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티그 라르손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이 작가.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작품의 전작 격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부터 봐야 할 것 같은데...스티그 라르손의 스웨덴 출신 작가로 밀레니엄 시리즈를 탈고하고 얼마 안 되어 죽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바르가스 요사가 '환상적'이라고 극찬한 작품들인데. 완전 구미가 당기는 소설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으으으. 한꺼번에 네 권을 주문? ㅜ 10부작을 예상하고 썼으나 3부작까지 쓰고 작가가 세상을 하직했으니 책을 손에 드는 순간부터 안타까움이 시작되지 않을까 좀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읽어봐야겠다 싶다. 



 2. 루쉰 <들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루쉰이 지은 최초의 산문시집이다. 루쉰이 왜 좋은가. 일단 그의 문체가 좋다. 단순하고 정갈하지만 힘이 있고 메세지가 분명하다. 또 무엇이 좋은가.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예리한 문장력이 좋다. <아큐정전>을 읽으면서 민중의 우매함과 사회의 부조리를 함께 보여주려고 하는 그의 글솜씨에 반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작가의 책은 모두 소장해두고자 하는 욕심이 크다. 


 

 

  


문학동네와 그린비에서 루쉰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번역해 내고 있는 것은 내게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오는 책마다 열심히 사모으려고 하지만 번역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글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작고하신 리영희 선생님도 루쉰을 매우 좋아하셨더랬다. 군더더기 없는 글과 그 흡인력을 높이 사신 것 같았다. 훌륭한 두 분이 어떤 접접에서 통하는 느낌을 받아 괜스레 뭉클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었다.


3. 정민, 김동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젊은 인문학자 27인이 엮은 한국의 그림과 글들. 나이가 들수록 우리 것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이 커져 가는 것은 나만의 모습은 아닐 것 같다. 뭐랄까.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내가 이 땅에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상 내 DNA에 깊이 뿌리박힌 그 무엇이 늘 그런 것들을 갈망하게 한다고나 할까. 그것은 단지 역사적인 지식의 충족에 그치지 않고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런 류의 책들이 나오면 관심을 크게 가지게 된다. 옛 선조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었겠는가..뭐 그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하면서.




정민 교수의 글은 즐겨 읽는 편이다. 읽은 게 이 세권 정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물질만능주의의 이 대한민국 땅에서 한시를 읽고 옛 서적을 뒤지는 전공을 택하여 공부하는 동안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많이 불안하고 힘들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파고들면 언젠가 알아줄 날이 오는 것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말이다.



4.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한밤의 궁전>   

많은 분들이 신간 소식에 알린 그 책,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그 책이다. <바람의 그림자>를 사랑했던 1人으로서, 이 작가의 책은 일단 읽든 읽지 않든 사게 됨을 고백한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바람의 그림자>보다 나은 소설을 쓸 수 있을까..그게 정점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글의 색깔이 그리워서 자꾸 찾게 되고 나오면 반가와하곤 한다.










안개 3부작이라고 하면, <9월의 빛>, <안개의 왕자>, 그리고 이 책 <한밤의 궁전>이 되겠다. <천사의 게임>과 <9월의 빛>은 사두고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아니..읽지 않고 있다. <바람의 그림자>의 잔상이 커서, 혹시나 그걸 해칠까봐 두려워서이다. 이제 슬슬 읽을 때가 된 듯 싶다.


5. 마르치아 엘리아데 <신화와 현실>

한길그레이트북스에서 나온 책들을 사랑한다. 이번에 나온 <신화와 현실>은 현대의 우리가 얼마나 신화에 영향을 받으며 그 속에서 존재하는가를 알게 해주는 책이라고 한다.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를 모르고 서양의 역사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그 무엇보다 신화의 면면에 흐르는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이 늘 새롭고 그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델임을 알기에 이런 류의 책이 나오면 금새 집어들게 된다. 지은이는 특이하게도 루마니아 태생의 학자이자 작가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나라일 수도 있는 그 나라에 태어난 그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자못 기대된다.







6. 쌤앤파커스의 책들

오늘 동아일보인가 보니까 쌤앤파커스 출판사 사장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이 출판사의 책들에 관심이 간다. 

 
 

 

 

 
 

 

 



 

 

 

 

 

 

 

 

 

 

 

 

 



찾아보니 요즘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발서적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어 저자의 글을 편집해나가고 끌리는 제목을 부여함으로써 팔릴 수 있는 요건을 확보하는 그 출판사의 전략이 상당히 흥미로왔다. 그리고 출판사라고 하면 박봉에 일만 많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에 도전하고 직원들에게 최대한 인센티브를 준다는 말도 인상적이었고. 여기에서 <혼창통>은 읽었고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가지고 있다. 다른 몇 가지 책들도 흥미가 가는 게 있네..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자기계발서적들은..기실 거의 비슷한 얘기들을 다른 형태로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일뿐이지만, 아는 사실을 강화하는 데에는 그만인 것 같다.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사람의 인생을 견고히 다져주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가끔씩 읽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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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페이퍼 하나 올리고 나니 알라딘의 너른 바다에서 책을 사겠다고 하이에나처럼 헤매고 다니는 나를 어느 순간 발견...지금 바쁜데 말이다..ㅜㅜ 꼭 바쁠 때는 딴 짓을 하고 싶더라는. 그것도 소비지향적인 이넘의 책구매. 암튼, 뒤져보니까 내가 일본 가기 전 4일에 책 구매하고 나서 며칠 전 전공서적 하나 구매한 것 이외에는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뺄 건 다 빼고 오랜만이란다..으이구!) 오늘 광화문 교보문고도 들르는데 살 책이나 골라봐야겠다 하고는 지금 서재질 중. 푸힛!    

 

폴 오스터라니! 당장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거다. 대부분이 비슷하겠지만 내가 폴 오스터에게 반했던 작품은 <달의 궁전>. 이 작품을 읽고 나서 폴 오스터의 책을 몇 권 더 읽기로 결심한 기억이 난다. 미국사람의 책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 나이지만, 이 사람의 책은 뭐랄까. 상당히 미국적이면서도 내치지 못하는 어떤 매력이 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위기. 이색적인 소재와 그것을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솜씨하며. 진정 소설가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야기속의 이야기 형태라는데. 폴 오스터가 즐겨 쓰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긴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라니 더욱 흥미가 생긴다. 뉴욕타임즈에서 '이 소설은 최고 수준의 현대 미국작품이다' 라고 평했다고 하니 꼭 읽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폴 오스터의 번역된 작품들..오오오오. 많구나. 여기에서 <달의 궁전>. <뉴욕3부작>, <빵굽는 타자기>는 읽었고 몇 개는 그냥 가지고 있는 것도 있는 듯. (도대체 뭘 샀는 지 가끔 기억이 안 난다. 그냥 되는 대로 마구 사서 그런가보다..ㅜ)



이윤기님의 유작이 된 책이다. 실제로 존재했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라. 그 전의 신화 속 인물들을 주제로 삼았던 것과는 사뭇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기실, 이윤기님의 번역작품을 더 좋아한다. 그 촘촘하고 짜임새있고 전문적인 번역솜씨란. 방금 내가 페이퍼를 올렸던 움베르토 에코의 글들도 이윤기님의 번역이었기에 더욱 좋았는 지 모른다. 번역을 잘 한다는 것과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일일 수도 있겠으나 이윤기님의 지속적인 관심사에 대해선 늘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스와 로마라는 배경에서 일어났던 혹은 상상되었던 일들을 통해 현대를 조망하는 그 작업. 정말 더 살아계서서 많은 일들을 하셨어야 하는데 다시금 너무 아깝고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기도 한다. 이게 뭔 말이냐. 사실 그녀의 첫 작품들은 별로다.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문제의식은 돋보였으나 글의 구성 등은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잘 안 보게 되는 소설가 중의 하나였는데...날이 갈수록 발전해가는 모습은 좋다. 요즘에 나오는 책들은 오히려 솔직해지고 오히려 문제의식이라는 가식을 조금 벗어던진, 진솔한 인간의 내면에 충실하려고 하는 부분이 보여서 좋아지고 있다... 누구든 첨부터 좋아지지 않을 수 있다. 노력하는 모습, 그래서 나아지는 모습, 나이가 들면서 진일보하는 모습..이런 것들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책이라서 한번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에세이를 모은 책인데, 지리산에 만들어진 행복학교의 면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글들이라고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어떻게 묘사했을지도 궁금하고 요즘의 나의 심리적 상태에 비추어볼 때 꽤 적합한 책이겠다 싶어서 골라보았다.


요즘 무상급식이라는 화두에 비추어 복지국가라는 개념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저열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논의들이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복지라는 지향점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역사적인 시점이라는 것에는 동의되는 바이다. 그 논의가 작게 시작하였으나 곧 크게 될 것이고 아마도 얼마 후에는 이 사회도 사회적 안전망이 복지라는 형태로 재구성되리라 기대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에 부쩍 관심이 간다. 자유시장에 안착해 있는 (혹은 매몰되어 있는) 우리네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할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그 정책이나 제도 등이 유치한 시장 논리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서 더 공부하고 더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부터가 맘에 든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역사학자인 저자의 글을 통해서 내 머릿 속에 혼재해 있는 개념들을 한번 정리해보는 기회를 삼고 싶다.



리암 니슨 주연의 영화가 이 책이 원작이었다니. 개인적으로 콩쿠르상을 탄 작가들의 책은 선호하는 편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72시간의 코마 상태 이후에 돌아온 집에는 나의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있고 가족들은 그를 부인하고...이런 주제는 다른 소설에서도 차용된 테마이지만, 이 책은 아마도 정체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나라고 규정된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라는 것을 나만이 알고 있을 때 나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아 생각만 해도 흥미가 이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 사람의 번역된 다른 작품은 이거 하나군..ㅜ 아마도 영화가 개봉된 데에 편승하여 <언노운>은 번역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정말 좋은 작품은 계속 번역되어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문학동네에서 이 책이 인기를 얻으면 다른 작품들도 번역해서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갑자기 불끈...



더 쓰고 싶지만...일해야지..벌써 11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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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유명한 '수도원의 죽음'을 집어들면서 앞에 적힌 말에 조금 망설였었다. '<장미의 이름> 만큼이나 기발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이런 말 붙여놓은 책 치고 <장미의 이름>을 넘어선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의견..그래서 망설이다가 때아니게 역사추리소설이라는 것이 끌려서 말이다. 그냥 읽기 시작했다.

헨리 8세 시절, 앤불린이 참형을 당하고 세번째 왕비가 등극을 한 즈음, 종교개혁의 꿈을 이루고자 전국 수도원들을 하나둘 폐쇄하는 중인 크롬웰. 스칸시 수도원에 보낸 그의 특사가 살해를 당하고 그곳에 있던 '죄수의 손'이라는 유물이 사라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크롬웰의 측근인 매튜 샤들레이크 변호사는 크롬웰의 명을 받아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파견되는데. 이 샤들레이크 변호사는 어릴 때 병을 앓아 꼽추가 된 사람으로 크롬웰의 종교개혁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마크 포어라는 조수와 함께 수도원에 간 샤들레이크 변호사는 그 곳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들을 더 만나게 되고 사건을 파헤쳐가는 중에 자신의 신념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그리고 현실은 자기가 알던 그대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흠...솔직히 그냥 그랬다..ㅜ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설이었다는 것이 나의 느낌.  에코는 정녕 역사추리소설의 정점을 찍어버린 거일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두번 읽었었던 <장미의 이름>을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혀 버렸었다. 역사추리소설의 장점은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에 상상을 더하여 뭔가 있었을 지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하게 함과 동시에 역사가 함축한 의미들을 다시금 강조하여 전달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그렇게 생각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희극론>이 있었다면 (이 책에서도 이 <희극론>에 대한 언급이 잠시) 이라는 가정 하에 철학과 역사 뿐 아니라 인간 심리 및 종교에 걸친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지식을 유감없이 그러나 너무나 재미나게 펼치는 <장미의 이름>은...읽는 내내 사람을 푹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 느꼈던 감흥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데 말이다. 놀라움이랄까 충격이랄까. 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라는 느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이 일반인에게 이렇게 다가갈 수도 있구나 라는 경이로움까지. 흠...이 책을 다시 사서 아무래도 한번 더 읽어야겠다 싶다. 그 이후로 에코의 책들을 여러권 읽었는데 (<푸코의 진자>라든가 <전날의 섬>이라든가 등등등) <장미의 이름>이 주었던 신선한 충격을 상쇄하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으으으으. 

  

 

C.J. 샌섬의 책들은 <어둠의 불>이 더 번역되어 나와 있었다. 이 사람의 작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일면 재미있고 일면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에코의 작품이 주었던 감흥만큼은 아니었다 라는 나의 정말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뿐.
이 책도 매튜 샤들레이크 변호사가 등장하는데, 전편 격인 <수도원의 죽음>에 비해 구성이나 내용이 더 좋아졌다는 평이 많다. 이 책까지는 한번 읽어볼까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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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2-2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에 잡히는대로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보는책이 많으지라 어둠의 불을 보긴했는데요..
이책이 구성이나 내용이 더 좋아진거라면 전편은 아무래도 손이 안갈거 같아요^^;
나름 극적인 전개에 미스테리한척? 진행되지만 저한테는 결론이 빤해서 감흥이 막 밀려오진 않더라구요~

비연 2011-02-28 00: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흠... <어둠의 불> 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듯 싶네요....
 

 
해외에 나갈 때 내 짐에서 가장 무거운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책'이다..ㅜ 일주일을 넘겨가면 6~7권 가져가는 건 기본이고 가서도 보이는 대로 사니 올 때 심지어 오버차지를 문 적도 있다. 가서 그걸 다 읽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불행히도 한 권이나 제대로 읽고 올 수 있으려나. 지난 번 베트남 갈 때는 10권은 가져간 것 같았는데 (이주일 머물렀었다) 제대로 읽고 온 건 한 권 (빅픽쳐)이었고 나머지는 군데군데 헝겊잇듯이 읽다가 왔다.

암튼, 그래도. 여행 혹은 출장 가기 전에 가져갈 책을 고르는 재미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점유하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처럼 한 달이나 있고 겨울이고 따라서 옷 등등의 무게가 거의 한계용량에 다다르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겨우 몇 권 챙겨갈 수 있겠거니 싶으니 더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이번에는 출장이고 가서 논문도 한 편 써야 하고 해서 지금 생각엔 딱 두 권만 가져가려 한다. 대신, 가져간 책을 열심히 진지하게 읽고 싶다. 그래서, '고전' 중심으로 선택하기로 한다.


후보 1. 한시미학산책 (정민)

정민 교수의 책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었다. 사실 이 분의 약력을 보면, 정말 돈 안되는 공부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데,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다보니 사람들이 따분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한시를 읽게도 만드는구나 하면서 감탄한다. 이 <한시미학산책>은 거의 700페이지에 달한다. 1996년 초판이 발행한 이후 15년만에 발간하는 완결판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시학의 근원을 탐색하는 스물 네가지 한시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이고 유려한 한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계속 구미가 당기고 있는데, 정말 엄두를 못 내고 있어서 이번에 가져가 매일 조금씩 읽어볼까 싶다. 두께의 압박이 있기도 하지만..ㅜ






후보 2.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펭귄클래식 100권 출간 기념으로 나온 이 책,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것도 장장 672페이지이다..(왜 이리 할 말들이 많은 게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고전 중의 고전이고 따라서 수세기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인용되어온 책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낸 사람은 그리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책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자들에게 강의한 텍스트를 세계적인 고전문법의 두 석학이 해석을 단 이 책도 흥미가 화악 당기지 않을 수 없다.









후보 3. 조조평전 (장쭤야오)

난 평전을 좋아한다. 물론 제대로 된 관점을 가지고 쓴 책을 좋아한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특히나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쓴 책들을 이 관점에서도 읽어보고 저 관점에서도 읽어보는 걸 즐기는 편이다. 조조라는 인물. 우리가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는 아주 사악하고 악덕하고 밉살스럽고 박쥐같은 이미지였던 조조가 이문열의 삼국지에서는 대단한 책략가이고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영웅호걸로 묘사된다. 어떤 순간이든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하나일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이 <조조평전>이 나왔을 때 선듯 살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은 조조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괜챦은' 사람이라는 관점으로 쓴 책이다. 근데, 812페이지. 뭔 얘기가 이렇게 기냐구.






후보 4. 일본의 걷고깊은 길 1,2 (김남희)

이건 고전은 아니지만서도....일본에 가니까 일본여행기를 하나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김남희는 글을 쓸 때 세상에 대한 애정을 담담하게 표현해서 즐겨 읽게 된다. 물론 도보여행가이므로 다른 여행기에 비해 좀더 다이나믹하고 구체적이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일본을 이렇게 돌아보고 나서 우리나라의 산천을 다시 볼 마음이 생겼노라고 했었다. 나도 일본의 곳곳을 한번 누벼보고 싶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마 우리나라 산천에 대한 애정을 재발견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후보 5. 분서 1 (이지)

파란여우님 소개로 무작정 산 책. 알라딘에는 격정의 생애와 독설의 사유로 알려져 있는 명나라 양명학 좌파 사상가 이지의 <분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했다. <분서>는 명대 말기부터 근대화가 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금서로 묶여 있었던 책. 유교반도로서의 이지와 문학가로서의 이지, 신유학자로서의 이지에 대한 생애와 사상을 다루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완역을 축하했고 역자에게 존경을 보냈으면 읽을 만한 책으로 꼽으셨다. 한번 꼭 읽어보겠다고 최근에 산 것이라 이번 기회에 가져가볼까 싶기도 하다. 559페이지. 그나마 양호하네..;;;;







후보 6. 로마 서브 로사 (스티븐 세일러)

요것도 고전은 아니지만.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니까..ㅎㅎ 지금 4권까지 나왔고 원래 10권짜리인데 더 이상 번역이 안된다는 슬픈 얘기도 들리는 책이다. 4권 다 싸들고 가서 볼 수는 없을 것 같고 1과 2 정도만 들고 가서 볼까..싶기도 하고. 아 볼 책은 왜 이리 많은 건지. 후보 고르기도 쉽지 않은 이 현실. 가서 책만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헥헥헥. 일단 여기까지. 이 중에서 적어도 1권은 가져가야지 하고 고민 중이다. 가져갈 2권 중 하나는 이 중에서, 또 하나는 머리 가볍게 읽을만한 책으로 아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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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11-01-1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가시는군요^^ 부러워요. 논문도 쓰시고 좋은 책들과 사귀시길 기대합니다. 한시미학산책은 출간됐을 때 독서모임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비연 2011-01-14 11:11   좋아요 0 | URL
지금 일본이에요..ㅎㅎ 일한다고 오니 며칠은 스트레스로 숙소에만 가면 곯아떨어지고. 인터넷은 일하는 곳에서만 되네요. 책은 두권만 가지고 왔는데 일이 많아 제대로 볼 수나 있을런지.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lo초우ve 2011-01-2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 가시면 오래 머무시나봐요?
건강한 여행 되시구요 ^^
책벌레는 어딜가나 책벌레죠ㅎㅎ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이책은 제작년 여름에 다 읽고
지금은 알라딘박스에 여러권의 책들과 함께 포장되었답니다 ^^
설날에 조카에게 가져다 주려구요 ^^
길... 가수 조관우 노래중에 "길"이 있는데 이노래 들어보세요 ^^
전 자주 듣는편이거든요 ^^
길.... 보관함에 저장 콩콩~! ^^%

비연 2011-01-26 13:21   좋아요 0 | URL
하얀안개섬님..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반가운 댓글이~^^
한달 정도 일본에 머무르고 있어요...'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읽으셨구요! 조카분도 좋아할 거 같아요~ 추천하신 노래, 꼭 들어볼께요~
 


감기기운이 세다. 엄마가 일주일 전쯤 감기가 걸리셨는데 병원을 계속 다니셔도 쉽사리 낫질 않으시더니 급기야 나도 걸린 느낌이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노곤하고 코랑 목이 아프고. 낼 모레 일본 출장이 예정되어 있어서 (그것도 한달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 오늘 많이 쉬었다. 좀 나은 것 같기는 하지만,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감기의 기세가 등등해서인지 아주 개운한 맛은 없다.

역시나 쉴 때는 침대에 데굴거리면서 보는 독서가 제 격이다. TV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밥 먹을 때 엄마와 보는 프로그램 빼고는 쉰다고 TV를 찾아서 보지는 않게 된다. 결국 뭐..자다가 보다가 하면서 어제 오늘 읽은 책이 세 권이다.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를 경험했던 오스트리아 출신의 의사 빅터 프랭클이 그 체험담과 그로부터 끌어낸 자신의 이론을 쓴, 꽤 오래 전 책이다. 이시형 박사가 번역을 했다. 수용소 생활을 하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글을 쓴 사람들이 여럿 있다. 나는 프리모 레비의 글을 좋아하는데, 이 분이 아니라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꽤 된다. 그 혹독한 수용소 생활에서는 자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 고초 다 겪어내고 이제 평온한 생활 속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덧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다는, 아니 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참 무섭고 아이러니했다. 빅터 프랭클은 그런 일상의 위기에서도 벗어나 93살까지 장수한 분이다. 사람이 자신의 알몸 외에는 아무 것도 남겨진 것이 없을 때, 그리고 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죽음을 직면하고 있을 때 어떠한 심리상태가 되는가. 그 속에서도 사람은 동물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따라서 의미를 찾는 생활을 통해 목숨을 연명해나갈 수가 있다. 어찌보면 긍정적인 마인드라고 일반적인 단어로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실존적인 상황에 어울리는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사랑했던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지 않고 자신의 존재적 의미를 붙잡고 놓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잃지 않고 그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무서운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에서도 그것은 통하더라는 것. 그것은 읽는 내내 너무나 감동이라 믿기가 어려웠었다. 따라서 빅터 프랭클 박사는 프로이트적인 정신분석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인간은 쾌락만을 쫓는 것이 아니며 과거의 어떠한 성적인 외상에 의해 평생을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재적인 요구와 소망과 의미추구에 의해 생활을 질적으로 풍요하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어떤 이론이 맞다 안 맞다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체험에서 나온 글은 가슴에 뻐근하게 다가온다.



요코미조 세이지. 사자마자 꼭 봐야지 하면서 잡아든 책이다. 후기의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삼수탑>. 근데...좀 실망이었다. 숱한 우연의 일치와 격한 로맨스, 그리고 너무나 뻔한 결말. 게다가 긴다이치 코스케는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는. 로맨스가 많이 나온다는 게 이색적이라고 할 수는 있었겠지만, 추리의 묘미도 떨어지고 인간들의 심리적인 부분의 묘사도 미흡하고 그저 두 남녀의 사랑이 주안점이 되어 어떠한 역경도 사랑으로 이겨내리..뭐 이런 내용? 게다가 사랑한다고 처음에 여자가 그다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장이라도 찍듯이 남자가 억지로 관계를 맺는 장면은 현대의 우리로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흠....아뭏든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작품이었다고 한 마디.





박민규. 이 사람의 작품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적어도 내게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라는 소설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읽고 나서 아하. 싶었었다. 이거 몇 권의 작품을 한번 더 읽어볼 만 하겠는걸?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중에서 고른 게 이 작품이었다. 사랑이라는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이런 의구심에서 고르게 되었던 것 같다. 천하 박색의 여자. 그래서 어려서부터 누구에게나 멸시를 받고 잉여인간으로 취급받아온 나머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감히 해보지 못했던 여자.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배우랍시고 출세한 아버지의 버림받은 아들. 대학도 갈까 말까 결정 못 한 채 우연히 만난 아르바이트 자리에 뜻없이 몸담고 있는 남자. 아버지를 닮아 생긴 건 반반해서 백화점 미스터 아르바이트에 뽑히기도 한 그 남자가 천하 박색의 그 여자를 19살의 나이에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는 요한이라는 남자가 자리한다. 서로 머뭇거리고 서로 수줍어하는 연인의 사이에서 메신저가 되고 사랑을 꽃피우게 도와주던, 또 하나의 상처 투성이 남자. 이 작품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이다. 사랑이야기가 아름답다는 거, 뭘까. 모든 사랑이야기는 아름다울 수 있으나, 이 책에서 나오는 사랑은 그 무엇보다 서로의 상처를 말없이 보담는 진실이 담뿍 들어가 있어서 서로에게 빛을 발하게 하고 그래서 천하 박색의 그 여자가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그런 사랑이었다. 그래서 진하고 깊고..잊혀지지 않는 그런 사랑이었다..박민규의 관심사는 대부분 상처를 가진 사람들,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인생이 대역전홈런을 터뜨리게 되는 개연성 없고 현실설 결여된 결론으로 절대 유도하지 않는다. 씁쓸한 인생의 길에서, 어쩔 수 없이 사회라는 곳에 귀속되어 있는 사람들로서 이러저러하게 그 상처가 옅어지고 쓰다듬어지면서 살아가게끔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항상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모두 보통 사람들, 어쩌면 사회의 주변인물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에게 몰입하게 한다. 대부분이 인생을 살면서 세상의 주역이라고 느끼지는 않을 게다. 늘 액세서리이고 그래서 늘 당하고 있고 그러나 힘이 딸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기에 박민규의 소설을 읽으면서 동감을 하게 된다...그리고 이 책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진실한 사랑을 너무나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있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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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권을 후다닥 읽고 나니 일요일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이제 좀 나아진 몸을 이끌고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사는 게 뭔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남들이 한다고 나도 다 따라하는 게 옳은 삶인지. 그리고 인생은 참으로 쓸쓸하고 적막한 것이구나 라는 뜻없는 감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물론 나락에 떨어지는 감상은 아니고, 그냥 담담하고 건조한 감상일 뿐이지만. 날이 추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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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1-0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면 정말이지 웬만한 불평불만은 쏙- 들어가버려요. 쏙- 쏙- 쏙- 쏙- 그 많은 걱정 그 많은 불평 그 많은 불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으으--

비연 2011-01-09 19: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안녕하세요. 정말 이 책을 신년초에 읽길 잘 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좀더 긍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인 것 같아요~^^

라로 2011-01-1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글을 쓰시다니,,,그리고 일본 출장을 한 달이나 가시는 사람은 얼마나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요???????암튼 결론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겠다는 ,,,,^^;;

비연 2011-01-11 10:24   좋아요 0 | URL
나비님, ㅎㅎㅎ. 칭찬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꼭 읽어보시고 감상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