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도 키울 수 있는 줄 알았건만. -_- 

    그저께,  S와 C가 외부 모임에 나갔다가 다슬기를 잡아왔다.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나오는 거야? 긁적) 

    나는 살아 움직이는 다슬기를 처음 보았다.
    그것은 작은 소라와 닮았다.
    집에서 나온 연체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은 달팽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S는 스테인레스 그릇에 물을 담아 그것들을 담더니 먹을 거라고 했다. 

    ㅡ_ㅡ!!! 

    "살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먹어~??!!!" 

    나는 괜히 주방에서 알짱거리며 다슬기를 훔쳐 보았다.
    꽤 많았다. 글쎄...한, 20~30마리 정도?
    꼼지락 거리는 게 나름 귀여워서 나는, 

    "이거 수족관에 넣으면 붕어가 먹어?" 

    "아니, 안 먹어." 

    "그럼, 내가 몇 마리 키워도 돼?" 

    "어디서 키울 건데?" 

    "수족관에..." 

    "안 돼! 수족관 관리하기 힘들어져~!" 

    "ㅡ_ㅡ...." 

    S와 나의 대화에 끼어든 C의 말에 의하면 민달팽이처럼 번식하면 처치 곤란하단다.
    쳇, 그 커다란 수족관에 붕어는 꼴랑 6마리 밖에 안 사는데....
    그래서 나는, 

    "그럼 따로 담아서..." 

    예상 외로 S와 C는 OK해줬다. 아싸-!
    그래서 나는 방에서 투명한 사각 플라스틱 통을 가져와서 큰 놈들로 5마리 집어 넣었다.
    물과 함께. 그리고 나는 물었다. 

    "다슬기는 뭐 먹고 살아?" 

    S의 대답, 

    "돌에 낀 이끼 같은 거 먹고 살아" 

    "ㅡ_ㅡ....." 

    아무것도 없는 내 사각 플라스틱 통을 쳐다보았다.
    수족관에서 잘잘한 자갈들을 한 주먹 훔칠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곧이어 들린 S의 청천벽력같은 말, 

    "흐르는 물에서 살아야 돼. 그렇게 놔두면 죽어~" 

    아,놔....-_- 
    결국 나는... 하룻밤만 내 방에서 그 놈들을 재우고 다음 날 동네 냇가에 풀어주기로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고른 다섯 놈들이 다 수컷이면 어쩌지? 

    "어느 게 암컷이야?" 

    둘 다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멋대로 작은 놈들이 암컷이라고 판단.
    작은 놈들 5마리를 추가로 더 집어 들어 사각통에 옮기면서, 

    "너희들은 선택 받았느니라~!" 

    하고 외치며 혼자 좋아했다. 적어도 그들은 식탁에 오르지는 않을테니까... ( -_-) 힛. 
    그 소리를 들으면서 S는, 

    "다슬기는 아주 깨끗한 데서만 살아~ 조금이라도 물이 더러우면 죽어~" 

    "하지만 (그 냇가는) 잉어가 사는 걸! 잉어는 1급수에서만 산다고 했어!" 

    그리고 나는 다시 걱정되어서, 

    "잉어가 다슬기 먹어?" 

    "아니~ 백로가 잡아먹지" 

    헉.....ㅡ.,ㅡ! 그 냇가에는 환상적인 백로 커플이 자주 출현하는데.... 

 

    결국, 나는 어제 또... 한낮에 더위 먹어가며 냇가로 다슬기들을 데리고 갔다.
    상류 쪽을 살펴보니 백로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래, 백로를 피해 숨기면 되겠어. 

    상류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다다랐다.
    징검다리가 보이길래 갔더니.....아, 이런, 제길슨, 물살이 폭포 수준이다. -_-
    좀 더 하류 쪽을 갈까 했더니...물 속에서 팔딱거리는 잉어들이 보인다. 안 되겠다.
    여기 어디쯤에 숨기자.
    그래서 물살이 세지 않은 뭍가와 징검다리 사이쯤에 다슬기들을 풀어주었다. 

    안녕~
    하루만 동거하고 헤어지는 다슬기들아~ ㅜ_ㅡ
    어제 밤에 내 방에서 잠 자기는 편했니?
    나는 그 빌어먹을 모기 자식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방에...거미줄이나 쳐볼까...
    빌어먹을 모기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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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2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슬기....... 된장에 넣고 끓여먹으면 맛난데.
그걸 백로의 먹이로 주시다니. 힛~

L.SHIN 2010-06-26 20:05   좋아요 0 | URL
백로 먹이로 준 게 아니에요! 난 걔들이 거기서 오래오래 번식하고 살으라고... -_-
그러다 수 많아지면 백로 먹이가 되기도 하겠지만...

마녀고양이 2010-06-26 20:17   좋아요 0 | URL
머 좋은 일 하신겁니다...
번식을 하든 백로가 먹든 다른 사람이 주워서 먹든. ^^

모기는.... 향을 좀 피우고 주무시는게 어때여? 피곤하잖아요~

L.SHIN 2010-06-26 20:31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이 주워서 먹든'....에서 나는 왜 마녀님이 생각났..ㅋㅋㅋ (설마 여기까지 오실라구~)

향은...모기향 말이죠? 그게 담배 연기보다 100배 해롭다고 하네요.
게다가 모기향 맡으면...제가 모기가 된 것 마냥 숨막혀 죽을 것 같..;; -_-
오늘 친구가 전기에 꽂는..모기퇴치기를 줬어요. 그걸 해보려구요.^^

Mephistopheles 2010-06-26 20:32   좋아요 0 | URL
모기장을 이용하세요.

Mephistopheles 2010-06-2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루만 동거하고 헤어지는 다슬기들아~ ㅜ_ㅡ어제 밤에 내 방에서 잠 자기는 편했니?"

백로 뱃속에서 대답하긴 좀 힘들 껍니다 엘신님.

L.SHIN 2010-06-26 20:33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아아아앙~~~~~~~~~~~~~~~~!!!!!!!!!!!!!!!! ㅜ_ㅜ
메피님은 정말 심술쟁이야! 못됐어! 나쁜 지구인이야!
다슬기는 아직 무사할 거라구요!

Mephistopheles 2010-06-26 20:47   좋아요 0 | URL
설.마.요.

마녀고양이 2010-06-26 20: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다슬기 영혼이 꿈에 나타나 대답해줄지도 모르죠.

행복했어요,, 엘신님. 엘신님 뱃속도 편할텐데... ^^

L.SHIN 2010-06-26 20:51   좋아요 0 | URL
이런...나쁜 사람들....ㅜ_ㅡ
내가 내일 확인할 거야...확인할 거라구..다슬기는 아직 죽지 않았어...

마노아 2010-06-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어가 1급수에서 살아요? 잉어가 있는 물들은 지저분해 보이던데..
다슬기와의 하루 동거라니, 엘신님이니까 이런 미담이 생기는 거예요. 예쁜 외계인. ^^

L.SHIN 2010-06-26 20:53   좋아요 0 | URL
흑..역시 마노님은 내편이야...ㅠ_ㅠ

하지만 꼭 예쁘지만은 않아요. 개미들을 죽이지는 않지만, 팔 등에 기어오르고 있으면 손가락으로
튕겨서 우주로 보내버리거든요..( -_-)힛...일단 피부 위에 뭐가 기어다니는 것은..것은..;;끙..

무스탕 2010-06-26 22:28   좋아요 0 | URL
잉어는 3급수에서도 산다고 알아요.
그래서 한강이든 청계천이든 그런곳에서 잡힌 잉어는 먹지 말라고 했었는데..
보기에 깨끗해 보이는 물도 1급수가 아닌 경우가 꽤 많거든요.

L.SHIN 2010-06-26 22:54   좋아요 0 | URL
헤에-그렇군요.
어쩐지 좀 탁한 물에서도 잘 살더라니.
하지만 울 동네 냇가는 물 속이 훤히 정도로 맑은걸요. 단지 바닥이 더러워서...-_-;

루체오페르 2010-06-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엘신님 이런 활동까지 하시다니~ 역시 재밌는 분이십니다.ㅎㅎ
원래 동물이든 뭐든 내 식구 만들고 챙기는게 참 손가는 일이죠.^^;

안녕,다슬기는 고마웠어요~
갑자기 왜 이말이 떠오르죠;ㅋㅋ

L.SHIN 2010-06-26 21:01   좋아요 0 | URL
아니..그러니까 과거형으로 말하지 말라구요...아,놔~ ㅜ.,ㅜ
다슬기는 앞으로도 만수무강 할 거라구요! (버럭)

이제 곧 장마죠.. 비를 보고 지렁이들이 길가로 나올 시기..
지렁이를 키워볼까요? 그들은 뭘 먹고 사나...끙..(집에서 쫒겨나는 거 아냐.ㅋㅋ)

마태우스 2010-06-2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슬기는 폐디스토마의 중간숙주입니다. 다슬기에서 게나 가재로 기생충을 전파하고, 사람은 게나 가재를 먹어서 걸리죠. 근데 요즘 다슬기가 점점 사라져서 폐디스토마가 줄어들고 있다는슬픈 소식...ㅠㅠ

L.SHIN 2010-06-26 21:03   좋아요 0 | URL
헉...그러니까, 나는 페디스토마(아,이름도 어려운..;;)를 기를려고 했다는 얘기가 됩니까,형님!!
ㅡ_ㅡ...(어질)
그런데, 다슬기는 누가 암컷이구 누가 수컷인가요?

마태우스 2010-06-2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슬기도 암수구분이 있나요? 처음 알았습다. 나사에 연락해볼게요^^

L.SHIN 2010-06-26 21:19   좋아요 0 | URL
아니..그러니까...제가 집어올린 10마리가 다 수컷이거나 암컷이면 어째요?
번식을 못 하고 금단의 사랑(응?)만 하다 죽을텐데... ( -_-)ㅋ

다락방 2010-06-27 10:56   좋아요 0 | URL
금단의 사랑 슬퍼요. 히융 ㅠㅠ

책가방 2010-06-2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수컷인 것 보다 한마리만 암컷인 경우가 더 안타까운걸요..ㅋ
나머지 여덟마리 수컷은 어쩐대요..?

L.SHIN 2010-06-26 22:55   좋아요 0 | URL
푸하하하, 일부일처제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1마리의 암컷이라면, 천상천하 일여아독존이 상상되는 것은 ..왜 ㅋㅋ

비로그인 2010-06-26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슬기는 그냥 된장뚝배기 속으로 들어가는 게 제격이지!

L.SHIN 2010-06-26 22:55   좋아요 0 | URL
악-!

2010-06-2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10-06-26 22:5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럴까요? 다슬기 암컷이 들으면 좋아하겠습니다~

무스탕 2010-06-26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슬기를 잡아서는 하루정도 그냥 두어요. 그러면 얘들이 잡힐때 잔뜩 움크린 몸의 긴장을 풀고 껍질 밖으로 슬금슬글 나오죠. 가만히 보고 많이 나왔다 싶을때 냄비에 물 붇고 얼른 끓이는거에요. 그래야 삶은 다음에 꺼내 먹기가 좋지요.
간장,된장,고추,마늘등등 각종 양념을 넣고 한소끔 끓여내면 국물도 맛있고 고기도 쫄깃하대요. 다슬기가 간에 좋고 소화에도 좋다더군요.
이상 전라북도 임실군 이모씨 집에서 내려오는 전설이었습니다 :)

전 어려서부터 다슬기 or 소라 or 고동 그런거를 안먹어서 지금도 못먹어요. 시골에 가면 신랑이랑 정성이가 좋아해서 시어머니께서 자주 사다가(잡아다가 아니고) 해 주시죠 ^^

L.SHIN 2010-06-26 23:21   좋아요 0 | URL
무스님...(부들부들) 굳이..그렇게 자세히 설명 안 해줘도...나는 충분히 괴롭...ㅡ.,ㅡ^

하지만 전 골벵이는 좋아해요, 살아있는 걸 아직 못 봤거든요,라고 한다면...
너무 간사한 것 같아요..^^; (아,나도 결국 간사한 놈이었어..털썩)

다락방 2010-06-2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말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L.SHIN님.

저는 다슬기 안먹어요, 안먹는다구요!

L.SHIN 2010-06-27 11:44   좋아요 0 | URL
아! 다락님...ㅜ_ㅜ (덥썩)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와요...흑

따라쟁이 2010-06-2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는 우렁을 키워요. 항아리를 마당에 묻어놓고 우렁을 키워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우렁 된장국을 먹어요. 그리고 우리집은 개도 키워요... ;;;;;;

자하(紫霞) 2010-06-28 17:26   좋아요 0 | URL
무.섭.다

L.SHIN 2010-06-28 20:5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먹.으.려.고...우렁을 키운단 말이죠?
설마 우렁각시를 생각하고 기르는 건..? 그래서 집안일을 알아서 해준다는 그런..? ㅋㅋ

따라쟁이 2010-06-28 21:10   좋아요 0 | URL
음.. 그 우렁각시는 집안 일을 해주는게 아니고, 제 방을 어지럽히고 가나봅니다. 제 방은 늘 언제나, 정리가 안되요 ㅠㅠ

전호인 2010-06-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시골은 다슬기를 올갱이라고 합니다.
올갱이 해장국의 원조가 저희고향에 있지요.
맛의 원조~!
올갱이 해장국.

L.SHIN 2010-06-29 17:41   좋아요 0 | URL
에에-정말요? 올갱이가...다슬기였다니...ㅡ.,ㅡ

책가방 2010-06-30 01:05   좋아요 0 | URL
우리 동네에서는 고동이라고 했어용~~

무해한모리군 2010-06-2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갱이 해장국 맛나죠 ㅎㅎㅎ
어쨌거나 엘신님은 마음이 너무 따땃하신거 같아요.
다시 잡으시게 되면 따라쟁이님 처럼 해보세요 ㅋㄷㅋㄷ

L.SHIN 2010-06-29 17:42   좋아요 0 | URL
그..냥 제가 좀 변덕스러운 거겠죠, ㅎㅎㅎ
다시 잡을 일도 없겠지만, 생긴다 해도 못 키울 거 같아요.( -_-)

같은하늘 2010-07-0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것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L.SHIN님은 정말 따뜻한 외계인?!?

L.SHIN 2010-07-04 15:45   좋아요 0 | URL
아니..그저, 엉뚱할 뿐이죠,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