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한 동네에서 보낸 나는 병원 갈 일이 있으면 꼭 ‘**의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 한 분,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계시는 작은 병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처음 그 병원에 갔던 열 살 무렵에 이미 연세가 지긋하셨기 때문에

내가 대학에 다닐 때쯤 병원 문을 닫으셨다.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거나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거나 하면

꼭 나를 돌봐주시던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

 

내가 언제 아팠고, 어떤 주사를 맞았는지는 물론이고

가루약과 물약을 잘 못 먹는 것까지 알고 계셨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아침을 잘 먹고 다니는 것을 예뻐라 하셨고,

재수하고 대학에 합격했을 땐 장하다 칭찬하셨던 선생님. 

 

말하자면 그분은 나의 주치의였던 셈이다.

얼마나 신뢰가 가는 말인가. ‘주치의.’

어느 날 내가 감기에 걸려서 주사를 한 대 맞았으면 좋겠는데

그 병원이 문을 닫았다고 생각하자 막막해졌다.

아, 이제 누구에게 나의 몸을 맡긴단 말인가! 하는 걱정이 덜컥 든 것이다.

 

2.

 

내겐 중학교 시절부터 내 머리를 잘라준 헤어디자이너 언니가 있다.

물론 그 당시엔 그 언니도 ‘스태프’ 딱지를 겨우 떼고 이제 막 컷을 시작했을 때였다.

중학교와 모 여대 사이에 있던 그 미용실은

나날이 손님이 늘어서 2호점, 3호점을 낸 큰 미용실이 되었고

그 언니는 지금 본점의 점장이 되었다. 여대생들에게 인기도 높다.

언니와 나는 디자이너와 손님의 관계라기보다 언니와 동생에 가깝다.

(저녁에 파마를 하고 좀 기다렸다가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 언니의 특징은 친분이 있는 손님의 머리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

 

특히 나의 경우, 내가 머리숱이 매우 많다는 것, 모발이 매우 튼튼하다는 것,

머리가 놀랍도록 빨리 자란다는 것, 그리고 놀랍도록 관리를 한다는 것을

나보다 그 언니가 더 잘 알고 있다.

주로 무슨 색으로 염색을 했으니까 이번엔 다른 색으로 한다든지,

파마머리가 지겨우니까 이번엔 다른 식으로 한다든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엔 머리를 길러본다든지 하는 결정들은 모두

그 언니가 내려준다. (무슨 색으로 염색하는지 모르고 맡긴 경우는 허다하다.)

이 전문가의 선택은 거의 언제나 대만족이다.


나는 헤어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몇 센티 정도 잘라드릴까요?”

하고 묻는 말이 무섭다. 우리 대부분은 비전문가 아닌가.

이건 마치 의사가 “이 주사를 맞으실래요, 저 주사를 맞으실래요?”

“위를 수술해드릴까요, 장을 수술해드릴까요?”

이렇게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단 생각이다.


일산으로 이사를 오고도 굳이 내 헤어스타일의 주치의를 찾아

서울까지 가서 머리를 자르는 이유는 바로 그것.

주말에 머리를 하러 갔다.

 

“언니, 나 머리가....”

“너 좀 잘라야겠다.”

“어떻게... 좀 많이 자를까?”

“확, 커트해버리자!”

그래서 나는 오래간만에 짧은 머리가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귀여운 것 같다.

숱 많은 소년 고양이가 되었다고나 할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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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11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기대중]

비로그인 2007-06-1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무조건 사진! :)

프레이야 2007-06-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숱많은 소년고양이, 넘 보고싶어요!! 올려주세요, 사진을!

다락방 2007-06-1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오옷.
오옷.
오옷.

숱많은 소년 고양이, 원츄~

마노아 2007-06-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진짜 사진이 필요한 페이퍼잖아요! 우정을 뛰어넘은 신뢰랄까... 와방 부러워요^^

네꼬 2007-06-1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 여러분, 이렇게 나오실 줄이야!
핵심을 봐주신 건 마노아님 1/2뿐. ㅜ_ㅜ

Mephistopheles 2007-06-1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전속 어물전을 만들지 못하셨나요...

비로그인 2007-06-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핫. '개인 주치의'나 '개인 디자이너' 등이 있으면 아무래도 편하죠.^^
그런데, 컷트머리 궁금합니다. 우리, 언제 영화보러 만날까요? (씨익)

네꼬 2007-06-1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저 놀리시는 거 재미있으시죠? -_- 저도 알아요. 흙.

엘신님 / 무슨 영화 볼까요? (싱긋)

마늘빵 2007-06-1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사진!!!

네꼬 2007-06-1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아시겠지만, "살짝 귀여운 것 같다"가 가당키나 합니까! 들통나서 안 돼요.

비로그인 2007-06-11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번 달에 개봉할 영화를 수소문해야겠습니다!

네꼬 2007-06-1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기대기대 ^^

무스탕 2007-06-1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궁금해 죽으라는 것이여!!
정성이 사진이랑 네꼬님 사진이랑 바꿀까요? :)

2007-06-11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하하하. 너무 떨리는 제안인데요!

속삭님 / 아시죠? : )

Heⓔ 2007-06-11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영화 볼까요? (싱긋) 2

네꼬 2007-06-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님 / 글쎄, 뭔가 신나는 게 좋겠는데요. : )
 

 

어제는 휴일이지만 출근해서 일하다가 들어가는 길에 혼자 장을 보았다.


새송이버섯 한 봉지      2,200원

아픈 기억 때문에 안 먹으려고 했지만, 오래간만에 버섯볶음을 먹고 싶어졌다. 용기를 냈다.


애호박 1개      550원

3개 팩이 1400원이어서 무척 갈등했지만, 경험상 호박은 금방 무르는데다가, 식구 둘인 우리 집은 한 개를 사도 마지막 1/3은 먹기 곤란한 지경이 되므로 꾹 참았다.


홍고추(국산) 1봉지      1,401원

고추 역시 많이 사봐야 다 먹기 전에 시들기 때문에 제일 적게 들어 있는 걸 고르고 또 골랐다. (개인적으로 홍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뭔가 근사해보여서 좋아한다.)


대림진종합어묵(420g) 1봉지      1,750원

오뎅국을 먹고 싶기도 하고, 오뎅조림을 먹고 싶기도 해서 한 봉지 샀다. 나중에 정리할 때보니까 두 가지를 다 하기엔 너무 작은 봉지를 사온 것 같아서 이걸로는 국만 끓이기로 했다.


밀크캔디(115g) 1봉지      2,800원

내가 좋아하는 일본 사탕 한 봉지. 대충 계산해도 어묵은 100g당 대략 400원 /사탕은 100g당 대략 2,000원. 이런 걸 속으로 계산해보는 나는 살림꾼인가, 아줌마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쩐지 서글퍼져서, 살까말까 했던 이 사탕을 사버렸다.


시금치 1단      700원

시금치는 한 단을 사면 된장국도 끓일 수 있고, 무침을 해서 심심한 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다. 게다가 몸에도 좋잖아. 알통 멋진 고양이가 되는 거야!


1.5L 자몽에이드 + 1.5L 레몬에이드 기획세트      2,980원

나는 레몬에이드를, 동거녀는 자몽에이드를 좋아한다. 다행히 아직도 행사중인 묶음이 있어서 얏호 소리를 내며 얼른 집었다. (따로 사려면 한 통에 1,850원인가 그렇다.)


참외(국산) 1망      3,800원

작은 참외 5개가 들어 있는 한 망을 골랐다. 나는 과일을 예쁘게 깎지 못한다. (고양이발이니!) 그래서 참외 같은 과일은 잘 먹지 않는데, 요 며칠 참외 먹는 데 재미가 들어서 나도 모르게 덥석, 고르고 말았다. 냄새가 달고 좋다.


토마토(국산) 1팩      2,030원

계절이 이래서 그런 걸까, 토마토 먹으라는 권유를 여기저기서 보고 들었고, 여기저기서 얻어먹기도 했다.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찹될 거야~’ 하는 토마토송을 부르는 나를 발견했다. 이 얼마나 단순한 고양이인가!


즉석두부 (550g) 1팩      1,950원

두부 한 팩에 1,950원이면 비싼 편이지만, 이 두부는 특별히 맛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 매장 내에 가게를 두고 파는 ‘원당 손두부’. 뭐, 오가닉 어쩌고 하는 두부는 한 모에 5,000원이라잖아. 이쯤 사치는 뭐 어때.


무 1개      1,300원

제발 무는 1/3쪽씩만 팔았으면 좋겠다. 무가 있으면 소고기 무국도 끓일 수 있고, 오뎅국에 넣을 수도 있고, 파래 무침에 넣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일주일 내내 무로 만든 음식만 먹는다고 해도 1/3이면 족하다. 고만큼씩 팔아도 1,300원을 주고 살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농부아저씨들이 애써 키운 것들을 너무 싸게 넘기셨겠단 생각이 들어 맘이 짠하다.


1회용 봉투      50원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오히려 50원을 깎아주기 때문에 원래 그렇게 하지만, 어제는 갑자기 장을 보는 거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21,511원어치 장을 보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가면 접시 하나 값 정도이지만,

이걸로 며칠은 든든하게 됐다. 뿌듯하다.


집에 와서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시금치를 무치고, 버섯을 볶아서

전날 해둔 김치볶음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전화하셔서 택배를 찾아 가란다.

나가는 길에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택배를 찾아왔다.

동거녀와 함께 주문한 현란한 여름 반바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톰과 제리가 잔뜩 그려져 있다.)

 

네꼬 씨,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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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07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6-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정말 다행이예요. 잘 지내서.
삼겹살도 잔뜩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놓고 아침마다 궈 먹어요. 하루가 힘차도록.
우리 네꼬님이 더 잘 지내도록, 다락방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힛.

네꼬 2007-06-0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음... 반바지 사진은 다음 기회에. 남들한테 보이긴 약간 부끄럽지만, 저는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

다락님 / 바로 그 삼겹살(몬지 아시죠?) 생각이 둥둥... 다락님이 하실 수 있는 일은 바로.... (몬지 아시죠?) 핫.

도넛공주 2007-06-0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오뎅끓이실때 무도 큰 덩어리로 넣어 같이 푹푹 삶아주세요.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지만요)

네꼬 2007-06-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주님 / 애초에 무를 산 목적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였어요. 오뎅국은 이상하게 무가 더 맛있죠?

프레이야 2007-06-0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알차게 장 보셨네요. 전 어제 친정엄마 아빠 모시고 마트 가서 님 가격의
열배값으로 장을 봐드렸어요. 오랜만에 옆지기가 마음 썼지요. 쇠고기만 해도 십만원어치..톰과제리 반바지 예쁘겠다... 보여주세요.^^

2007-06-0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알뜰하신 네꼬 님. 재료만 봐도 맛있는 밥상에 침이 절로.
혼자만 먹고, 흥!

네꼬 2007-06-0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우왓, 열 배! 소고기 십만원어치라니, 제 로망이어요. ♡.♡ 저도 누가 그런 선물 해주면 좋겠네요. ㅠ_ㅠ 반바지는... 하하핫.

션님 / 우리집에 오세요. 된장찌개 끓여서 같이 먹어요. 네? ♡

Mephistopheles 2007-06-07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보신 식재료를 보면서 가츠오부시로 우려낸 미소된장국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요.? (네꼬짱때문이에요 네꼬짱)

네꼬 2007-06-0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펠레스님 (처음으로 길게 다 써봤어요.) / 저도 그 미소국 좋아라해요. 언제 한번 해보고 싶어요. 네꼬짱이라니 훗, 좋아라. 어쩐지 '그 고양이 정말 짱이야!' 할 때의 짱 같은데요? : )

비로그인 2007-06-0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뜰살뜰한 조련사님이네.
내가 남자였으면 색시감으로 1순위인데...:)
참, 이미 동거중인 사람이 있지!!!

비로그인 2007-06-0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 알뜰쟁이 나의 '괴도 네팡'님. 여전히 고등어는 안 샀군요!!! (웃음)

네꼬 2007-06-07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색시감 1순위인데, 어떤 남자가 좀 알아보겠지요. 하하핫. (제 동거녀가 저랑 결혼할 것 같진 않습니다.)

엘신님 / 알뜰쟁이까진 아닌데 어젠 장을 그렇게 보았어요. 고등어라니 무슨 그런 말씀을!! : )

Heⓔ 2007-06-07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뜰살뜰한 네꼬님이네.
내가 또래였으면 색시감으로 1순위인데...:)
참, 이미 동거중인 사람이 있지!!!

암튼,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에요 :)

네꼬 2007-06-0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님 / 앗!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 ) 그리고 암튼, 고맙습니다. : )

Heⓔ 2007-06-0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이는 중요하지 않군요. :) 그러면 정말, 고맙습니다. :)

Heⓔ 2007-06-07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자꾸 다른 분들 댓글을 따라하게 될까요 -_-;;;
아 이 빈약한 창조력이란..-_ㅠ

마노아 2007-06-0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완성된 요리를 인증샷으로 올렸어야죠. 주부 9단 벌써 되셨어요. 이제 참한(?) 그 넘만 찾으시면 되어요(>_<)

치유 2007-06-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알뜰하게 장을 보셨네요..전 왜 꼭 생각했던 금액초과에 ....하나라도 더 덤으로 준다는것에 또 손이가서 사고...님처럼 알뜰하게 장을 봐야하건만...
반바지도 주문하시며 잘 지내신다니 다행입니다..
퇴근하시고 두분이서 톰과 제리 반바지 입으시고 편안하시겠네요..~

2007-06-0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0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님 / 별 말씀을요. 그냥 제 주문이죠. 하핫.
또 히-님 / ㅈㄱㅈㄱ 님께 저도 그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그건 따라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 )

마노아님 / 믿고 사는 사회가 밝은 사횝니다~ 참한 분, 우리 같이 찾아보아요. ("엄훠" 같은 말 나도 가끔 따라해요. 넘후 재밌어요.)

배꽃님 / 전 잘 마시지도 않는 우유를, 두개 묶어서 몇 백원 깎아준단 말에 혹해서 샀다가 내다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장보기 전에 아예 "결씸"을 하지 않으면.. 흑. 네네, 더워도 어떻게 살아보겠다고 반바지 주문하고요. : )

속삭님 / 1. 그렇다니까요. (아니 제 말은, 일산이.) 2. 그럴게요. 3. 맞아요, 추임새! 쭈욱, 찌익, 헤이! ㅈㅇ군 자라면 꼭 시켜보아요. ♡

춤추는인생. 2007-06-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저도 혼자 살아서 저런거 잘 알아요^^ 주로 용산 이마트에 가서 장보는데 가득 담아도 솔직히 패밀리 레스토랑 한번 간것보다 조금 더 나오거나 덜 나오거나 하죠. ㅎㅎ 그때 그 뿌듯함이란..ㅎㅎ

네꼬 2007-06-0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추는 인생님 / 어므낫, 반갑습니다! 여기 오신 것도, 혼자 사신단 것도. 홋. 저는 장보고 나면 밖에서 술 먹을 경우, 비싼 것 사 먹는 경우 등등을 떠올리며 기뻐해요. 그 기쁨을 아시는군요. : )

네꼬 2007-06-1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이 글 보고 며칠째) 훌쩍. 훌쩍.
 

회사 동료가 건네준 청첩장을 열었더니

흔한 인사말 대신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나는 그만 주책없이 눈물이 핑 돌았다.

청첩장 글이 이렇게 뭉클할 수도 있구나, 하고.

 

나의 동료는 예쁘고 날씬하며 경쾌한 아가씨이고,

그의 신랑은 수줍음을 타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건강한 청년이다.

아니 이들이 나 모르는 사이에 이런 시적 감수성을 키웠단 말인가

한 대 맞은 기분이었는데

물어보니 이 글은 그가 그녀에게 쓴 연애편지에 인용되었던 것이란다.

(어쩐지 정말로 한 대 맞은 기분. 그렇지, 세상엔 연애편지라는 게 있지. 털썩.)

시가 좋아서 전문을 찾아보았다.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당신도 언젠가 저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젠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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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6-0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모르게 네꼬님의 청첩장도 무지 뭉클할 것 같아요 ;ㅅ;
[서..설마.. 안 보내 주시는 건 아니겠;;;;;]

2007-06-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뻐요~ 요즘들어 왜이리 부쩍 예쁜 커플들이 많이 보이는지.
사랑, 참 할만해요? ^^

네꼬 2007-06-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님 / 제 청첩장이라니, 생각만 해도 뭉클합니다. (농담..... 아님. -_-) [설마... 보냈는데 안 오시는 건 아니겠;;;;;;;;;;;;;]

션님 / 어마, 반가워요! (그동안 어디 가셨던 겝니까!) 사랑, 네, 할 만..하죠. : )

홍수맘 2007-06-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진 글이네요.
사랑은 참 대단하다는, 아니 그런 사랑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Mephistopheles 2007-06-04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잡으셨나요..?? (마음대로 추측하는 중)
운동화 즐겨 신으면 대략 낭패...

다락방 2007-06-0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퇴근하기전에 이 아름다운 시라니요!!

갈비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웬지 갈비를 먹어서는 안될것 같은, 그런 시잖아요. 에잇. 소주도 함께 마셔야 겠어요. 흑.

프레이야 2007-06-04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첩장의 상투적인 인삿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감동입니다.
정말 멋진 커플이네요. 행복하게 잘 사실 거라 믿습니다.^^
전해주세요, 네꼬님.

마노아 2007-06-0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너무 근사해요. 이런 청첩장은 아직 못 받아보았어요. 네꼬님의 훗날 청첩장도 기대됩니다^^

마늘빵 2007-06-0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쁘다. 두 사람의 사랑이 내 가슴을 꿍딱 거리게 만듭니다.

비로그인 2007-06-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네꼬 2007-06-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 그러게요. 사랑의 힘이 참 대단한....가 봐요. ㅠ_ㅠ

메피님 / 날을 잡기 전에 남자부터 잡아야 할 입장입니다. -_- 상대만 정일우과라면 운동화가 아니라 슬리퍼라도 예뻐 보일걸요.

다락님 / 응? 갈비 누구랑 먹었어요? 나랑도 먹으러 가요!

혜경님 / (아마도 염장 때문인 듯) 속이 쓰리지만, 전해 드릴게요. ^^

마노아님 / 저도 제 청첩장이 기대 되어요. 누가 적혀 있을까요?

아프님 / 꿍딱거리는 가슴으로 어여 연애 시작하세요. : )

체셔님 / 혼자만 당할 수 없어서 다같이 괴롭자는 심정으로 올렸어요. 하하핫. (아우, 사진 제대로다!)



비로그인 2007-06-0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 체셔님이 올리신 사진.....혹시, 치킨집 그 박사자앙~~~??!!! ㅡ.,ㅡ!!

그나저나, 네꼬님. 정말 아름다운 시군요. ^^

네꼬 2007-06-0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저 사진 정말 웃기죠? ^^ 네, 아름답고 질투 나는 시랄까요. : )

이리스 2007-06-05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엇, 구두.. 가 놔와서 후다닥 달려왔어요. ㅋㅋ
역시 구두.. 가 나오니까 참 좋은 시가 ^^;;

네꼬 2007-06-0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 이 페이퍼 제목 쓰면서, 저라고 왜 님 생각이 안 났겠습니까? ^^
 

주말에 동거녀와 함께 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권정생 선생님 사시던 댁에 아직 분향소가 있다 하여 생전에 한번 못 드린 인사를 드린다는 핑계로 주말 날씨를 만끽하기로 한 것이다. 주초부터의 계획이기도 했다.

선생님이 계시던 시골 마을은 아주 한적한 곳이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곳엔 유명한 조탑동 오층전탑이 있지만 신통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탑동 오층전답. 통일 신라 때 것이라고 하는데 뭘 모르는 내가 봐도 조형미가 좋다.

 

선생님 댁은 소문대로 정말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이었다. (나는 이런 말이 수사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 갔더니 동화작가 박기범 씨가 몇몇 분들과 함께 선생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박기범 씨는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실물이 더 좋다. 생각보다 키가 크다. (이 와중에 이런 게 보이는 나.) 선생님 영정에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 뼛가루가 뿌려진 뒷산에 잠시 올랐다 내려왔다. 선생님 댁과 동네는 카메라를 들이대기 무안한 조용한 촌이었다.  영결식 때 왔던 동거녀 말에 의하면 이 조용한 동네에 선생님 문상객들의 자동차가 몇 백 미터 씩 줄을 서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놀라셨다고 한다. 나는 차마 어디를 찍지 못하고 동네에 피어 있는 작약만 찍었다.



 

음. 그런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권정생 선생님이 사시던 동네는

안동이다.

안동.

이번 여행의 쾌거는 왕복 600여 Km에 이르는 길을 경부-영동-중앙 고속도로를 갈아타가며 무사히 완주해낸 나의 체력과 집중력을 확인했다는 것. (그중엔 무려 12Km에 이르는 비포장 도로도 포함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자 하나가 내 얼굴만한 "안동 간고등어" 간판이 즐비한 고등어의 고장 안동에서 살아돌아왔다는 것.

 

이동삼 옹께는 죄송하지만, 차마 가까이 가진 못하고 멀리서 노려보기만 했다, 제일 작은 고등어 간판.

(경직되어 어색한 네꼬의 뒷모습)

 

나는 고등어의 고장에서 살아돌아온 네꼬.

나는 예전의 고양이가 아니다! 음화화화화화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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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4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팔짱끼고 여유만만히 바라보는 시선!
증거사진이 너무나 맘에 드네요 :) 즐거운 주말보내셨군요 네꼬님!

네꼬 2007-06-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교주 체셔님 / 네네^^ (실은 여유만만까진 아니고 약간 쫄았어요.)

속삭님 / 으핫! 어쩌다 부린 만용에 이렇게 일침을! =_=

Mephistopheles 2007-06-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삼 옹과 기념촬영 및 싸인 받아오시면 인정해드리겠습니다.=3=3=3=3
(혹은 2차 침공을 위해 면적성을 키우기 위한 행동일지도 몰라요.)

마늘빵 2007-06-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잘못 쓴거 아녀요? 난 예전의 고등어가 아니다.

무스탕 2007-06-0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에서 오라가 마구마구 나오고 있어요.
까짓거 해보자!!

네꼬 2007-06-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쬐끄만 사진 멀리서 보는 걸 좀 봐주세요. 불쌍히 여겨주시와. (난 왜 이렇게 메피님께 약해진 걸까!)

네꼬 2007-06-0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이리 와욧!! =3=3=3=3=3

무스탕님 / '오라가 나온다'가 무슨 뜻이에요? (근데 '까짓거 해보자'로 미루어 보건대.....음, 어쩐지 내게 좋은 뜻은 아닌 것 같잖아요!)

무스탕 2007-06-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라.. 음.. '기' 라고 할까요? 뭔가 몸에서 풍기는 말로 표현 곤란한 뭐 그런거.. 거시기 한 그런거..
나쁜 뜻 아니에요. 덤빌테면 덤벼!! 이런 기운이 넘친다는거죠 ^^
뒷모습이라서 그렇지 뒤돌려 세우면 결의에 찬 눈빛으로 할배를, 고등어를 째려보고계실듯.. ^^;;

네꼬 2007-06-0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 아항~ 그러니까 그 말은, 고등어가 아니라 제가 하는 거죠? 우리 무스탕님 ♡ (태도 급변)

antitheme 2007-06-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동까지 뜻깊은 여행이셨네요....
조금만 더 훈련하면 고등어쯤은...

마노아 2007-06-04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돌아온 네꼬님을 위해 경축~! 의미있는 여정이었어요. 알흠다운 시간 보낸 것을 축하해요^^

네꼬 2007-06-0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님 / 네, 잘 다녀왔습니다. : ) 음하하 이제 곧 고등어도 문제 없어요!

마노아님 / 600Km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살아' 돌아왔다는 데 의의를. ^^

2007-06-04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엄훠 (마노아님 흉내), 부끄럽고 좋잖아요. 호호홋.

다락방 2007-06-0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토록 안타까워 하시더니, 잘 다녀오셨어요.
다녀오시는게 다녀오시지 않는것보다 마음적으로도 나을 것 같아요.
잘하셨어요, 네꼬님.
:)

2007-06-04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04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 사실 전에 뵌 적이 없는데 이렇게 찾아 뵙는 건 좀 쑥스러웠어요. 너무 유난 떠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행과 겸하여 다녀오니 그러길 잘했단 생각입니다. 멋진 졸리 씨. : )

속삭님 / 앗, 제가 님의 서재를 서성이는 사이에 이렇게... (아이 좋아라.)

2007-06-04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0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왈!!!!!!!!!!!!!!!!!!!!!!(다급한 짖음, 격렬한 경계!)

마법천자문 2007-06-0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앞모습은요? 네?

네꼬 2007-06-0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삽질공주님 / 엄마야. 깜짝이야! 하하하하하하. 제 앞모습은
<- 이렇게 웃고 있잖아요. : )

2007-06-05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6-05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우리 대단하신 네꼬님. 그 먼 거리를 무사히 완주하시다니. 짝짝짝짝짝 !!!
제목에서 '무슨 일이~?' 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에 '과연, 그랬구나! (탁)' 하고
말았답니다. (웃음)
그나저나, '작약'이라 하였나요? 꽃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직접 보고싶다...

네꼬 2007-06-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으쓱으쓱. 이럴 만하죠? ♡

엘신님 / '함박꽃'이 저 꽃이라지요. 저도 가까이서 들여다본 건 처음인데, 아주 아름답더라구요.
그나저나, 박수 고맙습니다. (왼쪽으로 한번 꾸벅, 오른쪽으로 한번 꾸벅. 관객에게 인사.)

비로그인 2007-06-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함박꽃'이라 하는군요. 그럼, '작약'은 무슨 뜻입니까. ㅡ_ㅡa
아유, 고맙긴요~ (왼쪽으로 후다닥 가서 인사 받고, 오른쪽으로 후다닥 가서 인사 받고)

네꼬 2007-06-0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약01 (芍藥)
〔작약만[자걍-]〕「명」「1」『식』미나리아재빗과의 여러해살이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 꽃이 크고 아름다워 정원에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백작약, 산작약, 적작약, 호작약 따위가 있다.

작약02 (炸藥)
〔작약만[자걍-]〕「명」포탄, 폭탄 따위를 작렬시키는 작용을 하는 화약. 폭발물 안에 재어 넣는다.

작약03 (雀躍)
〔작약만[자걍-]〕「명」너무 좋아서 날뛰며 기뻐함.

세번째 작약, 좋죠?

비로그인 2007-06-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작약이 3가지나 되는군요!! (번쩍)
"나는 오늘 작약(雀躍)하여 하늘을 훨훨 날았노라~" (씨익)

네꼬 2007-06-07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쎈스쟁이!! (^^)

비로그인 2007-06-07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ㅡ_ㅡv (이럴 때 V 해주는 센스도 함께~)

네꼬 2007-06-07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 핫. ♡
 

사실은,

며칠 전, 배가 아픈 것이 심상치 않아서 용기를 내어 병원에 갔다. 전에 이런 걸 방치했다가 고생한 적이 있어서다. 회사에 전화해 병원에 들렀다 가겠다고 하고 채비를 하는데 혼자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풀이 죽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와글와글 모여 있는 사람들 틈에 섞여 순서를 기다리는데 내내 울적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의사로부터 몇 가지 검사를 받고 가라는 말을 듣고 나와 혈액 검사실 앞에 앉아 있는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무섭고 서러웠다. 회사에 다시 전화해 오늘 못 가겠다고 했다. 무뚝뚝한 팀장님 목소리를 듣고도 왈칵 울 뻔하였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할까. 그래도 이 나이에 병원에서 우는 것은 너무 창피한 일이기 때문에 꾹 참았다. 검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죽을 사와서 먹는데 동거녀와 친구가 전화를 해서 걱정해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울어버렸다.

속을 진정시키는 약이 아니라 수면제를 준 걸까? 며칠 내내 졸렸다. 양껏 먹지 못하고 커피도 못 마시고 해서 기운이 없었나 보다. 그 며칠 사이에 살 빠졌단 얘기와 얼굴 안 좋단 얘기를 몇 명한테 듣고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 말도 어쩐지 서럽고 속상하다.

 

갑자기 차고 단 음료수도 마시고 싶고, 끝이 까맣게 탄 지글지글 돼지갈비도 먹고 싶고, 두부 많이 넣은 된장찌개에 밥을 꼭 두 공기 먹고 싶고, 소시지 구이에 맥주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지만, 에너지를 총 동원해 참았다.


다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 병원에 또 갔다. 다행히(?)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고 한다. 의사가 음식 조심하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당분간 무리하지 말라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싱거운 처방을 줘서 서운했다. 삼치를 세 마리 구워 먹으라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웃기는 영화를 다섯 편 이상 보라거나, 헤어진 남자를 데리고 오면 코를 때려주겠다거나 하는 처방이면 좋았을 텐데.

 

 

 

이런 내용의 페이퍼를 쓰려고 마음 먹고 왔더니, 세상에,

 

 

 

 

"고양이 성인 침공 대작전"

 

메피님의 저 갱장한 페이퍼를 좀 보라지!

 

바로 이게 내가 원했던 처방전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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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 데이트를 하세요. 그리고 둘이 어깨를 닿은 채로 영화를 보세요. 아프의 처방전.

Mephistopheles 2007-06-0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 고등어기 떼로 나오는데도 말입니다....=3=3=3=3=3

향기로운 2007-06-0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향기로운 고등어래요~^^*

다락방 2007-06-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이예요, 네꼬님?
네꼬님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그 인간을 제게 데려오세요. 그 인간의 입을 스태플러로 다다닥 박아버릴게요. 다시는 네꼬님께 한마디도 하지 못하도록. 다다닥 박고 나서 손을 탁탁털며 네꼬님께 말할게요.

"이제 다 처리됐어. 그러니 걱정말고 나랑 노가리나 먹으러 가자!"
라구요.
:)

비로그인 2007-06-0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락님 나두나두~

홍수맘 2007-06-0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치를 세 마리 구워 먹으라거나" 난 이런 것만 눈에 띄어요. ㅋㅋㅋ
몸 조리 잘하세요. 메피님의 "고양이 성인 침공 대작전" 너무 멋지지 않아요? 거기에 나도 나와요. 아이 좋아라 *^ ^*

네꼬 2007-06-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처방전은 맘에 쏙 들지만, 약을 구할 수가 없어요. (털썩.)

메피님 / 악당이지만 거의 주연이잖아요. 아이 좋아. =3=3=3 (그런데 왜 쫓아가지?)

향기님 / 고등어 향기라니. 울컥. ㅠ_ㅠ

다락님 / 얏호오~ 기꺼이 님의 손을 잡고 맥주에 퐁당이어요. 러블리 ♡

체셔교주님 / 응? 그러면 같이 퐁당?

속삭님 / 오오올~ 멋진 처방전이에요! 어느 약국으로 가면 될까요? ㅋㅋ

홍수맘님 / 하하하. 저도 님네 생선가게 생각났어요. 그렇잖아도 어제, 집에 있는 옥돔 다 먹으면 그 가게 가자고 동거녀와 합의했어요. : )




마늘빵 2007-06-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의 저 대사는 오프라인에서 들어야 제맛인데. 흉내도 못내겠어.

무스탕 2007-06-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네꼬님의 주치의는 메피님이 하세요 ^^

치유 2007-06-0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너무 귀여운 페퍼에 큭큭 거리며 웃다가 ;;;
이제 확실한 처방전을 받으시고 다 좋아지셨지요??

네꼬 2007-06-0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 나, 거기 정말 한 표. 녹음해둘까봐요.

무스탕님 / 처방전에 고등어 그림이 그려져 있을 듯. -_-;;;; (내가 썼지만 웃긴다.)

배꽃님 / 나름 처절한 페이퍼였는데.... 히히. 하지만 님을 웃게 했다는 데 으쓱. 네, 만족할 처방전을 얻었으니까요. : )

2007-06-01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6-0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아아. 제가 갈게요, 님의 서재로요.

마노아 2007-06-01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하던 처방전을 얻었으니 추카해요^^ㅎㅎㅎ 속 잘 다스리구요. 스트레스 저 멀리 날려버리셔욧*(>_<)

Heⓔ 2007-06-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 마세요~
연약한 것도 너무 지나치면 매력이 감소돼요 :)

네꼬 2007-06-0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감사합니다. 딴 건 몰라도 스트레스는 다락님의 원펀치로 슉- 날려버렸어욧 >_<

히-님 / 보셔서 아시겠지만 연약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나이가 부끄럽게 겁이 많을 뿐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