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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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이 훌쩍 넘어버린 작가 박완서는 노년이 되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생의 여러 이야기를 글로 담아 이 책으로 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여정을 돌아보며 글이란 형식을 빌릴때 드는 민망함이 자신의 사생활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의 숨결까지 드러내는 것 때문이라고 하였다. 작가는 민감한 사회의 시사적인 면을 드러내기가 개운치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 사회의 숨결을 빼고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는 것은 강가에서 고기를 건져 올려 그 고기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니....

아치울 이야기와 같은 그녀의 슬프지만 작고 소박한 것의 아름다움이 담긴 이야기들은 인생의 생로병사와 갖은 일들을 경험한 자의 안목에서 우러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녀가 벗삼았고 먼저 보내버린 손혜경 화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도 엿볼 수 있다.

성장을 하면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점점 우리가 어떤 책임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알게 되고 결혼을 하고 부부로서의 책임, 가장으로서의 책임 등 내가 맺는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책임들이 점차 무거워지다가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그런 사회적 관계로부터 갖는 짐들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죽음과 지위변화가 나에게 지워졌던 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리게 한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가 느끼는 자유로움을 그녀는 잘 보여준다. 그런 삶의 무게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인간관계를 자연을 생물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중 가장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시절로 자신의 마음을 되돌리게 해준다. 서울을 떠나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에 야생초와 꽃을 심어서 길러보고 뒷산을 올라보는 등...중년기의 삶의 각박함을 떨쳐버리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삶의 자유로움과 인생의 여유로움이 잘 묻어나 우리에게 때로는 놓여지는 것과 벗어나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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