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나름대로... | 좋은 글 퍼나르자
2005.06.28

무슨 말을 계속 더 하려는데 [사람들은 다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고 걱정하고 느끼며 산다]는 말이 나오면, 더 이상 말을 계속하기가 어렵게 된다. 자기한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앞으로도 그러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근태의 경험에 의하면, 그 잔악한 고문을 해대던 경찰들도 버젓이 자기 앞에서 자식 걱정을 하더란다. 그들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고 "나름대로" 사랑을 하며 "나름대로" 고민과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나름대로" 라 ?  "나름대로"라는 말 뒤로 숨어버리거나 피해버리는 경우를 아주 자주 봐온 내게 썩 내키지 않는 말이기는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라는 단어를 쓸 때가 있다. "나름대로"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

아래 글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쓴 글이다. 가끔 말했지만 그의 글은 꽤 읽을 만하다.

 

http://www.hani.co.kr/section-001000000/2005/06/001000000200506271716260.html

 

5공 인사들의 궤변

지금 현재보다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면서 산다는 사람, 나는 잘 믿지 않는다. 그런 이들은 나라걱정의 과잉으로 지나치게 심각해져서 판단력이 의심스럽거나 더 결정적으로는 현재의 사실 자체를 자의적으로 왜곡해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자기합리화를 위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습관적으로 역사를 들먹이며 거대담론 뒤로 자신의 몸을 감추는 듯한 언행은 볼썽사납다. 치열한 역사의식으로 보는 이의 옷깃마저 여미게 만드는 이들에 대한 무례다.

 최근에 〈문화방송〉 드라마 〈제5공화국〉을 시청하면서, 또 관련자들의 반응을 접하면서 나는 그런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1980년 신군부 주도 인물 17명은 〈제5공화국〉과 관련한 유감의 뜻과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소견서를 두 차례 〈문화방송〉에 보냈단다. 방송이 시작되기 전 ‘제5공화국 시나리오 오류에 대한 소견’이란 공문을 보내 대본 수정을 요구했으며, 그 후엔 5·18 광주민주화항쟁과 관련해 ‘5·18은 시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정상적 진압이었다. 표현을 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칼로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권력을 찬탈하는 쿠데타 세력들은 늘 ‘누란의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려는 구국의 일념으로 일어섰다’는 상투적 관용구로 사실을 왜곡한다. 훗날의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후렴구도 잊지 않는다. 사실 왜곡을 위한 전형적인 방어기제다.

내가 보기에 드라마 〈제5공화국〉과 관련한 어긋난 인식의 압권은 5공화국 전직 대통령 장남의 발언이다. 그는 드라마 〈제5공화국〉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불과 20년 전의 사건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사회가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며 청와대 문을 열고 들어가 7년간 산 업보가 이렇게 가혹할 줄 몰랐다고 하소연한다. 드라마에서 5회에 걸쳐 방영된 광주민주화항쟁 부분을 시청했더라면 아무리 반대편에 있었더라도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못했을테지만 그의 ‘나름대로 억울’한 심정을 헤아려볼 수는 있다.

‘나름대로’의 잣대를 들이대서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문제는 나름대로의 잣대가 얼마만큼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리얼판타스틱’이란 이름의 영화제를 준비하는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리얼’과 ‘판타스틱’이란 말이 양립할 수 없지만 그 말이 귀에 익어서 사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자신의 판타지를 사실로 착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본인은 심각하지만 옆에서 보면 일종의 코미디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기 환상 속의 잣대로 사실을 재단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역사를 입에 올리고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는 행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혹은 손가락질을 받는 말 그대로 ‘나름의 억울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광주항쟁 당시 계엄군의 최초 발포로 숨을 거두는 드라마 〈제5공화국〉 속 한 사내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자신이 총에 맞아 죽는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고 더구나 총을 쏜 상대가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총을 맞은 가슴과 계엄군을 번갈아 바라보던 기막힌 표정. 드라마의 허구와 사실을 혼동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법정 공방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사실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과 진실 앞에서 나름대로의 억울함만 되뇌는 건 세상과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5공화국과 관련하여 괴기스럽고 ‘리얼판타스틱’한 발언을 내뱉는 이들은 그 입을 다물라.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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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06-2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나름의 사정은 있겠죠. 문제는 그게 얼마나 공감가느냐는 걸 겁니다...

엔리꼬 2005-06-2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곡을 찌르는 글입니다. 역사가 우릴 평가하리라....라는 소리가 잘못사용되도 한참 잘못 사용된 경우죠..

숨은아이 2005-06-2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리고 나름대로 사정이야 다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납될 수는 없지요.
서림님/이쯤 해서 정혜신 선생의 책을 한번 읽어줘야 할 듯해요. ㅎㅎ

숨은아이 2005-06-2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자기들 존재가 통째로 부정되는 것이 견디기 어렵겠지요. 무섭습니다. 독재도 학살도 자기확신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

산사춘 2005-06-30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평가를 해준다는 '역사' 자체도 '나름대로'표인데,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봐요.

숨은아이 2005-06-30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산사춘님이 오셨다! *.* 어소세요~ ^ㅂ^/

내가없는 이 안 2005-07-0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신문에서 이 글 봤는데요, 자기들 '나름대로'는 참으로 억울한 모양이에요. 이 사람 글을 좀 더 보고 싶어서 책도 사놨는데 아, 그 책으로 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네요. 그래도 조만간! ^^

숨은아이 2005-07-0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저는 아직 책도 안 샀다나요. 헤헤. ^^a

호랑녀 2005-07-04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의 잣대가 얼마만큼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느냐 하는 것이다!
딱입니다. 상식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것!

숨은아이 2005-07-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예전엔 상식이란 말 싫어했어요. 상식이란 게 고정돼 있나 싶어서요. 그런데 사회생활 하면서는 그나마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단 생각이... ^^
 

아침에 컴퓨터를 켜면 메일함부터 확인한다. 전에는 주로 업무용 공식 메일(^^)인 엠팔부터 들어갔는데, 서재놀이에 맛들인 뒤로는 알라딘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천리안 메일부터 본다. 그런데 어느 날은 "새 코멘트가 등록되었습니다"란 메일이 한 통도 없다. 쳇. 나한테 관심이 없나 봐. (어제는 새로 글도 안 올렸잖니. ㅎㅎ)

그리고 어느 날은, 다른 분 서재에 놀러가 댓글을 달고 나서 한참 뒤에 그 댓글에 대한 답글이 달렸나 다시 가보았더니, 서재주인께서 다른 분이 쓴 댓글에 대해서는 다 답글을 달았으면서 나에 대한 것만 안 쓰셨다. 으앙, 나 왕따인가? (댓글이 여럿 달린 경우, 답글을 쓰다 보면 본의 아니게 깜박 건너뛸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으면서, 그래도 섭섭... 흑.)

이렇게 "공연히 자기에게 해롭게만 받아들이는 그른 생각" "옹졸한 생각"을 옥생각이라고 한단다. ^________^

여기서 “옥”이란 “오그라들다”에서 온 말이다. 옥생각은 마음이 오그라든 생각이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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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5-06-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저런 옥생각, 한 두 번 한 게 아닌디....^^;;;

chika 2005-06-27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저는 날마다 옥생각이예요.
옥이 내 애인이었나요? ㅡ.ㅡ

숨은아이 2005-06-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그래서 두 번 세 번 확인을 해야 한다는... ^^
진/우맘님/쳇, 진우맘님은 글 한 번 올리면 댓글이 줄줄이 사탕으로 달리면서!
치카님/이제 우리 옥생각은 던져버리자구요. 훌훌.

어룸 2005-06-2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글이군요...저는 "옥에 쳐넣어라~"에서의 옥으로 생각하고...하하하핫~^^;;;;

숨은아이 2005-06-2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풀님/하하, 저 혼자 꽁~ 감옥에 갇힌 양 생각하는 거니까 아주 틀리진 않네요. ^^;;;

sooninara 2005-06-2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제가 바쁘다보니..ㅠ.ㅠ 흑흑..
담부텀 댓글 잘 달께요^^
저도 요즘은 댓글 달기가 힘들더라구요..역시 간만에 들어오면 안돼..
매일 들어와야 댓글도 잘 다는데..쩝쩝..

숨은아이 2005-06-2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흐흐... 약속하신 거야요... 바쁘신 거 알아요. "옥생각"의 예를 들어 쓴다는 것이 평소 제 옥생각을 고백한 셈이 되었네요. ^^

balmas 2005-06-28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옥생각, 저는 안합니다.
(잘난 척, 으쓱으쓱~~)





































그런데, 여기 댓글 없으면 삐질 거야요 ... -_-v

클리오 2005-06-28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옥생각은 무지 많이 해요... ^^ 혼자서만 잘 삐지고, 안삐진척 할라구 노력해요.. ㅎㅎ

진/우맘 2005-06-2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말이죠, 상대적인거라구요.^^
마태님이 맨날 놀려요, 예전엔 수십 개씩 댓글이 올라오더니, 달랑 세 개가 뭐냐고...^^;;;

2005-06-28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6-2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허억, 저 엄청난 여백! 첨엔 익스플로러가 잘못된 줄 알았어요. ^ㅂ^
클리오님/저랑 비슷하시군요. ㅎㅎ
진우맘님/ㅋㅋ 진우맘님을 확실히 재기불능 폐인으로 만들려는 마태님의 음모죠~
속삭이신 님/제가 왜 미워해요. ^^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가 있죠... 푹 쉬다 오세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6-28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꽁~ 이란 게 왜 숨은아이님한테는 잘 안 어울리는지 몰라요.
님도 꽁~ 하세요? ^^

숨은아이 2005-06-2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그럼요, 제가 왕 삐순이여요! ^^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 혼자 중얼중얼
2005.06.24

 

전방 초소 총기 사건에 대해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우리집(그래봐야 각시와 나뿐이지만)은 군이 어제 발표한 최종 수사발표를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1. 군은 그 동안 이런 사고에 있어서 진실을 숨기려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왔다. 군은 지금은 아니 이번 사건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만, 군은 이번 사건에서 좋게 말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미숙함을 보여주었으며, 너무 엉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가 ? 게다가 사실관계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결론부터 내버리려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그 동안 이런 사고에 대해 '군 자체의 구조적 모순'이 아니라, '한 개인의 신상 문제'로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사실관계를 거기다가 짜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 김일병은 수양록에 부대원들 사이에 발생한 일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는 추측이 가능할 정도의 말은 있다고 한다. 따라서 그냥 에둘러서 '부대에는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사고 발생 후 5일만에 모습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게다가 그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도 김일병에게는 큰 일일 수 있으므로, 그 별일 아닌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수양록은 개인 일기장이라고 보아도 되는데, 어떤 일이 생겼을 때(탈영, 자살, 총기사고 등) 중요한 자료가 된다. 아마 군도, 그리고 유가족도 그 수양록의 중요성을 알아서인지 곧바로 원본을, 복사본을 확보했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어놔도 시간은 가는데, 중간만 하면 되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할 필요 없고, 누구 눈밖에 나서서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을 병사들은 본능적으로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수양록에 적나라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물론 김일병은 예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수류탄으로 죽이겠다. 모두 죽이겠다는 말을 하지 적지 않을 걸 보면 분명 자기검열을 했을 가능성이 많다)

3. 사고 발생 직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천모일병은 일관되게 "상급자의 언어폭력은 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대원을 살상하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까지 했다. 물론 그 보도가 오보인지는 따져보아야겠지만, 지금까지 오보라는 말은 없고 정정 요청도 없었다. 그런데 그 보도 내용은 김일병의 말과 일치하며, 그 결론은 군의 발표와도 일치하고 일관된다. 따라서 언어폭력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제 뉴스는 유족들이 사고 원인이 언어폭력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억울함이 풀렸다는 것이 강조되어 자칫 의문은 묻어 버린 채 유족들에게 끌려간 군과 언론보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4.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도 군대내 금지행위인 폭행(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족하다. 쉽게 말해 접촉하여 두들겨 패서 어디가 부서져야만 폭행이라고 하지 않는다)을 당했다가, 현재 근무중인 초소로 옮겨왔다. 왜 그가 옮겨왔는지 선임병들은 과연 몰랐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많다. 설사 바로 몰랐다 치더라도 이후 생활하면서 곧 자연스레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선입관을 갖고 그를 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다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를 어쩔 수 없는 구제불능의 인간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 아닐까 ?  물론, 위 폭행 사실 외에는 모두 가정이다. 그렇지만 전혀 엇나가는 가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런 경우 많지 않은가 ?

5. 어제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일병이 반항적이고 선임병들에게 대들고 욕설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곧 부대원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간혹 후임병이 선임병한테 대드는 경우가 있지만, 어제 부대원들의 말처럼,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면 그런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김일병이 원래 그랬다면 전에 있던 초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법한데, 그리고 군대가기 전에도 그랬을 텐데, 전혀 그런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아무런 문제도 없는 부대였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 어제도 오늘도 김일병은 자기에게 잘 대해 준 선임병 둘을 집어 미안하다고까지 했으나, 다른 선임병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뭔가 맺힌 게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

6. 처음에는 김일병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였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김일병을 뺀 나머지 부대원들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수사가 아닌가라는 반문에는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 위에서 본 것처럼 전체가 모인 상태에서의 일관된 진술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그 이전의 개인 병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렇다.

7.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당시 내무반의 상황, 체포 과정 등에 있어서는 의문 투성이이다. 뭔가 부대원들만이 알고 있는 그러나 즉시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진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술을 마셨는지는 즉시 혈액 검사를 했으면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사망 부대원의 위 속의 음식물의 상태를 보면 뭘 먹었는지도 알 수 있을 거고 말이다(물론 유족들에게는 고통스런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그 진실은 여직 밝혀지고 있지 않다. 어쩌면 부대원들의 일관된 진술에 묻혀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르지만, 밝힐 것은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부대원들의 심리적 충격을 감안하여 조심스런 접근이 있어야겠지만, 그 동안의 사고처럼 그들에게 평생 부담을 갖고 살게 해서도 안될 것이다).

8. 김일병은 다른 초소에서 옮겨온 지 몇달 됐고, 선임병들이 침상 어디에서 취침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임병들이 있는 곳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고, 지향사격(근거리에서 적을 향해 대충의 목표점을 설정해 두고 하는 사격, 조준사격을 할 수 없을 때 즉시 대응하기 위한 사격)을 했다고 한다. 즉, 선임병들, 특히 상병들을 목표로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것이 된다. 그 목표가 분명했음을 보여준다. 왜 그랬을까 ? 단지 상병들이 많아서 결과가 그랬을 거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순전히 김일병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상병들 중에서 두명에게는 미안하다고까지 한 걸로 봐서는, 다른 상병들과는 뭔가 문제있다는 것이고, 왜 그랬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일병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죄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그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의 말을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해서는 안된다. 자칫 군이 대충 유족들의 반발을 피하고 면피하기 위해 어정쩡한 결론(어차피 사고친 놈이 떠안고가라는 식)이 을 내버려서는 안될 테고, 또한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생기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부디 살인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군대가 사라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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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5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25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 자꾸 숨기려드는지......
그게 더 큰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불신을 낳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정말 답답하죠?

숨은아이 2005-06-25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어차피 김일병은 사형되겠지요... 그러니 어차피 죽을 놈에게 다 뒤집어씌운다는 생각이... -=- 희생자들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겠고... 앞으로 군대에서도 반드시, 경험 많은 심리치료사가 병사들에게 제대로 상담을 해주어야 할 텐데요. (결정적인 것 아니면 오타는 오타대로 그냥 둡니다만, 지적하신 부분은 역시나 자꾸 걸리는군요. 그래서 고쳤어요. ^^ 고맙습니다.)

릴케 현상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양록은 개인일기장이 아닙니다. 상시로 일기검사를 하기 때문에 미치지 않고서는 군내 갈등을 쓰지 않을 겁니다^^ 저는 주로 노래가사를 약간씩 변형해서 일기인 것 처럼 썼습니다. 검사용이니까요

알고싶다 2005-06-2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기 좋은 글 너무 많네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께요.

숨은아이 2005-06-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옆지기도 그 이야기 하더군요. 초등학교에서 일기 검사하듯이 수양록을 검사하는데, 누가 그런 이야길 거기다 쓰겠느냐고. 무기명으로 소원 수리 받는 쪽지에다가도 그런 거 쓰면 난리나는데.
리들러님/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카테고리는 제 옆지기가 daum 블로그에 쓰는 글 중에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옮겨오는 곳이랍니다. ^^

울보 2005-06-25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몰랐던것을 하나 알고 갑니다,,,

숨은아이 2005-06-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뭘 모르셨을까. ^^

마태우스 2005-06-2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분석이십니다. 존경합니다...........

숨은아이 2005-06-2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그러니깐 이 글을 쓴 제 옆지기를 존경하시는 거죠? ^^ 고맙습니다.
 
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우리 집엔, 한옥 마루에 어울리지 않게 소파와 탁자가 있었다. 나는 소파에 점잖게 앉기보다, 소파와 탁자 사이 비좁은 공간에 누워 책 읽기를 좋아했다. 처음엔 소파에 앉았다가, 그다음엔 소파에 누워 등받이에 발을 올렸다가(그러니까 소파에 거꾸로 앉은 셈이다), 결국은 소파 아래로 내려와 마루에 엎드리다가 배를 깔고 눕다가 모로 눕다가... 알고 보니 어린 아이들은 모두 좁은 공간(책상 아래 같은)에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그림책을 벌리고 마치 집처럼 세우며 놀기도 했는데, 그렇게 새로 “공간”을 만들며, 또 찾으면서, 나는 무엇을 꿈꾸었을까?

이 책에 실린 미하엘 엔데의 환상 소설 여덟 편을 읽노라니, 놀라운 공간 마술 쇼를 퍼레이드로 보는 기분이 든다. 눈앞에 빤히 보이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 분명 두툼하니 부피가 느껴지는데 실은 종잇장처럼 얇은 공간. 세계는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고, 그러나 가다 보면 문득 기적의 장벽이 눈앞을 가로막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체험한 사람들도 그 기억을 물어보면 이야기는 다 각각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과 공간은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들 수만큼 존재하는 게 아닌가. 눈앞에 빤히 보이는 게 진실이라는 믿음은, 사실은 착각?!

첫 번째 이야기 “긴 여행의 목표”는 여덟 편 중에서 가장 길다. 92쪽에 걸쳐 펼쳐지는 이 이야기의 허무와 공포에 질릴 듯하다가, 다음에 이어진 3부작 공간 마술 “보르메오 콜미의 통로” “교외의 집” “조금 작지만 괜찮아”에서 숨통이 트였다.

두 번째로 긴 작품 “미스라임의 동굴”은 다른 일곱 편과 좀 색깔이 다르다. ‘안락한 체제라는 전체주의’란 말이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큐브>의 결말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 뒤를 이은 “여행가 막스 무토의 비망록”에 나오는 ‘완벽한 도시’ 첸트룸과 미스라임의 동굴은 얼마나 다른 공간일까?

“자유의 감옥”은 선과 악을 공유하는 신의 모순과, 전적인 자유란 곧 감옥이라는 모순을 도식화해서 보여준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모 아니면 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 문을 열었을 텐데.) ‘안전하다는 믿음’이 자유로운 선택의 전제라면, 그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마지막 작품 “길잡이의 전설”을 읽고, 옮긴이의 해설을 보니, 작가 미하엘 엔데는 1995년 세상을 떠났고, 이 책은 1992년 발표되었다. 그렇담 “길잡이의 전설”이 작가의 마지막 작품일까? 모르는 일이지만, 왠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의 감옥 - All Age Classics | 원제 Das Gefa"ngnis der Freiheit (1992)  
미하엘 엔데 Michael Ende (지은이), 이병서 (옮긴이) | 보물창고,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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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6-2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앞에 빤히 보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
그런 게 저마다에게 하나씩 있지요.
당장 읽어보고 싶게 리뷰 쓰셨네요.^^

숨은아이 2005-06-2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히히, 감사!

히나 2005-06-2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간과 공간은 하나가 아니라 그 사람들 수만큼 존재하는 게 아닌가.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보관함에 담아요. ^^

숨은아이 2005-06-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님/그 말은 "보르메오 콜미의 통로" 앞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표현은 바꿨지만) 쓴 거랍니다. :-)

balmas 2005-06-2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꼭 사고 싶게 리뷰를 쓰시네요. ^_____________^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좁은 곳에 들어가기를 상당히 좋아했다죠.
가령 진공관 TV 밑이라든가 ... ㅋㅋ

숨은아이 2005-06-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꼭 사고 싶으시다구요? 정말요? ^_^ 근데 TV 밑은 너무 좁지 않나요? ㅎㅎ

내가없는 이 안 2005-06-2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사실 지난번에 이 리뷰 봤는데요, 새벽에 5시가 되는 바람에 못 달았거든요.
전 이 책 아직 못 봤는데, 님 리뷰 보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걸요. ^^
게다가 님 '큐브' 얘기까지 거론하시니... 그 영화 정말 소름이 돋았거든요.
지금 로알드 달의 책을 읽는데 같은 동화를 썼더라도 두 사람, 참 다르네요.
물론 둘 다 거장 소리 들을 만하구요.
그런데 공간 찾아 들어가는 습관이 님 닉네임과 너무 잘 맞네요. ^^

숨은아이 2005-06-2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주로 새벽에 거동하시는 이안님... ^^ 전 지금도 방에 콕 박혀 집 밖의 사람들에게는 없는 척 살금살금 꼼지락거리는 거 좋아한답니다. 후후.

플레져 2005-06-28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파와 탁자사이처럼 저는 피아노와 피아노 의자사이를 좋아했어요. 피아노 건반이 지붕 같아서 아주~ 흡족한 어둠의 자식으로 돌변할 수 있었죠. ㅎ
시간과 공간이 사람 수만큼 존재한다니... 엔데스러우십니다 ^^ (엔데를 읽어본 적 없는데도...이런 말을 하다니하다니...^^;;;)
백번째 리뷰, 구매욕을 끌어당기는 리뷰, 참 좋습니다...

숨은아이 2005-06-28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아하 피아노는 그렇겠군요. 백 번째...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그중 밑줄긋기가 꽤 끼어 있어요. ^^
 

이런 판결문, 처음 보았다. | 좋은 글 퍼나르자
2005.06.09

 

언론사 법원 출입기자들 모두가 이정렬 판사의 판결만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정렬 판사는 눈에 띄는 여러 판결들은 내 놓았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사실상 무죄 판결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공장이전을 반대하는 파업을 벌인 조합원이더라도 해고는 할 수 없다는 판결, 가정주부는 좀 독특하지만 노동자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결 등등....(위 판결의 전문은 보지 못했으며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본 거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아래 판결 중 첫번째 판결을 아웃사이더라는 잡지에서 그 전문을 볼 수가 있었다. 한달에 최소한 10개 이상은 판결문을 읽는 나지만, 판사 본인의 경험까지 곁들여 써놓은 판결문은 처음본다.

같은 병역법 위반 사건이지만, 첫번째 판결은 무죄, 두번째 판결은 유죄다. 이정렬 판사가 양심, 종교,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이유있는 거부이므로 병역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서, 정당한 이유있는지에 대해 그 결론이 다를 뿐 판단 기준은 같다(아래 두번째 판결문 중 '상동'이라고 한 것은 첫번째 판결문과 같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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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판 결

사건 2002고단3941 병역법위반
피고인 오## (82XXXX-XXXXXXX)
검사 구자현
판결선고 2004.5.21.

주 문

피고인은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믿고 있는 자로서 현역병 입영대상자인 바, 2002.7.8.경 서울 강서구 가양동 1486 소재 가양주공아파트 106동 509호 피고인의 집에서 같은 해 8.8. 13:00 경까지 대구에 있는 50사단에 입영하라는 내용의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입영통지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자가 5일이 지나도록 같은 달 13.경까지 입영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신앙을 믿고 있는 바, 그 교리에 의하면 무기를 들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3.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규정
검사가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하면서 의율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자 모두를 처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한 자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나.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

(1) 형법 제20조는 위법성조각사유의 하나로서 정당행위에 대해 규정하면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행위인 경우에는 이를 벌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다.

(2) 그런데, 위 법조는 특이하게도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을 구성요건에 적시하고 있는 바, 위 형법 제20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법조에 특별히 위 사항을 규정하여 놓은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에서 규정한 정당한 사유는 위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보다 더 폭넓은 개념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한편,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하여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는바, 여기의 양심이란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은 물론, 이에 이르지 아니하여도 보다 널리 개인의 인격형성에 관계되는 내심에 있어서의 가치적, 윤리적 판단도 포함된다고 볼 것이다.

(4) 그러므로, 양심의 자유에는 널리 사물의 시시비비나 선악과 같은 윤리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되는 내심적 자유는 물론, 이와 같은 윤리적 판단을 국가권력에 의하여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 받지 않는 자유 즉 윤리적 판단사항에 관한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고 할 것인 바, 이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다른 나라의 헌법과 달리 양심의 자유를 신앙의 자유와도 구별하고 사상의 자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별개의 조항으로 독립시킨 우리 헌법의 취지에 부합할 것이며, 이는 개인의 내심의 자유, 가치판단에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리의 명확한 확인인 동시에 민주주의의 정신적 기초가 되고 인간의 내심의 영역에 국가권력의 불가침으로 인류의 진보와 발전에 불가결한 것이 되어 왔던 정신활동의 자유를 보다 완전히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할 것이다.

(5) 게다가 우리나라가 1990년에 가입한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이른바 국제인권규약 B규약) 제18조 제2항에서도 스스로 선택하는 신념을 가질 자유를 침해하게 될 어떠한 강제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1993. 이래 위원국으로 5번째 연임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인권위원회에서도 계속적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특히 최근에는 2004.4.19. 제60차 인권위원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6) 따라서, 양심의 자유는 양심 형성 및 결정의 자유, 양심을 지키는 자유, 양심 실현의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하는 바, “양심형성 및 결정의 자유”는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양심의 형성 내지 결정과정에서 어떠한 외부적인 간섭이나 압력 강제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자기의 내면적인 소리만 따를 수 있는 자유로서, 이것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하여서는 다수의 양심이 소수의 양심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소수의 양심이 다수에게 강요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하며, “양심을 지키는 자유”는 양심의 표명을 직접 간접으로 강요당하지 않는 자유로서 이는 양심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현하도록 강제당하지 않는 이른바 침묵의 자유 및 양심 추지(推知) 금지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제당하지 않는 자유인 이른바 작위 의무로부터의 해방을 내용으로 하고, “양심실현의 자유”는 양심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시킬 수 있는 자유인 바, 결국 양심상의 결정을 이유로 한 병역의무 거부는 양심을 지키는 자유의 내용을 이루는 작위 의무로부터의 해방과 양심 실현의 자유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할 것이다.

(7) 그렇다면, 위 병역법상의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성과 그에 따른 이 법원의 판단 권능에 대하여

(1) 한편, 위 법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에 규정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위헌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이 법원이 2002.1.29. 2002초기54호로써 위헌제청 신청 결정을 하여 현재 그 위헌법률심판절차가 헌법재판소에 계속 중에 있는 바, 헌법재판소는 비록 훈시규정으로 해석되기는 하나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제38조 본문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년여가 넘게 위 심판에 관한 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한 병역법 위반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 그런데,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는 것이고(헌법 제101조 제1항), 법령의 해석, 적용에 관한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며, 법률이 헌법 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 적용상의 대원칙이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 적용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것이고(대법원 2001.4.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것(헌법 제103조)인 반면에,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헌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해석 여하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헌법재판소법 제45조)이어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해석 여하에 따른 위헌성 여부 및 법률 또는 법률 조항 중 일부분의 위헌성 여부에 관한 심사권은 법원에 전속된 권한이라 할 것이다.

(3) 한편, 사법부가 법률을 해석하는 경우 때에 따라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입법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가능하면 합헌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일부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여 바로 당해 법률 조항을 전면적으로 위헌이라 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인 바, 위 병역법 해당 조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때에 한하여 위헌으로 해석될 뿐 일반적인 경우 모두 위헌으로 해석되지는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없이도 이 법원이 위 법조의 위헌성 여부에 대하여 판단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라.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반론에 대하여

(1) 종래에 피고인과 같이 양심상의 결정에 터잡아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자에 대하여 그 처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주장되어 왔다.

(2) 즉,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155마일의 휴전선상에 백수 십만 명의 남북한 정규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안보환경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안보현실과 변역 가용자원 인구수 및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여 징병제로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군복무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경우 아무도 군대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어서 국방의 안전 보장을 위한 병력의 유지가 곤란하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면 국민의 평등한 공적부담원칙이 와해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인 공공의무의 정신과 시민적 의무의 자발적 수행에 대한 가치가 저하된다는 점, 양심적 병역거부를 빙자한 병역기피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 징병행정상의 공정성과 통일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점, 헌법은 국민개병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병역의무를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결정할 경우, 특정 종교 신자에게 특혜를 주는 결과가 되어 오히려 역차별을 초래하게 되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다른 종교와의 갈등관계가 초래되어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는 점, 병역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의 교리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수혈을 거부하도록 되어 있고, 국가체제를 사탄으로 간주,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여 국기에 대한 경계 및 애국가 봉창을 거부하며 모든 종류의 투표에 참가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공직에 취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바,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깨뜨리는 행위로서 이들에게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3)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한 해에 600명 안팎인 것으로 추산된다고 알려지고 있고, 이는 연간 징병인원 약 30만 명에 비하여 0.2%에 불과하여 국가방위력에 미치는 정도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인해전술식이고 재래식인 전투 방식에서 첨단과학 무기와 장비, 정보시스템이 주도하는 현대전에서 위와 같은 규모 정도의 징병인원이 감소한다 하여도 그다지 문제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전쟁에 참가시킨다 하여도 그들로부터 최고의 전투력의 발휘를 기대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전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아니할 것이며, 국가의 사법권 행사를 위해 법관이 꼭 필요한 존재라 하여도 모든 국민이 법관이 될 필요는 없는 것처럼, 국가의 존재를 위해 군인이 꼭 필요하다 하여도 모든 국민이 군인이 될 필요는 없다 할 것이고,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과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지 아니하기는 하나, 향후 위 제도를 도입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좀 더 중한 내용의 복무를 하도록 한다면 공적 부담이나 병무행정에 있어서의 평등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으며, 위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한다면 고의적인 병역기피자를 충분히 가려낼 수 있고,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피고인과 같이 특정 종교상의 교리를 이유로 한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상의 교리가 아닌 일반적인 양심에 따른 신념에 터잡아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도 확대할 필요성이 있는 점(따라서, 이 법원은 위 정당한 사유를 해석하기 위하여 양심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9조만을 근거로 하였을 뿐,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같은 법 제20조 제1항을 근거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위 종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병역의무만을 거부할 뿐 납세의 의무나 교육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거부하고 있지는 아니하여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는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주장들은 모두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4) 그리고, 이 사건을 담당한 판사 개인으로서도 특수전사령부 법무관으로서 병역의무의 일부를 이행한 사람으로서 현행법상 위 대체복무제가 인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기간 다소간이라도 국가방위력의 손상이 있을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나, 국가란 이를 구성하는 개인의 생명과 신체, 자유 및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근본적인 존재 의의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천부인권인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은 부당하고, 오히려 국가의 형벌권과 개인의 양심의 자유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형벌권이 한 발 양보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정당하다 할 것이다.

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 기준

(1) 그렇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어떠한 기준을 들어 당해 병역거부자가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라 할 것이다.

(2)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양심을 빙자하여 병역을 기피하는 자를 가려내기 위하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일반적인 해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인격적인 양심적 결정과정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특히 병역을 거부하기로 하는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사정(예컨대, 종교적, 윤리적 또는 인도적 근거들로서 학교교육, 가정교육, 폭력체험, 친척이나 친구의 사망, 전쟁체험에 대한 가족의 이야기, 영화 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여야 하며, 병역을 거부하기로 하는 결정을 한 이후 또는 그로부터 멀지 아니한 시간 전에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회 활동을 하였을 것 등을 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할 것이다.

바.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1)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의 위 주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위 주장을 피고인의 위 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라는 취지의 것으로 선해하여 살피기로 한다.

(2)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 제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10세 되던 1992.경부터 그 어머니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게 되었으며, 위 종교를 향후에도 신봉하여야겠다는 결정에 따라 2001.2.4. 침례를 받은 사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종교생활을 하면서 성경을 해석하던 중 성경의 일부 내용에 따라 무기를 들 수 없다는 결정을 하게 된 사실, 한편 피고인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바,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앓고 있던 축농증 등의 사유로 인하여 몇 차례 결석을 한 외에는 12년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였던 사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종교적 자원 봉사 활동을 위하여 측량기능사 자격을 취득한 다음 그 기술을 활용하여 매달 10시간씩의 전도활동 및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하였던 사실, 아울러 피고인의 형인 오준화 또한 위 종교를 신봉하여 그 양심상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였다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에서 부과된 병역의무를 거부하겠다고 결심하여 이 사건 행위에까지 이르게 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3)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의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그에게 부과된 이사건 병역의무를 거부하기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고,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병역거부는 위 법 소정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며, 검사 제출의 모든 증거들을 살펴보아도 위 정당한 사유가 없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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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판 결

사건 2002고단4812 병역법위반
피고인 조## (81XXXX-XXXXXXX)
검사 구자현
판결선고 2004.5.21.

주 문

피고인을 징역 3년에 처한다.
이 판결 선고 전의 구금일수 1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병역의무자인바,
2002.7.10.경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3가 111 소재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동생 조만행으로부터 같은 해 8.13. 춘천시 소재 102 보충대에서 현역병으로 입영하라는 서울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없이 위 입영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1. 고방장의 기재

피고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경찰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신앙을 믿고 있는 바, 그 교리에 의하면 무기를 들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입영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 판단

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규정--상동

나.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의 해석--상동

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위헌성과 그에 따른 이 법원의 판단 권능에 대하여--상동

라. 양심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반론에 대하여--상동

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인정 기준--상동

바.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1)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의 위 주장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법률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위 주장을 피고인의 위 행위가 위 법조 소정의 정당한 사유 있는 행위라는 취지의 것으로 선해하여 살피기로 한다.

(2)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 피고인의 검찰 및 경찰에서의 진술과 피고인 제출의 자료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그 어머니를 따라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를 신봉하기 시작한 이래 위 종교를 향후에도 신봉하여야겠다는 결정을 하였고 그에 따라 2001.경 침례를 받은 사실, 그 이후 매주 반나절씩 전도 봉사를 하기도 하고 위 교단에서 행사는 건축사업에도 참여하여 온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한편 피고인은 이 법원이 그에 대해 위 결정이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하여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도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결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그 이후의 생활에 대하여서도 이 사건과 같은 죄명의 다른 사건인 이 법원 2002고단3940호 사건의 피고인이 제출한 자료를 참고하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을 뿐 성의 있는 설명을 하지 않고 있는 점, 한편 피고인은 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가지고 있는 바, 학교를 다니는 동안 무려 합계 58일간 결석을 3회 지각을 3회 조퇴를 하였던 바, 그 중 질병으로 인하여 2회 조퇴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에 의하여 결석, 지각, 조퇴를 하였던 점(이에 대해 피고인은 그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나, 1학년 때의 사고로 인한 결석일수가 51일이었다가 2학년 때는 5일, 3학년 때는 2일로 현저하게 줄어든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주장을 쉽사리 믿고 받아들일 수 없다)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 종교를 신봉하고 있기는 하여도, 진정한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기에 이른 것이라 볼 수 없어 피고인의 위 주장은 부당하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1. 미결구금일수 산입
형법 제57조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다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숭고한 의미를 가진 양심을 빙자하여 이 사건 범행을 한 점 기타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들을 참작하여 보면, 피고인을 징역 2년에 처함이 상당하다는 검사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을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에 처함이 상당하다.


판사 이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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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2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욱 나중에 읽을게요^^

숨은아이 2005-06-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옆지기가 뉴스를 보다가 "또 이정렬 판사야?" 하며 이야기하기에, 그거 가지고 글을 써보라고 했더니 들입다 판결문을 옮겨놨다. ^^;; 판결문... 읽기 어렵다... 말을 꼭 저렇게 써야 하나... 그런데 고등학교를 성실히 다녔느냐 하는 게 어째서 양심적 병역거부인지 아닌지 하는 판단 기준이 되지?

숨은아이 2005-06-2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녜. ^^

호랑녀 2005-06-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 포기했습니다...
우쨌든, 정당한 사유에 의해 병역을 거부하면 죄가 안 되는데, 종교적인 양심에 따른 행동은 정당한 사유가 된다는 얘기죠?
양심적 병역거부... 에 대한 판단은 논외로 하고(아무래도 말투가 따라가는 것 같으...)
저는 법관의 권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법관의 고유권한일까.
이정렬 판사의 판결은 2심 가서 대부분 뒤집힌다고 하더군요. 그럼 결국 1심의 변호사만 좋은 일 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삐딱선을 탔습니다.
아무도 이기지 못할 사건을 이겨주었으니 수임료는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다시 2심도 수임했을 것이며, 이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계약한 수임료는 받았을 것이니... 결국 사건 의뢰인인 피고인은 돈을 무지 썼겠구나... 그리고 결국 감옥은 감옥대로 가겠구나...
그리고 저 구자현 검사라는 사람... 판사 잘못만나서 다 무죄 받아서... 인사고과에 문제는 없나... ㅋㅋ
법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인가... 그렇다면 이런 법을 지킬 필요가 있는가...
아무래도 제가 삐딱선을 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선가? =3=3=3

숨은아이 2005-06-21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라 죄송함다. ㅠ.ㅜ 아무튼, 재판 하는 사람들도 질 거 다 알고 할 것 같은데요. 1심에서 획기적인 판결을 받는다 해도, 2심 3심에서 판판이 뒤집으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이런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 변화를 바라는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이런 판사가 나중에는 2심도 맡을 수 있지 않겠어요?

호랑녀 2005-06-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그런가부다 했는데요, 내기골프 판결을 보고는(물론 판결문을 본 게 아니라 언론의 보도를 본 거지만) 좀 헷갈렸습니다. 그 판결도 이 판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생각은... 판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결해야 하지 않을까, 법이라는 건 최소한의 도덕인데, 그게 자꾸 판사에 의해 이랬다 저랬다 하면 얼마나 우스운가... 그런 생각 했습니다. 일관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2005-06-21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6-22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그 사건은 몰랐네요. 더 알아봐야겠네. 그런데 겉으론 똑같아 보이는 일도 속내가 영 다른 경우가 있잖아요. 판사가 그걸 잘 따질 줄 알아야 하겠지요.
속닥님/매들린님이 책을 쓰시는군요! @.@


릴케 현상 2005-06-22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고시공부 10년!했다는 분을 만나서 뜻밖의 판결 같은 게 있지 않냐는 얘기를 꺼냈더니, 그분은 '뜻밖의 판결'이란 없다더군요. 그건 문외한들이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어떤 판결도 판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쩝

숨은아이 2005-06-2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인가요? ^^


짱구아빠 2005-07-04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결문은 역시 읽어내기 쉽지 않군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하여 현재 법원이 내릴 수 밖에 없는 판결은 앞서 본 2심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국가들은 대체복무제를 통해서 병역 또는 집총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봉사 활동 등을 통하여 자신이 이행치 못한 병역을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정렬 판사와 같이 판결을 내려버리게 되면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은 형사상의 제재도 받지 않고,군대를 안 가도 되버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되면 가뜩이나 군대가기 싫어 별 잔머리를 다 굴리는 우리 사회 현실상 심각한 불평등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여지네요..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통해서 입법적으로 해결을 보아야 할 사안이지 법원에다가 인정하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불평등을 조장하기 때문에 제 생각으로는 이정렬 판사의 1심판결이 2심에서 변경된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저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결국 국회의 입법절차를 통하여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될 사안이라고 봅니다.

숨은아이 2005-07-0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짱구아빠님/글쎄요. 고등법원, 대법원에서까지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인정된다면 서둘러 대체복무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현재로서는 과연 언제 만들어질지 요원해 보여요. 앞으로도 징역살이로 끌려가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계속 늘어날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