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천터미널엘 갔다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이 안내 표지판을 왜 찍었을까요?

저는 이 안내 표지판을 읽고서 곧바로 뒤를 돌아다 보았습니다. 뒤를 보았더니, 어처구니 없게도 아파트 단지만이 보일 뿐, 인천교통공사로 보이는 건물은 없었습니다. 허허~ 그럼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지?

"전면 건물이 인천교통공사입니다."라는 문장에서 '전면'이란 단어를 저는 '前面'으로 이해하고 뒤를 돌아 보았던 것이지요. 몇 차례를 더 읽어보고 나서야, 그것이 '全面'이라는 단어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에 이 문장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전면'란 동음어는 흔히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前面'과 '全面'이 그것입니다. 조금 더 사용빈도가 높은 것은 前面인데요, 그렇기 때문인지 "전면 건물"하면, "앞에 있는 건물"로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둘러보고 다시 읽고 해서야 그 뜻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저야 뭐 할일 없는 사람이니 그걸 그렇게 따져보고 해서, 무슨 뜻인지를 알아냈으나, 요즘 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한 번 보고는 아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게 되죠.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지나갔던 사람들이 나중에 무슨 일이 있어 인천교통공사를 찾게 될 때, 이전의 그 정보를 기억하게되고, 그래서 엉뚱한 곳에가서 헤매게 될 것이라는 거죠. 따라서 이런 별거 아닌 것 같은 일도 나중에는 여러모로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는 얘기입니다.

안내나 광고문의 생명은 짧은 몇 마디로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제한된 시공간적 조건에 의해 그런 제약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요, 여기서 요긴하기 쓰일 수 있는 것이 바로 한자(어)입니다. 한자의 시각적 효과와 뛰어난 의미전달은 그런 제약들을 무마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문자가 되죠. 그래서 여기에 전면을 한글로 쓰지 않고 全面이라고 썼다면, 뒤돌아볼 일도, 나중에 엄한 데서 찾을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내문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굳이 한자어로 쓰지 않아도 될 듯 해 보이기도 합니다. "전체 건물이~"라거나, "모든 건물이" 혹은 "건물 전체(모두)가"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굳이 한자어를 쓸 거였다면 한자를 병기한다거나 한자로 표기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한글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을 크게 받지 않는다면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안내문이나 광고문에서는 말이죠. 그럴 때는 한자어를 쓰게 마련인데, 이럴 경우에는 그 의미가 분명하고 명확할 수 있도록 한자를 써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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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0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옳소!

멜기세덱 2006-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