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말이 되는 소리라 대꾸할 말이 없는 것, 알라딘에도 못 들어올 만큼-세는 것도 지겨울 만큼 몇 날 며칠을 열심히 일했는데, 어쩌면 직업을 바꾸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끼는 것, 술도 안 마셨는데 대리운전을 하고 싶을 만큼 너무 피곤한 것, 울면서 일하는 것. 이 중에서 뭐가 제일 끔찍한 일일까?
정답은,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난 것.
2등은 ‘싫어하는 사람한테 싫은 소리를 들었는데 그 소리가 말이 되는 소리라 대꾸할 말이 없는 것’이 차지했다. 나머지는 거기에서 파생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천사 씨의 전화를 받았고, 점심에 계란찜을 먹었으니까 죽을 만큼 나쁜 것까지는 아니다. 1년 만에 불쑥 전화를 걸어서는 내 목소리만 듣고도 나의 절망적인 심사를 짐작한, 천사 씨의 한 마디, “언니, 그래도 그 일 좋지?” 그래. 좋긴 하다만.
그래, 뭐, 천사 씨가 전화도 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그래,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보다 예쁘니까, 내가 참자.

쾰른에서 본으로 가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 이게 고작 두 달 전 내 표정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