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양해서 기른 꼬맹이 녀석이 가족이 된지 한 달 되었다.
  처음에 데려올 때 그 조그맣고 연약해 보이던 녀석이..
  지금은 제법 무겁다. 2kg가 그렇게 큰 차이였던가? -_-
  이제 생후 4개월차인데...이 녀석 벌써 4kg가 넘는다.
  전에는 품에 달려들 때 살아있는 인형이 폭삭 안기는 것 같더니..
  지금은...웬 돌덩이가 가슴으로 곤두박칠 치는 것 같아, 

  "터헉-!!" 비명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 때문에 서울 거주지에 1주일 만에 돌아갔더니,
  그래, 얼굴은 더 커지고 발도 커지고 몸뚱이가 2배나 되어버린
  악동 녀석이 내 배 위에서 방방 뜨고 있다. ㅋ
  난 덤블링이 아냐~!! ㅡ.,ㅡ 
  니가 그럴 때 마다 내장이 배꼽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구!

  이 녀석, 자기 집에서 나오겠다고 징징대면서 수면을 방해하는게 싫어서
  자는 동안 아무데나 돌아다니라고 내버려두면,
  일어나자마자...으흥~으흥~ 맡는 것은 상쾌한 아침 공기가 아닌..
  꼬질꼬질한 아가 응가, 오줌 냄새들...
  그걸 좋다고 여기저기 밟고 다녀서 며칠에 한 번씩 목욕 시키게 만드는 악동..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내렸을 때 처음 만나는 것은,
  발바닥에 느껴지는 미지근한 노란색 모이스처...=_=
  그건 참..기분이 니미럴 하지 아니한가..
  (N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웃겨 죽는줄 알았다눈.ㅋ)
  녀석이 자신의 응가를 깔고 앉아..처참히 바닥에 부침개처럼 눌러버린 그 갈색... 

  어찌나 사고뭉치인지, 내가 아끼던 장우산 손잡이는 아작을 내셨고,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은 다 입으로 가지고 들어가 정신을 빼놓고,
  이 녀석의 다듬지 않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때문에 팔 다리는 빨래판처럼 상처 주름이,
  신발은 죄다 안으로 끌고 들어와 버리고,
  컴퓨터를 하다가 조용해지면 뒷목이 싸아- 해지는 이유는,
  어김없이 무언가 또 새로운 사고를 치는 이 녀석이 때문에-!!! 

  2주 전이었던가?
  N이 친구를 만나 현재 키우는 꼬맹이에 대해서 말했더니 종을 물어보더랜다.
  N의 입에서 '코커스파니엘' 이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친구의 입에서는
  알 수 없는 깊은 한숨과 동정의 눈빛이...=_=
  그러니까 N과 나만 몰랐던 것이다.
  그 종의 강아지들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성격이 '밝으시단다'....
  그걸..'밝다'라고만 할 수 있는거냐. 
  대부분 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처음엔, 그 주체못할 정도의 장난과 영악함에
  '악마의 개'인줄 알았단다. ㅋㅋㅋㅋ
  N과 나는 그 말을 듣고 너무 공감해서 웃어버렸다.
  잠시 뒤엔...꼬맹이의 응가를 치우면서 침울해해야 했지만. ㅡ.,ㅡ  

  이 녀석...생각보다 큰 중형견인가보다.
  성견이 되고 나면, 그 발에 맞아 기절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발이 유난히 크고..발육 상태가 좋으시다.
  예전에 9kg나 나가는 3개월짜리 시베리안 허스키 녀석을 안고 돌아다니다가
  팔이 빠질뻔 했던 아찔한 기억이 새록새록... 

  
  소변은 자기 화장실에서 잘 싸면서 왜 응가는 아무데나 질러대는건데? =_=
  먹고 바로바로  싸는걸 보면..
  가끔은 이 녀석의 정체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향에 약해서, 향수나 방향제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종일 두통에 시달리므로.
  그런 내가, 꼬맹이 덕에 온 몸에 베어 있을 아기냄새(=똥/오줌 냄새)를
  지우기 위해 생전 하지도 않은 짓(=향수 뿌리기)를 하고 있으니..원.. 

  이러니 저러니 사고 치고 말썽만 피우고 말도 지지리 안듣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그 순진하고 귀여운 얼굴 보면 너무 좋은걸-♡
   

  건강하게만 자라라~♡
  (흠...변기에 앉아서 볼일 보는 훈련을 시켜보면 어떨까? ㅡ_ㅡ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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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6-05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께 한다는 건 귀찮을 때도 많지만 행복할 때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느끼게 해주네요 ^^

L.SHIN 2009-06-05 19:19   좋아요 0 | URL
네, 누군가한테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마늘빵 2009-06-0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강아쥐가 새끼를 여덟 마리나 낳았는데, 야네들이 자전거 하나 들어가는 마당에서 막 뒹굴고 돌아댕기느라 힘들었어요. 그 중 예뻐하던 녀석은 집안에 들였는데 -_- 난장판이... 종은 일명 '똥개'라지요.

L.SHIN 2009-06-05 22:35   좋아요 0 | URL
8마리..귀여웠겠다~ (>_<)
원래 '똥개'가 더 영리하고 주인을 지극히 여기더라구요.^^
아마도 이름 있는 개들은 '순종' 만든답시고..은연중에 '근친상간' 교배가 이뤄지기도 하는
모양이니까..그 반면에 다양한 개의 '혼혈'은 여러가지 면에서 영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6-0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니엘이 정신 사나운 건 알 사람은 다 알지요.어른이 되어도 정신 없다는데요.힘도 좋고...

L.SHIN 2009-06-05 22: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하지만 너무 얌전하기만 한 개보다는 정신 없어도 애교 있는 녀석이 좋죠.^^
스파니엘이..다른 개에 비해 좀 심해서 탈이지만.ㅋㅋ

마노아 2009-06-0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에서 가장 밝은 개는 그럼 어떤 수준일까요? 이 녀석보다 더 '밝은' 정도라니, 아찔한 걸요. 그래도 엘신님, 즐거워 보입니다.^^

L.SHIN 2009-06-05 23:42   좋아요 0 | URL
그 1위는...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 -_-)ㅋ
네, 워낙 개를 좋아하니까 무슨 짓을 해도 다 이쁘답니다.(웃음)
 

 

   

  핸드폰으로 친구나 지인에게 "저기..." 라고 문자를 보내고 나서의 반응-★ 

  * 주의 1 : 야심한 밤에 보내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음 ㅡ_ㅡ (킥) 

  * 주의 2 : "ㅇㅇㅇ 가 어디야?"   혹은  "너 어디야?" 라는 등의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이걸 보내면 맞을 수 있음. ㅡ_ㅡ (훗) 

 

  <이런 반응은 왜~?> 

  뭐?                    필요없는 사람입니다. -_-
  왜?                    필요있는 친구입니다. ^_^
  응?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야?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
  무슨 일 있어?      곁에 두어야 할 사람입니다. ㅡ_<
  ??                      친구도 아닙니다. =_=
  할 말 있어?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ㅋ
  말해봐                당신에게 관심이 없진 않은 사람..
  응                      신경 안써도 되는 사람입니다..( -_-)
  왜그래?              꼭 곁에 두어야 하는 사람입니다.ㅜ_ㅡ
  뭐야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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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6-04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테스트에요.^^
집에 전화가 있어 핸드폰이 필요없다고 여기는 전데요.ㅎㅎㅎ
언니한테 전화를 걸거나 친구한테 전화가 걸려오면 목소리가 영 안 좋으면 제가 묻는 말이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아니면 <왜그래?> 묻는 저인데 테스트에 포함이 되나요?ㅋㅋ

L.SHIN 2009-06-04 11:25   좋아요 0 | URL
전화 버호 알려줘봐요. '곁에 두게' ㅋㅋㅋ

다락방 2009-06-04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마..씹힐 것 같아요 ㅋㅋ

L.SHIN 2009-06-04 11:26   좋아요 0 | URL
어흠~ 무슨 소릴~
저라면 반드시 '무슨 일 있어요?' '왜요?' 하고 물어봤을겁니다. ^ㅡ^

chika 2009-06-04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반응은 대략 세가지...
그런 문자 보낸 자가 소심한 사람이면 당장 전화, 성격이 그냥 그렇다면 '뭐냐'라는 답문자, 나랑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필요하면 뒷말을 더 보내겠지'라고 씹어버린다...라는;;;;;;;
(근데..그럼, 나는 소심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뺀 나머지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 ????????? ㅠ.ㅠ)

L.SHIN 2009-06-04 11:27   좋아요 0 | URL
캬캬캬, 현실적인데요. (웃음)
하지만 이건, 치카님이 직접 해봐야 하는건데.ㅋ

chika 2009-06-04 15:24   좋아요 0 | URL
제가 문자질을 잘 안합니다. 아마 집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다들 전화질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만. ㅡ,.ㅡ


마노아 2009-06-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본 적 있는데 저도 씹혔어요..ㅜ.ㅜ

L.SHIN 2009-06-04 11:29   좋아요 0 | URL
헉...상대를 잘 고르셔야..( -_-)ㅋ
저한테 했었어야죠!

2009-06-04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9-06-04 11:30   좋아요 0 | URL
후후훗, 문자 보냈는데...아실려나? ㅡ_ㅡ(훗)

별족 2009-06-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음, 문자 보내기 얼마나 좋은 시스템을 사용하느냐, 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정기준이 얼마나 긴 답문자를 보냈는가,가 아닌가,하는. 저는 물음표를 것도 한개만 보낼 거 같습니다.

L.SHIN 2009-06-04 13:33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어차피 주관적인 평가니까요.
? 하나에 많은 의미를 담을 수도 있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06-0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받아본적 있는데 응이라고 했어요 --;;

L.SHIN 2009-06-04 14:06   좋아요 0 | URL
후핫핫, 아마도 휘모리님은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로 '응' 한게 아닐까요? ^^

무해한모리군 2009-06-05 13: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 말해봐 이런 뜻이죠 ㅎㅎ

순오기 2009-06-05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낭송행사 끝나면 한번 해봐야겠어요.
행사 준비하느라 머리가 쥐났어요~ 어제는 몸이 천근만근~~ ㅜㅜ
외계인이 남겨주신 방명록에 활짝 피어났어요~~ 오늘 잘 될거 같아요. 감사^^

L.SHIN 2009-06-05 12:25   좋아요 0 | URL
오옷,시낭송.
성공리에 잘 마치시길~!! *^ㅡ^*
우연히 누군가의 시낭송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신기하더라구요.
성우같이 멋있었다는~

프레이야 2009-06-0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군데 테스트해봐야겠어요.ㅎㅎ

L.SHIN 2009-06-05 12:25   좋아요 0 | URL
ㅎㅎㅎ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요?

프레이야 2009-06-07 18:26   좋아요 0 | URL
시큰둥한 반응이었어요. ㅎㅎ
낮에 해서 그런가..
 

 

  

  하드보일드 에그  /  오기와라 히로시 (2007년 11월) 

  소설 속 주인공처럼 멋지게 살아가고 싶어서 탐정이 된 33살의 청년은
  오늘도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소프트하지 않으면 살 자격이 없고."

 

 

 

  신의 퍼즐  /  기모토 신지 (2008년 9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우주라면, 어차피 재료비는 공짜잖아."
   우주를 만들고 그 탄생 신비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천재 소녀의 도전장.
  
(먹는중.. 모르는 물리학 용어가 너무 많아서 조금 머리 아프다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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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 소프트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고.
   말로의 말이야." 

  주인공 슌페이의 말이다.
  그는 중학생 때, 챈들러의 추리소설 속 인물 '말로'에 의해 탐정이 된 엉뚱한 사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인생도 스릴과 멋진 모습으로 가득찰 줄 알았건만,
  허구한날 하는 것이라곤 실종 동물 찾기의 연속임에 입이 비죽 나왔음에도
  늘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순수한 '지치지 않는 탐정 지망생'이랄까.(웃음) 

  만화나 영화 주인공을 좋아하는 어린 소년팬처럼 그는 늘, 소설 속 탐정을 흉내내며
  그 뜨거운 여름날 태양 아래 숲과 공원 등에서 동물들을 찾으면서도 멋부린 양복을
  벗지 않는 -  쓸데없이 고집쟁이인 그는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사건에 기꺼이 휘말리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건에 뛰어들어 '본의 아닌' 고아가 되어버린 개를 위해
  위험도 무릎쓰고 떠맡아 키우는 등 의외로 부드러운 면을 가진 그는 자신의 입버릇처럼
  '하드하게 그러나 소프트하게' 살아가는걸까. 

  완숙계란 

  생각해보았다. 왜, 굳이 계란과 연결지어 '하드보일드生'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일까.
  계란의 껍질은 내용물을 뜨거운 물 속에서 완전히 지켜낼 정도로 적당히 단단하고
  내용물은 먹기 좋게 적당히 부드러워서일까?
  개인적으로는 목구멍을 질식시켜 버릴 것 같은 단단한 노른자의 완숙보다 부드러운 반숙이
  더 좋긴 하지만, 중심부터 겉표면까지 통일된 노란색으로 자기 색을 고집한 완숙의 노른자가
  어설프게 익어서 흐린색부터 진한색으로 변화되는 반숙보다 완벽해 보이기는 하다. 

  슌페이도 말로에게서 배운 말이기는 하지만, 공감을 안할 수가 없었다.
  하드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니. 세상에 쉬운 인생살이는 없지만 또 그렇다고 온통 불가능한
  것만 있지는 않으니까, 적당히 단단하고 적당히 깨지기 쉬운 계란껍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단단한 상태로 흐믈흐믈 자신의 모습을 만들지 못해 우왕좌왕할 내용물을 지켜내다가
  때가 되어 껍질은 깨지고 바들바들 윤기나고 결점 하나 없이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며 태어나는
  완숙 알맹이는 부드럽지만 자신의 모습을 당당히 유지하지.
  소프트하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니. 처음엔, 이게 뭔소리야?
  그러나 곧 알게돼. 강하게 살아야돼. 험난한 세상살이 빈틈을 보이면 안된다구.
  그렇게 자신을 달달 볶으며 살아가긴 해도 정작 타인에게는 또 부드러워야 멋진 남자라고 믿는
  그러나 결코 가식이 아닌 진심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우리 내면의 소프트, 소프트. 

  솔직히 읽으면서, '어쩜 이렇게 지루할까. 또 내가 예쁜 표지와, 약간의 코믹스러운 책 내용 발췌분을 읽고
  충동질을 했구나, 아뿔사' 싶었다, 처음에는.
  그러다 중간부터 제법 그럴싸한 사건이 동물과 연관되면서 '악' 하고 책을 집어 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해주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이게 중요해. 내가 책을 '먹지' 못하고 '읽었다'라는 것이)
  하지만 가만히 보면, 슌페이와 여든살이나 먹은 최고령 비서 아야와의 옥신각신 투닥거리는 대화에서의
  유머라든가 은근슬쩍 아야의 입을 통해 삶에 대한 교훈적 메세지는 그나마 나쁘지는 않았어.  

  나의 계란은 어디까지 익었을까?
  익을 생각은 안하고 이리저리 요동치다가 노른자와 흰자가 섞여 버리는 엄청난 혼돈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껍질이 사회적, 표면적 성격 혹은 외모 그리고 그 자신을 지켜내는 세상살이에 대한 바리케이트라면 흰자는
  의식할 수 있는 내면, 자아, 진짜 모습쯤 그 어디일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무의식, 초자아쯤 되는 노른자가 어떤 모습이냐지.
  너무 크거나 작아서 현실과 연결되는 중간다리 흰자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잖아.
  어쨌든 흰자는 노른자를 품에 안고서 살아가니까.
  노른자가 아예 없거나 노른자만 있는 경우도 있겠지. 대체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는 그런 부류들. 

  인생은 계란이야.
  익어보지도 못하고 와장창 깨지는 경우도 있고,
  너무 익어서 노른자와 흰자 사이에 독기를 품은 녹색 띠를 두루고 자신이 원래 누구였는가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적당히 익기는 했는데 껍질이 깨지지 않아서 그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지. 

  어쨌거나, 하드하게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고, 역시 소프트하게만 해서도 살아갈 수가 없어. 
  하드와 소프트의 환상적인 만남이 필요한거야.
  필립 말로나 슌페이만이 주절거릴 일이 아닌거야, 그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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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5-27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한 필립말로와 슌페이가 사랑하는 필립말로 모두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속 주인공 필립말로맞습니다. 하드보일드의 대표적 소설이자, 담배와 술을 즐기는 거친 남자 탐정의 전형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많이 인용되지요 ^^
전 아직 설익은 계란인듯~
참 어찌 글도 맛나게도 쓰는구려.

L.SHIN 2009-05-31 22: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자제품일 것 같은 이름과(필립) 담배 이름일 것 같은 이름의(말로) 합성은
그다지 흔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웃음)

전 아직 익기 전의 날계란입니다. 푸하핫,

2009-05-2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31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6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연히 처음 가본 서점에 들어섰었다.
  대부분의 큰 서점들이 그렇듯 한 쪽엔 문구/팬시점과 함께 음악점도 있었다.
  책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수첩이나 살까 하고 문구/팬시점 쪽을 어슬렁
  거리다가 무심코 음악점쪽을 쳐다보았다.
  청취 코너가 있었는데, 혹시나 누군가 서서 음악을 듣고 있다면 '사신 치바'가
  거기 있지 않을까 하고, 어떤 모습일까 하고, 어떤 음악을 들을까 하고... 

  아쉽게도 아무도 청취 코너에 있지 않았다.
  만약, 내가 가서 듣는다면, [사신 치바]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썩 내키지 않아서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아, 그러고보니 날이 맑았구나.
  치바가 있는 곳엔 늘 비가 온다고 했던가.
  어제 오랜만에 [사신 치바] 책을 읽어서 그런가,
  엉뚱한데서 그 녀석이 떠오를게 뭐람. 

  가끔은 혼자 음악을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신은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이 있는 곳엔 어디든지 머문다고.
  그렇다면 내 주변에서도 몇 번이가 와서 조용히 음악을 듣다가 간적은 있을테지.
  그렇게 의식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음, 이제 이 음악은 지겨울지 몰라.
  다른 음악도 틀어줘야지. 

  하고 웃기지도 않는 원맨쇼 배려심을 발휘해본다.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책에서 말한대로라면, 사신은 음악을 좋아하고 천사는 책을 좋아한다 라고 했으니
  그 둘 다를 좋아하는 자는 도대체 어느 쪽일까?
  인간 안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하니까 그게 가장 인간다운걸까?
  그렇다면, 어느 한 쪽만 좋아하거나 모두 안 좋아 하는 쪽은 그럼 뭘까? 

  또 그런 쓸데없는 잡념으로 멍하니 있어보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치바,
  관찰 대상자인 인간을 너무 대충 보고 '가'라고 올려서 사망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하잖아.
  '보류'로 올릴만한, 그 인간에 대한 가치를 좀 더 신중히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닐까? 

  당신 말대로, 인간이 모두 없어져 음악도 없어지면 세상은 정말 암울할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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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9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0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2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5-1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의 천사들은 무엇을 '가'라고 적고 무엇을 '보류'라고 할까요? 책 없는 세상보다 음악 없는 세상이 더 암울해요.

L.SHIN 2009-05-22 09:4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천사들도 그 일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는 천사도 死神에 해당되죠.(웃음)

2009-05-25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