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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김재웅 지음 / 용화 / 1992년 8월
평점 :
절판
아침에 대교 톨게이트를 지나는 데 아주머니가 할인 시간을 잊은 것인지 거스름돈을 적게 내어 준다. 인사를 하고 지나가면서 수납함에 돈을 넣는데 몇 백원인가 모자란다. 순간 마음에서는 아주머니에 대한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일어났다. 잠시 두고 보니 그 마음이 되풀이된다. 그래서 운전중이지만 그 마음에 대고 '미륵존 여래불'하고 바치니 아줌마가 그저 실수로 잊은 것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날도 추운데 고생하는 아주머니 따뜻한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드시면 좋은 일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깟 일로 올라오는 화를 낸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침에 직장에 도착하면 우선 간단히 반야심경을 읊조리고 컴퓨터를 켜서 신문을 검색하는데 그러다보면 마음이 기사의 제목이나 내용으로 끌려 들어간다. 좀 신심을 다해 금강경을 독송하거나 마음을 챙기고 있을 때에는 마음이 화면에 쏙 들어가지는 않는데 방심하고 있다 보면 마음이 화면 속의 글자나 사진 속으로 쏙 하고 들어가고 만다. 그래서 법사님은 중생의 마음은 고삐풀린 소와 같아서 잡초 밭을 이리 저리 정처없이 다닌다고 했다.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게 대상이나 밖으로 흩어지는 마음이 하나 있고 또 안에서 인연과 즉하여 올라오는 마음이 또 하나 있다. 밖으로 흩어지는 마음을 다스려야 비로소 안에서 올라오는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야 비로소 조금 공부할 자세가 된 것인데...이렇게 마음 들여다보는 연습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늘 '미륵존 여래불'하고 바치는 공부가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있는지 요즈음 실감하고 있다.
법사님과 법사님의 스승이셨던 백성욱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렇게 마음 밝히는 법을 나같은 중생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일체의 장식없는 진실한 마음의 살림을 그대로 보여주시니 글에 대한 신뢰가 더욱 간다. 백성욱 선생님같은 도인이 깊이 앞으로의 세상을 내다보시고 또 자신의 깊은 공부를 통해 검증한 공부방법을 그 제자분들에게 은밀히 전수하였는데 그것이 세상이 열린 인연으로 나같은 범부중생도 이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이 책을 나에게 인연짓게 해 주신 그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지난 주말에는 이 책을 읽다가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따뜻한 보이차를 우려서 세 잔의 차에 한 잔은 백성욱 선생님의 잔으로 또 한잔은 이 책을 쓰신 김재웅 법사님의 잔으로 마지막 잔은 이 책을 나에게 공부방법으로 친히 이끌어주시고 평생 금강경 공부를 당부하셨던 선생님께 올렸다. 비록 생사의 경계로 직접 만날 수 없으나 늘 내 공부를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되니 마음의 위안도 되고 정신도 바로 세울 수 있다.
보다 큰 마음을 써서 발원하고 아침 저녁으로 금강경 독송하고 하루 내내 올라오는 생각을 방심치 않고 바라보고 바치는 공부법이 도인께서 이르신 방법이다. 이 공부법을 따라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절로 부처님과 법과 그것을 실천하는 모든 스승님들에 대한 공경심이 생기고 또 마음도 방일하지 않고 세워진다.
최근에 와서야 술먹는 것이나 음식 먹는 것도 조절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습관 삼아 먹지 말 것, 탐심으로 음식을 먹지 말 것, 과하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잠도 오고 게을러지고 맑아지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루 하루 몸가짐이 공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이르지도 않은 나이 더 머뭇거릴 여유가 없는데...중생의 마음이라 다잡아 꾸준히 공부하기 쉽지 않다. '사가이면면 불가이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