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

말 없는 그곳(남이 모르는 속마음)

듣고 보는 이 없어도

하느님이 그대를 살피니

게으름 피우지 말 것이며

사특한 생각을 하지 말지어다.

잔이 넘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그 파도가 하늘까지 넘치리라.

위로는 하늘을 받들고

아래로는 땅을 밟고 서서

나는 모른다고 할 것인가.

누구를 속일 것인가.

사람과 짐승의 분기점이자

길하고 흉함이 나뉘는 곳인

저 어두운 구석을

내 스승으로 삼으리라.

 

 

계곡 장유는 1587-1638년 사람으로 사계 김장생의 문인으로 조선 중기 4대 문장가 중 한사람이다. 제자백가, 도가, 불가, 의술, 천문, 풍수리지 등에도 두루 통달했다. 평소 "중국에는 유학 뿐만 아니라 선학, 단학, 육상산도 배우는 등 학문이 다양한데, 우리나라는 편협하게 주자학만을 고집한다."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장유는 주자를 반대하는 육왕학파로 지적받기도 했으며, 송시열은 "그는 문장이 뛰어나고 의리가 정자와 주자를 주로 하였으므로 그와 더불어 비교할만한 이가 없다"고도 하였다. 인조반정에 참가하여 공신이 되었으나 권세를 탐하지 않았고, 효종대왕의 장인이 된 후에도 항상 담박하고 간소한 생활을 하여 존경을 받았다. 병자호란 때의 주화론을 설파하던 최명길과 죽마고우였고, 조익, 이시백과 친하였으며, 정두경은 어릴 저부터 장유를 따라다니며 배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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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0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경에 나오는 "상재이실, 상불괴어옥루"가 생각난다.
"그대가 방에 있는 것을 보건대, 방구석에 대하여도 부끄러울 것이 없네"

물만두 2006-05-02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읽은 이지누의 집이야기에도 나오는 분이네요^^

혜덕화 2006-05-0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 있어도, 내 생각을 나만 알아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 결국 내 삶의 심판자는 나이니까요._()_

달팽이 2006-05-0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그런가요? 주파수가 맞았군요.
혜덕화님, 꾸준히 공부하시는 모습 속에 저를 둘러보게 됩니다.
방 모퉁이는 혜덕화님이기도 하고 또 내 스스로의 양심이기도 하고 또 내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바로 그것이기도 합니다.

파란여우 2006-05-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얘기구랴...달팽이님의 억수로 많은 사유 덕분에 호사를 누리는 건 접니다^^

달팽이 2006-05-0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후사가 두려워집니다 그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