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사랑한다면

아이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 보라

고요한 숨소리

맥박도 이마도 짚어보고

아이 손을 한 번 더 잡아 보라

너는 어디서 왔는지 신기해하며

나를 또 신기해하라

그렇게 또 그렇게

이런 질문도 해 보라

나는 왜 여기 왔으며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풀 섶을 기어가는 벌레에게 물어보고

풀에게, 갈대에게 물어 보라

나뭇잎으로 저무는 석양에게 물어보고

하늘 길을 내는 저 새에게 물어 보라

바람에게도 물어 보라

물음이 없다면

종교도 삶도 진리도 헛된 것임을

내 나고 자라온 곳 낙동강 가에 서서

화두처럼 물굽이로 물어 보라

네가 없다면

아, 이웃이 없다면

가정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음으로

기억의 발자국을 신고 가는 허공에게도

물어 보라

            

 - "진실로 사랑한다면"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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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6-0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사랑한다면
댓잎에 바람지나듯 하라
지나는 짧은 순간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한 치의 집착없이 보내주지 않는가
진실로 사랑한다면
산등성이 짙게깔린 안개처럼 하라
말없이 어둠을 견디는 산
말없이 다가와 살며시 껴안듯
그 외로움 함께하지 않는가
진실로 사랑한다면
허공위에 발딛듯 하라
새들이 허공에 몸짓을 남기지 않듯
마음내되 그 마음 머물지 않고
순간 순간 최고의 만남으로 피어나지 않던가

- 용욱 씀 -

어둔이 2005-06-09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로사랑한다면
미움의밑바닥까지
꽃잎지고바람불때
하아하는한숨의끝
사랑뿐임을아는때

파란여우 2005-06-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사랑한다면
미움과 한숨과 눈물의 벽을 넘어
꽃잎이 바람결에 소리없이 쓸려가듯
편안하고 따듯하고 진중하게 가슴속에 품게하는 것

달팽이 2005-06-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마음속 그대오간
빈자리가 뒤숭생숭
밤늦도록 잠못들고
하얀밤을 지새울제
멧새소리 구슬프게
어둠속에 그메아리
던져놓고 사라지고
허공속에 붙박혀진
서럽도록 맑은소리
뚜룩뚜룩 떨어지고

혜덕화 2005-06-10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로 사랑한다면
행복이라 믿는 이자리가
파도위의 글씨처럼 덧없다 해도
그러므로 더욱더
내 옆사람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