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항 15~19는 문학지문에서 출제되었다. 김유정의「만무방」은 매우 잘 알려져 있어 수험생들은 부담을 덜 느겼을 듯 하다. 출제된 지문을 보도록 하자.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주재소는 그를 노려보았다.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데 학질이었다. 어느 동리고 가 있다가 불행히 일만 나면 누구보다도 그부터 붙들려 간다. 왜냐면 그는 전과 사범이었다. 처음에는 도박으로, 다음엔 절도로, 또 고 담에는 절도로, 절도로.
그러나 이번 멀리 아우를 방문함은 생활이 궁하여 근대러 왔다거나 혹은 일을 해 보러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혈족이라곤 단 하나의 동생이요, 또한 오래 못 본지라 때 없이 그리웠다. 그래 모처럼 찾아온 것이 뜻밖에 덜컥 일을 만났다.
지금까지 논의 벼가 서 있다면 그것은 성한 사람의 짓이라 안 할 것이다.
응오는 응고개 논의 벼를 여태 베지 않았다. 물론 응오가 베어야 할 것이나, 누가 듣든지 그 형 응칠이를 먼저 의심하리라. 그럼 여기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응칠이가 혼자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응오는 진실한 농군이었다. 나이 서른하나로 무던히 철났다 하고 동리에서 ⓐ쳐주는 모범 청년이었다. 그런데 벼를 베지 않는다. 남은 다들 거둬들였고 털기까지 하련만 그는 ㉠벨 생각조차 않는 것이다.
지주라든 혹은 그에게 장리*를 놓은 김 참판이든 뻔찔 찾아와 벼를 베라 독촉하였다.
“얼른 털어서 낼 건 내야지.”
하면 그 대답은,
“계집이 죽게 됐는데 벼는 다 뭐지유―”
하고 한결같이 내뱉는 소리뿐이었다.
하기는 응오의 아내가 지금 기지사경이매 틈은 없었다 하더라도 돈이 놀아서 약을 못 쓰는 이 판이니 진시 벼라도 털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왜 안 털었던가.
그것은 작년 응오와 같이 지주 문전에서 타작을 하던 친구라면 묻지는 않으리라. 한 해 동안 애를 ⓑ졸이며 홑자식 모양으로 알뜰히 가꾸던 그 벼를 거둬들임은 기쁨에 틀림없었다. 꼭두새벽부터 엣, 엣, 하며 괴로움을 모른다. 그러나 캄캄하도록 털고 나서 지주에게 도지*를 제하고, 장리쌀을 제하고, 색초*를 제하고 보니 남은 것은 ㉡등줄기를 흐르는 식은땀이 있을 따름. 그것은 슬프다 하기보다 끝없이 부끄러웠다. 같이 털어 주던 동무들이 뻔히 보고 섰는데 빈 지게로 덜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건 진정 열적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참다 참다 못해 응오는 눈에 눈물이 흘렀던 것이다.
ͭͭ鸀ͫZA흉 깨qƱ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 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알장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응칠이의 죄목은 여기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국으로 가만만 있었다면 좋은 걸 이 사품에 뛰어들어 지주의 뺨을 제법 갈긴 것이 응칠이었다.
처음에야 그럴 작정이 아니었다. 그는 여러 곳 물을 마신 이만치 어지간히 속이 틘 건달이었다. 지주를 만나 까놓고 썩 좋은 소리로 의논하였다. 올 농사는 반실이니 도지도 좀 감해 주는 게 어떠냐고. 그러나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 정 이러면 하여튼 일 년 품은 빼야 할 테니 나는 그 논에다 불을 지르겠수, 하여도 잠자코 응치 않는다. 지주로 보면 자기로도 그 벼는 넉넉히 거둬들일 수는 있다마는, 한번 버릇을 잘못 해 놓으면 여느 작인까지 행실을 버릴까 염려하여 겉으로 독촉만 하고 있는 터이었다. 실상이야 고까짓 벼쯤 있어도 고만 없어도 고만, 그 심보를 눈치 채고 응칠이는 화를 벌컥 낸 것만은 좋으나 저도 모르게 대뜸 주먹뺨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문제 중에 있는 벼인데 ㉢귀신의 놀음 같은 변괴가 생겼다. 다시 말하면 벼가 없어졌다. 그것도 병들어 쓰러진 쭉정이는 제쳐 놓고 무얼로 그랬는지 알장 이삭만 따 갔다. 그 면적으로 어림하면 아마 못 돼도 한 댓 말 가량은 될는지!
응칠이가 아침 일찍이 그 논께로 노닐자 이걸 발견하고 기가 막혔다. 누굴 성가시게 굴려고 그러는지. 산속에 파묻힌 논이라 아직은 본 사람이 없는 모양 같다. 하나 동리에 이 소문이 퍼지기만 하면 저는 어느 모로든 혐의를 받아 폐는 좋이 입어야 될 것이다.
(중략)
한 식경쯤 지났을까, 도적은 다시 나타난다. 논둑에 머리만 내놓고 사면을 두리번거리더니 그제야 기어 나온다. 얼굴에는 눈만 내놓고 수건인지 뭔지 헝겊이 가리었다. 봇짐을 등에 짊어 메고는 허리를 구붓이 뺑소니를 ⓔ놓는다.
그러자 응칠이가 날쌔게 달려들며,
“이 자식, 남의 벼를 훔쳐 가니!”
하고 대포처럼 고함을 지르니 논둑으로 고대로 데굴데굴 굴러서 떨어진다. 얼결에 호되게 놀란 모양이다.
응칠이는 덤벼들어 우선 허리께를 내려조겼다. 어이쿠쿠, 쿠― 하고 처참한 비명이다. 이 소리에 귀가 번쩍 띄어서 그 고개를 들고 팔부터 벗겨 보았다. 그러나 너무나 어이가 없었음인지 시선을 치걷으며 그 자리에 우두망찰한다.
그것은 ㉣무서운 침묵이었다. 살뚱맞은 바람만 공중에서 북새를 논다.
한참을 신음하다 도적은 일어나더니,
“성님까지 이렇게 못살게 굴기유?”
제법 눈을 부라리며 몸을 홱 돌린다. 그리고 느끼며 울음이 복받친다. 봇짐도 내버린 채,
“내 것 내가 먹는데 누가 뭐래?”
하고 데퉁스러이 내뱉고는 비틀비틀 논 저쪽으로 없어진다.
형은 너무 ㉤꿈속 같아서 멍하니 섰을 뿐이다.
- 김유정, 「만무방」 -
*장리: 돈이나 곡식을 꾸어 주고, 받을 때는 한 해 이자로 본디 곡식의 절반 이상을 받는 변리.
*도지: 남의 논밭을 빌려서 부치는 대가로 해마다 내는 벼.
*색초: 잡초를 제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15.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1점]
①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따라가며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
② 다양한 인물들의 경험을 삽화 형식으로 나열하고 있다.
③ 장황한 해설을 통해 작가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④ 인물의 외양 묘사를 통해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⑤ 회상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15번은 글 전체에 대한 설명을 묻고 있다. 정답은 ①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고 보기 어렵고, 형식 또한 '삽화'형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②는 잘못이다. 이 글에서 '장황한 해설'은 보이지 않으며, 인물들의 행동과 대화가 사건 진행의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인물의 외양 묘사'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회상을 통해 서정적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16.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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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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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A]는 [B]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상황적 배경이 된다.
ㄴ.[A]에 드러나 있는 갈등은 [B]에서 극적으로 해소된다.
ㄷ.[A]와 [B]가 묶여 당시의 궁핍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ㄹ.[A]에서는 불만의 대상이 개인이었다가 [B]에서는 사회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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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ㄴ, ㄷ
④ ㄴ, ㄹ ⑤ ㄷ, ㄹ
16번. [A]에는 벼를 베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나타나고 있고, [B]는 몰래 벼를 베다가 숨어 있던 형을 만난 장면이다. 여기에 대한 알맞은 설명은 ㄱ과 ㄷ을 고를 수 있다. [A]에서 들어난다고 할 수 있는 갈등은 '지주', '빚쟁이'와 '소작인' 간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겠으나, 이것이 [B]에서 해소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ㄴ은 잘못된 설명이다. [B]에서 또한 불만의 대상이 '사회'로 확대되고 있음은 찾을 수 없다.
17. ‘응칠’의 행동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다. <보기>를 토대로 위 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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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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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응칠이는 먼 곳에서 동생을 찾아온다.
ㄴ. 응칠이는 담판을 지으려고 지주를 만난다.
ㄷ. 응칠이는 지주의 뺨을 때린다.
ㄹ. 응칠이는 논에 가서 도적을 기다린다.
ㅁ. 응칠이는 도적을 잡기 위해 다짜고짜로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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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ㄱ, ㄴ을 통해 동생을 생각하는 응칠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②ㄱ, ㄹ에서 응칠이가 동생을 찾아온 일이 도적과 관계됨을 알 수 있어.
③ㄴ, ㄷ, ㅁ을 통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응칠이의 성격을 알 수 있어.
④ㄴ, ㄹ을 통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응칠이의 의지를 볼 수 있어.
⑤ㄹ, ㅁ은 응칠이가 자신에게 미칠지 모를 혐의를 벗기 위해 한 행위일 수 있어.
17번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인물의 행동을 통해 그 인물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②다. 응칠이 먼 곳에서 동생을 찾아 온 것은 도적과는 무관한 것이었음을 작품에서 읽을 수 있다. 그 이후에 논의 벼가 몰래 베어진 것을 알았고, 그로 인해 도적을 기다린 것일 뿐임으로 ②의 감상은 적절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1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진실한 농군’의 행위인 점에 비추어, 의도가 단순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②㉡: 노동의 결과가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③㉢: 새로운 문제의 발생으로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된다.
④㉣: 싸움 중에 잠시 찾아온 침묵으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표현되어 있다.
⑤㉤: 뜻밖의 상황을 당해 당혹스러워 하는 인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8번. ㅇㅁㄹㅎㅁㅌㅊㅂㅂㅈㄷㄱ'㉣ 무서운 침묵이었다.' 몰래 벼를 베어간 것이 동생임을 알게되고, 서로가 '어이가 없었음'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은 보이지 않는다.
19. ⓐ~ⓔ를 바꿔 쓴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점]
① ⓐ: 알아주는 ② ⓑ: 태우며
③ ⓒ: 갚을 ④ ⓓ: 거칠게
⑤ ⓔ: 친다
19번. "지주는 암말 없이 고개를 ⓓ모로 흔들었다."에서 '모로'는 '비껴서, 혹은 대각선으로'나 '옆쪽으로'란 뜻이다. 이것을 '거칠게'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