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 바람 가지에 매달린 잎을 떨구는 때

내 청춘의 계절도 바람에 쓸려가는구나

머지않아 마지막 남은 잎이 떨어지는 때

내 추억의 잎새들도 남김없이 져버리고 말테니

혹한 추위만이 세상을 뒤덮을 것이다

따뜻했던 기억들 모두 버리고 홀로 서서

그 매서운 북풍을 맞이하리라

한 치의 바람도 피해가지 않고서

내 가슴으로 모두 받아내리라

한 곳으로 모아진 내 마음이

바다로 흐르는 한줄기의 강물처럼 흐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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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5-10-24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냥 아는 서재분이 올리시는 글에 모두 댓글 달고 싶네요.. 이 시를 읽으니 슬퍼지잖아요.. 흐흑.. 진짜 눈물날라 그래요.. 흐흑

파란여우 2005-10-2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처럼 파란 달이 바람을 내려다 보는 시월의 밤
낙엽이 떠나가는 길 위에서
한 사내가 울고 있다
가슴시린 인생의 어느 냉동창고에서 떨고 있는지
사내의 눈물에는 냉기가 흐른다
그를 이렇게 길 위에 서 있게 하는 자 누구던가
애처로워하지 마세
우리모두 열심히 한 세월 강물처럼 흐르다가
등푸른 고래가 전설의 수염을 기르고 있다는
바다 한가운데서 만나게 될터이니
그 바다에 가면 더듬이가 느린 달팽이도 있을테고
밤 길 어두워 술 항아리 달 항아리 삼는 어둔이도 있을테고
홀로 들국화 핀 돌계단에서 졸고 있는 파란여우와
새우산이 필요하다고 투정대는 서림이까지
바다로 가는 강물이 퍼지는 이 동네에서
어울렁 저울렁 어깨동무나 해 보세

엔리꼬 2005-10-25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신추문예 당첨된 시조입니껴? 제 이름이 들어있어 작품에 빛을 더하네요.. 감사합니다.

달팽이 2005-10-25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서림님 오늘 또 발자국을 지워가며 들리는 분의 모습을 알게 되어서요...
어깨에 건 팔에서 전해지는 온기만으로도 이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군요...여우님..

어둔이 2005-10-2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월이 어느 멋진 날에"라는 제목의 노래말입니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김동규님의 그 우아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음악은 들려드리지 못하고 노랫말만드립니다. 달팽이님 시월에도 이렇게 멋진 날들이 있답니다. 깊은 물별에 눈이 부신 청춘의 뒤안길에서 파란여우의 기품과 어둔이의 넉넉함과 서림의 애절함과 달팽이의 고독한 걸음과.......그것들이 시월의 단풍을 이룹니다.

눈을 뜨기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세상 더는 소원없어 바램은 죄가 될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걸

네가 있는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좋은 것은 없을거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http://www.green.ac.kr/bbs/view.php?id=c_p_changsoo_samsori&no=49
위 사이트에서 노래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