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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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은 국내에 번역된지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 사실 이런 종류의 인문 서적은 일반 독자들에겐 그닥 관심이 없는 분야지만 이 책은 특히하게도 국내의 정치 사정상 상당히 빛은 본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육식의 종말 표지> 

육식의 종말은 2002년동 출간된 이후 꾸준하게 스터디셀로 읽혔지만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얼마나 많은 화학물질로 오염됐는지, 질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하고 있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미국산 소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으로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판매도 좀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광우병 파동과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렸다는 육식의 종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는 광우병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육식의 종말’은 소의 목축과 소비가 야기하는 인류적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저자는 쇠고기를 탐하는 육식문화가 남녀 차별, 빈부격차, 배타적 국수주의를 낳고 더 나가 생태계 파괴 등지구 환경 문제의 주범이라고 설명하는데 처음에는 저자가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수긍이 간다.

저자는 육식의 종말 1장부터 목장주들이 암소들을 인공수정수키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태어난 새끼소는 거세하고 뿔을 화학약품으로 태워버리며 비좁은 콘크리트 축사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스타라디올,테스토스테론,프로게스테론등과 같이 그 이름도 생소한 성장 촉진 호르몬을 맞으면서 육질을 키워나가고 지저분한 축사 생활에서 생길지 모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 물질이 가득한 사료 첨가제를 먹이는 내용을 적나라게 묘사하고 있다.
단지 첫 도입부분의 글만 읽어도 미국산 소고기를 먹기가 무척 꺼려지는데 저자는 바로 다음에 소가 도축되는 과정을 한편의 고어 영화처러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도살장 바닥은 흡사 시뻘건 바다처럼 보인다…..발목 깊이로 잠기는 뜨끈한 피가 부글거리면서 응고되고 있다.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사내들이 엉긴 핏덩어리들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그들은 매일 밤마다 끈적거리는 피를 닦아낸다(p22)
이후 저자는 1부에선 고대부터 근대 초기까지 각국의 소 숭배와 소비 풍습을 살피고 2부에선 원래 소가 없던 미국에 그곳으로 이민간 유럽인들의 입맛을 위해 소를 유입한 내용을 3부에선 쇠고기가 어떻게 대형 산업화가 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이후 4~5부에선 소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곡물량이 필요하며 얼마나 많은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지 다루고 있다.

사실 이책을 읽기전까지는 어떻게 보면 목가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일 것 같은 모 개그맨의 말처럼 소를 키우는 행위가 얼마나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소의 수는12억8,000만마리로 추산되는데 그사육 면적은 전 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한다면서 중앙, 남아메리카의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고대 열대우림 지역이 소 방목용 목초지로 개간되고 있으며 소 방목은 사하라 이남 및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목장 지대에서 사막화의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게다가 소 사육으로 인해 지구 표면의 담수가 감소되고 소의 배설물로 지하수와 강들의 오염되고 소 배설물의 메탄가스로 지구 온난화까지 초래한다고 한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한 조각의 스테이크를 위해 과연 지구의 환경 파괴를 계속 해야 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소 사육과 육식이 빈부 격차를 초래한다고 했는데 사실 쇠고기 스테이크 한조각을 먹는 것이 과연 전 세계 빈부 격차를 어떻게 초래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다.물론 사람에 따라서 스테이크 한 조각을 못 먹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이유가 단지 소의 사육때문이라고 하니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책을 읽으니 지구상의 있는 소들이 미국 곡물 생산량의70%, 지구 곡물 생산량의 3분의 1을먹어치운다고 하면서 소들이 먹는 이러한 식량은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전 세계 인구중 13억명을 넉넉히 먹여 살릴 만한 곡식이라면서 결국 소가 인간을 집어삼킨다고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인간을 위한 식량이 아니라 읿부 국가의 부유한 국민들의 입맛을 위해서 가축을 위한 사료로 전환된 것이다.결국 전 세계의 소수의 부유한 국가의 국민들을 위해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전체 곡식의 1/3을 소와 다른 가축들이 먹어치움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와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위대한 모순'이 창조된 것이다.
이런 스테이크를 위한 소를 키우고 도살하는 선진국의 행위는 뭐라고 나무라기는 그렇지만 한쪽에서는 식량이 없어 굶어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스테이크를 먹고 살이 찐다면서 헬스니 다이어트니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도덕적인 불감증이 아닌가 싶다.
 
소를 숭배하는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아 인도인들의 식량만 축낸다고 서구인들이 생각하지만 인도의 소들은 우유를 제공하고 농사를 도와주면서 식량을 생산함으로써 토지와 식량을 두고 경쟁하지 않는 공생관계를 유지하지만 쇠고기를 먹는 구미에선 몇 조각의 스테이크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먹어야 될 식량을 소의 사료로 전환하기에 인간가 소가 서로 경쟁하는 아이러니를 낳게된다.즉 몇사람의 인간이 쇠고기를 먹기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야 되는 역설 말이다.

또한 이 책에선 또한 대량 사육된 쇠고기의 위험성을 고발하는데 우리가 걱정하는 광우병외에도 소 백혈병 바이러스와 소 면역부전 바이러스 등이 인체에 감염된다는 사실과 질병으로 폐사된 소도 소비자용으로 미국농무부(USDA)의 승인 도장을 받는 실태와 감염된 쇠고기도 합법적으로 위생 포장육으로 가공되는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육식의 종말에 저자는 리프킨은 "우리는 육식문화를 넘어서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쇠고기 소비를 위해 소를 키우는 행위가 인종적, 계급적 차별과 환경 파괴, 그리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해악의 근원이라는 제레미 리프킨의 고찰은 어떻게 보면 참 획기적인 사고란 생각이 든다.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육식이란 키워드를 통해서 그 단어속에 담긴 의미와 개념을 끌어내고 이를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과정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통찰력과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있는지 짐작케 해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서구에 비해 쇠고가나 육식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의 입자에서 본다면 너무 과장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모든 인류가 육식을 금하면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좋아질 것이라는 이상적인 저자의 대안인데,인류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육식에 대한 갈망이 이성적인 이유로 과연 포기가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와 소의 방목지를 없앰으로써 지금까지 발생한 환경 파괴가 어떻게 복원 가능한지에 대한 연구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육식의 종말을 통한 빈부 격차 해소 및 지구 환경복원 같은 내용은 솔직히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싶지만 그럼에도 출간된지 오래된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한미 FTA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판매를 강요하는 미국의 쇠고기 산업의 정체가 매우 비도덕적인 축산 업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단체라는 것 임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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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1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