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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 어느 중세 제국의 경이로운 이야기
주디스 헤린 지음, 이순호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0월
평점 :
내가 아는 비잔틴 제국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것이 다 인데 아마 로마가 동서 제국으로 나뉘면서 동로마 제국이 서 로마 멸망이후 대략 천년간을 더 유지하다가 십자군 전쟁이후 이슬람에 의의 멸망한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SF소설인 대체 역사 소설 비잔티움의 첩자를 읽으면서 비잔틴 제국이라고 불리우는 동로마 제국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게 된다.그러다가 우연찮에 서점에서 본 책이 바로 비잔티움이다.책을 보니 화려한 사진과 더불어 흥미 진진하게 기술된 내용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이 역시 부담이 되는 책이다.
알라딘 책소개를 보니 이 책은 그간 서구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 오도되어 왔던 비잔티움의 역사를 지난 40여 년 킹스칼리지, 프린스턴대 등에 적을 두고 발굴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오로지 비잔티움의 역사 연구에 천착해온 주디스 헤린은 교직에서 퇴임한 후 자신의 비잔티움사 연구를 총괄적으로 담아냈는데 비잔티움은 숙련된 관료제와 조세제도 위에 세워진 황제 정부, 로마법에 기초한 법률조직, 그리스 교회에 보존된 예술과 영적 전통, 많은 나라들이 앞 다투어 모방한 대관식과 궁정 의례 등을 후대에 유산으로 남겼다고 말한다. 비잔티움은 전혀 수동적이지 않았으며 소중한 전통과 유산을 화려하게 되살려낸 능동적이고 창의력 넘치는 나라였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라고 한다.
비잔티움은 근 7백 페이지에 28개 테마로 비잔티움의 거의 모든것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단번에 리뷰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흥미롭게 읽은것중에 약간 리뷰를 해보겠다.
-1부 4장 그리스 정교회-
일반적을 기독교의 가장 큰 3가지 유파는 카톨릭,개신교,그리스 정교인데 캐롤릭과 개신교가 서로마 제국을 기반으로한 기독교에서 파생되었다면 그리스 정교는 동로마 제국을 기본으로 파생된것으로 알려져 있다.일반적으로 그리스 정교를 흔히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 알고 있지만 제국 초기였던 5세기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였던 네스토리우스가 보급한 네스토리우스주의는 제국 교회를 분열시켜 6세기에 교회의 대분열 당시 오리엔탈 정교회가 칼케돈 공의회의 선언에 반대하여 제국 교회에서 떨어져나갔다. 이후 동로마 제국이 후기로 접어들면서 동방 정교회는 제국에 남은 그리스도교도 대부분을 대표하게 되었고 이후 이들은 활발한 선교 활동을 벌이게 된다.비잔틴 제국은 대부분 동유럽권(세르비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 슬라브 민족)에서 활발히 선교 활동을 벌이는데 이들의 노력으로 이곳에 기독교 문화가 형성되었고 슬라브족은 성자 키릴루스와 메토디우스(슬라브어론 키릴과 메포지)에 의해 그리스 정교와 함께 현재 이들 사이에서 쓰이는 키릴 문자와 동방 정교회의 교회 헌법을 수용함으로써 비잔티움 제국은 자연스레 정교회의 본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비잔티움 사회에서는 그리스 정교는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데 세례, 결혼, 장례 등 개개인 생활의 중요한 순간에 종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신학, 예술, 경제, 정치, 외교 등 국가와 사회의 모든 부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2부 9장,10장 성상/성상 숭배와 성상파괴-
성상은 흔히 이콘(Icon)이라고 불리우는데 성모 마리아나 아기 그리스도 또는 성인들을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화는 기원후 1세기에 처음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8세기경 그리스 정교회인 동방교회의 기독교인들은 성화 문제에 대하여 우상숭배냐, 아니냐라는 신학논쟁이 벌였다.
레온 3세는 구약의 모세의 십계명에 열거되어 있는 "우상을 짓지 말라"가 근거로서 원용하여 이콘을 금지했으나, 고대 그리스 문화의 전통이 남아 있는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와 제국의 유럽 부분등 제국 전역에서 이코노둘레스(성상 옹호자)의 반란이 일어났고 콘스탄티누스 5세의 아들 레오 4세의 황후인 에이레네의 노력으로 787년 제2차 니카이아 공의회가 소집되어 이콘을 받들되 숭배하지는 않도록 정했지만 교회가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으로 분리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성상을 게르만족에 대한 포교에 이용한 서로마 교회는 성상 파괴 결정을 비난함과 동시에 그때까지 콘스탄티노폴리스에 보내던 세금의 납부를 중지했고, 이로 인해 동서교회의 대립이 심화되었는데 서로마교회는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한 이래 기독교의 정통은 로마에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서로마 멸망이후 비잔티움 제국은 게르만족에게 유린당한 로마보다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었으며, 그들의 보호를 자처하면서 로마를 게르만족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간섭하고 규제하고 있었기에 서로마교회는 이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벗어날 특별한 명분과 실질적으로 자신들을 후원해줄 후원자가 없어서 참고 있었지만 성상파괴령은 서로마 교회에게 명분을 제공해주었고 프랑크 왕국의 피핀 3세가 프랑크 왕국의 왕위를 보장받는 조건으로 새로운 후원자가 되면서 서로마의 카토릭과 동로마의 그리스 정교는 마참내 분리되고 만다.
-3부 13장 그리스 불-
그리스의 불은 비잔티움 제국의 군대에서 사용하던 화기를 말하는데 물로 잘 꺼지지 않았고 수면 위에서도 계속 불이 타오르는 특성 때문에 비잔티움 해군에 의해 주로 해전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비잔티움 제국이 수많은 외침을 받으면서도 약 1,000년 동안 굿굿히 버틴 이유 중에는 바로 이 그리스의 불이라는 훌륭한 병기에 힘은 바가 크다고 하는데 670년경 유대의 헬리오폴리스 출신의 건축가이자 화학자 기술자인 칼리키누스라고 발명한 이 화기를 만드는 비법은 비잔티움 제국에서 일급비밀로 간주되었고 워낙에 비밀이 철통같이 잘 유지되었던 탓에 현재까지도 그 정확한 성분을 알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신무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콘스탄티누스 4세의 치세인 674년 이슬람 세력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침공했을 때로 욱일 승천하던 이슬람 세력을 그리스 불로 물리침으로써 그들이 유럽으로 진격하는 것을 막았을 정도로 그리스 화약은 중세 시대의 가장 강력한 비밀무기였으며 비잔티움의 적들은 항상 이 무기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3부 14장 비잔티움의 경제-
비잔티움 제국의 경제는 수백년간 지중해와 유럽에서 가장 선진적이는데 당시 유럽은 중세 후기 까지 비잔티움의 경제력을 따라가지 못했을 정도였다.비잔티움 제국에서는 서유럽과 달리 화폐 경제 제도가 발달하여 제국 정부에서 발행한 금화 노미스마는 11세기 전반까지 높은 순도를 유지하여 후세에 ‘중세의 달러’라고 불릴 정도로 국제적 화폐로 유통되었다. 특히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서는 업종마다 길드를 통한 국가에 의한 보호와 통제가 두루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국영 공장에서 독점적으로 제조된 견직물이나 귀금속 공예품, 다른 나라와의 무역 등이 제국에 많은 부를 가져와, 콘스탄티노폴리스는 ‘세계의 부의 3분의 2가 모이는 곳’이라고 칭해질 만큼 크게 번영하였다.
하지만 이슬람 세력의 진출로 인해 비잔티움 제국은 한동안 쇠퇴가 침체기를 맡았지만 콘스탄티노스 5세의 개혁(765년경)으로 제국은 다시 부흥하여 1204년까지 발전하였다.하지만 십자군 전쟁이후 제국 경제는 황폐화 되기 시작했고 12세기 이후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상공업의 발전에 밀려나 제국의 국내 산업은 쇠퇴하여 해군력 제공을 담보로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 대한 무역 특권 부여로 무역의 이익도 잃은 제국은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처럼 비잔티움을 읽어보면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던 비잔티움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할 수 있는데 비잔티움 제국은 서구의 학자들이 생각하듯 복잡한 관료체제를 갖추면서 사제, 환관, 여자, 독살, 음모, 배은망덕함으로 점철된 단조로운 이야기의 연속인 낙후된 국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민족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이를 물리쳤기에 서유럽은 페르시아, 아랍, 셀주크 투르크,오스만 제국과 거리를 둘 수 있어서 나름대로 발전을 이룰수가 있어 오늘날의 서구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속의 비잔티움은 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문화와 예술이 발전한 대 제국이었다.하지만 멸망이후 제국을 승계받은 나라와 민족이 없었기에 현재에는 그 역사가 처절하게 잊혀져 갔다는 생각이 든다.결론적으로 위해한 문명을 이룩했던 제국도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면 후세에는 잊혀질거란 생각이 드니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면서 왜 국가와 민족의 전통이 계속 이어져야만 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다시 들었다.
이 책은 비싸고 크고 페이지수가 많아서 선뜩 손을 대기 쉽지 않은 책이지만 많은 사진과 삽화와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등이 있어 한번 읽으면 쉽게 손을 떼지 못한는 책이다.단 한권으로 천년의 역사를 쉬이 알게 해주는 책을 한권정도 읽어 보면 어떨까 생각된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