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5시 취침
정오 12시경 기상
고양이 세수만 하고 머리는 있는대로 부시시한 채, 부엌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S 옆을 투명인간처럼 지나가다.
그리곤 아몬드 후레이크를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어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방에 컴백-
블로커스를 꺼내 조각들을 맞추며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 돌입.
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탁월하게 감지해주는 밤비가 나를 위로해주려는 듯 서성거리며 눈치를 본다.
한참 블로커스를 두고 있는데, 거실에서 C가 외친다.
" 밥 먹어~"
" 먹고 있어.."
잠시 뒤, 다시 들려오는 외침.
" 식사 후에 미술전 갈까? "
C의 그림이 H 미술제에서 이번에 특선했다더라. 어떤 그림으로 나갔는지 궁금하긴 하다.
지난번 D 미술제처럼 재밌을까. 조금 솔깃해서 나는 물어봤다.
" 어디서 하는데..? "
" 서울 "
" ......."
또각. 또각. 또각. (블로커스 조각 맞추는 소리 몇 차례 지나간 후)
" 안 가 "
" 어...그래.." (조금 민망한 말투의 C. 미안하긴 하지만...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걸. 특히, 장거리 이동은)
왠지 김이 빠져버린 듯한 두 사람 C와 S는 식사 후에, 미술전 가기를 다른 날로 미루고 운동 겸 산책가자 한다.
막바지 코스로 내가 좋아하는 홈플 마트도 가잔다.
그 때, 나는 CD에 자료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짜증 지수 50 이 넘어가고 있었음. ㅡ.,ㅡ
C와 S도 역시 다른 방에서 컴으로 자료 검색 등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가자고 일어서기까지 나는
"나도 갈래" "아니, 안가" "그냥 갈래" "역시 안가. 4시 다 되어서 가면 언제 와" 등등 변덕을 부리며 불안 심리 남발.
결국 혼자 남겨진 나는 새로 산 Rock music CD 를 오디오에 넣고,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감상중...이 아니고
아무 생각없음.
그러다 벌떡 일어나 밤비 목욕 시켰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맥주 한 캔을 먹으며 바꿔버린 CD 음악,
Ne-yo 를 들으며 기분 다스리기 시작.
저녁 6시, 해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세차하기로 마음 먹고 뜨뜻한 물 양동이에 담아 낑낑대며 나가버림.
예전에 산 '스펀지-밥' 캐릭터 스펀지로 애마를 씻겨줌.
미리 준비해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데 뒷 쪽을 보니 어느새 얇게 물이 얼어 있음. 이런, 제길슨~ ㅡ.,ㅡ
집에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다음부터 밤 11시경까지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음. =_=
중간에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수로가 웃긴 이야기를 해준 것만 기억남.
중국 촬영 시 겪었던 '인해전술이란 말의 피부체험담'은 정말 웃겼음.
밤, C와 영화 <브레이브 원>을 보면서 '나쁜 놈의 여자친구'가 한 대사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임.
C : 저 여자처럼(주인공 '에리카') 되기 싫단 뜻인가봐.
L : 아니야, 에리카가 저 여자(나쁜 놈 여친) 남자친구도 자신이 당한 것처럼 죽일까봐 (남친 주소) 안 알려주는거야~
C : 저 여자(에리카) 맞은 것처럼 당할까봐 그런거 아냐?
L : 아니라니까. 에리카가 가서 남친 죽여버리면 자기는 맞을 일 없는데 왜 그래~
끝없는 동상이몽.
보다 못한 S가 컴을 하다 말고 핀잔 한 마디에 우리의 줄다리기는 떙~
생각보다 시시한 영화.
그러니까 어제 아침부터(정확히는 새벽부터) 기분이 참 꿀꿀이란 말이지. =_=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 동안 먹은건,
시리얼+우유 - 맥주 - 국수 - 맥주 - 빵+우유 - 밥
응? 어째 밥 먹는 횟수가 모자른 듯? ㅡ.,ㅡ
낮까지는 식욕이 없더니.
그래도 지금은 조금 배가 고프네.
여전히 기분은 꾸룩꾸룩인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