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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소리
서암스님 시자 지음 / 시월(十月)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정신이 번쩍 드는 책 한 권을 만났다. 그것도 서재지인의 리뷰를 훑어보다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우선 내 주변을 먼저 정돈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었다. 느슨했던 마음에 긴장감이 좀 생긴 탓일까? 아침부터 빨래에 청소에 설겆이에 일반쓰레기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분리해서 비우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자리에 앉으니 마음 속에 잡다했던 티끌이 좀 쓸려내려간 기분이다. 마지막부분인 소참법문을 읽고서 자리에 앉았다.
서암스님의 삶 역시 이 세상에 왔다가 우리에게 부처님의 빛을 보여주고 간 선지식들과 같이 온통 빛의 사람이다. 그 흔적 하나 하나에서도 자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함께 불교 정화운동에 참여했던 성철 스님이나 청화 스님은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서암스님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서암 스님은 일체의 형식과 드러냄조차 거부하며 말없이 소리없이 부처님의 세계에 머물다 간 선지식이셨다. 이누아님의 말대로 서암스님을 모시고 이 책을 집필한 스님도 역시 그를 닮았는지 아무런 자기 소개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큰스님의 흔적 없는 그 흔적을 그대로 일반대중에게 보이려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서암 스님의 제자인 그 분이 더 잘 보이게 된다.
스님의 검소하고도 철저한 수행생활을 보면서 그리고 생활하시는 모든 것 하나도 버릴 것 없이 공부의 기회로 삼는 것을 보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헤진 옷을 기워입고 또 기워 입고, 나이 드셔서 몸이 불편해도 자신의 몸을 생각하는 제자들의 그 마음을 다 물리치시고 엄격하게 자신을 바로 세우며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시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몇 일째 잠과 싸우면서 용맹정진하는 제자의 방에 들러 이불을 직접 펴주시며 공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그의 마음을 경외감으로 쫓을 수 있을 뿐이다.
일하는 자세에 대한 스님의 일화가 있다.
한여름 마당에 잡초가 무성하게 났다.
시자가 땡볕에서 몇 시간 동안 호미를 들고 잡초를 뽑았다.
스님께서 그 광경을 지켜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중은 일을 수행삼아 조금씩 하는 거다.
한꺼번에 일처럼 해서야 되겠느냐?"
침류교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봉암사에는 '침류교( 枕流僑 )라는 다리가 있다.
하루는 시자가 스님을 모시고 이 다리를 건너다가 여쭈었다.
"스님, 침류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
"흐르는 물을 베고 있다는 뜻이다.
그 뜻을 알아야 한다. 너는 알겠느냐?"
"........."
평생 잊지 않고 교훈으로 삼을 말씀을 해달라는 부탁에
"중은 걸사다. 무소유로 살아라. 어디 가서 밥 한 그릇에 간장 한 종기라도
달갑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 화두가 없으면 송장이다. 화두가 생명이니 이를 놓치지 말라"
북방불교에서도 우리 나라의 불교는 주로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화두는 그저 들려고 해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스님의 말씀을 실감한다. 그럴 때는 조급해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좋은 일을 하면서 대신심과 대분심 그리고 대의심을 키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어리석고 어리석은 중생 아닌가? 뭐 이 생에서 부처님법 만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뭐 욕심만 앞세워서 될 일 있겠나 싶다. 하루 하루 나태한 일들을 줄이고 몸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서 매 인연 인연 좋은 마음으로 살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내가 시작해야 할 공부길이다. 이렇게 또 인연이 되어 책 한 권으로 마음을 세우니 이 세운 마음 좀 더 길게 공부이어가서 부처님 법에 닿기를 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