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망예고장을 배달하러 왔습니다"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
최고의 작품을 써낸 작가,
그들이 제일 고민하는 것이 무엇일까.
본인이 의식하든 못 하든 바로 최고의 라이벌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만큼 무서운 것, 그리고 귀찮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창조해낸 음악이나 글, 그림 등 자신의 피조물이
훗날 자기 자신에게 최강/최고의 라이벌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정말 웃지
못할 일이 아닌가.
나름대로 '새로운 작품'을 야심차게 세상에 내놓았는데,
엄청난 후광을 발하며 꺼지지 않는 열기로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전 작품' 때문에
주눅이 드는 상황이라니. 자기 자신이 라이벌로 돌아오는 기분은 어떨까.
과연, 그 놈을 이길 수 있을까?
I don't think so~ (흑인처럼 고개를 까닥까닥 흔들며)
이길 수 없다.
생애 가장 완벽한 작품을 두 번이나 만들기란 쉽지 않으니까.
이쿠(죽다) + 가미(종이) 를 합친 합성어, 이키가미.
즉, 이키가미는 죽기 24시간 전에 배달되는 [사망예고장]이다.
'국가번영유지법' 하에 매년 초등생 1학년들에게 백신 주사를 놓는데 1,000명 중
1명에게 '죽음의 나노캡슐'이 투여되고, 18~24세라는 생명이 가장 활활 타오르는
나이에 심장이 파열하여 죽게 된다. 그들은 몇 시에 죽을지 이키가미를 통해 미리
알게 되고, 남은 24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보상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 한다.
만화, 『이키가미』를 이번에 1~7권 모두 샀다.
예전에 보았던 앞 부분부터 다시 보며, 리뷰를 어떻게 쓸까 하고 제목까지 정해놨건만,
이런, 제길슨.
2007년 3월에 내가 이 녀석을 2권까지 보고 이미 리뷰를 썼던 것이다.
'뭐, 아무렴 어때. 3~7권까지의 내용을 가지고 더 멋지게 쓰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중복되지 않게 참고나 할까 하고 전에 썼던 리뷰를 읽어 보았는데.....
이미, 내가 하고 싶은 말은 3년 전에 다 해버린 것이다-!!!!!!!!!!!
ㅡ.,ㅡ.......
나는 뛰어난 작가나 음악가는 아니지만,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3년 전의 리뷰가 '너무 완벽해서 손댈 게 없다'라고 건방진 소리를 할
수준은 아니다. 그냥, 내 기준에서 보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점에서 나는 쓸 말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발전이 없었다는...? -_-)
아, 젠장.
열심히 먹었으니 뭔가 끄적이고 싶었는데.
나는 그러니까, 3년 전의 내 자신한테 보기좋게 K.O 당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ㅡ..ㅡ
"나는 네가 3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