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나 국토대장정 같은 큰일을 해낸 적이 없는 탓이겠지만, 나에겐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일이 대체로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처음으로 형광등을 내 손으로 갈았을 때, 책상을 옮기면서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고 컴퓨터의 모든 선을 제대로 연결했을 때(짜릿!), 오이냉국에 간장의 양을 정확히 맞추었을 때, 동거녀들이 열지 못한 주스 병 뚜껑을 열었을 때, 술을 잔뜩 마신 다음 날 아침, 헤어진 남자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등이 그렇다. (내가 겸손하니 망정이지 사실은 굉장히 많은데 적당히 적어본 거다.)

다음 주면 회사에서 자리 이동이 있다. 쌓여 있는 책들을 옮길 생각을 하니 새 부서원들 보기가 민망해서 일주일 동안 매일 조금씩 집에 가져오기로 마음먹고 일요일 내내 방을 치웠다. 그런데 아무리 치워도 어찌 된 영문인지 방은 더 어질러지기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세상에 고양이 한 마리 사는데 웬 짐이 이렇게 많담!)에 둘러싸여 망연자실 서 있노라니 청소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책장이 모자라다는 것! 약 20분간 고민한 끝에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책장을 사러 나섰다. 마침 집 근처에 가구 공장이 모여 있는 동네가 있어 전에도 시도한 적이 있는데 내가 사려는 것처럼 조그만 책장을 파는 곳을 찾지 못해 포기했더랬다.


하지만 이번엔 나름 비장. 정 안 되면 이 길로 내처 홍대 앞 가구거리에 가서라도 사 오리, 그런 각오로 재도전한 것이다. 처음 두 군데 가게에서는 “그렇게 작은 책장은 이 동네에 없어요. 그런 건 그냥 동네 시장에서 사시죠” 라는 퉁명스러운 대꾸가 다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네꼬 씨가 아니다. (물론 이번엔 작정해서 그렇고, 평소엔 매우 쉽게 포기한다.) 세 번째 가게에서 드디어 마음에 맞는 책장을 발견! 책장이라고는 하지만 너비 40 높이 120의 사단 책꽂이 두 개, 이단 책꽂이 한 개다. 호기롭게 값을 치르고 뒷좌석과 트렁크에 실린 책꽂이를 보고서야 퍼뜩 드는 걱정. 이걸 어떻게 옮기지!


지하 주차장에서 3층 네꼬 씨 집까지 계단 하나에 "이놈의 계단!" 한 번, 계단 하나에 “다 왔어!” 한 번, 계단 하나에 “미쳤어!” 한 번을 번갈아 외치면서, 세 차례에 걸쳐 책꽂이 운반 완료! 세 번째 책장을 옮긴 뒤에는 맥주 한 캔을 앉은 자리에서 다 마셔버렸다. 그래도 성공은 성공이다!


새 책장에 책들을 다 꽂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방에서 나가 문을 닫았다. 심호흡을 하고 방문을 열어 보니 정돈된 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다시 문을 닫는다. (외출했다 들어오는 상황 시뮬레이션 후) 방문을 열어보니 깜짝 놀랄 만큼 깨끗한 책장! 다시 문을 닫는다. (손님이 오셔서 “아 여기가 네꼬 씨가 쓰는 방?” 하는 상황 시뮬레이션 후) 방문을 연다! 보란 듯이 깨끗한 방! 다시 문을 닫는다. (이번엔 TV 보다가 ‘들어가서 책 읽어야지’ 하고 들어오는 상황 시뮬레이션) 문을 연다. 독서 분위기 쵝오!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날 만큼 기분이 좋다! 으하하하하하. 세상에 나만큼 유능한 고양이가 또 있을까? 응? 아무리 공정하게 따져봐도 역시 내가 제일인 것같다. 완전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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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0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0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8-2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오늘 대박 사랑스러움이에요! 인증샷은 어디 있나요. 책장 구경하고파요^^
정말 와락 안아주고 싶어요(>_<)

네꼬 2007-08-30 08:21   좋아요 0 | URL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3=3=3 (달려드는 거예요.) 인증샷은 다음달에 올릴게요. 으어어어엉. 나 울면서 말할 사연이 있어요. ㅠㅠ ♡

마노아 2007-08-31 02:40   좋아요 0 | URL
아니 왜요! 어여 이리와요. 내 품에서 울어요. 내가 보듬어 줄게요!!

네꼬 2007-08-31 09:10   좋아요 0 | URL
정말로 마노아님이 이러시면 울컥한다니까. >_<

2007-08-31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3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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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고양이 - 도시를 누비는 작은 사냥꾼
녹스 사진, 사라 닐리 글, 한희선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엄마 아빠가 사시는 집에는 아주 작은 마당이 있다. 옛날 집이다. 집 앞에 재래식 시장이 있는데다가 골목이 많은 동네여서 떠돌이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를 무서워했는데 아빠는 다들 배고파서 우는 거라며 안쓰러워하셨다. 겨울밤이면 마당에 고양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을 내놓으시곤 내게 “고양이들 놀랄지 모르니까 넌 방에서 나오지 말고 있어” 하셨다. 고양이들은 처음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눈치였지만, 언젠가부터는 우리 집 강아지들이 맹렬하게 짖어대도 (말 그대로) ‘너는 짖어라’ 하는 듯 유유히 생선 접시를 비우고 가곤 했다. 내가 그럴 만해서 대접 받겠다는데 다들 무슨 상관이야? 하는 듯 당당한 모습이었다.

‘방랑 고양이’는 도시 뒷골목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이다. 이미 길들여졌거나 길들여질 수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보금자리를 주고, 야생의 고양이라면 중성화를 해주는 동물보호가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무척 아름다운 책이지만 나는 한국어판 제목이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방랑’이라니. 그건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이들에게 적용되는 단어가 아닌가. 이 고양이들은 그저 도시의 뒷골목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트럭 밑에서, 담장 위에서, 허물어진 집들 사이에서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이 고양이들은 절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눈빛을 갖고 있다. 이것 역시 자의적인 해석, 특히나 카메라 렌즈를 통해 해석된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버려진 비닐 봉지를 가지고 놀고 (도구를 이용해서 놀 줄 아는 동물은 정말 몇 종 없을 것이다!) 친구 고양이의 꼬리를 붙잡고, 길 한복판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은 사람인 나를 부끄럽게 하고 ‘네꼬’인 나를 자랑스럽게 한다. 그러나 다시, “아무리 뒷골목에 숨어 지낸다 해도 동물들은 사람이 모는 자동차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실제적으로 자동차는 뒷골목 고양이들에게 죽음을 유발하는 유일한 기계라고 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지적에 그만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주이님께 책을 선물 받고 며칠 동안 나는 이 책 속에 있었다. 선물이 온다고, 그것도 멋진 고양이 사진집이라고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여러 번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인간들이 다른 동물들과 사이좋게 사는 것은 정말 이렇게 힘든 일일까? 아무도 그것이 ‘생존을 위한 투쟁’인지 ‘선택한 방랑’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오늘도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을 지구 곳곳의 고양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집 짓고 살 수 있는 동물들은 정말 잘 살아야 한다. 

 

 

*

알라딘 생활(!) 을 시작한 이래, 누군가 이렇게 우편으로 책을 보내주신 것은 처음이예요. 얼마나 좋았는지 포장을 뜯는데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선물 받으시는 분들, 이런 기분이셨군요, 다들!! (나는 이제야 알았다는 억울함마저!) 주이님, 고맙습니다. 주이님 주이님 그러니까 역시 "주인님"같아요. 그것도 좋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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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7-08-2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당당한 눈빛이라고 하시니 몇년전에 봤던 풍경이 떠올라요.
지금도 현실같지 않게 느껴지는...
당산역 전철 사거리 한쪽 구석에서 각자 자리들을 잡고
고양이 수십마리가 회합을 하고 있었어요.
고양이들이 그렇게 모이는 건 만화에서만 봤는데...
너무 신기해서 쳐다봤더니 다들 절 노려보길래 얼릉 자리를 피했지만요.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었을지 정말 궁금해요.

네꼬 2007-08-27 19:06   좋아요 0 | URL
히야. 이거 진짜로 구미가 확 당기는 이야기인데요.
고양이 회합이라! 그것도 춘님을 노려보는 고양이들이라!!
아아, 제가 있었으면 엿들었을 텐데!! 상상이 모락모락 피어올라요.
잠 못 잘 것 같아요, 나!

라로 2007-08-2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라딘뿐 아니라 제 주위에도 보면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전 고양이가 사실 무서워요.
아마 그 당당하게 쳐다보는 눈빛 때문인가?????ㅎㅎ

네꼬 2007-08-27 19:06   좋아요 0 | URL
저도 전엔 좀 무서웠어요. (사실은 지금도 약간. 바보 네꼬.)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게 무서운 동물은 아니더라고요. 절 보세요. 제가 어디가....?

에디 2007-08-27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서점에서 이 책을 조금 들쳐봤어요. (사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네꼬님께 빌려보려고. -_-; ) 오래보진 못했지만, 정말 권윤주씨의 글 처럼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 )

마음에 드셨길 바래요!


네꼬 2007-08-28 14:20   좋아요 0 | URL
얼마든지 빌려드리지요. 하하핫.
: )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요. 고양이들의 심장도, 제 심장도.
아주 두근두근했답니다. 마음에 들다마다요!

비로그인 2007-08-2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궁금했는데, 네꼬님 서평 보며 쪼매 풀렸습니다.
서평 잘 읽고 갑니다. ^^

네꼬 2007-08-28 14:20   좋아요 0 | URL
디드님, 반갑습니다.
: )
그러게 이 책에 아직 서평이 없었던 게 신기해요. 하지만 사진의 감동을 글로 적기란 참 어렵네요.

짱꿀라 2007-08-2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려진 도시의 고양이들은 얼마나 살기가 힘이 들까요.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 그야말로 환상이 아닐까요. 사람들만 버적버적 대는 사회는 그저 악한 기운만이 남는 법이죠. 네꼬님께서 적어 놓으신 문구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라는 말이 오늘 아침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선물해주신 주이님도 참 마음이 고우십니다. 행복하소서.^^

네꼬 2007-08-28 14:22   좋아요 0 | URL
정말 환상일까요? -_-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완벽하게 어울려 평화롭게 살기야 어렵더라도 우리가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마땅한 것 같아요. 에휴, 쓰레기 분리 수거라도 잘 해야 하는데.. 엉뚱한 결론. 하지만 제 맘 아시죠? ^^ 언제나 언제나 행복하소서. : )

마노아 2007-08-29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표 사랑스러운 리뷰! 고양이를 볼 때마다 네꼬님이 떠올라요. ^^

네꼬 2007-08-30 08:2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림책, 놀이기구, 트럼프, (물론) 이승환, 만화책 등등을 볼 때마다 마노아님이 떠올라요. 나 리뷰에 자꾸 딴소리 쓰는데, 마노아님처럼 책이 훤히 보이는 그런 리뷰,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어요?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난생 처음 이어폰이란 걸 써본 중학생 때 알게 된 게 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가에 따라 보는 풍경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중학생 네꼬는 그때 왬!의 Careless Whisper를 들으며 걷고 있었는데 심장에 어찌나 강한 전류가 흘러들었는지. 주위를 살펴보니 옆에 걷고 있는 언니 오빠 아저씨 아줌마 강아지 들이 제각기 곧 터질 울음을 간신히 참고 마지못해 걷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 중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우고 막간을 이용해 CD를 바꾸면, 같은 풍경인데도 음악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비오는 아침, 귀여운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쓰고 길을 건너는 초등학생들이, 슈베르트의 가곡에 맞추어 우아하게 걷기도 하고, 린킨파크의 롹에 따라 생(生)을 걸고 학교에 가는 전사처럼 보이기도 하고, 김광석의 음악에 따라 인생의 비의를 알아버린 시인처럼 걷기도 하는 것이다.

친구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다 보면 음악 때문에 놀랄 때가 많다. 얘가 이런 음악을 다 듣네? 하고 그들의 리스트를 살피기도 하고, 설정해 놓은 음악을 배경으로 사진을 보면서 친구의 현재 마음의 상태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선곡이 정말 좋은 홈피를 발견하면, 다른 일을 할 때도 그 홈페이지를 열어두기도 한다. 다만, 때로 음악이 내가 친구의 마음을 너무 넘겨 짚게 하는 것 아닐까 조금 걱정도 하면서.

그런데 알라딘 서재에는 음악을 설정하는 기능이 없다. 나는 이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음악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더 풍성한 느낌을 주겠지만, 나는 아무런 편견 없이 이웃들의 글을 읽게 해주는 지금이 더 좋다. 그리고 이런 게 있다-- 그러니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무 설정이 되어 있지 않아도 가끔은, 서재에서마다 다른 음악이 들려오는 것만 같을 때가 있는 것이다.

다락님의 서재에서는 들릴 듯 말듯 콧노래가 들리고, 꽃양배추님 서재에서는 도어즈의 외침(!)이 들리고, 몽님 서재에선 심벌즈 연주가 들린다.  혜경님 서재에서는 우아한 피아노 연주곡이, 아프님 서재에서는 팻 매스니 연주가, 무스탕님 서재에서는 젓가락 행진곡이, 메피님 서재에서는 마징가 제트가 들린다. 그런가 하면 마노아님 서재에서는 여행스케치 노래가 들리고, 산사춘님 서재에서는 경극(!)이 들린다. 산타님 서재에선 캐롤이 들린다고 하면 너무 단순해 보이겠지만 난 캐롤을 좋아하니까 뭐! 향기님 서재에서는 편안한 재즈가, 한사님의 서재에선 엄정한 클래식이, 민서님 서재에서는 동물원의 노래가, 도넛공주님 서재에선 씩씩하게 부르는 현대판 동요가, 엘신님 서재에서는 모스 부호 소리가(응? 이건 음악이 아닌가?) 들린다. 홍수맘님 서재에선 "시리동동 거미동동"이, 요즘 잘 보이지 않는 션님의 서재에서는 기타 연주가 들리고, 주이님 서재에선 인디밴드의 연주곡이 들린다. 특히! 우리 교주 체셔님 서재에서는 귀엽고 야한 올드팝이 들린다. (다들 동의를 하시든 말든!)

-

어떤 것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지나고 얘기하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이다. 하지만 조만간 내 서재의 방문 수가 5,000번을 넘어설 것 같아서 뭐라도 적고 싶었다. (설마 4982에서 끝나진 않겠죠?!) 인기 서재들에 비하면 소박한 숫자이지만, 게으른 네꼬 씨의 랜덤한 운영과 싱거운 글들에 비하면 당황스러울 만큼 과한 숫자다. 우연이었든 일부러의 관심이었든 5,000번의 관심을 받았다니, 개근상 받았을 때처럼 쑥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운 기분이다.

5,000번, 여길 오신 분들은 어떤 음악을 들으셨을까? 기왕에 쑥스러운 김에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나는 나의 서재가 오르골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비누방울처럼 가볍게 손가락과 얼굴을 간지럽히고 아련하게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지만 꼭 지금 기분이 어떻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소리. 들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지만, 감은 태엽이 다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끊기고 마는 그런 소리. 그래서 당신의 일상을 조금도 침범하지 않는 그런 서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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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꼬님의 음악 이야기
    from 한사의 서재 (휴식 중입니다) 2007-08-16 20:37 
      난생 처음 이어폰이란 걸 써본 중학생 때 알게 된 게 있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가에 따라 보는 풍경이 달라진 다는 것이다. 중학생 네꼬는 그때 왬!의 Careles Whisper를 들으며 걷고 있었는데 심장에 어찌나 강한 전류가 흘러들었는지. 주위를 살펴보니 옆에 걷고 있는 언니 오빠 아저씨 아줌마 강아지 들이 제각기 곧 터질 울음을 간신히 참고 마지못해 걷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 중 횡단보도
 
 
nada 2007-08-16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동의 안 해요! 도어즈보단 데이빗 보위~ ㅎㅎ
요란하지 않게 정곡을 찌른 네꼬 님의 통찰에 놀랐어요.
한 번은 아무리 봐도 나랑 공통점이 없는 사람인데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노래를 좋아한다는 거예요.
막 화가 나고 나만의 것을 뺏긴 거 같고 그랬어요.
음악으로 내 편견을 정당화하고 있었던 건지도. =.-
(근데 실은 아직도 그 사람이 뻥을 쳤을 거라 믿고 있다눈..)

네꼬 2007-08-16 18:4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내가 "동의하거나 말거나"라고 했잖아요!
처음 Riders on the storm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배추님 서재에서 종종 그때 느낌을 받곤 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뭔가 제대로 해소되는 것 같은!!
응 그사람이 지어낸 말일 거예요. (다시 확인하지는 말기!)

Mephistopheles 2007-08-16 19:25   좋아요 0 | URL
"처음 Riders on the storm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는데"
짐 모리슨 유령이 네코님을 기타로 마구 때리는 상상 중...

네꼬 2007-08-16 19:30   좋아요 0 | URL
아니 근데 왜 때리는 상상이람? 메피님께 네꼬는 도대체 어떤 고양인 거죠? 응? 동네북? 응? ㅠ..ㅠ 이러고도 좋다고 따라다닌다, 네꼬.

마늘빵 2007-08-16 20:45   좋아요 0 | URL
나는 나는 레디오헤드의 우울하고 격렬한 음악이 더 좋아욤 :)

네꼬 2007-08-17 09:15   좋아요 0 | URL
아프님, 내가 볼 때 그대는 누가 뭐래도 서정적.
: )

Mephistopheles 2007-08-1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징가 제트라....낫 하나면 모두 벌벌벌 떤다는..그..???

참고로 전 요즘
The Foundations - Build Me Up Buttercup 과 Glenn Frey-The One You Love 번갈아 듣고 있어요...목표가 아메리칸 아이돌 차기 시즌 우승이라서요..(닭쵸!)

네꼬 2007-08-16 19:31   좋아요 0 | URL
낫 하나면 ㅋㅋㅋ
음. 즐겨 들으시는 노랜 뭐지 모르겠지만 (닭쵸!)를 보니 복비 내야 하는데, 싶은 생각이... 마징가 제트가 끝나면 그랜다이저가 이어지던데요? (^^)

Mephistopheles 2007-08-16 19:55   좋아요 0 | URL
중간에 그레이트 마징가가 빠졌습니다 네꼬님..

네꼬 2007-08-17 09:16   좋아요 0 | URL
앗, 그렇죠.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로봇 노래가 그랜다이저라..."태양을 향해라 용기를 마셔라 빛나는 지구를 위해서♪")

마노아 2007-08-16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피에 예술가의 열정과 감수성이 흐르고 있어요. 아, 주머니에 담아서 같이 걸으면 나에게도 예술가의 영감이 흐를 것 같아요. 아우, 이 매력적인 고양이 같으니!!!

네꼬 2007-08-17 09:17   좋아요 0 | URL
언젠가 잔디밭에서 마노아님이 "제게 도박의 피가 흘러요" 뭐 이런 얘길 하셨던 것 같은데...(^^) 여행스케치처럼 환하고 똑똑하고 성실한 마노아님, 알랍!

mong 2007-08-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저는 왜 심벌즈에요
우드스탁이 심벌즈를 연주하는 걸까나? 히힛
요즘 제 서재에 걸고 싶은 곡은 MOT의 Close에요
특히 그 '내 마음을 닫을 시간이야' 하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좋아요
배경음악 없이 폴짝 폴짝 다음 서재로 이동하는 재미가 있어서
알라딘만의 재미가 있어요
네꼬님만의 음악도 살짝 이야기 해주세욥~

nada 2007-08-16 21:43   좋아요 0 | URL
음..곳곳에서 불만이.. =3=3

네꼬 2007-08-17 09:42   좋아요 0 | URL
몽님. 저는 심벌즈 소리가 참 좋아요. 췌에에에엥!
이렇게 한번 치면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연주곡의 분위기가 전환되잖아요. 몽님 서재가 그렇답니다.
MOT은 여기저기서 하도 부채질을 하셔서 저도 담아뒀습니다.
이것봐 "폴짝폴짝" 이러시니, 이거랑 심벌즈랑 어울리죠. : )

꽃양배추님.
이런 반란 세력 같으니...
=3=3=3

2007-08-16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7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글이 좋습니다.
가을에 내리는 보슬비 같아요.. 하하
추천합니다.


네꼬 2007-08-17 09:22   좋아요 0 | URL
우왓, 가을만도 좋은데 보슬비까지!
한사님께 댓글 달 수 없어서 영- 심심해요. :p
(고맙습니다.)

에디 2007-08-16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밴드의 연주곡' 이라고 친구에게 자랑할께요. 비웃음 당할테지만;

네꼬 2007-08-17 09:22   좋아요 0 | URL
주이님, 응, 그런데 '연주곡'이에요.
이거 가사 있는 거랑 엄청 차이 있는 거 아시죠?
물론, 연주곡이 더 좋아요. : )

다락방 2007-08-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은글이로군요. 뭐랄까, 기죽어서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할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글이예요. 저는 제 콧노래 설정도 맘에 들구요, 주이님의 인디밴드 연주곡도 적절한것만 같은데요. 주루룩 써내신 모든 설정들이 저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요.

네꼬님은 그저 영혼이 맑은 그런 분이신줄로만 알았는데
이렇듯 아름답고 찬란한 글을 써내는 멋진 분이시네요.
저는 네꼬님의 설정에 죄다 동의해요, 정말.
그래서 이 멋진 글은 추천.

아울러 5000 번에 크게 한몫했다는 어마어마한 자부심도 있답니다 :)

네꼬 2007-08-17 09:25   좋아요 0 | URL
다락님은 참 재주가 있어요. 칭찬에 "에이 부끄럽게 왜 이러셔?" 하면서도 그걸 마음에 꼭꼭 담아두게 하거든요. 가끔 잠들기 전에 일부러 생각해보기도 할 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우리 다락님. 나는 그런 다락님이 리뷰를 쓰실 때마다 댓글 달기도 어려운 걸요.

나의 5,000번에 함께 해준 것, 고마워요. 안팎으로 나와 함께해주는 것, 고마워요. 그래서 제겐 어마어마한 자부심이 있답니다. ♡

프레이야 2007-08-1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네꼬님, 굿모닝~~ 5000하고도 60번째에요. 축하해요!!
우아한 피아노연주곡을 들어주셔서 늘 고맙구요. 근데 요새 모스부호 보내시던
외계 엘신님이 여행중인가, 안 보여요. 산사춘님의 경극? 꺄.. 메피님의 마징가제트..
ㅎㅎ 네꼬냥은 넘 귀여워요^^ 오르골소리 잘 듣고 가요~~~

네꼬 2007-08-17 09:27   좋아요 0 | URL
혜경님 서재에서 들리는 우아한 피아노 연주곡이 알라딘에서 환청(!)을 듣게 한 시작이었던 거 아세요? 늘 어김이 없으세요. 그래서 혜경님 서재에 가면 저는 우아한 고양이가 됩니다. 제 오르골 소리 들리세요? 얼핏 들으면 가르릉 하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는데. 히히.

비로그인 2007-08-17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에 대한 글은 잘 모르겠지만 네꼬님은 오르골 맞아요.
먹을 걸 주고 가만히 있으면 꾸준히 드시면서 이야기하고 옆사람을 즐겁게 해주시는 분.

네꼬 2007-08-17 09:29   좋아요 0 | URL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원의 명곡들. 전주만 들어도 다 생각나는 아름다운 노래들. 민서님, 고맙습니다. 먹을 것만 주시면 언제든 오르골을 틀어드릴게요. (너무 단순하다 네꼬)

도넛공주 2007-08-1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씩씩하니까 괜찮아요 난난나나난 괜찮아요♬......그래도 동의는 못해요!

네꼬 2007-08-17 09:33   좋아요 0 | URL
털장갑 때문도 아니죠 ♪ 털모자 때문도 아니죠 ♪ 용감하니까 괜찮아요 난난난나는 괜찮아요!! 꺄!!! 나의 완소 동요!! 도넛공주님이 더 많이 확 그냥 좋아졌어요. ♡ 잘만 부르면서 왜 동의 안 하세요? 흥! 딱이구만!!

2007-08-17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7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7-08-18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정말 알라딘에 음악설정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좋은 음악 많이 설정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다른 서재실에 방문할 때마다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오면 아주 기쁠텐데. 네꼬님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네꼬 2007-08-20 16:38   좋아요 0 | URL
전 그렇지 않아도 좋은 음악이 들리는걸요? 산타님 서재에서도요- 종종 와서 봐 주셔서 감사해요. 전주는 잘 다녀오셨어요? : )

2007-08-2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7-08-24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예쁜 글을... 떽!
역사는 두번 반복되어요. 야설로 그리고 경극으로... (뭔소리...쯧)
하지만 들올 때마다 제 일상을 침범하시는 서재쉽니다!

네꼬 2007-08-26 13:57   좋아요 0 | URL
우리 춘님의 "떽!"에는 어딘가 다리 힘 풀리게 하는 마력이..
몽롱한 상태로 읽다가 "서재를 쉽니다"라고 하시는 줄 알고
간담이 서늘했어요. -_- (나 살짝 춘님 폐인되어가나봐요.)

2007-08-26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7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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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박 인터뷰'에 출연한 황석영 선생은, 작가가 정치에 대해 이러니저러니 말하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는 PD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아주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직업 윤리"라는 내용이었는데, 역시 중견 작가의 배포인가, 여하간에 그 당당한 모습은 멋져 보였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데는 그 인터뷰의 힘이 컸다.

바리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은 단숨에 이루어졌다. 짧지만 힘있는 문장, 정연하게 정리된 문단, 소설 속의 인물들이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대화 등, 작가의 역량에 새삼 놀랐다. 바리가 컨테이너에 실려 밀항하는 장면에서는 나까지 처참한 기분이 들었고, 딸을 잃기 전 "그날따라 이불이며...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발견했다"하는 대목쯤에서는 나 역시 그녀의 불행을 예감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무엇보다도, 탈북 소녀 바리가 중국을 거쳐 영국까지 건너가는 여정은 개인의 삶이 세계사와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의 장편 소설들이 사회에 경도되어 개인의 삶을 너무 등지고 있다고 여겨온 내 생각은 여기서 바로잡혔다. 그래, 소설이 관심을 갖는 사회는, 개인이 살고 있는 사회다.) 현실의 전쟁과 지옥도는 작가의 손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그림으로 완성된다.

바리가 서사무가 속의 바리데기처럼 산 자와 죽은 자를 위로하는 여신인 것은, 그녀가 여행길에 만난 피투성이의 영혼들을 위해 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이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실감하고, 그 고통의 의미를 알기 위해 온몸으로 함께 괴로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녀가 찾는 생명수는 그녀가 다른 사람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 이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내가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으면서 걷다가 돌아보니 알리도 울고 있었다." 전쟁과 기아의 고통으로 얼룩진 세계를 바로잡은 일은 요원해보인다. 한두 사람이, 한두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물론 아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같이 울어주는 데서.

문학계에서 '장편소설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릴 들었다. 호흡이 짧아 장편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게 부흥운동으로 되나? 예술에도 자연도태가 있는 법이지, 하고 냉소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여타의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장편의 힘을 믿게 된다. 책장을 덮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내내 감동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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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황석영 작가님을 참 좋아하고 이 책도 여기저기 좋은 평을 많이 읽었는데, 마케팅이 너무 요란했어요 -_-; 그러니까 책이 어쩐지 싸구려 소설 같이 느껴져서 손이 안 가더라구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야 읽어볼 것 같네요.

비로그인 2007-08-09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의 이름을 보는 경우도 많지요.
제목만 들었을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황석영이라니 반전되는 상황이요.
리뷰 잘 읽었어요.

네꼬 2007-08-0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회전님.
(매번 이렇게 부르는데, 턴레프트님보다 이게 좋아서... 괜찮으시죠? ^^)
아, 마케팅이 그랬던가요? (저도 광고가 싫어서 안 사는 제품이 간혹 있으니, 그 심정 압니다만. ㅋㅋ) 널리 알리고픈 마음에 그랬던 게 아닐까요? -_- 하지만 아무튼 작품은 좋으니 나중에라도 꼭 읽어 보세요. 저는 참 좋았습니다.

민서님.
저도 제목은 좀 의아했어요. 혹 억지스럽게 갖다 붙이면 어떡하나 걱정도 약간. 그런데 역시 굉장한 소설가구나, 싶어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그 이음새들이란!

마노아 2007-08-1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이 울어주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희망을 봅니다. 저도 네꼬님과 같이 울래요.

2007-08-10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8-10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때로는 같이 울어주는 게 어디 비할 수 없는 힘이 되기도 하지요. 저는 같이 울어주는 마노아님 덕분에 웃습니다. : )

비밀님.
흠--- 믿어줄까요 말까요? ㅋㅋ (휴-- 그래서 그랬다니 다행이다. 난 또!)

2007-08-10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8-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아직 못읽었지만 네꼬님 리뷰에 추천^^

네꼬 2007-08-1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님.
말씀 드린 대로예요. ㅠ_ㅠ 정말 사람들에겐 다양한 관점이 있는 걸까요?

혜경님.
앗, 감사합니다. ^^ 언제 기회되면 책도 꼭 보시어요. : )

라로 2007-08-1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읽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첫째 제목이 그랬고
둘째 마케팅이 요란하다보니 제목에 대한 반감에 가 되서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은 다 님처럼 역시!라는 말을 하더군요.
리뷰 감사합니다.

네꼬 2007-08-1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나비님 서재를 들락거렸는데 ^^ )
황석영 선생이 살짝 무서워질 정도였어요. 아니, 헛것을 보는 바리의 묘사가 얼마나 실감나는지요.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몰입이 되었던 소설입니다. 자자 외적인 것들은 모두 잊으시고--

2007-08-1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1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7-08-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이 소설을 읽어볼까 어절까 고민했는데 (저도 제목에서 걸려서요..) 네꼬님 리뷰를 보니 보고싶어 졌어요.

네꼬 2007-08-11 17:58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이 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인데, 읽고 보면 딱 맞는 제목이긴 해요. 보세요 보세요.(부채질~)

2007-08-11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1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7-08-1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저는 바리데기 소설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아마 작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옆지기가 책을 사서 다 읽고 읽어보라 서재실 한켠에 놨두었는데 잘 눈이 가질 않습니다. 근데 네꼬님 리뷰 읽어보니 읽어볼까 하네요. 뜨거운 여름 잘지내고 계시죠.

산사춘 2007-08-14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오래된 정원 읽고 좀 그래서 쉬고 있었는데,
네꼬님이 이리 써주시면 읽을 테야요. 아자!

네꼬 2007-08-1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저도 몇 개 단편밖에 읽은 게 없어서 그간은 잘 몰랐어요. 뭔가 '이야기'가 읽고 싶다 생각해 시도한 건데 그러기엔 참 좋았습니다. 근데... 엉뚱한 얘기지만... 부러워요. 옆지기님이 사서 읽은 책, 좀 읽어보라고 서재에 둔다.... 멋져요. (쓰고 나니 정말 엉뚱한 소릴..)

산사춘님.
전 작년에 "오래된 정원" 영화에 뜨악. 어찌나 클리셰가 넘쳐나는지. 최악의 대사 : "너답지 않아" "나다운 게 뭔데?" -_- 하지만 이런 대사도 있었죠. : "(시가) 아주 의젓하네" 그후로는 "의젓하다"는 단어를 즐겨 쓰는 네꼬라 한다. 춘님 흉내. =3=3=3
 

대기업의 간교한 눈속임이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면서도 SK의 이미지광고가 새로 나올 때마다 나는 눈물과 사투를 벌인다. 감히 비틀즈의 렛잇비를 저렇게 써먹다니, 돈이면 다냐!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가 뜰 때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 소원 중 하나는 LP를 실컷 사는 것이었다. 물론 이미 CD들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건 아예 신경도 안 썼다. 대학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받은 돈을 LP 사는 데 다 써버리겠다고 결심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대학생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레코드샵에서 LP가 싹 사라져버렸다. (종로에 있던 신나라 레코드에서 망연자실 서 있는 네꼬 씨 영상.) 충격으로 한동안 음악을 멀리 했다. 그렇다고 고집을 피워 LP 마니아를 자처할 정도로 부지런한 것도 아니어서, 할 수 없이 CD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엄마집 내 방엔 아직도 턴테이블과 몇 장의 LP가 남아있다.) 이런 처지이다 보니 MP3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내 CD플레이어는 납작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미련 맞게 그걸 들고 다닌다. 가방에 CD를 가득 넣고 다니다가 지하철 역 같은 데서 갈아 끼우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_-;;; ) 그래도 나는 어쩔 수가 없다. 고집이나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느린 탓이다.

차를 샀을 때 초보인 내게 선배들은 네비게이션을 권했지만,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위성까지 써가며 운전을 해요, 하고 말았다. 지도와 이정표를 보고 다니고, 모르면 헤매고 하면서 익히죠. 언젠가 필요한 날이 오면 장만하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아직은? 어떤 사람들은 20세기 때부터 21세기로 살았다는데, 어찌 된 게 나는 여태 20세기다. 그런 내가 ‘아직은’ 소리를 하다니. 30대에 이미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는데 노년엔 어떡하지? 가끔 그런 걱정이 들기도 한다.

-

돌아온단 기별은 들었지만, 헛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층 빌딩에서 공항에서 도심에서 나쁜 놈들과 맞서서 몸이 으스러져라 싸우는 그를 보면서 어린 나는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가! ‘죽으려야 죽기도 힘든’ 그라는 걸 알면서도 행여 어떻게 될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논리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액션들에 입을 벌렸더랬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오래 전의 일. 존이 그렇듯 브루스 윌리스도 늙었는데 그가 어떻게 돌아오겠는가 반쯤 포기했다. 그가 정말로 돌아왔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러 갔다. 늙은 배우의 액션 연기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할 것을 걱정했지만 그래도 살아 돌아온 옛 친구를 모른척할 수야 있겠는가. 다이하드 4.0 - 존 맥클레인 형사 말이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형사” 존 맥클레인. 어린 해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얘기를 듣다가 순진한 얼굴로 “그런 걸 어떻게 알아?” 하고 물을 때 나는 그만 가슴이 찡-했다. 통신도 컴퓨터도 아는 건 없지만, 테크놀로지의 재앙에서 마지막까지 죽도록 열심히 육탄전을 벌이는 늙은 형사 존이 너무 좋았다. CG인 줄 알면서도 터널의 액션신을 볼 땐 너무나 신이 났고, 존이 승강기 통로를 빠져나올 땐 절로 손뼉을 칠 정도였으므로 “그래서 네가 영웅인 거야” 류의 부끄러운 대사는 잊어주기로 했다. 어쩐지 다시는 존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다시 우릴 찾아오긴 어렵겠지만 어디선가 오래오래 살아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하긴 참, 그는 죽기도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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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다이하드는 굉장히 잘만든 액션영화라는 평이 대부분이더군요..^^
하긴 존 맥클레인 형사..벌써 머리숫부터 따지면 나이 정말 많이 자신 거죠..^^
그나저나 네꼬님의 행동성향은 어찌 40대 중후반을 달리는 듯한 이 느낌은 뭔지..??=3=3

네꼬 2007-08-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신 났고요! 여름에 꼭 맞는 영화랄까요. 전 이 시리즈를 무척 좋아하는데, 늙은 그를 보니 다음 편을 기대하기 어려워서 아쉬워요. ㅠ.ㅠ 근데, 그냥 40대도 아니고 40대 중후반이라고욧??? =3=3=3

다락방 2007-08-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의 브루스 윌리스.
저는 아직 못봤어요. 조만간 볼 예정이긴 한테 예정이란건 언제든 틀어질지도 모르는거라 불안불안. 존 맥클레인은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면 할 수 없지요.
브루스 윌리스도, 다이하드도, 존 맥클레인도, 그리고 네꼬님도.
나와 함께 오래오래 살아요 :)

짱꿀라 2007-08-0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루스 윌리스 매달려 있으려니 너무 힘들어 보이네요. 이 영화 한번 챙겨야겠네요.
존맥클레이 형사로 나오는 브루스 월리스의 연기도 기대됩니다.

2007-08-06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8-06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맞아요, 그건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면 안되는 부분이죠. 그래서 어딘가 더 실감나게 애틋했어요. (액션 영화의 엉뚱한 감상) 우리 같이 오래오래 살아요.

섬사이님.
석기시대부터 살아계셨는데 앞으로도 장수하셔야죠!! 자자 우리 돌도끼 든 사람들끼리 버텨보아요. 글 읽는 재미라니, 그건 제가 섬사이님께 드릴 말씀인걸요. : )

산타님.
저도 보는 내내 어찌나 안타까운지. "아유 아프겠다" 소리가 절로 나오던걸요. 몸 연기는 정말 제대로예요. (^^)

비밀님.
저 좋아서 막 뛰어다녀요. (상상이 되시는지?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온 사무실을....)

파비아나 2007-08-06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우연히 케이블에서 다이하드1을 해주었어요.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첫장면을 보면서 허걱 저때는 저아저씨가 저렇게 젊었단 말인가 하고 놀랐어요.얼마전에는 회사사람들이랑 밥먹으면서 다이하드시리즈를 어디서 시작했는지를 물었다가 깜딱 놀랐어요. 전 1편을 분명히 극장에서 봤는데 대부분 아가씨들은 주말의 명화로 보았대요.흑흑흑
어쨌든 저도 친구랑 보러가기로 약속은 해놓았어요.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맥클레인 형사를 위해 그정도의 예의는 갖추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프레이야 2007-08-06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도 다이하드 할래요^^

nada 2007-08-06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페이퍼는 우직한 사람들을 위한 헌사 같은 것이로군요.
우직하게 CD를 듣고 지도에 의지해 운전을 하는 뚱뚱한 네꼬 할머니가 되어 주세요!
네꼬 님의 노년을 생각하면 음마 라모츠웨 여사가 떠올라요~

다락방 2007-08-07 10:07   좋아요 0 | URL
아, 꽃양배추님.

우직하게 CD를 듣고 지도에 의지해 운전을 하는 뚱뚱한 네꼬 할머니, 라는 표현은 정말 '완소표현' 이군요. 그 모습을 상상하니 한없이 행복해져요 :)

네꼬 2007-08-07 12:5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꽃대인을 위해 댓글 추천 기능을 개설하라! 개설하라!

에디 2007-08-0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중학생때부터 CD 수백장(!) 을 차곡차곡 사 모았는데 아이팟이 나온 후로 별 의미가 없지 뭐에요. 그래서 작년즈음에 조금 고민하다 전부 중고샵에 헐값에 넘겼어요. 먼지만 쌓여서 제 방에 숨어 있느니 아직 CD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가라고;

누군가 제 비틀즈 CD를 듣고있겠죠? _


마노아 2007-08-07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머리 속에 이야기 보따리가 숨어있는 듯해요. 일상 속의 작은 일도 소중한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그 재주라니, 너무 사랑스럽잖아요^^

산사춘 2007-08-07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증말 멋지게 늙고... 증말 귀여운 마초고...
캐릭터다운 캐릭터 없는 액션영화는 정말 싱거워요.

네꼬 2007-08-0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
그러고 보니 그런 말 들은 것도 같네요. 하지만 꼭 숱이 적어서 섹시한 건 아니고. ^^;;; 네, 이번 다이하드도 무지하게 재미있었어요. 페이퍼에도 적었지만 터널 신 정말 완소!

파비아나님.
그렇죠, 그거 아시는구나! "그 정도 예의" ^^ 저도 그런 마음으로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어요. 그저 여름엔 액션 영화가 최고. 다이하드를 주말의 명화로 본 어린 것들은 가벼운 코웃음으로 넘겨 주세요. (내가 왜 불끈이냐!)

혜경님.
당근이죠 당근이죠. 에- 우리 같은 아날로그들은 대체로 다이하드일 거라고 봐요. : )

꽃양배추님.
뚱뚱한 할머니가 되는 것은 제 인생의 중요한 목표예요. "반드시" 그래야 해요! 배추님의 예언, 생각만 해도 떨려요~ 좋아라-

다락님.
뚱뚱한 네꼬 할머니와 시를 짓는 다락 할머니가 되도록, 오래오래 친하게 지내요. 왈왈!

주이님.
비틀즈는 아니지만 제가 갖고 있는 중고 씨디 중 어떤 것은 주이님으로부터 왔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모르니까 모두에게 제가 잘 해줄게요. (^^)

마노아님.
('' ) (..) ('' ) ( '') .. 그냥 하신 말씀이겠지만 괜히 부끄럽잖아요;;;;;

산사춘님.
액션 영화의 묘미는 액션의 스케일에도 있지만 거두절미하고 보여지는 확실한 캐릭터에서 오는 게 커요. 그런 점에서 "잊을 만하면 이렇게 쌩고생을 해요" 라고 투덜대는 존 맥클레인의 표정은 뽀뽀라도 해주고 싶을 만큼 귀여웠어요. >_<

비로그인 2007-08-0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한 할머니가 되고 싶지 않은게 젊은 여성의 마음일것 같은데요...

2007-08-08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8-0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네꼬님, 네꼬님!
저 쫌전에 이거 보고 왔어요.
정말 너무 재미있었구요, 존 맥클레인 완전 사랑해요. 배가 약간 나왔지만 정말 짱 좋아요!! 우리 이 아저씨 만나러 미국가요, 네?

네꼬 2007-08-0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님.
핫핫. 그것은 저의 로망인 걸요? (아가씨일 땐 말고, 할머니일 때만!) 휴가 잘 다녀오셨어요? : )

비밀님.
♡ 이렇게만 써도 알겠죠?

다락님.
가요, 가! 미국 가면 이 아저씨도 만나야 하고, CSI 반장님들도 만나야 하고, 아 참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