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여직원(아 이 말은 정말 싫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근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뜯어도 이 단어 밖엔 안 들어오는 건..나의 한계일까)들끼리 모여서 점심을 먹었다. 베트남쌀국수.

 

그리고는 어쩌다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미혼자들과 30대 후반의 기혼자와 네 명이서 커피를 따로 마시게 되었다. 미혼자들은 미혼자대로 기혼자들은 기혼자대로 다들 고민이 많은 듯. 나야 결혼이라는 사안이 비껴가 있는 상태라 (이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별 아픔없이 들을 수 있긴 했지만.


20대 후반녀 (A)

 

7개월을 사귄 남친이 있었다. 그는 자상했고, 배려심이 깊었고, 그래서 7개월 남짓 동안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A는 그에게 전혀 불만이 없었고 생각해보면 장점만이 떠오르는 그런 남자였다. A는 여행과 스포츠를 좋아했고 그래서 사귀는 동안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주말에 스포츠도 즐겼었다. 그렇다고 그를 소홀하게 대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지난주, 둘은 처음으로 사소한 문제를 두고 싸웠다. A는 연애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다툼이겠거니 하고 다음에 만나면 다시 잘 해결해야지 했는데 그 다음날 남친에게서 연락이 왔다. "헤어지자" 그것도 카톡으로.

 

A는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을 만회해보고자 계속 전화를 걸었으나 남친은 받지 않았다. 결국 며칠의 시도 끝에 둘은 어느 카페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남친은, 요지부동이었고 계속 받아들일 수 없나는 A에게 그동안의 불만들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자상하고 배려심많던 남친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안 순간, A에게는 멘붕이 왔다.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매달렸다. 그러나 남친은 절대 안된다고, 우리는 안 맞는다고 그렇게만 반복할 뿐 고집을 꺾지 않았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는 A. 그녀는 남친을 많이 좋아하고 있고 헤어질 마음이 조금도 없는데 당한 이 현실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이 사람보다 더 좋은 남자를 앞으로 못 만날 것 같고 그래서 결혼을 못 할 것 같은 초조함이 엄습 중이다.

 

 

30대 초반녀 (B)

 

두 달 정도 사귄 남친이 있다. B는 착한 인상의 누가 봐도 갸냘픈 미인형이다. B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보다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길 원한다. 처음에 이 남친을 만났을 때 너무나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아 내가 맞춰주기만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이 남자, 너무 안 맞는 것 같다.

약속시간에 매번 늦는다. 10분 20분... 다 핑계는 있다. 핸드폰 충전이 덜 되어서라든가 자기 운동하고 나오느라 그랬다든가. 게다가 자기관리에 너무나 철저한 나머지, 회사 끝나고 자기가 할 일은 다 한다. 운동하고 배우고... 그리고는 남는(?) 시간에 B와 약속을 잡는다.

 

B는 자정 전에 자는 습관이 있다. 그러나 남친은 새벽까지 뭘 해야 직성이 풀린다. 각자의 집에서 자정부터 같은 영화를 보자고 하고 그 영화를 본 소감을 나누자 한다. 처음에는 맞춰주려고 따라 했지만, 다음 날 회사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피곤할 뿐이다. B는 남친과 만나는 게 너무 힘들기는 한데, 나이도 있고 그래서 이보다 더 좋은 남자를 못 만날 것 같기도 하고 이후에는 정말 아닌 남자들만 나타나서 결국 결혼을 못 할까봐 두렵다.

 

....................................

 

그러니까, 이들의 고민은 결혼이 너무 초조하다는 거고, 이 사안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다. A는 만나면서 자기에게 불만을 말하지 않는 남친을 한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고 B는 만나면서 계속 안 맞는데도 불안감에 놓지를 못 하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초조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걸까. 30대 중반이 되면 영원히 결혼이란 걸 못 하게 되는 지경이 될까봐 그런 것일까. 앞으로 기회는 많다고 얘기해도 '결혼이 비껴간' 나의 말은 잘 안 먹히는 기분이다. 그러고보면 난 이 나이까지 결혼을 못 할까봐 종종거렸던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못 갔는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하면 하고 안 하면 안 하고... 이런 심정이라는 거. 이게 문제일지도.

 

암튼 오랜만에 결혼이라는 화두로 얘길 하니 꽤 신선했다. 이제 내 주위의 사람들을 만나면 부모님이 편챦으시다는 이야기,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정도 하는 게 일상적인데, 갑자기 뭔가 기회라든가 불투명한 미래라든가 이런 것들을 얘기하니 낯설다는 기분도 들었고. 결혼이라는 주제는 정말 인류 역사에서 그 빛이 바래지 않는 이야기 소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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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30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남.의.이.야.기.겠.죠....??

비연 2013-01-30 16:37   좋아요 0 | URL
진.짜...남.의.이.야.기.입니다..ㅎㅎㅎㅎ

깐따삐야 2013-01-3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해도 괜찮고 안 해도 괜찮은 게 결혼인데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헤어져도 괜찮은 건 아닌 것 같으니 일반적인 소소한 선택들과는 좀 다르죠. 근데 진짜 남의 이야기겠죠?? 2

비연 2013-01-30 22:00   좋아요 0 | URL
깐따삐야님...진짜 남의 이야기입니다..ㅋㅋㅋ
정말 결혼이라는 것을 대전제로 한 남녀의 만남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가객 2013-01-3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A의 남자가 가진 불만은 내가 보기에 B가 가진 불만. 그러니까 B의 남자는 B를 "한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 A는 그에게 전혀 불만이 없었고 생각해보면 장점만이 떠오르는 그런" 여자로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ㅎㅎ

A는 7개월동안 남자의 불만을 한번도 눈치 못챈 것이 잘못-고로 만나서 매달리는 과정에서도 그리 속시원히 남자의 불만을 덜어주었을까 의문-이고 B는 남자에게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지 못해 더 발전적인 관계로 서로 배려하지 못하는게 실수같은데 전혀 다른데서 이유들을 찾으며 극단적으로 이남자 아님 안돼!라 외치는게 좀 답답해서, 지나가다 불쑥 ㅎ

외람되었다면 죄송합니다.

비연 2013-01-30 22:0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암튼 좀 어려워요.. 뭐라 딱히 말하기 어려운.

조선인 2013-01-3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A의 남자는 결혼 비추천. 기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문제 해결이 어려운 사람이니까요.
B의 남자와는 대화 시도 필요. 저의 경우도 남편은 올빼미족, 저는 참새족이라 결혼했을 때는 엄청 당황스러웠어요. 제 입장에서는 자야할 시간에 비디오를 보자, 운동하러 나가자, 쇼핑하러 가자고 하는 거죠. 반대로 남편 입장에서는 잠 많은 제가 불만이었구요. 하지만 어떻게든 타협점은 생기게 되더라구요.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수 있다면 B의 남친은 나쁘지 않아요. 남자도, 여자도 각자의 생활과 취미가 있는 게 문제는 아니니까요.

비연 2013-01-31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A는 그냥 헤어지라고 했고... 그렇지만 A가 너무 좋아하는 터라 울먹해서 더이상 얘기를 못했어요. B의 남자는, 활동시간대가 다르다는 것 이외에도 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인 것 같아서 만나라고는 못하겠더라구요.. 참 어려워요. 이러다 둘다 다시 만난다고 하면 어쩌죠? ㅎㅎ;;;

moonnight 2013-01-3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연애얘기는 재미있군요!!! +_+
근데, 왜 그리 결혼에 대해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거죠? 저역시 결혼과는 저 멀리 비켜나있는 관계로(비연님 반가와욧!!! ^^;) 이해를 못하는 건가. -_-a

좌우지간 두 커플 모두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네요. A의 경우는 남자가 소통불가능한 캐릭터인지 아니면 완전히 마음이 돌아설 때까지 눈치조차 못 챈 그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 쪽에서는 정리가 된 상태로 보이고요. B의 경우는 활동시간대만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약속시간에 매번 자신의 일 때문에 늦는 남자라면 맘에 안 들어요.

비연 2013-01-31 16: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moonnight님, 반가와욧!
두 커플 다 바람직하지 않기도 하지만, 나이도 어린데 다들 왜 그리 결혼에 초조해하는 지가 참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좀더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면 좋지 않을까... 라고 말하면서 이래서 내가 결혼을 못(안!)했나 싶기도 하고 ㅎ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가 나왔다는 얘기에 두 말없이 장바구니에 밀어넣고 바로 산 후 다시 바로 읽어버린 책. 피니스 아프리카에라는 독특한 이름의 출판사에서 이 시리즈를 하나씩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닌가 싶다.

 

87분서 시리즈의 매력은, 어디 천재적인 탐정이나 괴팍한 형사가 나와서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어찌 보면 더 복잡하게 만드는 여타의 소설들과는 달리 뭔가 일상적이랄까 현실적이랄까 그런 데에 있는 것 같다. 느낌이 수사반장 같은 느낌이랄까. 정말 직업인으로서의 경찰을 보는 느낌이고, 대단한 스타가 있지는 않으나 각각의 사연을 가진 경찰들이 범죄현장을 협업하여 풀어나가는 것이 재미지다고나 할까. 암튼 대단히 매력적인 시리즈임엔 틀림없다.

 

'살의의 쐐기' 에서는 표면적으로는 두 가지의 사건이 진행된다. 카렐라 형사를 죽이겠다고 니트로글리세린과 38구경 권총을 들고 87분서 경찰들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이는 한 여자와, 그 카렐라 형사가 어느 노인의 죽음 앞에서 밀실 사건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는 것. 그렇게 두 가지 사건이 마주치는 듯 멀어지는 듯 하다가 어느 한 순간 한 곳에서 홀가분한 기분으로 만나게 된다.

 

회색 뇌세포가 번뜩이는 추리가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긴장되는 내용이다. 워낙 옛날 책이라,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타이프라이터가 나오질 않나, 핸드폰으로 다 해결될 일을 부서에 놓여있는 전화를 기다리면서 넋놓고 있어야 하질 않나 .. 뭐 그런 것들도 소소한 재미로 보게 되는 소설이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는 열 몇 권인가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찾아보면 '10플러스 1'과 다수의 '경관(찰) 혐오자' 만 있을 뿐이다. 50권쯤 된다는 이 시리즈가 차근차근 나오면 좋겠다. 제발 중간에 그만두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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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커피 한잔 들고 알라딘 시간을 슬슬 감상(?)하는 중이다. 좀 느긋한 직장생활도 때론 좋구나.. ㅋㅋ 이렇게 며칠 더 지내면 상사의 눈초리에 뒷머리가 뻐근해질 정도가 되겠지만, 오늘까지만.. 이라는 심정으로 불금을 맞아본다.

 

 

 

 

 

 

 

 

 

 

 

 

 

 

 

 

 

<중국근현대사> 4권이 나왔다.

<중국근현대사> 시리즈는 그동안의 피상적이고 일국사적인 체제 중심의 중국 인식을 탈피하여, 19세기 이래 기나긴 역사 발전의 연속성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조명해 냈다. 이 시리즈는 현재 중국근현대사 연구 중심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장 학자들이 참여하여 대중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통사 체계를 완성해 냈다. 중국, 일본, 타이완은 물론 서양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권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지도, 도표, 연표를 넣어 생생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 준다. 중국 연구의 메카를 자임해 온 일본의 이와나미서점(岩波書店)에서 2010년부터 출간하고 있는 이 책은 출판사 설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6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대체로 역사라는 것에 약한 것 같다, 나는. 우리나라 역사도 그렇고 서양 역사도 그렇고. 더더군다나 아시아권의 역사라는 것은 제대로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갸우뚱...하는 중이다. 그래서,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왔는 지도 모르겠다. 중국이라는 나라. 이젠 아시아가 아니라 세계의 중심으로 뻗어나갈 준비가 다 되어 있어 보이는 나라. 우리나라의 역사와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나라.



 

 

 

 

 

 

 

 

 

 

 

 

 


 

<카메라 상식사전>은 카메라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책 표지가 일단 예쁘다..(우히) 카메라라는 기계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 같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많은 카메라의 기능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이 어떻게 예술의 경지로 승화가 되었는 지를 하나하나 되짚으며 조근조근 얘기해줄 것만 같은 구성이다.

 

은 <펭귄 북디자인>의 후속작 격. <펭귄 북디자인>의 후속작으로 <펭귄 북디자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퍼핀의 북디자인을 500여 권의 표지 이미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70년의 시간 동안 퍼핀의 정체성을 지키고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했던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들을 통해 퍼핀의 역사는 물론 북디자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펴보는 책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평소에 북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탓에 제대로 보지는 않아도 이런 책들을 사모으며 혼자 흐뭇해하고 있다.

 

 

 

 

책 속에 있다는 표지들을 잠깐만 봐도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이 되는구나... 이 책은 바로 사야겠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입문>.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은 가장 영향력이 크고 많은 논란을 불러온 2l0세기 철학 저술들 중 하나로, 독자들에게 도전이 될 만한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며 수많은 새로운 개념들과 용어들을 소개한다. 이 책은 저자 블라트너 교수가 조지타운 대학에서 수년 동안 『존재와 시간』을 강의하면서 토론하고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펴낸 것으로,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해설하는 이상적인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알라딘 책소개 中)... 철학책이라는 것은 정신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그 끈을 놓치기 쉬운 지라, 굉장한 현학적인 만족감만을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하이데거의 저서처럼 어려운 책들은. 저자가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이데거의 책을 읽기 위한 소개서와 같은 내용을 구성되어 있다 한다.

 

<우리 그리고 우리를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 독일의 뇌과학자이자 생물학자인 저자가 인간은 도대체 본래부터 이기적인 존재인지를 말하면서 인간은 '우리'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사회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책이다.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아우르는 여러가지 예들이 나온다하니 내용이 흥미진진하겠다.

 

 

 

 

 

 

 

 

 

 

 

 

 

 

 

 


조카를 위한 책들. 이제 만화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명작동화들을 제대로 읽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골라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오즈의 마법사>는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이야기들인 지라 예쁜 표지와 좀 쉽게 쓰여진 책이 나와서 냉큼 담아본다.

 

<43번지 유령 저택>은 3권까지 나와 있는데 유령이나 귀신 얘기를 좋아하는 우리 조카(암튼 재미난 아이..ㅋㅋ)에게 딱 맞는 시리즈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글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가지 매체들, 신문이나 편지나 등등등을 같이 포함해서 얘기를 이어나가는 구성이니 아이가 지겹지 않게 잘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일단 1권 보여줘보고 재밌다고 하면 3권까지 사야겠다.

 

 

 

 

 

 

 

 

 

 

 

 

 

 

 

 


 

 

뭔가 현 상황의 문제점이라든가 그 해결방안에 대한 모색이라든가 그런 것들을 고민한다면 이런 책들이 좋지 않을까 싶다. <크랙 캐피탈리즘>은 아우또노미아 총서 39권에 해당하는 책이다. 『크랙 캐피털리즘』은 도서출판 갈무리가 2012년 하반기에 기획한 <신자유주의 위기, 월스트리트 점거하라 봉기 1주년, 격변의 한국 사회―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시리즈의 네 번째 도서로 출간된 책이다.역사 속에서 점차 사라진 ‘삼림헌장’을 통해 경제적 민주주의의 핵심인 공통권을 복원하는 라인보우의 『마그나카르타 선언』(8월),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의 행동방향을 제시하는 네그리와 하트의 『선언』(9월 17일 월가 1주년 출간), 유럽의 재정금융 위기를 분석하여 금융독재에 대한 대항행동을 제안하는 베라르디[비포]의 『봉기』(12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중들의 창조적인 거부들이 자본주의를 균열(크랙)내며 새로운 혁명을 건설한다고 주장하는 홀러웨이의 『크랙 캐피털리즘』(2013년 1월)이 출간되었다. 이 4권의 도서들의 내용은 상호 보완하며, 신자유주의 위기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게 사유하게 한다. 이 책들은 위기와 봉기의 시기에 필요한 역사적 · 철학적 · 사회운동적 통찰을 우리 시대에 제시하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 中)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성장의 한계>발간 40주년 기념 로마클럽 공식 보고서이다. 성장에 대한 집착, 자본주의의 한계,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최근 들어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이 일고 있고 이 속에서 우리는 대안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화두들도 심심챦게 들려오고 있는 시점에서 적당한 책이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이 포화상태이고 그래서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분위기가 지배적인 지금,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인간 이력서>는 볼프 슈나이더의 책으로, 인간의 다양한 측면들(혹은 모든 측면들?), 전쟁, 역사, 평화, 문명, 환경오염 등등등을 모두 다룬 책이라 한다. 이 지은이는 '독일어의 황제'라고 불린다는데, 오호. 깜짝 놀랐다. 어떻게 글을 쓰면 이런 별명을 얻게 되는 걸까?


 

 

 

 

 

 

 

 

 

 

 

 

 

 


 

역사책은 늘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데, 책마다 너무 양이 많고 방대해서 참 선듯 손이 가질 않고 책장에 차곡차곡 쌓여가기만 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르네상스 미술>은 그 중에서도 미술에 중심을 두고 쓴 책이라 읽을 만 할 것 같고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은 최근에 부쩍 관심이 가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지식을 좀더 축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19세기 유럽사상사> .. 우리가 흔히 과학을 분류하는 방법, 천문학이니 물리학이니 생물학이니 이런 식으로 나누지 않고 자연관, 사물을 대하는 자세, 아이디어의 흐름 등을 기술함으로써 과학 자체보다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에 대한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가끔 이렇게 기존에 아무 생각없이 해오던 것들을 뒤집어 다른 관점으로 뭔가를 쓴 책들이 좋다. 가끔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인 것 같기도 하네. 남들이 다 하니까 그렇게 하는, 따라하기 식이 아니라 나의 관점으로 내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재구성해보는 것. 그래서 역사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텃밭이 아닌가 싶다.

 

 

................

 

출근하자마자 이걸 쓰고 있자니 헉. 한시간이 다 흘러버렸다. 이제 다 출근해서 자기 자리에 앉아 일을 도닥거릴 시간. 나도 합류해서 직장인의 모습으로 돌아가자. ㅎㅎ 알라딘에서 잠시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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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5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즐겁게 일하시고 토요일 누리셔요

비연 2013-01-25 13:29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도요! ^_______________^
 

 

도서정가제 자체에 그닥 관심이 없다가 어제 뉴스에서 많은 출판사들이 알라딘에 도서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보도를 듣고 화들짝 놀라 좀 찾아보았다. 나야 도서할인율에 상관없이 책을 사대고 그걸로 책장이 휘어지는 아픔까지도 감내하는 족속이므로 할인율을 어떻게 제한하든 관심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도서정가제라는 게, '신간'(발행일로부터 18개월... 이걸 신간이라 할 수 있는 지 잠시 생각..)에 한 해 10% 할인이 가능하고 '구간', 그러니가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책에 대한 할인율을 무제한으로 허용하던 것을 '신간'과 '구간' 상관없이 10%로 하자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움직임이 있는 모양이다. 출판사에서는 출판문화의 부흥과 동네서점의 부활 등등.... 말을 하고 있는데, 암튼 내재적으로는 출판업계가 살기 힘들다 뭐 이런 애절함(?)으로 호소하는 느낌.

알라딘에 미운털이 콕 박힌 건, 사이트에 정면으로 '도서정가제에 반대합니다' 라고 떠억 하니 붙여놓아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반대하면 반대하지, 그걸 조장한다는 오해 인지 이해 인지를 불러일으킨 것. 말하자면, 출판사에서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건, 괘씸죄에 해당하는 벌인 셈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냥 책 사는 거 읽는 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게 참 허무하게 느껴지는 논쟁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사네 죽네 하는 문제니 가볍게 얘기하기도 그렇고. 또... 이 사안이 그리 간단한 문제로는 보이지 않아서 뭐라 토를 다는 것도 겁난다.

다만, 알라딘 서재 사람들이 대부분(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즐겨찾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흥분하는 대목은, 출판사가 소비자를 볼모로 장난친다 는 것이고, 나도 동감이다. 합의하는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책을 읽고 싶고 그 통로로 알라딘이라는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버리면 안되지 않는가 싶다. 알라딘에 책을 안 주면, 그 책이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우리같은 사람들만 불쌍해지는 거 아닌가?

다른 데 가서 사... 라고 쉽게 말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난 알라딘만 주로 이용한 지가 10년 쯤 되었고 아침에 출근해서 한번, 점심 먹고 한번, 퇴근하기 전에 한번, 이렇게 수시로 들락거리며 사이트를 확인해온 지가 오래 되었단 말이지. 따라서 여기서 발견한 책은 여기서 사게 될 수 밖에 없는 거니까. 근데 내가 좋아라하는 많은 출판사들이 (지금은 10여개인데 70개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책을 안 준다니. 켁. 덕분에 사고 싶은 책 고르는데 출판사부터 확인하고 있다.

 

알라딘을 고집하는 이유는 너무나 주관적인 것일 뿐. 이 일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출판업계 어려운 거 알고 있고 책 읽게 만드는 거 어려운 것도 잘 알고 있고... 그러니까 도서정가제 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머리가 복잡하다. 동네서점 죽는 건, 책이 할인되어서가 아니라 동네서점에서는 책이 안 팔리기 때문이 아닐까. 동네서점에는 참고서만 판다. 난 동네서점에서 참고서와 약간의 베스트셀러 이외에 파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가격으로 따진다면 중고서적도 팔면 안된다. 새 책을 안 사면 출판사가 손해니까... 에궁 복잡하다. 멀미난다...

암튼, 제발 빨리 출판사의 공급중단 이런 건 풀렸으면 한다. 이건 너무 고통이라고!


 

뱀꼬리) 오늘 누가 책 사준다고 해서 이거 골랐다. 다행히... 공급중단 출판사는 아닌 듯?

(문학동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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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1-2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급중단이라는 게 아니라, 직거래를 안 한다는 거지요.
알라딘이야, 도매상에서 갖다가 쓰면 될 노릇이랍니다.
직거래 안 하고 도매상에서 사다 쓰면
공급율이 5%나 10%는 올라갈 테고,
예전처럼 마일리지나 적립금을 함부로 못 주겠지요.

비연 2013-01-25 08:0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신문 지상에서 공급중단이라는 말을 써서 그대로 썼더니...
암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출근길.

 

춥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회색 스웨터를 입고 나오려 했는데, 이 옷의 길이가 넘 길어서 코트 아래로 쑥 빠져 보이는 게 이상해 보여 허겁지겁 맨날 입던 까만색과 군청색의 사이쯤 되는 색깔의 가디건을 걸치고 나오느라 다른 때보다 좀 늦었다는 것 빼고는 양호한 하루의 출발이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올해는 정말이지 유난히 눈과 비가 많다) 검정색 작은 우산을 펼쳐들고 걷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오니 대여섯명 앉아 있는 텅빈 사무실이 왠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고. 

 

노트북을 열고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맥심커피 한잔 가져와서 자리에 앉는데, 이상하게 피곤이 엄습했다. 분명 스타트가 좋았는데, 왜 이런 거지. 어제 운동을 해서일까? (간만의 운동이었다.. 내가 그렇게 사지를 움직여본 게 몇 년만인가 한참 세었더랬다) 그런데 달력을 보니, 아 수요일이다. 흠. 피곤할 만 하군.

 

옆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한 날 아닌가요?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쳐준다. 맞아맞아. 좀 쉬었으면 좋겠어. 나랑 같은 느낌이구나, 반가운 마음에. 정말 수요일만 되면 괜히 더 피곤한 것 같아요... 그랬다. 동료는 다시 맞장구를 치며, 수요일 하루 쉬면 일주일이 참 즐거울텐데. 그런다. 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월 화 근무 수 휴일 목 금 근무 토 휴일. 이렇게 밸런스를 맞춰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게 샐러리맨의 고충인걸까. 내 맘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일종의 스트레스?

 

어제 읽은 책이 계속 찝찝해서 사실 더 피곤한 지도 모르겠다.

 

이 책 말이다. 읽던 김에 어제 다 읽어버리겠다고 펼쳐서 1시 반까지 읽어댔더니 수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 나의 예상과 다르게 이 내용은 사회적인 게 아니었다. 그냥 찝찝한 내용일 뿐. 그러니까 이 작가는 사회추리 이런 걸 원한 게 아니라 그냥 치고 받는 하드보일드에 약간의 인간적인 면을 살린 탐정 하나를 끼워넣어 책을 완성한 거였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유머러스한 책인데, 결말이 너무 구역질(이 표현이 딱 맞다) 나는 것인지라 덮고 나서 이거 바로 중고 서적에 내놓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암튼 가끔 이렇게 찝찝하다 못해 기억을 되돌리기도 싫은 (심지어 책 속에서 탐정도 토악질을 해댈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의 책이 있어서 그 작품의 진정성이나 우수성이나 그런 건 따져볼 것도 없이 얼른 치워버리게 된다.

 

 

이렇게 두 권이 더 나와 있는데 - '바에 걸려온 전화'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지? -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관함에 넣어둔 걸 빼야 하나 그대로 두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설마 다 이런 내용은 아니겠지... 이런 류의 책들을 머리 많이 쓰는 책이라도 읽고 나서는 가볍게 머리 식힐 때 좋아서 몇 권 사다놓곤 하는데, 으으. 고민이다.

 

 


 

사람들이 슬슬 다 오고 있다. 이제 나의 즐거운(?) 시간은 끝이 나고 있구나. 업무라는 걸 해야지. 요즘 너무 팔자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조금 불안할 지경이라 말이다. 물론 일하다 보면 fluctuation이 있어서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니 그럴 것 까지야 없지만, 이런 상태가 내겐 고문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이럴 때 누리세요... 라고는 하지만 누리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뒤에서 날 째리는 상사의 눈길도 있고 말이지... 암튼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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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1-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요일이 휴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간절히. ㅠㅠ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간절히 간절히....ㅜ

숲노래 2013-01-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즐겁게 꿈을 꾸어 보셔요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______________^

Mephistopheles 2013-01-23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일요일쯤 또 피곤하겠지...다시 일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또 수요일이 피곤하겠지..그래서 다시 수요일 휴일로 만들면 뭐하겠노...그땐 또 일요일 피곤하겠지..수....일......수.....일.....수...일....

비연 2013-01-23 10:36   좋아요 0 | URL
앗...ㅎㅎㅎ;;;;; 수 일 수 일... 이걸 보니까 막 어지러워지는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