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르 소설을 보면 책속의 책이 나오는 것도 하나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책속의 책이 뭐냐면 어떤 작가의 책내용을 그대로 쓰면서 살짝 변주를 주어서 새로운 책을 만들어 내놓은 것으로 제 나름대로 붙인 이름입니다.

뭐 평역이라고 번역자가 중간중간에 번역자의 의견을 삽입하는 형식의 번역을 하는 경우도 있고(예를 들면 이문열 삼국지),고전의 경우 원작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후대에 원작의 뒷부분을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쓰는 경우(예를 들면 후 삼국지)도 있었지만,이것은 기존의 유명한 책의 플롯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작가가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것(예를 들면 추리나 좀비등)을 집어 넣어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이죠.
사실 어찌보면 이런 작품은 누구나 다 아는 뛰어난 원작에 편승하여 판매를 올리려고 하는 아주 얄팍한 시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이런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작가는 원작을 충분히 연구한 후 자신이 쓸 내용을 아주 적절하게 삽입하여 마치 처음부터 한 작품인양 내놓는데 원작이 워낙 유명한 문학 작품들이다보니 독자들에게 차별화를 주기 위해 추리적 요소나 sf적 요소를 주고 있습니다.

근데 다른 작가의 책 내용을 그대로 베껴쓰는것에 대해 저작권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더군요.
르블랑이 코난 도일의 허락을 받지 않고 멋대로 자신의 작품속에서 뤼팡과 홈즈를 대결시켜서 도일이 노발 대발한 적이 있으니까요.특히 요즘같이 지적 저작권이 강화되는 추세에서 이런 책들이 나오다니 참 의아롭더군요.
제가 알기로 번역에 관해서는 작가 사후 50년인지 80년인지 아무튼 그 이후로는 저작권료가 소멸된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찌보면 일종의 도용이라고 할수 있는 이런 부분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해 집니다.작가들도 이런 문제를 생각했는지 아무튼 죽은지 꽤 오래된 분들의 작품만을 카피해서 쓰셨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본 것은 대략 4권 정도군요.

1.제인 에어 납치사건-원작 제인 에어
 
악당 하데스는 디킨스의 소설 '마틴 처즐윗'의 원본을 훔쳐낸 뒤, 그 안에서 등장인물 하나를 끌어내 살해한다.(그순간 캐릭터는 소설에서 '삭제'된다.) 그의 다음 목표물은 많은 이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제인 에어>. 이야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위해 '제인 에어'를 납치하려는 하데스를 주인공 서즈데이가 막아야 하는데…
뭐 이책의 경우에는 제인 에어의 일부 구절을 인용한 정도에 불과하네요.

2.홍루몽 살인사건-원작 홍루몽
 
홍루몽 살인사건은 중국 4대 기서의 하나인 <홍루몽>의 세계를 무대로 한 추리소설로 일본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선정 '올해의 작가' 아시베 다쿠가 10년간의 기획과 3년 여의 집필 기간을 통해 완성한 작품으로 아시베 다쿠는 고전 원작의 얼개와 각 인물의 개성을 고스란히 살린 채 사건과 인물 관계를 추리 기법을 통해 새롭게 해석해 냈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 가보옥의 누이가 황후로 책봉된 후 친정인 영국부로 오는 장면부터 시작되는데 기존 홍루몽의 내용과 인물묘사가 그대로 묘사되면서도 살인 사건이 절묘하게 어울어진 작품입니다.

3.오만과 편견,좀비-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의 플롯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의 발생으로 죽은 자들이 살아 돌아온다는 상황을 가미하여 원작의 내용을 변주하는 이 작품은, 한때 함께 무도회를 즐기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웃들이 좀비가 되어 인간사회를 위협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데 명랑하고 활발한 엘리자베스는 이상적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에서 동양 무술까지 마스터한 실력자로 무장해 시원한 발차기와 화려한 검술을 보이며 생존의 위협 앞에서 역동적인 모습으로 거듭난다고 하는군요.

4.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나는 고양이로서이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작품에 등장하는 여섯 개의 사건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등장인물 역시 동일하다. 단지 화자인 고양이가 서생 ‘나’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하네요.

오만과 편견,좀비 및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무척 재미있을 것 같은 작품입니다.
기존에 나온 이런 작품들이 이미 본국에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자주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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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2009-08-25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책속에 책, 혹기심이 확드네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지요.
기존의 책의 끝후로 제가 써보는 것,,,쉽지 않겠죠?(습작으로)

카스피 2009-08-26 09:40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바람과 사라지다나 오페라의 유령등을 다른 작가가 속편 형식으로 출간했다면 지금은 원작을 그대로 쓰면서 그 안에 새로운 것을 시도(추리적 요소나 sf적요소)하는 것이 특색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