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휴일이지만 출근해서 일하다가 들어가는 길에 혼자 장을 보았다.
새송이버섯 한 봉지 2,200원
아픈 기억 때문에 안 먹으려고 했지만, 오래간만에 버섯볶음을 먹고 싶어졌다. 용기를 냈다.
애호박 1개 550원
3개 팩이 1400원이어서 무척 갈등했지만, 경험상 호박은 금방 무르는데다가, 식구 둘인 우리 집은 한 개를 사도 마지막 1/3은 먹기 곤란한 지경이 되므로 꾹 참았다.
홍고추(국산) 1봉지 1,401원
고추 역시 많이 사봐야 다 먹기 전에 시들기 때문에 제일 적게 들어 있는 걸 고르고 또 골랐다. (개인적으로 홍고추가 들어간 음식은 뭔가 근사해보여서 좋아한다.)
대림진종합어묵(420g) 1봉지 1,750원
오뎅국을 먹고 싶기도 하고, 오뎅조림을 먹고 싶기도 해서 한 봉지 샀다. 나중에 정리할 때보니까 두 가지를 다 하기엔 너무 작은 봉지를 사온 것 같아서 이걸로는 국만 끓이기로 했다.
밀크캔디(115g) 1봉지 2,800원
내가 좋아하는 일본 사탕 한 봉지. 대충 계산해도 어묵은 100g당 대략 400원 /사탕은 100g당 대략 2,000원. 이런 걸 속으로 계산해보는 나는 살림꾼인가, 아줌마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어쩐지 서글퍼져서, 살까말까 했던 이 사탕을 사버렸다.
시금치 1단 700원
시금치는 한 단을 사면 된장국도 끓일 수 있고, 무침을 해서 심심한 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다. 게다가 몸에도 좋잖아. 알통 멋진 고양이가 되는 거야!
1.5L 자몽에이드 + 1.5L 레몬에이드 기획세트 2,980원
나는 레몬에이드를, 동거녀는 자몽에이드를 좋아한다. 다행히 아직도 행사중인 묶음이 있어서 얏호 소리를 내며 얼른 집었다. (따로 사려면 한 통에 1,850원인가 그렇다.)
참외(국산) 1망 3,800원
작은 참외 5개가 들어 있는 한 망을 골랐다. 나는 과일을 예쁘게 깎지 못한다. (고양이발이니!) 그래서 참외 같은 과일은 잘 먹지 않는데, 요 며칠 참외 먹는 데 재미가 들어서 나도 모르게 덥석, 고르고 말았다. 냄새가 달고 좋다.
토마토(국산) 1팩 2,030원
계절이 이래서 그런 걸까, 토마토 먹으라는 권유를 여기저기서 보고 들었고, 여기저기서 얻어먹기도 했다. ‘멋쟁이 토마토, 토마토!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찹될 거야~’ 하는 토마토송을 부르는 나를 발견했다. 이 얼마나 단순한 고양이인가!
즉석두부 (550g) 1팩 1,950원
두부 한 팩에 1,950원이면 비싼 편이지만, 이 두부는 특별히 맛있기 때문에 할 수 없다. 매장 내에 가게를 두고 파는 ‘원당 손두부’. 뭐, 오가닉 어쩌고 하는 두부는 한 모에 5,000원이라잖아. 이쯤 사치는 뭐 어때.
무 1개 1,300원
제발 무는 1/3쪽씩만 팔았으면 좋겠다. 무가 있으면 소고기 무국도 끓일 수 있고, 오뎅국에 넣을 수도 있고, 파래 무침에 넣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일주일 내내 무로 만든 음식만 먹는다고 해도 1/3이면 족하다. 고만큼씩 팔아도 1,300원을 주고 살 텐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농부아저씨들이 애써 키운 것들을 너무 싸게 넘기셨겠단 생각이 들어 맘이 짠하다.
1회용 봉투 50원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오히려 50원을 깎아주기 때문에 원래 그렇게 하지만, 어제는 갑자기 장을 보는 거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21,511원어치 장을 보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라도 가면 접시 하나 값 정도이지만,
이걸로 며칠은 든든하게 됐다. 뿌듯하다.
집에 와서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시금치를 무치고, 버섯을 볶아서
전날 해둔 김치볶음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설거지를 하는데 경비 아저씨가 전화하셔서 택배를 찾아 가란다.
나가는 길에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택배를 찾아왔다.
동거녀와 함께 주문한 현란한 여름 반바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톰과 제리가 잔뜩 그려져 있다.)
네꼬 씨, 잘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