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
잭 캔필드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푸른숲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돌이켜보면 나의 이십대는 늘 마음 속의 고민과 방황투성이었다. 뭔가를 하고 싶은 열정은 가슴에서 올라오는데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서 그저 공부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 켠에서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에게는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난 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는 오늘도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와 나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생활에서 늘 놓치고 사는 그녀의 중요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그녀에게도 해본 적이 없지만 어쩌면 그녀는 내가 젊은 방황의 시절을 보내며 늘 생각해오던 그런 여자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 처음 만났던 장소(그 장소는 내가 대학 1학년 때 처음 가보았던 장소이며, 이 곳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이 곳이 아주 중요한 곳임을 느꼈었다.)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 비록 내 심장을 정신없이 뛰게 하며 나를 들뜨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느낌과 분위기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말 못하는 나를 그래도 자연스레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하였고 2차에서 술을 마시고는 적당하게 상기된 얼굴로 그 먼 거리를 걸어서 그녀 집에 데려다 주었던 일, 그리고는 약속이나 한 듯이 소개시켜준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던 점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다음 만남에서인가 그녀는 9년 전에 친구와 함께 우리과 모임방에 들어오던 이야기를 했으며, 바로 그 순간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기타를 치던 후배들과 소란한 틈 속에서 한 신입생과 함께 들어왔던 그녀를 지켜보았던 짧았던 기억...그러고 보면 10여년 전부터 나는 그녀의 이름을 가끔씩 마음 속으로 되뇌이었던 기억들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 성도 없이 그저 이름만 되뇌이며 그런 이름을 가진 여자와 만나면 좋겠구나...하는 생각을 말이다. 이런 허전하면서도 그리워지는 가슴을 품은 내 젊은 날에 날 좋아했던 여자들에게는 내 마음이 가지 않았고,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던 여자는 늘 인연이 어긋나고 있음을 내 속의 나는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그 모든 과정의 끝에서 한 여자가 내 곁에 있다. 나는 그녀를 그렇게 가슴찡하게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담담하면서도 은은한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에게 있어 생활으로 갈등하는 사소한 일들의 이면에 서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말없이도 안다. 이 책에는 피해갈 수 없는 너무나도 운명같은 그런 사랑들의 이야기가 많다. 그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큰 재난과 어려움 속에서 피워올린 사랑의 이야기로 가슴을 울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은 그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시선 뒤에 그들의 영혼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서 그 영혼의 끈이 그들 사이를 이어주고 만나야 할 것들을 만나게 해준다는 믿음이다.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이 있다. 당신은 사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사랑을 하는 순간, 그 마음은 사라진다. 당신이 사랑을 하는 순간, 누군가 당신을 사랑하는가 아닌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몸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에 조건을 달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며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영혼이 느끼는 바이며 어떤 조건으도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을 채워내는 것이다.

  그녀가 나의 영혼의 동반자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와 내가 이 생에서 만나야 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게 영적인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가만히 우리 관계를 되돌아볼 때 서로간의 몸의 생활을 넘어서 우리에게 끌리는 이유이며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할 이유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리버 웬델 홈즈의 멋진 말을 인용할 것이다.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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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5-11-1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네요. ^-^ 어제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글과 그 영화가 주는 느낌이 너무 비슷하네요. 정말, 사랑... 잘은 모르지만. 좋네요!

어둔이 2005-11-14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너와 헤어져야할 이유
너만을 반드시 꼭 만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누가 누구가 아니라도
가슴뛸 수 있는 삶이 가능한 이유
사랑만큼이나 이별을 견뎌야 생명이 완성되는 이유
만나도 그 만남으로 만남의 삶이 다 이루어 지지 않는 이유
기다리는 이유, 그리운 이유,...다 떠나야하지 않으면 않되는 이유
그 모든 이유 뒤에 얼마나 더 큰 삶의 그림이 버티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유까지...
누구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사랑 때문에
우리가 더욱 사랑에 빠질 때 다시 만나야할 이는 누군가의 그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누군가의 그를 통하여 깨달을 수 있다면
인연이란 그져 한번 지나가는 계절의 사건이거늘..
마른 꽃잎 물들었다 다시 마르고
여린 봉우리 색이 바래서 바람에 질때
그는 그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생명이라는 것
시공을 넘어선 우주 그 너머의 빛으로 생명받아 온 존재임을..

.................

가을 햇살에 비추어진 그림자
작은 바람에 자주 흔들림을 오늘 나는 보았다

달팽이 2005-11-1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너와 꼭 만나야 할 이유
너만을 반드시 만나야 하는 이유
그게 꼭 너야만
가슴 떨리는 삶이 가능한 이유
이별을 생각하기 전에 사랑 그 자체로 스며들어야 하는 이유
만나면 만남에서 모든 것을 풀어내야 하는 이유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떠나가도
기다릴 것도 그리워할 것도 떠나갈 것도 없는 이유
그 이유를 묻기 전에
그냥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살아가는 것
사랑이 있어 그대가 있고
그대가 있어 사랑이 있네
인연이란 그저 한 번 지나가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할 것 아무것도 없네
꽃물든 나뭇잎이 빛이 바래 떨어져
땅위에서 빗물과 함께 썩어갈 때
그것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서 생명의 자리를 볼 때
나 역시 그 생명으로 숨쉬고 있는 존재임을...

나는 한자루 피리
가지 사이로 불어온
바람에 마음은 선율...

가시장미 2005-11-1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어쩜 이렇게 시적이세요? 주옥같은 시어들이.. 너무 와닿네요. ^-^
사랑하시나봐요? 전 솔직히 사랑에 대한 시에 대해서는 요즘 참 무감각해졌어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제 남자친구가 알게되면 서운하겠지만. 사실이예요. ㅠ_ㅠ
그래도 시는 잘 읽고 갑니다. ^-^*

달팽이 2005-11-1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글쎄요...
저의 서툰 글이 장미님 가슴에 가닿았다니 기쁘군요..
때로는 그 사랑에 노력도 필요하답니다..
물론 알고계실테지만...

가시장미 2005-11-1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노력이 필요하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마음이 일상에 묻혀.... 잔잔해 졌다고나 할까요? 그런 느낌이예요. ^-^
솔직히 저는 사랑의 요소중 열정에 가장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었는데. 그 열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되어 가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열정의 빈자리가 조금 느껴지지만서도... 그 만큼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으니... 흔들리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겠죠. 무엇이든 지켜가는 것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

tuwoo 2010-03-1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 1학년 때 지금 이 사람을 처음 만났던 느낌을 아직 기억합니다. 스물다섯에 사귀기 시작했을 때, 탐색과 다름에 대해 남아있던 어떤 생각들이 극복되어 확신으로 나아간 듯 합니다. 이 사람과의 시간을 통해 삶을 계속 계속 행복과 깨달음으로 이끌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구요. 삶의 어느 순간에서라도...이 사람을 떠올리면 금세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고이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한 나에게도 벅찬 감사의 마음이 들구요.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읽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네요. 달팽이님 좋은 글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두분이 행복한 여행해나가시길 빌게요 :)

달팽이 2010-03-11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그 사랑의 결과물이 만든 세상에서 나는 살아갑니다. 두 아들 녀석과 그녀 그리고 내가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늘 주어진 인연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삶의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님께서도 행복한 인생수업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