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망예고장을 배달하러 왔습니다"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
    최고의 작품을 써낸 작가,
    그들이 제일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까.
    본인이 의식하든 못 하든 바로 최고의 라이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큼 무서운 것, 그리고 귀찮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창조해낸 음악이나 글, 그림 등 자신의 피조물이
    훗날 자기 자신에게 최강/최고의 라이벌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정말 웃지
    못할 일이 아닌가. 

    나름대로 '새로운 작품'을 야심차게 세상에 내놓았는데,
    엄청난 후광을 발하며 꺼지지 않는 열기로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전 작품' 때문에
    주눅이 드는 상황이라니. 자기 자신이 라이벌로 돌아오는 기분은 어떨까.
    과연, 그  놈을 이길 수 있을까?
    I don't think so~ (흑인처럼 고개를 까닥까닥 흔들며) 

    이길 수 없다.
    생애 가장 완벽한 작품을 두 번이나 만들기란 쉽지 않으니까.  

 

    
     이쿠(죽다) + 가미(종이) 를 합친 합성어, 이키가미.    

     즉, 이키가미는 죽기 24시간 전에 배달되는 [사망예고장]이다.

     '국가번영유지법' 하에 매년 초등생 1학년들에게 백신 주사를 놓는데 1,000명 중

     1명에게 '죽음의 나노캡슐'이 투여되고, 18~24세라는 생명이 가장 활활 타오르는

     나이에 심장이 파열하여 죽게 된다. 그들은 몇 시에 죽을지 이키가미를 통해 미리

     알게 되고, 남은 24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보상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 한다.

  



    만화, 『이키가미』를 이번에 1~7권 모두 샀다.
    예전에 보았던 앞 부분부터 다시 보며, 리뷰를 어떻게 쓸까 하고 제목까지 정해놨건만,
    이런, 제길슨.
    2007년 3월에 내가 이 녀석을 2권까지 보고 이미 리뷰를 썼던 것이다.
    '뭐, 아무렴 어때. 3~7권까지의 내용을 가지고 더 멋지게 쓰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중복되지 않게 참고나 할까 하고 전에 썼던 리뷰를 읽어 보았는데.....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3년 전에 다 해버린 것이다-!!!!!!!!!!!
    ㅡ.,ㅡ....... 

    나는 뛰어난 작가나 음악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3년 전의 리뷰가 '너무 완벽해서 손댈 게 없다'라고 건방진 소리를 할
    수준은 아니다. 그냥, 내 기준에서 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점에서 나는 쓸 말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발전이 없었다는...? -_-)

    아, 젠장.
    열심히 먹었으니 뭔가 끄적이고 싶었는데.
    나는 그러니까, 3년 전의 내 자신한테 보기좋게 K.O 당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ㅡ..ㅡ

 

 

      

                                                                       "나는 네가 3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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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0-03-1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얻은 보석같은 문구 하나 :

삶은 어둡고, 죽음도 어둡다...
그러기에 빛나지 않으면 안 된다.

302moon 2010-03-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님의 ㅡ..ㅡ 이 표정을 머릿속에 그려보았어요.
미안해요, 그러고서 잠깐 풋, 웃었어요. (;)
↑공감하는 문구에요.
오랜만인가, 아닌가? 갸웃하면서 사라지는 302moon….

L.SHIN 2010-03-12 01:09   좋아요 0 | URL
실제로도 뚱~하고 있을 때, 저렇게 귀여운(읭?) 표정이면 봐줄만 하겠지만, 현실은..( -_-)ㅋ

그쵸?
저는 저 문구를 처음 보았을 때, 350km의 속도로 제 가슴에 콱 하고 박혔다눈.ㅎㅎ
문님이 워낙 드문불출하니까, 항상 '오랜만이에요'하고 인사를 하게 되잖습니까! ㅡ.,ㅡ

302moon 2010-03-1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개후기를 읽었습니다.
그 글에 댓글을 달면, 어쩜 못 보실 수도 있겠다 싶어
여기에 달아요.:)
엘님이 착용하신 안경 말이지요,
저 그거랑 색깔만 다른 거 있어요. 저는 연두색.
갑자기 그거 끼고서, 서재에 사진 올려야지, 생각했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참석 못했는데,
다음 번개엔 꼭 어울릴 수 있길 바라며.
저는 토요일을 추천합니다. (웃음)

L.SHIN 2010-03-12 01:11   좋아요 0 | URL
오, 나랑 같은 걸 가지고 있다니, 역시, 우린 좀 통하는 듯..? ㅋㅋ
얼른 찍어서 올리십쇼, 당장! 어서! 빨리! (부릎)
다음엔 토욜에 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그런데 막상 안 오면 알죠? ㅡ_ㅡ)

후애(厚愛) 2010-03-12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펭귄이 귀엽습니다.
황제펭귄이 맞지요?^^

L.SHIN 2010-03-12 08:47   좋아요 0 | URL
네, 황제펭귄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매끄러운 털! 목에 있는 노란 부분..솔직히 여건과 기회가 된다면 키워보고 싶기도 한데
말이죠, 영하로 떨어지는 얼음물에서 같이 수영할 자신은 없다능..ㅋㅋ
 

 

     
    Death Note 13 

    오바 츠구미 지음 , 오바타 타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  /  2006년 12월 
    만화의 완결은 12권에서 끝. 13권은 인물들의 프로파일링, 비하인드 스토리,
    작가와의 인터뷰, 4컷 코믹 만화, 그리고 장편 데스노트의 연재를 있게 해준
    원작, [단편-Death Note]가 수록. 단편에서는 어린 소년이 주인공이다.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F. 스콧 피츠제럴드  /  인디북  /  2002년 3월
    1973년도 영화화해서 더욱 더 알려진 1920년대의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자화상 같은 소설. 부유층 사람들의 허영과 사치, 범죄 속에 순수한 사랑을
    이어 나가려는 '제이 개츠비'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닉 캐러웨이'라는
                         화자의 입을 통해 이야기 되어진다.   

         

     우유의 역습 

      티에리 수카르  /  알마  /  2009년 10월 
      '칼슘은 우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라는 세뇌적인 공식과 '우유는 필수영양품'이라고
      사람들로 하여금 절대적인 맹신을 하게 만든, 수십년에 걸쳐 이뤄진 낙농업계의 로비들을
      낱낱이 까발리는 책이다.  과한 유제품 섭취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재들의 뇌를 열다 

      낸시 C. 안드리아센  /  허원미디어  /  2006년 10월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프리드리히 케쿨레, 미켈란젤로에 이르기까지 음악,미술, 과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천재라 일컬어졌던 자들의 뇌 사용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창조력을 보여주는 뇌의 놀라운 힘을 제대로 활용할 줄만 알면 누구나 '후천적 천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천재의 가능성을 안고 태어나지만 사용하는 자가 몇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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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02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드셨네요.^^ 드신 분은 엘신님이신데 제가 배탈이 났어요.ㅜ.ㅜ

L.SHIN 2010-03-02 12:36   좋아요 0 | URL
에엥~ 후애님이 왜 배탈이 나셨을까~? (갸우뚱)
 

  

 

                       
    열병의 계절   
    로라 할스 앤더슨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1793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 황열병이 닥친다. 걸리면 하루 만에 피를 토하고 죽는
    무서운 전염병 앞에서 14살 소녀는 살기 위해 그리고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운명에 맞써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간다. 소녀의 눈을 통해 본, 타인을 위해 봉사 
                         하고 희생하는 용기있는 자들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뇌 (상/하)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2002년 7월 

    신경의학자 '사뮤엘 핀처'는 체스 세계 챔피언 대회에서 슈퍼컴퓨터를 상대로
    우승을 한다. 그날 밤, 부인과의 잠자리에서 의문의 돌연사를 하게 되고...
    그의 죽음이 타살일 것이라고 생각한 두 기자가 사건의 진실을 향해 파헤친다.
    그러는 와중에 밝혀지는 뇌의 놀라운 영역과 죽음의 비밀은 벗겨진다. 


    
    CEO 5 Days  폭풍 속의 표류기
    박상곤  /  미래와경영  /  2009년 7월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내용을 발췌하여 위기에 닥친 직장인들과
    경영자, 회사를 위해 카운셀링 해주는 책. 많은 유머러스한 이야기들이 함께 있어
    딱딱한 계발서로부터 탈피했다. 또한, 소년들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현재
                         실제로 일어나는 회사에서의 문제점들과 비교하며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준다. 

 
    
    15소년 표류기
    쥘 베른  /  비룡소  /  2005년 3월 

    뉴질랜드에 위치한 '체어먼' 기숙학교의 14명 학생들과 견습선원인 흑인소년 1명이
    선장이나 선원 등 어른없이 어느 날 밤 '슬루기'호를 타고 태평양을 표류하게 된다.
    그들은 폭풍과 싸우고,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협력하며 상상도 못했던 
                         모험을 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간다. 그들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윤희윤  /  문학동네어린이  /  2009년 3월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삶을, 감독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진중성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주는 영화산책 같은 책.
                         아직 영화의 매력을 모르는 이들에게, 영화 맛들이기에 입문하려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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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2-01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뇌>를 읽고 실망했던 기억이,,, ㅎㅎ <15소년 표류기>는 어렸을 때 너무 좋아해서 5번도 더 읽고, 어른되서도 또사서 소장 중이지요...

L.SHIN 2010-02-01 11:55   좋아요 0 | URL
저 <15소년 표류기>는 문장이 너무 딱딱하고 지루해요.ㅜ_ㅡ
문학적, 소설적 표현들이 아니고 너무 '설명문'식이랄까... 난, 스펙타클 액션 흥미진진! 모험담을
원했는데...마녀님이 소장하신 책은 어느 출판사에요? ^^

마녀고양이 2010-02-01 16:44   좋아요 0 | URL
열림원꺼 두권 짜리여염.... 전 15소년 표류기에서 먹을거 마련하는 방법이 너무 좋았답니다. ㅎㅎ 요즘 책에 비해서 스펙타클하지는 않지요,, 솔직히.

L.SHIN 2010-02-02 23: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모험담 소설류가 별로 없었던) 그런 심심한 문장이라도 좋았을 거에요.
저는 '도니펀'과 '웰콕스' 등의 아이들이 총으로 새들을 많이 잡아오는 장면에선,
'아, 그러다가 새들이 다 없어지면 나중엔 어떡하려고?' 하는 별 걱정을 다 했답니다. ( -_-)ㅋ
 

 

    베르나르 베르베르 를 처음 접한 것은 90년대 초중반이었던가.
    그가 처음 베스트셀러를 냈던 [개미]라는 책이었다.
    그 때 C가 그 책들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소감과 함께 추천을 해주었었는데
    나는 그 당시 그렇게 큰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지금까지 그냥 책장에 꽂아
    놓고만 있었다.
    그 이후로 C는 계속해서 베르나르의 책들을 샀다.
    [개미혁명], [타나토노트]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개미혁명]은 [개미]의 후속편이다.
    [타나토노트] 역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베르나르가 언어를 조합하긴
    했지만)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책들을 접할 당시 나는 지구에서 체류한지 십몇 년 밖에 안됐었고 [타나토노트]는
    아직 내가 읽을 때가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여전히 그들은 내게 먹히질 않고 제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개미 : 1,2,3권    

 개미혁명 : 1,2권      

  

      

 타나토노트 : 상, 하권

 

    그러다가 2003년, 나는 갑자기 베르나르의 다른 책들을 빠른 속도로 먹어 치우기
    시작했었다.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나무], [EXIT] 등.
    마치, 어떤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오랫동안 등한시했던 작가의 책들 6권을 단 며칠만에 먹어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전세계적으로 지금의 베르나르를 있게 만든 [개미]는 정작 아직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나온 그의 다른 책들이 나는 무척 맛있었다.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아니라 그의 사고방식이나 그가 기술하는 세계가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그의 남은 것들을 (거의 의무감 비슷한 감정으로)
    먹어치우기 위해 입양한 것이 [뇌][신]이다.
    평소 인간의 뇌에 관심이 많아 다른 인문학 혹은 전문/교양 서적류를 통해 뇌에 관해
    그 주체할 수 없는 궁금증과 호기심과 끊이지 않는 의문들에 대한 대답을 얻어가며
    즐기고 있었던 내가 베르나르가 쓴 [뇌]라는 책을 안 읽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그의 [EXIT]라는 만화에서 [뇌]라는 소설이 어떤 양상을 띄고 있을지 짐작을
    했다 해도 말이다. (베르나르의 특징이다. A 소설에서 B 소설에 대한 힌트를 주거나
    미리 암시하는 것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 상, 하권  

 천사들의 제국 : 상, 하권

 나무 : 단편소설 모음집

  

 

 EXIT : 만화 1권 완결

  

     베르나르는 한 소설에 2개 혹은 3개의 플롯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각기 다른 여러 소설이 하나의 큰 맥을 이루게 만드는 것 또한 그의 고의적인
    의도에서 비롯됨을 그의 책들을 두루 살펴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그가 새로운 주인공들을 양산하는 것보다 한 번 썼던
    주인공들을 '재활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펴낸 여러 소설들에서 나타내고 싶은
    그의 '생각의 뿌리'나 '이야기의 전체 흐름을 유지하는 맥' 때문이라는 것도 알지만.  

   

 뇌 : 상, 하권   

 

 

 신 : 1~6권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인류의 기원을 찾아 조사하는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남기자 '이지도르 카첸버그'가 [뇌]에서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뇌의 신비'를 캐기
    위해 다시 뭉친다. 그리고 [타나토노트]에서 영계 탐사를 했던 '미카엘 팽송' 외 친구
    들은 [천사들의 제국]에서 천사가 되어 인간들의 삶을 관찰, 개입하고 다시 그들은
    [신]에서 '신 후보생'으로써 새로운 세계에 던져진다.
    같은 주인공들이 서로 다른 소설에서 이어진다는 것은 재밌는 발상이고 작가의 글을
    쓰는 개인적 취향이므로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여러 소설에서 계속 강조되는 그의
    개인적인 철학적 사고들은 가끔 질리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들어 생물의 단위를 아라비아 숫자로 재해석한 것. 

     1. 광물
    2. 식물
    3. 동물
    4. 인간
    5. 현자 

    여기까지가 [아버지들의 아버지] 외 다른 소설에서 나온 숫자로 재해석한 생물의 단위이며
    일종의 레벨이다. 처음 접했을 때는 참신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천사들의 제국]에서 다시 언급되며, 

    6. 천사 

    6번항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 다음은 뻔한데도 불구하고 '비밀'이라는 식으로 풀어버린다. 

    [신]이라는 소설에서는 숫자 7을 '신 후보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신]은 6권짜리인데다 다른 먹을 책들이 많으므로 손을 데지 않은 상태다, 아직. 

    그렇다면, 베르나르는 8을 뭐라고 할까. '완전한 신' 이라고 할까, 아니면 그냥 '우주'인가.
    뫼비우스의 띠가 8자인 것처럼, '우주=무한대'라는 공식을 갖다 붙이면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욕샘쟁이 베르나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8에서 끝낼리 없다.
    그는 9까지 늘어놓을 것이다. 베르나르가 진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저 숫자들을 중심축으로
    은근슬쩍 자신의 철학적 사유들을 주구절절 풀어놓는다는 것이다. 흥미위주의 소설을 매개체로. 

    그는 처음부터 - 마치, '이지도르 카첸버그'가 벽에 커다란 '가능성의 나무'를 그리며 '뿌리에서
    가지로' 뻗어가는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듯이 - 자신이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해
    놓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야금야금 여러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내면서 인간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에 접근하거나 혹은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적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 간접적으로 그는 이미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친 적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 입을 통해서.
    실제 [나무]라는 단편소설 모음집은 프랑스에서 '가능성의 나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베르나르가 목적하고 있는 것.
    [뇌]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그에게도 있으리라.
    베르나르의 동기는,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괴짜 소설가의 엉뚱한 주제'일수도 있고, 누군가에는 꽤나 영향을 미치는
    사고의 전이가 될 수도 있다. 그는 후자를 원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인가.
    어쨌거나 이제 베르나르가 [신]을 마지막으로 그 기나긴 여정 - 십몇 년에 걸쳐 완성하고자 했던
    자신의 이야기 풀기 - 을 마치고 다른 소재의 새로운 소설을 쓰기를 바라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맛있었지만, 계속해서 같은 것을 먹으면 질리고 체하기도 한다.
    베르나르의 책들은 이제, 나로 하여금 소화불량이 되기 직전까지 만들고 있다. 
    소화를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같은' 음식만 먹어서 탈이 나는.

    나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지 안다. 그래서 이제 질린다.
    그는 아주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전달력이 상당히 좋은 작가다.
    하나의 주제에 집착하는 것은 졸업하고 좀 더 다양하고 많은, 그래, [나무]에서
    그랬던 것처럼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으면 한다. 

    나는 배고프다. 늘 '새로운 것'에 목마르다.
    나는 충격을 받고 싶다.
    나는 끊임없이 지구의 삶을, 문화를, 언어를, 인간들의 생각을, 지식을, 진보화된 문명 등을
    흡수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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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1-10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 보니 어쩐지 댄 브라운이 떠올랐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아주 예전에 단편 소설이던가? 짧은 소설 한편만 읽고는 다시 안 읽었어요. 내용이 좀 괴상했어요. 첫번째 책이 별로였음 그 작가 책을 다시 잘 안 찾게 되어요. 개미나 기타 다른 책들은 재밌을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읽고 싶지 않더라구요.^^;;

L.SHIN 2010-01-10 20:31   좋아요 0 | URL
댄 브라운..? 낯익은데..누구였더라..(아, 이 눔의 몹쓸 기억력 =_=)
그래요, 누구에게나 취향이란게 있는데다가 '첫 만남'이 별로였다면 다른 것도 흥미가 떨어지죠.
저는 댄 브라운을 찾아봐야겠습니다.(찾았는데, '아, 이 사람!' 하고 외치게 된다면, 그야말로
내 저질 기억력에 좌절하고 말 듯 하지만,웃음)

메르헨 2010-01-1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아버지들의 아버지,나무,뇌 읽었군요. 흠...개미가 젤 재미있었어요.^^

L.SHIN 2010-01-10 20:32   좋아요 0 | URL
[개미]는..'아직도'입니다.(웃음)
그 당시에 앞 부분 약간만 읽다가 손을 놨었는데, 꽤나 흥미로웠다는 것은 기억해요.

무스탕 2010-01-10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한 편도 안 본 1인;;;

L.SHIN 2010-01-10 20:34   좋아요 0 | URL
네, 이외로 많습니다. 제가 그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무라카미 뿐만 아니라 수 많은 -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 작가의
책 또한 읽지 않으니까 말이죠.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웃음)

후애(厚愛) 2010-01-11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한 편도 안 봤어요.^^;;;
신은 보고싶은 책이에요.^^

L.SHIN 2010-01-11 09:10   좋아요 0 | URL
물론, [신]만 따로 읽어도 상관은 없습니다.
내용이 [타나토노트] - [천사들의 제국] - [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단지 주인공들이 같다는 것과, 작가가 본래 전하고자 하는 취지가 그 세 소설에 두루 걸쳐서
뼈대를 만들고 있을 뿐이니까요.^^

다락방 2010-01-1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미] 읽고 그의 다른 책을 들었다가 실망하고 그의 책 읽기를 멈추었죠. [개미]는 그당시 제게 혁명 그 자체였어요. 정말 옴팡지게 재미있어요. 최고에요!

L.SHIN 2010-01-11 18: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개미]는 누구에게나 혁명스러운 책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만한 책은 쉽게 보이지 않죠.
그 최고의 책을 정작 저는 뒤로 한채 다른 것만 먹어치웠군요.(웃음)
 

 

      두뇌 비타민   

    스테판 머아우 外  /  한겨례출판  /  2009년 6월 

    * 한 마디로 창의력 훈련 제조기다. 1페이지 마다 직접 해볼 수 있는
       간단한 제안들과 아이디어가 번득이는 맛깔스러운 책.  

 
     

    괴짜가 사랑한 통계학 

    그레이엄 테터솔  /  한겨례출판  /  2009년 9월 

    * 일상 생활에서 궁금증을 일으킬 만한 소재로 통계를 내며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괴짜스러움이 풍기는 또 다른 종의
       지식서랄까. 

 

     네 이웃의 지식을 탐하라 

     빈스 에버르트  /  이순(웅진)  /  2009년 10월 

     * 독일 작가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재치 있는 표현이 재밌긴 하지만
        거창하게 탐할 정도의 지식은 들어 있지 않다. 

  

   
    내 생애의 아이들 

    가브리엘 루아  /  현대문학  /  2003년 7월 

    *  1900년대 초 캐나다의 한 시골 마을에서 순진무구한 아이들과의
        생활을 경험으로 쓴 여선생이었던 여류작가의 동화같고 수필같은
        아름다운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 살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엄청난 뚱뚱보, 83세의 노작가의 죽음을 앞두고
       다섯 명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한다. 다섯 번째 여기자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
       프레텍스타 파슈 노작가의 비밀이 드러나는 대화체의 소설이다.
                            흥미로운 것은 파슈 노작가의 거침없는 폭언이 제법 맛깔스럽다는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 자신이 신이라고 믿는 두살 반 짜리 아기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 

    제임스 M. 볼드윈  /  경성라인  /  2005년 11월 

    * 30가지의,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들을 아이들 수준으로 편집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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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1-0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가는 한해의 시작이길 바랍니다.

L.SHIN 2010-01-02 08:37   좋아요 0 | URL
네, 전호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좋은 일만 함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