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말이 되는 소리라 대꾸할 말이 없는 것, 알라딘에도 못 들어올 만큼-세는 것도 지겨울 만큼 몇 날 며칠을 열심히 일했는데, 어쩌면 직업을 바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끼는 것, 술도 안 마셨는데 대리운전을 하고 싶을 만큼 너무 피곤한 것, 울면서 일하는 것.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끔찍한 일일까?

정답은,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

2등은 ‘싫어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말이 되는 소리라 대꾸할 말이 없는 것’이 차지했다. 나머지는 거기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천사 씨의 전화를 받았고, 점심에 계란찜을 먹었으니까 죽을 만큼 나쁜 것까지는 아니다. 1년 만에 불쑥 전화를 걸어서는 내 목소리만 듣고도 나의 절망적인 심사를 짐작한, 천사 씨의 한 마디, “언니, 그래도 그 일 좋지?” 그래. 좋긴 하다만.

그래, 뭐, 천사 씨가 전화도 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그래,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보다 예쁘니까, 내가 참자.

 

 

 




 

쾰른에서 본으로 가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 이게 고작 두 달 전 내 표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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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1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네꼬님이 알아서 모든 사태를 수습한 후에 올리신 페이퍼인게로군요.^^
애쓰셨습니다 네꼬님.^^

웽스북스 2008-02-18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진짜 귀엽게 생긴 분이셨구나 ㅎㅎ

다락방 2008-02-18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너무 예뻐요 예뻐요 예뻐요. 어쩜 이렇게 예쁠수가!!
아침에 이 사진을 보고 나니 맙소사, 기분이 좋아져 버리잖아요.

네꼬님, 나 봐요.
나 보고 고기 잔뜩 먹고 술 잔뜩 마시고 네꼬님보다 못생긴 사람 욕도 실컷 해요. 내가 다 들어줄게. 그래서 두 달 전 저 때처럼 웃게 해줄게요. 네꼬님을 저렇게 웃게 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정말 하늘의 별이라도 따겠다굳!!

마늘빵 2008-02-18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겨울이라 그런가 분위기가 달라요. 전에 여름에 봤을 때랑은. 딴 사람인지 알았어요.

보석 2008-02-18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나아졌다니 다행입니다. 그저 이쁜 게 죄려니..생각하세요.^^; 아자!

무스탕 2008-02-1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사람들에겐 어쩔수 없는 투기 세력이 있기 마련입니다.
잘 다스렸으니(그렇게 믿고!!) 참 잘하셨어요. 도장 꾸욱~

도넛공주 2008-02-1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네꼬님 얼굴 처음 봐요! 그리고 왜 참으세요.뒤집어 엎으세요.

비로그인 2008-02-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여?
네꼬님 겁나 이쁘다. 하하


깐따삐야 2008-02-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네꼬님 오밀조밀 넘 귀여우세요.^^

치니 2008-02-1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랑 외모랑 다른 경우에도 놀라지만,
이렇게 비슷한 경우에도 깜딱 놀라게 되네요. ^-^
"내가 더 예쁘니까 참자" 이 결론에 저절로 고개 끄덕여집니다.
저도 거의 그렇게 결론 내요, 크흐흐.

마노아 2008-02-1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 와요. 내가 꼭 안아 줄게요. 우리 같이 포옥 안고서 서로를 위로해요. 꼭 필요한 날 전화해 준 천사님께도 감사를... 우리 같이 힘내요!

하이드 2008-02-18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봐도 너무 비슷해요- 글이랑 얼굴이랑- 그리고 네꼬라는 이름이랑도요- ㄱ ㄱ ㅑ~

오즈마 맞음 2008-02-1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에, 이렇게 예쁜 고양이님을 저는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우당탕쿵탕당데굴데굴덱데구르르

와와 네꼬님, 네꼬님 제가 상상한 딱 그 이미지셔요!!아이, 예쁘시다, 아이, 우리 네꼬님 너어무 이쁘시다 얼쑤 덩더쿵 덩더쿵

네꼬님 네꼬님, 그래도 그 일 좋지요? 나도 네꼬님이 그 일 하시는 게 좋아요. 그러니까, 울지 말고 힘내세요. 이렇게 이쁘신 분이 울면 그 눈물은 진주로 변할 것만 같아요.

프레이야 2008-02-1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고 사랑스런 네꼬님, 기운 내세요.
아님, 확 머리채 끌러 같이 갈까요. 그냥 참죠 뭐.
이쁜 네꼬님이 잘 참았어요.^^

paviana 2008-02-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왼쪽에 웃고 있는 고양이랑 정말 너무너무 똑같아요.
눈도 입도..저렇게 웃으면 눈도 입도 동그래지는 고양이가 있었네요.

예쁘면 참아도 되요.암요 예쁘잖아요..

코코죠 2008-02-1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깐 너무 흥분해서 댓글 먼저. 선 댓글 후 추천(추천하려니까 로그인을 해야 한대요) 전 네꼬님 목소리도 상상해 버렸어요. 이제 전 길에서 네꼬님을 만나면 알아볼 수 있어요 히히. 하긴 그 전에 꼬리를 발견하면 다 알았겠지만요!

산사춘 2008-02-1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이쁜 고양이를 누가!
보는 사람까지 씩 웃게 만드는 저 표정이란...
울면서 일하다니 너무 슬퍼요.
직장 쪽방 들어가 마구 전화돌려 울던 기억이...
자자자, 이만큼 사람이 모였으니 이제 혼내주러 갑시다.

2008-02-19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8-02-2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을 입는 맵시가 뛰어나시네요.
목도리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힘내시길.....^*^

2008-02-21 0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02-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화화화화홧!!
이 반응들에 매우 만족.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1. 우울한 얘기 끝에 사진 올리기
2. 사진은 적절히 어두운 것으로 고르는 센스
3. 알라디너들의 워낙에 따뜻한 심성

--> 이 셋을 적절히 버무려 원하는 반응을 얻어냈어요.
이로써 바로 온정 넘치는 위로 받기 대성공. (속이 너무 빤히 보인다는 거, 저도 알아요. 뭐 어때, 흥.)


여러분, 제게 많은 일이 있었어요.

2008-02-25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거녀 또치씨의 말을 전해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또치입니다.
이렇게 빨리 마감될 줄이야...;; 여러분의 놀라운 성원에 감사!

메피님 - 이븐 바투타 1, 2 + 슬럼
조선인님 - 유럽만화 + 고학년 어린이책
파비님 - 이탈리아의 여인들 1, 2 + 짬짬이 세계여행
춘님 - 베르메르 + 가랑비 + 건강도인술 (춘님이랑 넘 어울려효  )
마노아님 - 백창우 + 르네상스의 여인들 + 목민심서
혜경님 - 원서 3권
나비님 - 문장강화 + 전환시대 (택배비는 제가 내드릴게욤)

그럼, 네꼬씨에게 택배 받으실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겨주셔요.
이사하면 봄맞이 파뤼 겸해서 집들이 한번 해야 할까봐요 ^^

------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 그럼 이 페이퍼에 비밀댓글로 주소와 전화번호, 성함을 남겨주세요. 택배로 보낼 거니까 전화번호 꼭 필요해요. 그리고 ~번지 "산사춘님, 택뱁니다." 이러면 쫌 웃기니까 보통 부르는 이름도요. 여러분 모두 축하해요!

 

 


모두들 이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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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02-1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며칠 안들어왔다고 이런 일이.. @.@
하여간 좌우지간 좋은 책들 좋은 분들께!! :)
저는 괜히 이런거 한 번 잡아봅니다..
오늘 112, 총 11177 방문

다락방 2008-02-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냥
오늘 134, 총 11199 방문

:)

2008-02-11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L.SHIN 2008-02-1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전 예명으로도 우편물 잘 오든데에에~? ㅡ_ㅡ (히죽)
그런데, 저 사진 말입니다. 꼭 고양이 주인장이 생선 파는 거 같아요~
혹시 강아지한테는 안 팔려나요? ㅍㅍㅍ

순오기 2008-02-1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62, 총 11227 방문, 저도 그냥 흔적남기느라... ^^

2008-02-1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8-02-1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이런 사진 어디서 구하셨답니까. 대단해요!

2008-02-12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2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2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viana 2008-02-14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벌써 왔어요.너무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제 시오노 나나미 여사의 컬력션이(그래봤자 5권이었지만) 새친구들을 만났네요.
책장을 더 사야 얘네들을 한줄로 쭈욱 모아놓을수 있을텐데..
지금은 이산가족들이야요.흑흑

내 아이디가 뭐더라? 2008-02-15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 오니 기분이 약간 up되는구먼.

마노아 2008-02-1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책이 도착했어요. 회식 후 늦은 귀가로 피곤했는데 급 방긋!이었답니다. 또치님 감사해요. 네꼬님도 고마워요. 제가 소중히 즐겁게 잘 볼게요~ 아아, 집들이가 기다려져욧(>_<)

2008-02-1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6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7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아. 마이크 시험중.

아아. 안녕하세요? 네꼽니다. 알라딘 마을 여러분 모두 명절 잘 보내셨지요? 며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꾸벅-- 매우 정중한 인사)

지난 번, 책방출 때 보내주신 성원(?!)에 뒤늦게 감사드려요.

그런데 그때 말씀 드렸다시피 제가 소박하나마 책방출을 했던 건, 이사를 앞두고 짐정리를 하느라고 그랬던 건데요, 네, 동거녀도 같이 갑니다. (1.혹시라도 쿠키 이벤트 및 나홀로 여행으로 결별설에 솔깃하셨던 분 계시다면 오해 푸세요.^^ 2.혹시라도 네꼬 씨와 동거녀의 관계를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까 싶은데... 저흰 둘 다 여성이고, 둘 다 이성애자예요.) 동거녀라고 방출할 책이 없을 리 없지요. 저보다 훨씬 많은 책을 평생 이고지고 살아온 동거녀가 네꼬 씨의 책방출 이벤트를 생각해내고 제게 도움을 청했어요. 그래서 제 페이퍼를 잠시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자자, 동거녀 씨! (또치 씨라고 불러주세요, 여러분.) 이리 나오세요!! 어, 참 쑥스러워하긴, 안면 있는 분들도 있을 텐데. 자자 여러분 큰 박수로 맞아주세요.

이제 마이크를 넘깁니다. 아래는 동거녀의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맛난 거 만들어 먹기 좋아하는 네꼬씨 동거녀 또치입니다.
요즘엔 녹차 쿠키와 감귤 쿠키, 건포도와 곶감을 넣은 파운드 케이크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만일 올해 네꼬씨에게 키 크고 때깔 좋고 다정한 수코양이 친구가 생긴다면, 작년의 쿠키 이벤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에헤라디야 성대한 파뤼를 벌이려고 하는데 말이죠... 일산 호수공원에 천막 쳐놓고 각종 피크닉 음식 차려 서재 단골들 초대하고픈... 협조를 부탁드립니다아. 꾸벅.
앗, 근데 이건 제가 말하려는 용건이 아니구요... 헤헤.  
이사가 원래 예정보다 한달쯤 늦춰져서 서서히 책 정리중인데요,
역시...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에 직행시키기엔 아까운 책들이 눈에 띄어서 네꼬씨 서재를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먼저 아뢰옵니다.

* 여러권 나란히 소개한 것은 한묶음입니다. 쎄트로 주문해주세요-



 


 

 

<레지스 르와젤의 피터 팬> 1,2권 합본 + 3,4권 합본
<호롱불 : 만화로 보는 세계의 옛날 이야기>
<죽음의 행군>
저는 아무래도 유럽 만화 체질은 아닌가봐요. 명랑만화만 좋아하는 또치의 서재에서 다른 분의 서재로 제 집 찾아가기를 바라며...

 

 

 

 

<이븐 바투타 여행기> 1, 2
흠... 이거에 도전한 사람 여럿 보았으나, 완독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제가 이거 다 못 읽을 줄 진즉에 알았습니다만... 책꽂이에 꽂혀 있으면 뿌듯하긴 하지만, 읽을 만한 분께 보내드려야겠어요.

 

 

 

<백창우, 시를 노래하다> 1, 2
어쩌다 보니 똑같은 책이 또 생겨서 한 질은 내놓습니다. CD도 물론 들어 있어요. 악보모음집과 덤 CD도 드립니다.


 

 

 


 

 

<절, 그 언저리> 김지하 수묵시화첩
참 멋지게 생긴 책입니다만, 역시... 제 체질은 아니라서... 
 

 


 

 

 

 

 

 <르네상스의 여인들> <이탈리에서 보내온 편지> 1, 2
시오노 나나미 좋아하는 분이 데려가시면 좋겠습니다.

  

 

 

 

 

 

 

<베르메르, 매혹의 비밀을 풀다>
저는 매혹의 비밀을 풀지 않고, 그냥 신비감을 즐기기로 했답니다 ^^ (책 안 읽는 핑계도 참...)

 


 

 

 

 

 


<슬럼, 지구를 뒤덮다> 
 저 말고 임자가 있을 거 같아서... ^^;;


 

 

 

 


 

 

<가랑비 속의 외침>
위화 소설 좋죠!! 읽는 동안엔 정말 딴 생각이 안 나요. 어여 데려가세요.


 


 

 

 

 

 

<문장강화> <정선 목민심서> <전환시대의 논리>

<문장강화>와 <정선 목민심서>는 원래 창비교양문고라는 조그만 문고판 책으로 나왔다가 2005년에 신국판으로 변신해서 새로 나왔습니다. <전환시대의 논리>도 시원한 새 옷을 입고 나왔구요. 근데 어쩐지 저는 조그맣고 낡은 구판 책들이 더 좋네요. 이 깔끔한 개정판 아이들은 아직 안 읽은 분께 보내드릴게요. 
 (-> 이 세트에서 '정선 목민심서'는 나갔어요. ^^ <문장강화>와 <전환시대의 논리> 두 권의 세트가 되었습니다~)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 여행>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책이라 갖고 싶은 분 계실 것 같아서요. 제가 한 번 읽은 것입니다만 새 책이나 마찬가지예요.

 

 

 

 

 

 

<건강도인술>
이 책은 요즘 나오는 ‘30분’ 시리즈의 원조 같아요. 지금은 품절이라 구하기 힘드실 거고, 제목도 ‘도인술’이라 “뭐야?”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사실 참 좋은 건강관리법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저한테 두 권이 있네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 <출동! 그린팀 고래를 구하자> <바보별> <이누이트 소년의 노래>
초등 고학년용 어린이책. 네 권을 한꺼번에 델꼬 가 주실 분께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영어 원서들 몇 권. 한국어판도 나와 있는 책들이니 같이 보시며 영어공부해도 좋을 듯.

 

이언 매큐언의 <속죄> 원서 Atonement (London: Vintage, 2002)

<제인 오스틴 북클럽> 원서 The Jane Austen Book Club (London: Penguin, 2004)

<시간 여행자의 아내> 원서 The Time Traveler's Wife (London: Vintage, 2005)

- 런던에 가면 Waterstones 서점에서 이 책 저 책 사오는 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의 때도 타고, 손때도 탔지만, 재미나게 보실 만한 좋은 책들입니당 ^^

* 네꼬씨에게 덧글을 달아주시면, 한번에 여러 권을 신청하신 분을 우선순위로 해서 보내드릴게요. 한 권이나 두 권 신청하시면 택배비 착불로 발송하고, 세 권 이상 신청하시면 택배비를 제가 내드리겠습니다. (얼른 주인 찾아가라는 간절한 마음... )

모두들 새해 책 많이 읽으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


자자, 제가 도로 마이크를 받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보셨죠? 위에도 썼지만, 한 묶음으로 소개한 책들은 한 묶음으로 신청해주세요. 그런데 세 권 이상 신청해야 택배비를 내준다니... 서점도 아니고.... 좀 이상하죠? -_-a 제 동거녀지만 참 알 수 없어요. (그나저나 키 크고 때깔 좋고 다정한 수코양이 생기면 언니, 정말 파뤼해줄 거야? 응? 응? 지글지글 고기 파티? 응?)

리스트 만드느라, 읽느라 애쓴 동거녀와 여러분을 위한 네꼬 씨의 뽀너스 사진으로 페이퍼 마무리합니다. 여러분,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아흣. 장근석 군이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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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행군" 만화의 명작이지요..
저는 이미 한권가지고 있으므로 무효입니다. 하하


2008-02-11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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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트릴로지 박스세트 - 본 아이덴티티 + 본 슈프리머시 + 본 얼티메이텀 (4disc)
폴 그린그래스 외 감독, 맷 데이먼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참 바쁘다. 이건 본이 아니고 내 얘기다. 나하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1년에 6~8회 정도 무척 바쁜 시기를 맞는데, 나는 이번 2월에 그중 세 번을 겪게 생겼다. 직장인이 '바쁘다' 하는 게 자랑은 아니다. (아니, 일을 너무 못하는 것 같잖아!) 그러니 허풍이 아니다. 하루 종일 해야 할 일들을 속으로 쏘트하는 것만도 일이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특별히 늦게 퇴근하는데도 잠자리에 들 때나 아침에 이를 닦을 때나 참 어디 전화해야지, 아차 내가 메일 보냈나? 아니 그 사람은 왜 연락이 안돼? 머릿속이 돌솥비빔밥.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아니 방금 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알 수 없는 날들이다.

말도 못하게 바쁘다. 이건 본 이야기다. 제이슨 본, 혹은 존 마이클 케인, 아니 (진짜 이름) 데이빗 웹. 바다에서 반쯤 죽은 상태로 건져진 그는 아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 이름은? 난 어디 살지? 내가 왜 바다에? 내 등엔 왜 총알들이? 그는 기억을 잃었다. 알아낼 게 너무 많아서 돌아버릴 지경인데 누군가 공격하면 자기도 모르게 척척 막아내고 3초만에 두 사람을 제압한다(내가 재봤다). 정신 차리고 보면 사람들은 옆에 쓰러져 있고 빼앗은 총을 장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깜짝 놀라 총을 버리고 도망친다. 스스로가 두려운 것이다.

고도로 훈련된 특수요원 본, 암살할 아저씨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걸 보는 바람에 임무에 실패하고(앗, 스포일러예요) 총을 맞은 다음, 목숨을 건진 대신 기억을 잃고 적이 누구인지 모르는 싸움을 시작한다. 그는 너무 바쁘다. "지금 본에게 지시를 내리는 건 누구지?" "그 자신이죠." 영화의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그는 자신에게 명령을 내린다. 뇌에서부터 손톱끝까지 그 자신이 하나의 지휘체계다. 잘못된 명령을 내린 적도 없고 불복한 적도 없다.

미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숨을 고르는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상을 주기로 하고, 지난 주말 내내 본 씨 이야기 3종 세트와 함께 보냈다.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보아왔지만, DVD로 다시 보는데도 맹세컨대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담백하다 못해 똑 떨어지는 게 얄밉기까지 한 배경 음악과 효과음과, 편집자가 '내가 좋아하는 건 다 버리고 오로지 팩트만 갖고 말하리' 결심하고 일한 듯 깨끗하게 오려진 화면. 특히 "본 얼티메이텀"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드는 장면은 다섯 번을 다시 돌려 보았는데 다섯 번 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기름기 제로'가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황홀한 경험이 이 세 편의 영화에 있었다.   

내가 사랑한 것은 맷 데이먼의 무표정이었다. "무표정"을 연출한 무표정이 아니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는 무표정이었다. 내가 사랑한 것은 제이슨 본의 군더더기 없는(영어엔 군더더기란 단어가 없나?) 액션, 무엇보다 너무나 '그럴 만도 한' 싸움 씬이었다. 1편에서는 볼펜으로, 2편에서는 잡지로, 3편에서는 수건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그의 기술에 나는 사랑을 넘어 경외을 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한 것은 데이빗 웹의 머쓱한 표정이었다. 미친 자동차 추격씬 끝에, 사람 잡는 격투씬 끝에 그가 짓는 창피한 표정을 나는 너무나 사랑했다.

코멘터리를 보니, 얼티메이텀 감독 아저씨의 말이 콱 좋다. 본의 격투 씬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끝없는 리허설의 결과죠. 모든 액션에 목적이 있어요. 하지만 나는 폭력을 미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폭력은 추하니까요. 본이 그런 (폭력을 쓰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아름다운 영화같으니.

바빴던 그는 연인을 얻었고, 연인을 잃었고, 동료가 떠났고 친구를 얻는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달리는 본, 스스로 내린 명령에 어떤 의심도 품지 않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질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 아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본은 씨리즈 첫 장면에서 그랬듯 마지막 장면에서도 물 위에 떠있다. 죽은 듯이 떠있던 그가 유유히 헤엄을 시작하는 순간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시 태어났군요, 본 씨. 

바쁜 것은 잘 견뎌내면 된다. 네꼬 씨, 그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왜 바쁜가,이다. 어느 날 내가 똑똑한 고양이가 되어 스스로 명령체계를 수립하는 날이 와도 이 질문을 잊어선 안된다, 나는 누구지? 어떤 고양이지? 때로는 질문이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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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3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머릿속이 돌솥비빔밥" 그럼 네꼬님 머리는 돌솥.?
2.본 씨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단정짓기는 좀 거시기 합니다. 맷이 3편을 계약을 했고 그 계약은 본 얼티메이텀을 끝으로 만료가 되버렸지요. 그리고 또 다른 주인공 아니면 연장 계약으로 새로운 본 씨리즈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아님 말고...
3.본 씨리즈는 사실 TV에서 먼저 접했습니다. 똑같은 스토리 액션성보다는 심리상태를 더 잘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주연은 "리처드 챔벌레인"이라는 배우가 맡았었죠.(쇼군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었죠..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에서는 사랑과 신앙을 사이에 두고 번뇌하는 랄프 신부역을 맡았었고요.)

네꼬 2008-01-31 01:00   좋아요 0 | URL
어? 메피님 안 주무셨네요!!

1. -_- 머릿속에 돌솥이 들어 있는 거죠. (하여간 참 말씀도 참...)
2. 오, 새 씨리즈도 재밌겠어요. 하지만 제가 사랑한 것은 맷. 제가 결혼하고 싶은 것도 맷. 그런데 찾아보니까 그는 몇 년 전에 (비밀리에) 결혼했다더군요. 비밀리에 결혼했다, 이것도 멋져! (하트 모드)
3.아 전 그 TV 씨리즈는 모르지만요, 심리상태에 더 비중을 두었다니 매우 관심. 근데 메피님은 참 모르는 게 없으셔. 배우의 전작까지!!

다락방 2008-01-31 08: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네꼬님.
안그래도 저도 맷 데이먼하고 결혼하려고 했거든요.(근데 왜 벤 어플랙은 안좋을까요? --)
그런데 '신분이 낮은'(언론에서는 이렇게 표현하더군요.웨이트리스 출신이라던가,식모 출신이라던가 하면서)여자랑 이미 결혼을 했더군요. 그리고 언론이 이따위로 떠들어도 맷 데이먼은 거들떠도 안봐요. 게다가,게다가,게다가,게다가...아이도 있어욧! 버럭.
맷 데이먼은 인터뷰를 안하기로도 너무 유명해서 그의 인터뷰 기사를 접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인데요, 얼마전에 남성잡지에서 그를 표지모델로 세웠길래 당장 샀죠.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딸랑 한페이지. 게다가 그를 인터뷰한것도 아니고 그는 이렇다더라,저렇다더라, 하는 이야기.orz

그리고요, 네꼬님.
그는 파파라치가 밖에 있는 날이면 절대 집밖으로 나가질 않는데요. 언론에 노출되는걸 너무너무 싫어한대요. 가족을 드러내기 싫어한대요.이것도 너무 근사하죠? 헤헷 :)

네꼬님.
저는 정말 맷 데이먼이 좋아요. 저도 이 영화 다봤는데..네꼬님처럼 디비디 살까요? 어떡하지? ㅜㅜ

네꼬 2008-01-31 09:07   좋아요 0 | URL
다락님. "맞아요 네꼬님"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뭐가 맞다는 거지? 머릿속에 돌솥이 들어 있다는 거....? -_-

아아 멋진 맷. 맷. 역시 맷. 맷. 맷. (이 말밖에 안 나와요. ㅠ_ㅠ) 그에게 애써 지키는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를 좋아하는 거겠죠. 난 그 이상은 알고 싶지도 않아요. 그걸로 됐거든요. 머, 애인도 아니고.

영화를 다 봤더라도 DVD로 또 보기를 추천. (그리고 나처럼, 사서 간직하기를 추천.) 몇 해 전에 보았을 테니 다시 보면 또 새롭고요, 멋진 액션 씬들을 다시 보는 재미도 그만이에요. 사요 사~ (솔솔 부채질)

그런데 나,
다락님의 사생활은 궁금해요. 알고 싶어요. 하핫.

웽스북스 2008-01-31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언컨대, 전 네꼬님보다 똑똑한 고양이를 본적이 없어요 ^_^

네꼬 2008-01-31 09:09   좋아요 0 | URL
엄마야. 아니 뭐 그런 고마운 말씀을. (^^ 좋댄다~~) 웬디양님은 똑똑한 '여인'이시면서. (나도 모르게 웃고 있음.)

비로그인 2008-01-31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글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므로 '진기'가 모아져서 그런가? 하하
본 마음이 따스하고 정직한 사람의 어쩔수 없는 폭력..
그점을 네꼬님께서 주목하셨군요.
많이 공감합니다.
작은 고양이의 예민한 감성을 읽고 갑니다. 하하
추천!!!!


네꼬 2008-01-31 09:30   좋아요 0 | URL
한사님. 저의 가벼운 이야기들을 들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어쩐지 한사님이 들으셨다 생각하면 제 글에도 한 편 무게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 보면 본이 애초에 왜 실수를 했는지 알게 되지요.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아, 라는 본의 외침이 클리셰가 아닌 것은 그의 '창피한' 표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고맙습니다.


하핫. (점잖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전 왜 이게 안될까요?)

도넛공주 2008-01-3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맷 데이먼을 좋아합니다.누가 물어보면 1착으로 말했죠.그런데 어느날 친한 친구가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면서 "네 동생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너 브라더컴플렉스??"라고 하더군요.화들짝 놀래서 그 다음부터는 에단호크라고 대답합니다.

네꼬 2008-01-31 13:07   좋아요 0 | URL
공주님, 근데 가만 떠올려 보니까 맷 데이먼이랑 에단 호크랑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요. 약간 비슷한 계열인 것 같아요. 공주님 지적이게 생긴 남자 좋아하시는구나. (그럼 동생분도?)

치니 2008-01-3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또 낚였다, 이 시리즈물을 한 편도 안 보고 살아왔는데, 이제 봐야할거 같잖아요!

네꼬 2008-01-31 13:08   좋아요 0 | URL
치니님 부러워요. 아직도 이 시리즈를 안 봤다면 얼마나 좋으실까. 멋진 세계가 기다리고 있어요. 아아 부러워 부러워.

마늘빵 2008-01-3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난 혜교가 좋아 (이건 무슨 맥락이야!)

네꼬 2008-02-02 11:34   좋아요 0 | URL
정말 이게 무슨 맥락이야, 싶지만 어쩐지 이해는 되어요. 아프님은 그냥 만날 혜교가 좋잖아. -_-

2008-01-31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2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02-02 11:38   좋아요 0 | URL
아아 요 댓글은 정말 혼자 읽기가 아깝군요.
(못 보시는 분들 약간 약올리는 심정으로)
((그리고 정말로 아까운 심정으로.))

프레이야 2008-01-3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스러운 네꼬님의 글이잖아요.^^
이말은 님도 글도 사랑스러워서 꽉 안아주고 싶단 말이에요.
폭력을 쓰고 나서 창피해하는 얼굴, 죽은 듯 물위에 떠있다가 헤엄쳐 나아가는 모습..
전 이 영화들을 안 봤는데 디비디를 사서 보고 싶어져요, 마구마구..
저도 오늘밤 제게 질문들을 몇 날리고 잘래요. 질문이 뭔가 가르쳐줄 것 같아요.

네꼬 2008-02-02 11:40   좋아요 0 | URL
"꽉"까지만 읽고 그만, 절 깨물겠단 말씀인 줄 알고.... 좋아했어요. (응? 나 이상해요?) 혜경님, 이 씨리즈를 아직 안 보셨다니. 으핫. 좋으시겠어요. 처음 보면 얼마나 좋을까?

산사춘 2008-02-01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에 영화얘기가 젖어드는 멋진 글이세요.
그려도 덜 바쁘셨으면 좋겠는데(이또한 직장인들에게 함부로 하면 안되는 야그?).
본은 폼 재지 않고 인간적이어서 동화가 잘 됩니다.
멧 데이먼한테 딱인 영화여요.

네꼬 2008-02-02 11:41   좋아요 0 | URL
정말 맷 데이먼한테 딱인 영화예요.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몇 명 떠올려 봤는데, 다들 안 돼 안 돼요. 저 떨떠름한 표정. 그러고도 착한 얼굴. 똑똑한 눈. 지루한 입매. 맷이 딱이에요.

마노아 2008-02-02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보면서 나는 잠시 소름이 끼쳤어요. 이렇게 리뷰 잘 쓰는 멋진 고양이라니! 중요한 것은 질문이라는 말에 감탄!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을래요. 네꼬님도 안 잊을 거예요!

네꼬 2008-02-02 11:42   좋아요 0 | URL
어므나, 전 마노아님 칭찬에 소름이 오도도. 마노아님이 만에 하나 내가 누구더라, 하시더라도요, 이 네꼬는 마노아님을 잊지 않습니다. "당신은 제게 매일 삼치를 구워주시던 분이에요"라고 꼬드겨서 만날 얻어먹어야지. 히히.

2008-02-03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0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8-02-0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특선 영화로 본 시리즈 두 편이 편성되어 있더군요.
리뷰도 잘 쓰는데다 앞날까지 내다보는 고양이라니!
네꼬 님이 말한 그 "창피한 표정"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볼게요. :)

네꼬 2008-02-10 22:38   좋아요 0 | URL
으응? 그래서 보셨어요, 본 시리즈?
슈프리머시 끝부분만 잠깐 보았는데 더빙은 아무래도.... 어색. ;;;
(왜 보는 제가 창피할까요?)
 
숙제 주식회사 힘찬문고 48
후루타 다루히 지음, 김정화 옮김, 윤정주 그림 / 우리교육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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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보다 빠른 비행기가 나와도 사계절과 숙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성 있는 말썽꾸러기들의 필독서 <<에밀과 탐정들>>에 나오는 말이다. 에리히 캐스트너의 이 절망적인 선언을 기쁘게 받아들인 어린이들이 있었다. 1960년대- 경제 성장이 최고의 목표인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좋은 학교로 가는 것이 어린이들의 지상과제이던 시절의 일본. 동네형이 고교 홈런왕이 되어 큰 돈을 버는 걸 보고 공부는 해서 무엇 하나 숙제는 해서 무엇 하나 한탄하던 평범한 어린이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회사를 열었다. 책 제목 그대로 ‘숙제 (대행) 주식회사’를 차린 것이다. 옳거니. 이것 참 말 되는 말썽이겠군. 설정도 좋은 데다 초반에 에리히 캐스트너(존경해요*_*) 얘기도 나오고, 그림도 귀엽고, 간만에 즐거운 말썽동화 좀 읽어볼까? 라고 느긋하게 드러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곧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할 것이다. 네꼬 씨가 그랬던 것처럼.

사장은 최종 결정을 하고, 정보원은 각 반의 숙제 중 까다로운 것을 재빨리 알아 온다. 영업 사원은 고객을 섭외해 가격과 조건을 흥정하고(실로 놀랍다), 공부 잘하는 어린이는 먼저 자기 숙제를 완벽하게 한 다음 고객의 숙제를 해준다. 이건 완벽한 회사다. 월급은 토론 끝에 똑같이 나누어 갖기로 했다. (이 토론 부분에서 나는 우리 회사 노조를 떠올리면서 잠시 심각해졌다.) 가정교사하고 뭐가 달라?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일을 안 선생님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으면서 (어른들은 이럴 때 꼭 ‘스스로 생각해봐라.’ 이런다. 아니, 혼자 생각해서 알 것 같으면 애초에 사고를 왜 치나?) 회사를 해산하게 한다. 어린이는 돈돈하면 안 돼서 그런가? 아이들은 갸웃하지만 뭐 할 수 없지 하고 일단락 짓는다.

작가는 차근차근 이야기를 끌어가면서 점점 심오한 문제를 낸다. 옛날은 꽃을 좋아하는 아이도 닌자 수업을 받아야만 했으니까 야만적인 걸까? 공부 때문에 자살하는 어린이가 있는 지금은 야만적이지 않고? 전쟁은? 남의 나라 점령은? 그렇지만 옛날의 어떤 부분은 덜 나빠졌겠지. 대체 야만적이란 게 뭘까? 슬며시 답이 한번 나온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 (아멘!)


쏠쏠한 유머와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타고 슬슬 더 쎈(!) 주제가 나온다. 주산을 열심히 해서 얼른 집을 부자로 만들겠다던 생활력 강한 요시다(12세)는 존경하던 주산왕 형이 전자계산기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아이들은 전화 연결 자동화에 반대하는 전화국 노조 전단지를 읽으며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는 조합원을 희생하는 합리화에 반대한다’... 합리화가 뭐야?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도 분명한 뜻은 몰랐지만 뭔가 나쁜 뜻으로 쓰인 게 놀라웠다. 다케시는 합리적이라는 말을 알았다. 이 말은 대부분 좋은 뜻으로 쓰인다.....왜 전국 전화 통신 노조는 편리해지는 것에 반대할까..... 편리해지기 위해서 8,000명이 희생되어야 해. 8,000명 중에는 가족이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세 배로 잡으면 24,000명. 24,000명이나 되는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 꼭 편리해져야만 하는 걸까?---본문에서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상대평가의 잔학성(!)까지 고발한다. 공부는 안 하고 아이들을 괴롭히는 깡패 고헤이에게 학교 신문의 기자들이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데 끝내 고헤이가 털어놓는 말이 놀랍다.

“고헤이, 넌 공부를 하기만 하면 성적이 좋아질 거야.”
“그 대신 누군가는 나빠지겠지. 그리고 그 아이가 성적표를 받으면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분명 혼날 거고...”---본문에서

천의무봉의 솜씨를 가진 작가는 (역시 다루히 할아버지!!) 단 한번도 성급히 나서지 않는다. 아이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각자의 처지에 따라(집안환경도 공부 수준도 장단점도 다 다르니!) 생각한 걸 털어놓고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새로운 발견은 발견대로 결과를 받아들인다. 오! 아이들은 이렇게 크는 것이다!!! 다만 이 아이들이 빛나는 것은 그냥 지나가지 않고 고민해보는 것. 그걸 입 밖으로 내는 것, 그리고 좀더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 세계도 똑같지 않은가? 고민 없이 별 생각 없이 대충 살다 보면 이상한 대통령이 삽질을 하고 있고 거대한 기업이 시꺼먼 기름을 토해내고 북극 곰이 집을 잃지 않는가 말이다. 어린이들의 세계도 그렇다. 주어진 숙제라고 억지로 하고, 과거는 야만스러웠고 합리화는 좋은 것이고 미래에는 모두가 행복할 것인 양 가르치는 세상의 말을 대충 그런가 보다 하고 믿다 보면........ 큰일 난다. 그러고 보니 책 맨 앞장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 알 것도 같다.

 

만약 네가 당근을 싫어한다면, 안 먹으면 그만이야.
하지만 숙제가 싫다면 그건 생각해볼 문제야.
왜 이 세상에 숙제가 있는지.

그리고 당근과 숙제가 어떻게 다른지도 말이야.

---본문에서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이 책은 아무래도 어린이들에게 그냥  강제로 읽히는 게 좋겠다. 눈을 부릅뜨고 읽으라고 협박하거나 되게 재미있는 말썽동화라고 거짓말을 해도 좋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읽혀야 한다. 그래, 숙제로 읽히는 게 좋겠다. 좋든 싫든 해야 하는 게 숙제라면, 기왕이면 이 책 읽고 독후감 쓰는 걸 숙제로 내주자. 억지로라도 이 복잡한 문제들을 고민하게 하자. 제발 엄마 아빠 말도 모두 믿지는 말라고 얘기해주자.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 TV에서 보여주는 것, 대통령이 말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자. 어째서 대운하에 죽자고 매진하는 뇌용량 2MB 같은 대통령을 뽑으면 안 되는 건지, 어렴풋이라도 어린이들도 좀 알고 살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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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2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을 적극 수용해 우리 아이에게 이번 주 숙제로 이 책을 읽히겠습니다.
그러니 저한테 떡 하나만....(뜬금없이 당근대신 떡을 먹고 싶어졌어요.)

네꼬 2008-01-25 09:47   좋아요 0 | URL
떡 하나 드리면 저 안 잡아드실 거죠?

앗싸아. 강제 독자 한 명 늘었다. 음하하하하.
싫다고 해도 억지로 읽히기로 해요. 승연님 보시면서도 좋았으면 좋겠고요.
^^

2008-01-25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5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08-01-2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은데요.^^; (뜬금없이 당근 대신 호떡이 먹고 싶어졌어요.)

네꼬 2008-01-25 09:51   좋아요 0 | URL
앗 나도 호떡 주세요. (점점.) 마분지에 끼워주는 뜨겁고 단 호떡 저도 먹고 싶어요. (참고로 전 반은 흘려요.) 저는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났어요. 60년대 일본에서 출간된 책인데 왜 지금 우리랑 다르지 않을까요. ㅠㅠ

도넛공주 2008-01-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희 아버지는 늘 '1등 해봤자 좋은 거 하나도 없어.친구가 많아야지'라고 하셨지요.그래도 방학때면 탐구생활은 꼭 다 해가라고 하셨다는.....

네꼬 2008-01-25 23:51   좋아요 0 | URL
역시 그런 거였어. 공주님은 훌륭한 왕을 아버지로 두셔서 이렇게 좋은 공주님이 되신 거였어요!!

(저는 탐구생활마다 한두 개씩 꼭 있던 그 '식물채집' 표본 붙이기가 그렇게 싫더라고요. -_-)

산사춘 2008-01-25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이 생각없는 어른도 읽어야 될 것 같습니다.

네꼬 2008-01-25 23:51   좋아요 0 | URL
춘님, 아니 어찌 그런 말씀을....! (사극 버전이에요.)

nada 2008-01-2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MB는 너무 귀여운 재치.^^
알토란 같은 리뷰, 재미있게 읽고 묵직하게 맘에 새겼어요.
우리 조카들이 얼렁 커야 네꼬님이 소개해주시는 책들을 읽힐 텐데.
그때까지 현역에서 활동해 주세요. :)

네꼬 2008-01-25 23:54   좋아요 0 | URL
(소...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디서 배운 표현이에요.) 좀 심한가 싶다가도 인권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한다는 둥 통일부를 엇따 통합시킨다는 둥 농림부를 어쩐다는 중 대운하를 어쩐다는 둥 하는 소릴 듣고 있노라면 너무 절박한 표현이라... -_-

아시잖아요. 저 뚱뚱한 할머니 될 때까지... ^^ 안 읽은 책이 하도 많아서 할머니 될 때까지 책 없을 걱정은 없겠어요. 하핫.

순오기 2008-01-26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찬문고 시리즈, 참 좋아요~~~ ^^ 리뷰에 감동받아 찜합니다.
그리고....마지막 구절이 전설이 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며 추천도!ㅠㅠ

네꼬 2008-01-29 09:11   좋아요 0 | URL
네, 순오기님, 저도 이 시리즈 좋아해요. 좋은 책이 참 많지요. (전 그 본문 종이도 좋더라고요. ^^) 그런데 순오기님의 추천에 왜 눈물이 있을까요? ㅠㅠ 물으면서 저도 어쩐지 눈물이... 전설이 되는 그날까지... ㅠㅠ

치니 2008-01-2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어느 정도 좋은가는 아직 몰라도 , 리뷰야말로 이거 이거 대박입니다.
힘찬문고에서 네꼬씨에게 상을 드려야해요!
이 글 읽고 안 사고 베길 부모님들이 있겠냐고용.
(적어도 알라딘에선)
하린군은 이걸 읽기엔 좀 늙은 거 같지만...그래도 읽혀보려고 보관함에 ~

네꼬 2008-01-29 09:12   좋아요 0 | URL
힘찬문고, 듣고 계세요? 저 상 주세요 상! ㅋㅋ

하린 군은 어떤 상황에서도 '늙었다'는 표현을 받으면 안된다고 봐요.
하린 군은 이미 성숙하지만, 기회가 되면 읽게 해주세요.
(하린 군, 그래봐야 숙제해야 하는 신세?)

라로 2008-01-2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고 안사고 못베기는 (부)모 여깃습니다!!!!
당장 장바구니로~~~~옷

네꼬 2008-01-29 09:14   좋아요 0 | URL
어머 여기 계시네! 하하. 나비님. 우리 함께 읽어보아요~~~~옷
(저 뭐 힘찬문고에서 뭘 받는 것도 아닌데)

2008-01-28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9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01-2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응, 네꼬님 리뷰가 느므느므 좋아요 ^-^
아무래도 나도 어린이들보다 나한테 읽히고 싶어요

그리고 전, 당근을 먹지 않아요

네꼬 2008-01-29 09:21   좋아요 0 | URL
어머 저도 당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전 어렸을 때부터 잡채를 참 좋아했는데 당근 먹는 일이 좀 고역이었어요. 당근은 맛은 있는데, 다른 음식 맛을 너무 잡아먹는 것 같아요. 그래도 살짝 볶은 당근은 좀 맛있죠. (이런 엉뚱한 얘길)

모 씨 표현에 의하면 "이거 뭐야, 80년대 문건이야?" 라기도...^^ 그만큼 적나라한데, 또 그게 매력이었어요.

2008-01-30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1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1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1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