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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강물은 오랜 세월을 흘러 하류에 퇴적층을 형성하고 강가의 바위는 오랜 세월을 견디며 완만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다.' 김훈은 자전거를 타고 국토의 곳곳을 순례하며 국토에 대한 애정과 사적지에 담긴 역사의 혼을 불러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이 주는 교훈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러내고 있다.
차를 이용해서 가는 길은 빠르다. 그리고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동차로 가는 길은 옛 흔적이 사라진 길이다. 자연의 숨결이 멎은 폐허다. 자전거가 가는 길은 아스팔트 길에서 끊어진 자연의 숨결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 자연의 숨결에 자신의 마음의 숨결을 맞추어보는 길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을 직선으로 정상까지 길을 낼 수 없듯이 산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낸 길을 따라 가는 자전거여행에서 우리는 수쳔년 이어져 오는 조상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으며 자연이 베푸는 생명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찾아간 유적지는 단지 기념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그 시절의 기운이 살아움직여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곳으로 바뀐다. 퇴계선생의 마음공부와 일상이 서려있는 그 곳에서 작가는 선생의 목소리를 듣는다. 임종의 순간에 퇴계선생이 한 말 '밖에 매화나무에 물 좀 주거라'하는 소리가 환청이 되어 들리고 선생의 사상이 그의 가슴으로 와 닿아서 마음을 울린다.
그가 다닌 조국 산하의 곳곳에는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아직도 땅과 산을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의 서민이 있었고 그들의 삶과 애환이 있었다. 그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이 있었다. 도시와 문명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귀향은 비록 힘겹게 끼니를 때우고 빚갚음의 고통에 인생을 바쳐야 하는 애닳음도 있지만 자연이 베푸는 선물과 그로 인한 삶의 기쁨도 있다. 비록 여의도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버린 밤섬의 아픈 상처자욱이 깊숙하지만 자연은 다시 서서히 자생력으로 밤섬을 일구어 내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 아름다운 자연의 화폭을 사람의 마음의 화폭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연의 몫이 아니라 인간의 몫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