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사색 - 재독 철학자 송두율의 분단시대 세상읽기
송두율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만을 고집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타자에게 열린 친절함만이 상호간의 문제를 화해와 협력으로 이끈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교수는 남북간의 통일문제를 미국과 일본의 논리에 따른 남한 지배층의 논리에 반대하며 북한을 바라보는 새로운 입장과 통일의 조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선 북한 사회를 파악하는 관점으로는 50년대 이후 있어왔던 극단적인 반공이데올로기로는 어떤 설명도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세계화의 관점을 가지고서도 볼 수 없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북한을 개방시켜 시장경제원리에 관철시킬 것인가 하는 관심은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남한 체제로의 통합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에 의거하여 그는 북한의 내재적 발전론을 주장한다. 북한 스스로의 발전 방향에 입각하여 북한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나 세계화의 안경으로 북한을 보지 않게 되고 그러할 때 남북한의 교류와 화해협력의 올바른 토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한 앞으로의 통일방안도 상대방의 입장과 현실에서 출발해야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근대화와 세계화의 논리가 마치 진리인양 무조건적으로 추종했다고 볼 수 있다.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의 절대주의와 사대주의에 비판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유럽 사회와 독일의 예를 통해 우리 나라의 입장정립에 이정표를 제공해주고 나아가서는 여러 이론과 예술분야를 끌어들여 서양적인 이성과 합리성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동양사상과 민족사상으로 서양의 한계점을 극복할 것을 주장한다.

그렇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입장이 자신의 목소리만을 고집할 때 맞게 되는 상황은 갈등과 대립일 수밖에 없다. 열려 있지 않은 이상, 서로의 관점이 공존하는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통일은 없다. 주체와 대상이 아니라 물아일체가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강물은 오랜 세월을 흘러 하류에 퇴적층을 형성하고 강가의 바위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완만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다.' 김훈은 자전거를 타고 국토의 곳곳을 순례하며 국토에 대한 애정과 사적지에 담긴 역사의 혼을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주는 교훈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러내고 있다.

차를 이용해서 가는 길은 빠르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는 길은 옛 흔적이 사라진 길이다. 자연의 숨결이 멎은 폐허다. 자전거가 가는 길은 아스팔트 길에서 끊어진 자연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 자연의 숨결에 자신의 마음의 숨결을 맞추어보는 길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을 직선으로 정상까지 길을 낼 수 없듯이 산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낸 길을 따라 가는 자전거여행에서 우리는 수쳔년 이어져 오는 조상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으며 자연이 베푸는 생명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찾아간 유적지는 단지 기념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그 시절의 기운이 살아움직여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바뀐다. 퇴계선생의 마음공부와 일상이 서려있는 그 곳에서 작가는 선생의 목소리를 듣는다. 임종의 순간에 퇴계선생이 한 말 '밖에 매화나무에 물 좀 주거라'하는 소리가 환청이 되어 들리고 선생의 사상이 그의 가슴으로 와 닿아서 마음을 울린다.

그가 다닌 조국 산하의 곳곳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땅과 산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서민이 있었고 그들의 삶과 애환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도시와 문명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귀향은 비록 힘겹게 끼니를 때우고 빚갚음의 고통에 인생을 바쳐야 하는 애닳음도 있지만 자연이 베푸는 선물과 그로 인한 삶의 기쁨도 있다. 비록 여의도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버린 밤섬의 아픈 상처자욱이 깊숙하지만 자연은 다시 서서히 자생력으로 밤섬을 일구어 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 아름다운 자연의 화폭을 사람의 마음의 화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의 몫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된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의 순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김진욱 옮김 / 자유문학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원제는 On Death and Dying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다시 쓰고 싶다. Not on Death But on Dying으로.... 이 책은 '죽음'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죽는다'라는 동사로 사용할 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준비가 중요하게 됨을 말한다. 고통이 없이 편안하고 쉬운 죽음이 아니라 그 죽음을 수용하고 맞는 우리의 태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위험으로부터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없이 맞설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기를. 고통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싸워이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기를.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친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의 능력만을 바라는 인간이 될 수 있기를. 공포에 몸을 떨며 구원받기만을 갈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인내를 바라는 인간이 될 수 있기를. 성공속에서만 당신의 자애를 느낄 수 있는 비겁자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당신의 손에 이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될 수 있기를.' 타고르 <열매따기>에서의 말을 인용해본다.

여기 죽음에 대한 5단계의 일반화가 있다. 부정, 고립 -> 분노 -> 거래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통해 결국 자신의 소멸을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자신의 경험한 삶의 의미와 자신을 둘러싼 인간관계의 의미가 완전히 달리 보이는 마음의 비밀이 있다. 죽음이라는 사건을 맞이하는 가운데에서 우리는 환자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고 받아들이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인간 삶의 마지막 교훈으로서 신이 준비한 최후의 안전장치인 죽음을 우리는 단지 쉽고 편안한 것으로 맞이하려는 자세보다는 죽음이 가진 의미를 온전히 다가지는 그래서 죽어간다는 것을 알며 인간관계를 화해 회복 정리하고 본연의 나에게로 돌아가는 자신을 인식하는 그런 기회로서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의 삶속에 죽음이 늘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을 어떻게 살까?
아이라 바이옥 지음, 홍종현 옮김 / 다산글방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삶의 끝이다. 하지만 그 죽음의 과정은 역시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인생의 어느 시점이 우리의 영혼의 성장에서 가지는 의미가 있듯이 죽음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시간도 우리의 인생에서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아이라 바이옥은 말한다. 죽음은 어쩌면 우리의 영혼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죽음은 우리 인생을 거치면서 뒤틀렸던 인간관계의 화해와 회복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충고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모두의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며 따라서 죽음의 문화란 그저 어쩌면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고 도망갈 수 있을까 하는 데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는 모두가 꺼려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본인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보통 우리는 의료기구에 둘러싸여 전기충격과 물리적인 치료와 함께 마지막 삶을 마감한다. 때로는 우리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죽음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생의 가장 소중하고도 가치있는 경험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본인이 자신의 병과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남아 있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죽음을 맞으며 알 수 있으며 살아 생전 이루지 못한 인간관계의 회복도 죽음을 계기로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와 고통은 비록 클것이지만 죽음을 단지 슬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과제가 있고 그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를 어쩌면 비약적으로 이루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외면된 침묵의 여백을 우리는 영혼의 성장과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회복으로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사랑으로 채워가야만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이 훌쩍 넘어버린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여러 이야기를 글로 담아 이 책으로 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여정을 돌아보며 글이란 형식을 빌릴때 드는 민망함이 자신의 사생활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의 숨결까지 드러내는 것 때문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민감한 사회의 시사적인 면을 드러내기가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사회의 숨결을 빼고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는 것은 강가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그 고기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니....

아치울 이야기와 같은 그녀의 슬프지만 작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이 담긴 이야기들은 인생의 생로병사와 갖은 일들을 경험한 자의 안목에서 우러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녀가 벗삼았고 먼저 보내버린 손혜경 화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다.

성장을 하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점점 우리가 어떤 책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알게 되고 결혼을 하고 부부로서의 책임,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내가 맺는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책임들이 점차 무거워지다가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짐들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죽음과 지위변화가 나에게 지워졌던 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리게 한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가 느끼는 자유로움을 그녀는 잘 보여준다. 그런 삶의 무게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인간관계를 자연을 생물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자신의 마음을 되돌리게 해준다. 서울을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에 야생초와 꽃을 심어서 길러보고 뒷산을 올라보는 등...중년기의 삶의 각박함을 떨쳐버리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삶의 자유로움과 인생의 여유로움이 잘 묻어나 우리에게 때로는 놓여지는 것과 벗어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