해소된 조화로운 상태가 구현되어 있다.

③(나)와 (다)에는 일상생활의 소중함에 대한 자각이 나타나 있다.

④(가), (나), (다)에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깨달음이 바탕에 깔려 있다.

⑤(가), (나), (다)에는 화자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삶의 자세가 담겨 있다.

 

문항 28은 각각의 시에 대한 알맞은 설명을 고르는 것이다. (가) 시에서 나타난 화자의 현실 인식태도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나) 시에서는 현실 인식의 긍적적 태도를 엿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화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①의 설명은 (가) 시에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적절하지 못하다. 시 (가)와 (나)에서는 모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해소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적 상황에 대해 화자의 고뇌와 '기다림'의 정서를 찾을 수 있으므로 ②의 설명또한 잘못이다. ③의 설명은 시 (나)에만 해당된다고 하겠다. ④의 설명은 시 (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답은 ⑤이다.

29.  (가)와 (나)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상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1점]

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② 어조의 변화를 통해 시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③ 동일한 색채어를 반복하여 정서를 고조시키고 있다.

④ 공감각적 표현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⑤ 화자의 시선이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29번은 (가)와 (나)의 표현상의 고통점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출제된 문항 중에 가장 용이하게 풀 수 있었을 듯 하다. 정답은 ①이다. 시 (가)에서는 어조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②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②의 색체어 반복은 (나) 시에만 해당된다. (가)에 '푸른'이라는 색체어가 나오지만 반복되고 있지는 않다. 공감각적 표현은 양 시 모두에서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④의 설명은 해당되지 않는다. ⑤의 설명 또한 해당사항 없다.

30.  <보기>는 (가)에 대한 심화 학습을 위하여 수집한 자료이다. 이를 참고하여 토의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백과사전】

이육사: 시인. 1904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항일 독립 투쟁로 20여 차례의 투옥 끝에 베이징 감옥에서 옥사함.

 ․작품 경향: 저항 의식, 실향 의식과 비애, 초인 의지와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 등을 주제로 삼고 있음. 정제된 형식미와 안정된 운율감을 보임.

 ․「교목」: 1940년 ꡔ인문평론ꡕ 7월호에 발표.

【국어사전】

교목: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게 자라는 큰 나무.

【인터넷 자료】

 ․ꡔ맹자ꡕ에 따르면, ‘교목’은 오랜 세월 덕을 닦아 임금을 도(道)로써 보필하여 나라를 떠받치는 신하를 의미한다.

 ․시인은 빈궁과 투옥과 유랑의 사십 평생에 거의 하루도 평온한 날이 없었다. 문학청년은 아니었으나 삼십 고개를 넘어 시를 쓰기 시작했고, 혁명적 열정과 의욕을 시에 의탁해 꿈도 그려 보고 불평도 터뜨렸던 것이다.(ꡔ육사 시집ꡕ 발문)

①이 시의 제목은 나라를 위한 시인의 절개와 기상을 표상한 것이다.

이 시의 행 배열과 연 구성에서도 이육사 시의 형식적 특성을 찾을 수 있다.

‘낡은 거미집’은 시인의 고난에 찬 삶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끝없는 꿈길’은 시인의 혁명적 열정과 의욕을 함축하고 있다.

‘바람’은 이국을 떠돌던 시인의 실향 의식과 저항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문항 30번은 함정이 숨어 있는 문제였다. 주어진 <보기>의 자료가 오히려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을 고르는 문제로서 정답은 ⑤이다. '바람'의 의미를 시 안에서 갖게되는 것이므로 시의 내용을 근거로 해야한다. 따라서 '바람'은 시적 화자에게 가해지는 억압이나 고통 등으로 파악되므로, ⑤의 설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31.  <보기>는 (나)와 (다)를 자료로 한 수업의 일부이다. 학생들의 의견 가운데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선생님: (나)와 (다)의 기본적인 짜임새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어요.

 

 (나)                        (다)

  

1~2연

 

3~4연

 

5~6연

 

 

   

1연

 

2~3연

 

4~6연

 

 

  A        B       C       A       B       C

 

  이제 두 시를 자세히 읽고, 시상의 전개에 대해 의견을 말해 볼까요?

①(나)에서 A의 두 연은 ‘하늘’, B의 두 연은 ‘지구’, C의 두 연은 ‘푸른 별’이라는 시어를 통해 각각 결합되고 있어요.

(나)는 A에서 ‘하늘로 팔을 드러내는’ 숭고함을, B에서 ‘땅을 디디고 선’ 기쁨을 그리는데, 이것들이 C의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보는’ 거룩함으로 연결되고 있어요.

③(나)는 (다)와 달리 A의 내용이 B에서 응축되고, B의 내용이 C에서 더 응축되고 있어요. A에서 C로 갈수록 묘사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의미가 심화되는 것이 특징이에요.

(다)의 A, B, C는 모두 ‘기다려야만 한다’는 말로 끝나고, ‘겨울’이라는 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요. 반복이 이 시의 특징이에요.

⑤(다)는 (나)와 달리 A는 한 연, B는 두 연, C는 세 연으로 늘어나요. 그러면서 B와 C는 A의 시상을 상세화하고 있어요.

 

31번은 (나)와 (다)의 시상 전개 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고 있다. 시 (나)는 1~2연의 '숭고', 2~3연의 '기쁜 일', 3~4연의 '거룩한 나의 일과' 등으로 파악된다. 이것은 각각이 대등하게 나열되고 있다. 따라서 시의 내용이 뒤로 갈 수록 응축되고, 묘사의 범우가 좁어지면서 의미가 심화된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못하다.

32.  (다)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옅은 화장’은 산봉우리에 눈이 살짝 쌓인 모습을 나타낸 것이야. 산의 미묘한 변화에 주목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어.

‘차가운 수묵’은 겨울 산의 모습을 그림에 비유한 거야. 대상의 속성이 드러날 수 있는 정황을 묘사하고 있어.

③‘신록’, ‘단풍’, ‘안개’는 겨울이 아닐 때의 산의 모습을 나타내. 이들과의 대비를 통해 겨울 산의 의미를 부각하고 있어.

‘왼 산을 뒤덮는 적설’은 가볍게 눈에 덮여 있는 상태와 호응하지.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홀로 존재하는 산봉우리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

‘장밋빛 햇살’은 가볍게 눈 덮인 산봉우리의 속성을 ‘변질’시키지. 그럼으로써 화자가 형상화한 산봉우리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

 

32번에서는 각 선지에 사용된 설명 어휘 하나의 의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자칫 틀리기 쉬운 문제였다. (다)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못한 것은 ④으로, '왼 산을 뒤덮는 적설'은 가볍게 눈에 덮여 있는 상태와 대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응'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못하다.

이상의 문제를 통해 볼 때, 이번 언어영역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고 판단된다. 다소 난해하게 생각될 수 있는 김종길의 시와 더불어, 각 문항에 숨겨져 있는 교묘한 함정들이 그 원인이다. 따라서 이번 언어영역의 승패는 이 시 지문에서 출제된 문항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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