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은 제가 세상에 태어난지 28번째 되는 날입니다.
28번째 맞는 생일, 뭐라 특별히 규정할 만한, 의미를 부여할 만한 그런 날은 아닌 듯 합니다.
20대의 젊음과 열정을 차츰 덜어내면서, 이제는 한발짝씩 서른으로 다가가는, 그야말로 '서른 즈음'의 위치에 있는 나이, 사실 이런 나이는 이도저도 아닌, 경계에 걸쳐있는 나이가 아닌듯 해요.
11월의 14번째 날도 또한 다분히 경계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거 같아요. 가을의 끝자락이랄까, 겨울의 초입이랄까, 이것도 저것도 그리 잘 어울릴 법한 날은 아니에요.
그래서, 11월 14일에 28번째 생일을 맞이한 저에게는 다분히 무언가 혼란스럽기도 하답니다.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그런 나이가 되었거든요. 그러면서 이런 물음에 사로잡히곤 한답니다.
경계 속에서 우리는 흔들립니다. 갈피를 잡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런 경계를 살아가면서 무수히 경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크고 작음이 문제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게 이 경계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도 생각이 됩니다.
무엇보다 나를 먼저 찾아야 하니까요. 이제 더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사실! 나는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 물음이 저를 간혹 엄습해 오고 있답니다.
작년 이맘때 저는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문열, <<사람의 아들>>, 민음사, 2004.
다소 종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문열 특유의 현학취미를 맘껏 뽐내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어느정도 감안하고 읽는다면,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가 과연 신의 아들인가, 사람의 아들인가하는 물음, 인간의 구원과 행복은 이런 종교적 의미에서만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소설 속에서 던져지는 의문들을 넘어서, 저는 나 자신의 어떤 정체성에도 물음을 제기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나는 과연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해야하며,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이것은 아마도 예수가 본격적으로 사역에 나서기 전, 그러니깐 서른 이전에 그가 고민한 물음들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런 물음을 우리에게 넌지시 던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제 28번째 생일이라서 이런 의문과 물음이 의미있을 거라는 것은 아닙니다.
11월이란 계절, 그리고 더이상 젊음의 혈기만을 내세울 수 없는 그런 나이에, 이 소설 <<사람의 아들>>은 또하나의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길고긴 기나긴 가을의 뒷자락과 겨울의 초입의 밤에 읽기 좋은 책이라는 사실, 그것이 다만 14일과 만났을 따름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