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 아웃케이스 없음
토니 스콧 감독, 덴젤 워싱턴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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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7월 5일

 

 

    문득, 일을 하다가 '어?' 하게 될 때가 있다.
  어딘가 가고 있거나, 무슨 행동을 할 때도 '어?' 하게 될 때가 있다.

  "어? 이 행동, 이 상황...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DEJAVU  데자뷰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보았을 기이한 현상.
  지금까지는 '착각' 이라고 하는 둥, 꿈에서 예견했던 것을 현실에서 겪는다는 둥,
  '설명이 되지 않는 초자연 현상' 쯤으로 다루어졌던 부분이다.
  그러나 이젠, 누구나 저 현상을 일상의 한 편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사람들의 인식속에 자연스레 자리잡기 시작해서 신기할 것도 없건만.
  여전히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는 '우주 공간의 접힘에서 가능한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여운이 강하게 남다 못해 끙끙 앓으며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심기가 불편해지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이 영화가 나의 오장육부를 또 베베 꼬이게 만들었다.
  영화의 구성과 연출력, 시나리오는 재미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나를 꼬이게 만드는 영화를 싫어한다. 반어적으로 -

  스스로 납득하지 않으면 계속 나를 괴롭히는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쳇.

  영화는, 해군들과 민간인들이 많이 탄 페리호의 갑작스런 폭파에서 시작된다.
  그 사건에 뛰어들어 동분서주하는 '덴젤 워싱턴' (더그 켈린 역)
  그는 비뚤어진 애국심으로 무장해서 무고한 534명의 목숨을 희생양으로 삼은 테러리스트의
  범죄를 일어나기 전에 막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데쟈뷰를 만들어낸다.
  우주의 흐름, 운명의 흐름, 시간의 흐름에 거역해서라도 살려내고 싶은 여성이 있었고.
  자신의 생을 희생해서라도 무고한 사람들을 구해내고 싶었던 신념이 있었다.

  그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같은 날을 두번 살았다.

  우리가 느끼는 데자뷰 현상도 혹시, 같은 날을 두번 살면서 겹쳐진 잔상은 아니었을까.
  사실은 첫 번째 살은 날의 기억은 지워져야 하는게 우주의 원칙이지만,
  훗. 그것도 마음대로 안되나 보다.
  다 지워지지 않고 두 번째 사는 날의 시간속에서 짧게나마 재생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신이 두 번씩 기회를 주는지도 모른다. 매 하루하루에.
  만족스럽지 못했을지 모르는 첫 번째 시간을 만회하거나 수정할 기회.
  그렇기에 우리는 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늘 생각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나만의 근거없은 공상이라 해도, 나는 이 가설이 마음에 든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하루 하루를 시간 시간을 더욱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테니까.

  " 정신차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지마. 지금 이 순간은 마지막 기회라구.
    오늘을 더 잘 살게 해주는. 비록 이미 한번 경험했던 오늘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한번 더 기회를 준 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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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코라치 감독, 아담 샌들러 외 출연 / 기타 (DVD)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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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19일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 7,8살 때로 돌아가서 다시 살고 싶다.
      하지만 이 정신 그대로 가지고 가야 해. 안 그러면 또 같은 일상일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나의 삶이 항상 즐겁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유년 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며, 가지고 싶은 것 마음대로 가지며, 놀고 싶은 것 실컷 놀며 -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읽었으며, 산, 계곡, 바다, 시골 등 많은 것을 간접 체험하며 비교적
    '풍부하게' 많은 경험을 쌓으며 살아 왔다.

    그러나 모두의 인생이 그렇듯, 언제나 장미빛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기에.
    누구나 한번쯤은 '처음부터 다시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세상을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는 '만능 리모콘'이 있다면 -
    결코 이쁘기만 하지 않았던 내 인생의 어두웠던 청소년기를 넘어  그 앞인 유년기로
    ◀ 뒤로감기 버튼을 클릭하면  나는 지금보다 더 멋지게 살아갈 수 있게 될까.

    적어도 지금까지 가슴에 새기었던 멍들의 개수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과거 했었던 어리석은 짓들을 덜 하지 않을까 하는 헛된 바람을 해보았다.

    ' 더 나은 삶을 위해 ' 항상 일에 매달리며 가족과의 주말 캠핑 약속도 깨고 마는, 너무나 바쁘고
    너무나 피곤한 주인공 '뉴먼'은 항상 TV를 켜기 위해 다른 모든 리모콘을 다 켤 정도로 정신이 없다.
    예전에 - 집에 TV 리모콘만 있어도 부러운 시절이 있었다.
    정확히는 '리모콘트롤러'이겠지만, 어느새 '리모콘'이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시조 - TV 리모콘.
    그러나 지금 우리 삶을 보라.
     VIDEO 리모콘, DVD 리모콘, 오디오 리모콘, 전등 리모콘, 에어컨 리모콘 등 ... 나열할라 치면
    끝도 없이 나오는 리모콘의 행렬이다. 생활이 편해진 반면, 불편한 부분도 생기기 마련이다.
    '뉴먼'은 단지 TV를 켜고 싶었지만, 어느 게 TV 리모콘인지 몰라 차고 문을 여는 리모콘을 누르거나,
    천장의 전등 리모콘을 누르거나, 아이들의 장난감 자동차 리모콘을 누르는 등 갖은 헤프닝을 하고
    난 다음에야 겨우 TV를 시청할 수 있는 생활이 너무 불편한 남자.

   



    건축 설계자로써의 중산층의 삶이 그다지 남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그는 더 더 더 성공해야지만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믿는 불쌍한 남자.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TV로 건축 다큐멘터리를 봐야하는데, 헷갈리게 하는 리모콘과
    '가족과 함께 하지 않는다'고  잔소리하는 아내로 인해 짜증을 내며 야간 쇼핑몰로 간다.

    거기서 그는 남직원에게 쓸데없이 짜증을 내고, 디스플레이 해 놓은 하얀 침대 위에 털썩 누워
    중얼거린다.

    "피곤해...너무 피곤해..."

    졸음이 밀려오는 가운데 그가 문득 침대 뒤 벽문을 보았다.
    Beyond 라고 파란 글씨로 써 있는 그 문은 마법처럼 그를 이끈다.
    거기서 만난 어느 수상쩍은 중년의 남자. 솔직히 그 아저씨를 보는 순간, 가끔씩 영화에 나오는
    '괴짜 박사' 스타일이라서 친근감마저 들었다.
    괴짜는 괴짜를 좋아하는 법이다. (웃음)

   



    거기서 그는 문제의 그 '만능 리모콘'을 받게 되고, '반환 불가'라는 경고를 하는 아저씨의 말을
    귀 담아 듣지 않은 채 공짜로 받은 리모콘이 좋아 마냥 신나기만 한다.

    '만능 리모콘'은 가전. 전자 제품만 컨트롤 할 수만 있는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모두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예상했던 대로 지나치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의 소리를 '볼륨 조절'로 ▽ 죽이고, 잔소리 해대는 아내의 동작도
    ■ 멈추는가 하면,
    프로젝트가 끝나고 파트너 시켜주겠다던 사장이 몇달 뒤로 약속을 미루자 그는 급기야 자신의
    인생을 ▶ 빨리감기 해버리고 만다.

    그는 필요할 때마다 자신의 인생을 리모콘으로 조절해서 미래로 가서 빨리 성공을 가지고,
    귀찮고 싫고 힘들던 모든 것을 ▶ ▶빨리감기만 하면 모든 것을 금방 건너뛸 수 있고,
    ◀ ◀ 뒤로가기 버튼만 누르면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과거 아무 때나 갈 수 있어 신났다. 

   



    그러나 -
    그가 시간을 뛰어 넘을 때마다 기억하지 못하고 놓친 자신의 인생을 잃어버려야 했다.


    착하고 이쁜 아들, 딸은 어느새 훌쩍 성인이 되어 키우면서 티격태격하는 즐거움이 사라져 버렸고,
    일에만 매달리는 자신을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린 아내를 잃어버려야 했고,
    정신차려보니 사랑하는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없었다.
    게다가 그는 건강에 안 좋은 불량식품이나 고칼로리 음식만 먹다가 중간에 엄청난 뚱보가 되기도 하고
    나이 먹어서는 심장 질환으로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고 말았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쓰러져버려 병원에 입원하자, 그의 아들이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회사 일을
    하겠다고 자신의 전철을 밟는 소리를 하고 병원을 떠나자, 그는 죽기살기로 일어나 비가 퍼붓는
    길에서  아들의 이름을 있는 힘껏 외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죽을 때가 되어서 깨달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성공해서 부유한 삶 속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는 언제나 '성공'이
    우선순위였기 때문에 가족을 곁에서 보살피지 못하고, 함께 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한 것에
    후회를 하게 된다.

    언제나 유쾌하고 달콤한 그의 코메디 연기만 보다가, 이번 영화의 마지막에 아들을 위해
    충고해주려고 안간 힘을 쓰며 뛰어가다 시멘트바닥에 철푸덕 자빠지는 가엾은 중년 남자의
    역을 잘 소화해 내어 코 끝이 찡한 감동이 있어서 좋았던 영화이다.

    간간히 그 다운 코메디가 있어 웃음도 자아내고 흐르는 전개가 가볍고 빠르지만.
    '가족의 중요성' '진정한 행복'의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적절한 무게가 담아 있다.

    인생은 고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힘들 때마다 ◀ 뒤로가기 하거나 ▶ 빨리감기 해서 편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그 뛰어넘은 시간속에 들어 있는 행복과 즐거움도 함께 버리는 것이 되는 것이다.
    세상이 가지고 있는 저울의 무게는 언제나 공평한 것이다.

    이 지구도 절대적인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인간과 동물이 많이 늘어나고 묵직한 고층 빌딩들이 생길 때마다 지구의 무게가 
   더 늘어나서 밑으로 점점 내려갈 것 같지 않은가?
    천만의 말씀 !
    그 늘어난 무게만큼 없어지는 것이 반드시 있다.
    숲이 줄어들고, 강이나 바다의 면적이 좁아지며, 야생 동물들이 멸종을 하며, 심지어 인간이
   떼거지로 자연재해로 인해 참사 당하여 무게의 균형이 맞춰지기도 한다.


    우주의 섭리로 인해, 지구는 자신의 '계절'을 돌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마치, 우리 컴퓨터 하단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휴지통]이 채워지면, '비우기'를 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의 영상속에 넣어두었다가 이따끔씩 꺼내 보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따끔한 충고로써 자극하는 것으로 간직하자,
    미래는 앞당기거나 미리 볼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갈 원동력'을 주는 매력적인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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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SE : 스틸북 DVD (2disc)
팀 버튼 감독, 마크 월버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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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9일

 

 

    인간만이 지구를 지배하고 문명을 이루어 살 수 있다는 거만한 우월주의를 한번에 깰 수 있는 영화.
   
    여기에서 '혹성 탈출'은 바로 지구를 뜻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인간의 지구'가 아닌, '다른 영장류의 지구'.

    때는 2029년.
    언제나 그렇듯, 끊임없는 호기심과 도전심으로 우주를 연구하던 인간들.
    어디가 좌.우고 어디가 상.하인지 그 경계선을 긋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보이는 광활한 우주의
    어느 곳에서 그들은 묘하고 아름답게 무리지어 있는 별들이 있는 곳으로 훈련받은 침팬지를
    탐사선에 태워 보낸다. 그러나 곧 탐사선과의 교신이 끊어지자, '레오'가 침팬지를 찾으러 가겠다고
    자신도 탐사선에 탑승해 따라 나선다.

   
     Leo


    앞의 탐사선이 사라진 지점은 그 아름답게 무리지어 있던 별들의 근처.
    그 곳은 전파기가 철철 흐르는 곳으로 시간의 뒤틀림이 있는 곳이었다.
    '레오'의 탐사선은 똑바로 쳐다보면 금방 시력을 잃어버릴 정도의 엄청난 섬광과 함께 전파기의 영향을
    받으며 우주의 뒤틀린 시간속에서 왔다갔다하다가 어느 행성의 밀림에 불시착하게 된다.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
    정신을 못 차리며 물 속에 빠진 탐사선에서 탈출하여 밖으로 나와보니, 원시인같이 지저분하고
    맹해 보이는 인간들이 미친듯이 도망치고 있었고, 그들을 잡으려는 철갑옷을 입은 무장한 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등 영장류가 쫒아온다.
    다른 인간들과 함께 붙잡힌 '레오'가 끌려간 곳은 모습만 다를 뿐 인간들이 사는 모습을 똑같이 하고
    있는 '유인원의 사회'.
    꿈인지 생시인지 어리둥절한 '레오'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시대나, 혹은 어느 행성에나 있을 법한 '깨어 있는 계몽가 혹은 혁명가' 같은 부류의 여자
    유인원의 도움을 받아 가축처럼 하등 동물 취급을 당하는 인간들의 힘을 모아 폭군같은 악한
    유인원 '테드'의 군대와 맞서 싸우고, 먼저 실종되었던 침팬지의 탐사선이 이 행성에 뒤늦게
    도착하자 그 탐사선을 타고 행성을 탈출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가 돌아가고 싶어하는 '현재'가 아닌 -
    죽기 살기로 탈출한 그 행성의 경악할 미래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데...
    과연 그가 본 것은 어떤 미래였을까.

 

    힌트를 주자면, 그가 불시착했던 행성은 바로 지구였고, 자신이 '현재'라 생각했던 시대에서
    수천년이나 흐른 - 인간은 노예가 되고 문명을 발전시킨 것은 다른 영장류였던 전혀 다른 세상.

   

  

    '하찮고 지능도 없고 더럽고 영혼도 없는' 인간을 자신들의 때 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오만한 원숭이도
    있고, 그런 '어리석은 미개한 동물'을 사랑과 관심과 자비로 감싸안아주는 원숭이가 있는 그 세상이
    왜 나는 낯설지 않았던 것일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1968년에 상영하여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원작을 2001년에 세련된 기술로 다시 만든 이 영화는
    인류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다른 동물에 대한 학대와 무시를 일삼는 인간들에게 울리는 경종과도
    같다.  아니, 그렇게까지 거창할 필요도 없이 단순하게 -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

    라는 메세지만 전달해도 이 영화가 전하고 싶었던 주제의 임무는 완수한 것이나 다름 없다.

    사악했던 '세모스'의 후손인 '테드' 원숭이 장군을 전투에서 패하게 한 후, 
    무지한 인간과 똑똑한 원숭이들이 서로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결말을 보았을 때 들었던 만족감을
    예쁘게 만들어 놓은 두부를 짓밟듯  묵사발내며 -

    '그래, 결국 자신들이 최고라고,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생물들의 오만방자함의 역사는
     저런 것이지.'

    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까발려 놓은 영화랄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인간의 반응은 두 부류 아닐까 싶다.
    '쳇. 말도 안돼. 저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라고 여전히 인류만이 뛰어나다는 오만한 부류와
    '그래. 인간만큼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동물은 없다. 반성해야 돼' 라고 감독의 뜻에 동조하는 부류.

   



    인상깊었던 대사 한 마디.
    침팬지를 사랑으로 평생 보살피던 어느 여인처럼, 인간을 관심과 애정으로 보살피고 돕는
    여자 유인원이 '왜 (당신이 온 세상에서는) 원숭이를 가둬두고 무시하냐'고 '레오'에게 묻는다.

    "말을 못하거든."

    정말 의미심장한 대사라고 생각했다. 그런가. 
    만약 모든 동물들이 인간처럼 똑같이 말을 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땠을까.
    적어도 원숭이과의 영장류만이라도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우리는 그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로
    만들 생각을 감히 했을까 싶다.  

    먹고 살기 위해 먹이 사슬의 제 위치에서 타 동물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
    단순히 재미와 이기심에서 죽이고, 학대하고, 무시하고, 괴롭히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발상의 전환' 혹은 '반전'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추천해주고 싶다.
    '원숭이 사회'에서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거울 삼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니까.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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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새벽 5시 취침

    정오 12시경 기상

    고양이 세수만 하고 머리는 있는대로 부시시한 채, 부엌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S 옆을 투명인간처럼 지나가다.
    그리곤 아몬드 후레이크를 그릇에 담고 우유를 부어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내 방에 컴백-

    블로커스를 꺼내 조각들을 맞추며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 돌입.

    내 감정의 미세한 변화를 아주 탁월하게 감지해주는 밤비가 나를 위로해주려는 듯 서성거리며 눈치를 본다.
    한참 블로커스를 두고 있는데, 거실에서 C가 외친다.

    " 밥 먹어~"

    " 먹고 있어.."

    잠시 뒤, 다시 들려오는 외침.

    " 식사 후에 미술전 갈까? "

    C의 그림이 H 미술제에서 이번에 특선했다더라. 어떤 그림으로 나갔는지 궁금하긴 하다.
    지난번 D 미술제처럼 재밌을까. 조금 솔깃해서 나는 물어봤다.

    " 어디서 하는데..? "

    " 서울 "

    " ......."

    또각. 또각. 또각. (블로커스 조각 맞추는 소리 몇 차례 지나간 후)

    " 안 가 "

    " 어...그래.." (조금 민망한 말투의 C. 미안하긴 하지만...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걸. 특히, 장거리 이동은)

    왠지 김이 빠져버린 듯한 두 사람 C와 S는 식사 후에, 미술전 가기를 다른 날로 미루고 운동 겸 산책가자 한다.
    막바지 코스로 내가 좋아하는 홈플 마트도 가잔다.
    그 때, 나는 CD에 자료가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짜증 지수 50 이 넘어가고 있었음. ㅡ.,ㅡ

    C와 S도 역시 다른 방에서 컴으로 자료 검색 등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가자고 일어서기까지 나는
    "나도 갈래"  "아니, 안가" "그냥 갈래" "역시 안가. 4시 다 되어서 가면 언제 와" 등등 변덕을 부리며 불안 심리 남발.

    결국 혼자 남겨진 나는 새로 산 Rock music CD 를 오디오에 넣고,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감상중...이 아니고
    아무 생각없음.
    그러다 벌떡 일어나 밤비 목욕 시켰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맥주 한 캔을 먹으며 바꿔버린 CD 음악,
    Ne-yo 를 들으며 기분 다스리기 시작.
    저녁 6시, 해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손세차하기로 마음 먹고 뜨뜻한 물 양동이에 담아 낑낑대며 나가버림.

    예전에 산 '스펀지-밥' 캐릭터 스펀지로 애마를 씻겨줌.
    미리 준비해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데 뒷 쪽을 보니 어느새 얇게 물이 얼어 있음. 이런, 제길슨~ ㅡ.,ㅡ

    집에 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다음부터 밤 11시경까지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음. =_=
    중간에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수로가 웃긴 이야기를 해준 것만 기억남.
    중국 촬영 시 겪었던 '인해전술이란 말의 피부체험담'은 정말 웃겼음.

    밤, C와 영화 <브레이브 원>을 보면서 '나쁜 놈의 여자친구'가 한 대사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임.

    C : 저 여자처럼(주인공 '에리카') 되기 싫단 뜻인가봐.

    L : 아니야, 에리카가 저 여자(나쁜 놈 여친) 남자친구도 자신이 당한 것처럼 죽일까봐 (남친 주소) 안 알려주는거야~

    C : 저 여자(에리카) 맞은 것처럼 당할까봐 그런거 아냐?

    L : 아니라니까. 에리카가 가서 남친 죽여버리면 자기는 맞을 일 없는데 왜 그래~

    끝없는 동상이몽.
    보다 못한 S가 컴을 하다 말고 핀잔 한 마디에 우리의 줄다리기는 떙~

    생각보다 시시한 영화.

    그러니까 어제 아침부터(정확히는 새벽부터) 기분이 참 꿀꿀이란 말이지. =_=
    어제부터 오늘까지 이틀 동안 먹은건,
    시리얼+우유 - 맥주 - 국수 - 맥주 - 빵+우유 - 밥
    응? 어째 밥 먹는 횟수가 모자른 듯? ㅡ.,ㅡ

    낮까지는 식욕이 없더니.
    그래도 지금은 조금 배가 고프네.
    여전히 기분은 꾸룩꾸룩인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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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8-02-2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슬퍼도 배가 고프더라는...ㅡㅡ;;;;;
(그나저나 스펀지밥 스펀지...좋은거 쓰시누만~ ^^;;)

L.SHIN 2008-02-25 23:4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슬퍼도 우울해도 배는 고프더이다 ㅡ.,ㅡ;
(스펀지밥 스펀지~ 정말 아끼고 아꼈는데 지난번에 쓰던게 실종되어서 그만..ㅜ_ㅜ)

chika 2008-02-26 14:12   좋아요 0 | URL
흑흑~ 슬프군요.
5월에 중국에 놀러가야 조카녀석들이 보는 스펀지밥을 볼 수 있을텐데...보고잡아여~;;
(그나저나 오늘은 유쾌해지셨나이까? ^^

L.SHIN 2008-02-26 19:47   좋아요 0 | URL
어? 한국에서도 만화 채널에서 하잖아요? 치카님 사시는데는 안 나와요?
(오늘은 어제보다 좀 괜찮습니다.고마워요.^^)

Mephistopheles 2008-02-2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브레이브 원은 여자가 행하는 비하인드 더 로우를 표현하기만 했던 영화였더랬죠...근데 s님의 집안 고등생명체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이니셜로만으로는 도통 파악이 안됩니다.

L.SHIN 2008-02-25 23:42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정말 별로 별로~ 였던 영화였습니다. =_= 내용도 없고..
고등생명..ㅋㅋ 외계인을 데리고 사는 어른인간 2명과 외계인을 키우는 개 한 마리입니다.ㅡ_ㅡ

마노아 2008-02-2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눈/비 많이 왔는데... 거기도 왔어요? 꼭 세차하고 나면 오더라는..;;;;

L.SHIN 2008-02-25 23:43   좋아요 0 | URL
크윽...저도 저녁에 눈을 뒤집어 쓴 차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죠. =_=
기껏 세차했더니...그래도 아까 10시 넘어서 개랑 산책 나갔더니 산책길이 어찌나 고요하고
아름답던지. 나무가지 위의 눈을 떨어트리며 놀았어요.^^

순오기 2008-02-26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사는 잘 하셔야 되는데...우리 아버지 지론이 '젊어서 한 끼 굶은거 늙으면 다 표시난다'였거든요.^^

L.SHIN 2008-02-26 10:46   좋아요 0 | URL
그 말 공감입니다. 실제로 주변인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있었거든요.^^
전 그래도 평소 잘 먹는 녀석인걸요~ 걱정 감사 (>_<)

무스탕 2008-02-2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차후 비나 눈 안오면 섭섭하죠 ^^
뭔 식단이 저래요?! 맥주, 우유, 시리어, 빵.. 이런건 밥이 아니라구요.
한국사람은 밥! 밥을 먹어줘야 한다구요!!

L.SHIN 2008-02-26 13:36   좋아요 0 | URL
요즘은 통 식욕이 없어요,특히 아침-낮에. 저녁엔 그래도 조금 고프기는 하던데 말이죠.=_=
(위의 '평소 잘 먹는다'란 댓글과 상반되잖아!)
가끔은, 한국의 식사 문화가 귀찮기도 합니다. 밥과 반찬을 따로 먹어서 입 안에서 합쳐야 하는..ㅋㅋ

네꼬 2008-02-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가 뭘 어쨌다고 고양이 세수람. 흥. (엉뚱한 데서..)

L.SHIN 2008-02-26 13:37   좋아요 0 | URL
그 왜...귀찮으면 비누칠도 안하고 물로만 대충 헹구고 말거든요..( -_-)
그런데, 이제 바쁜건 좀 나아졌나요, 네팡? ^^

302moon 2008-02-26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꿀꿀했던 기분은 좀 나아졌어요? 저번에 그 이미지는 제가 만들어보려는 게 아니고, 메인 이미지 만들 때 아이템으로 쓰려고요. :) 아, 미술전+_+ 서울에 가고 싶어~ :) 편한 밤 시간 보내요./

L.SHIN 2008-02-27 14:29   좋아요 0 | URL
엥~? 무슨 이미지요? 오래전 일이라 댓글 내용이 잘 연결이 안되는데요.(긁적)
 
기쿠지로의 여름 - 할인행사
기타노 다케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 지난 리뷰 옮기기 >

    작성일 : 2007년 5월 7일

 

 

    영화 [배틀료얄]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선생으로 나와 깊은 인상을 주었던 '기타노 다케시'.
    그는 일본 영화계의 대부이자 괴짜에, 특이한 천재에,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엄격한
    멋진 중년 배우이자 감독이다.
   
   Kitano Takeshi


    워낙에 연예인이나 배우나 가수 등 유명인에 대해 관심도 없고 무지해서 머리속에 기억하는
    이름들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없음에도, 나는 절대 이 사람의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카리스마가 풀풀~ 나는 얼굴 이면 아래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표정, 그와 닮은 그의 영혼들,
    그리고 밉지 않게 엉뚱한 그의 괴짜스러운 부분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의 수 많은 영화들 중 가장 '기타노 다케시'다운 영화는 바로
    이 [기쿠지로의 여름]이 아닐까 싶다.


    몇년 만에 다시 만난 '기쿠지로'는 여전히 나를 유쾌한 즐거움 속에 살며시 넣어주어서 행복했다.
    사실, 몇년 전에 혼자서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긴 것이 있는데.
    내 발바닥 어느 한 부위가 이유도 없이 종종 간지럽게 되었었다. 그렇다고 벌레에 물린 자국도 없다.
    다른 피부처럼 그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침 뚝 떼고 있다가 -
    수시로 간지러워서 긁게 만든다.
    그것이 모기에 물린 것처럼 지독한 간지러움도 아닌, 일시적으로 피부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간지러움도
    아닌 것이 묘한 즐거움을 주는 것에 -
    잔잔하게 웃음을 선사해주었던 '기쿠지로'의 명을 따서 나는 그 부위를 이렇게 부른다.

    '나의 기쿠지로'

    도대체 '기쿠지로'가 뭐길래, 신체 부위에 그런 이름까지 지었을까.

    이야기의 발단은, 영화 인물 중 한명이 말했던 것처럼 '3류 소설에나 나올 법한' 것으로 시작된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돈 벌러 나갔다며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표정에 변화 하나 없는
    우울한 소년이 여름방학에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에 철 없다 못해 어린애보다 더 유치한 중년
    '기쿠지로'가 동행을 하면서 그의 엉뚱한 세계에 사람들을 끌어 놓는다.

   
  


    말도 함부로 하고, 뭐든지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철 없는 아저씨 '기쿠지로'는 소년을
    엄마가 살고 있는 곳까지 잘 데려갔다 오라고 동겨녀에게서 받은 용돈 5만엔으로 경륜장으로 직행.
    그는 엄마 찾아 떠나고 싶어하는 소년의 기분은 아랑곳 않고 경륜에 돈 걸기 바쁘다.
    인간은 내기를 좋아하는 동물인가 보다.
    말 경주도 모자라, 사람이 직접 상품이 되는 자전거 경주 도박장이라니.

    우연히 소년이 번호를 맞추어 상금을 타게 되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기쿠지로'. 정말 철 없다.
    그러나 세상에 운이란 것이 어찌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던가.
    한번의 우연적인 성공은 내리 실패라는 쓴 물을 연거푸 퍼서 올려줄 뿐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뜻이라구요, 아저씨 !

    어쨌든 '기쿠지로'는 소년과 함께 '엄마 찾아 여행'을 시작하면서 갖은 우여곡절과 헤프닝을 겪어
    관람자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가는 길 중간에 묵은 호텔 연못에서 낚시를 하거나, 장식용 배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둥.
    호텔 데스크 직원한테 '니 자동차로 태워다 줘' 라고 뗑광부리는 뻔뻔함까지.

   
   


    중간에 얻어 타게 된 차의 주인 젊은 남녀와 평화로운 초원에서 재밌게 놀기도 하고.
    옥수수밭에서 서리를 하고 있기에 먹으려나보다 했더니, 그것을 도로 옆에 놓고 팔고 있는 그의
    웃길 정도로 심한 뻔뻔함과 재치는 정말 사랑스럽다.

    어쨌든, 아저씨와 소년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추억도 만들면서 서로 정이 든다.
    무표정하고 항상 우울한 표정, 땅에 시선을 박고 살아가는 소년은 점점 밝은 표정이 되어갔고,
    철 없이 살기만 했던 아저씨는 조금씩 '나'가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이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함께 영화를 본 사람의 표현처럼 -
    두 주인공도,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 보낸 다른 인물들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깨끗하게 만드는 -
    한 여름의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뒤에 잎사귀들에 맺혀 있는 이슬 방울 같은 영화이다.

    
  


     그들의 엉뚱하고 재밌는 모습들을 보며 크게 웃을 때마다 -
    영화 중간 중간 흘러나오는 맑고 아름다운 OST를 들을 때마다 -
    삶의 회색빛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영혼이 수채화색으로 물들어가는 기분.


    애니메이션계에서 '영혼의 치료사'로 '미야쟈키 하야오'가 있다면 -
    영화계에선 '기타노 다케시'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나의 '기쿠지로'를 만지작거리며 -
    시덥잖은 것에도 활짝 웃는 , 그리고 사소한 즐거움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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