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책 구매가 하루 이틀이겠는가. 어제 구매하겠다고 주문신청하고 아직 입금 안 했는데 얼렁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한달에 두 번만 책을 사자 하다가 한번 살 때 너무 여러 권을 사다보니 좀만 더 뒤로 뒤로 하는 경향이 생긴 건 인정. 어쩄든, 이번에 구매하겠다고 주문 신청은 아래와 같이 했습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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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2월 선정 책은 미리 구입해두는 게 예의.. 하면서 <보이지 않는 가슴>을 제일 먼저 장바구니에 밀어 넣었다. 1월 책도 지금 첫 대목 부터 막히고 있지만, 역시나 같이 읽기 책은 미리미리 구매해두는 게 예의죠, 암요. <백래쉬>는 어멋. 작년엔가 함께 읽기 책이었는데 구매도 안 하고 있었네요... 이런. 작가의 두 번째 책까지 나왔길래 부랴부랴 구매를 해본다. <증언들>은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후속편이라 계속 기다리고 있던 것이고.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이렇게 책을 같이 읽고 얘기를 하면서 좀더 폭넓어지고 깊이가 있어지는 것 같다. 왠지 뿌듯한 심정.

 

 

 

 

 

 

 

 

 

 

 

 

 

 

 

 

 

 

<여성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는 몰랐던 책인데 페친인 손희정님이 번역을 했다고 해서 흥미를 가지게 된 책이다. 몇 번이나 다시 나왔던 것 같은데... 영화,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이라는 딸린 제목이 괜히 마음을 가게 하는 책이다. <배움의 발견>은 단발머리님이 쓰신 페이퍼를 읽고 흥미가 확 당겨 구매하려는 책이다. 표지가 맘에 안 들어 (정말, 나란 인간, 표지에 많은 애정을 쏟는다) 좋다는 말을 듣고도 끝까지 버티다가 단발머리님의 페이퍼에 굴복, 이번에 장바구니에 푱~ 던져 넣어야 했다.

 

 

 

 

 

 

 

 

 

 

 

 

 

 

 

 

 

 

<연을 쫓는 아이>는 읽는다 읽는다 하다가 작년말엔가 syo님의 페이퍼 보고 이젠 더이상 물러날 데가 없구나 하는 심정으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이상하게 읽어야 겠다 맘 먹은 책 중에 구매가 쉽게 안되는 책들이 있는 거. 나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런 게 있더라는. 암튼 이번에 한번 읽어볼까 한다.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는, 내가 이 책을 아직 안 읽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지만, 현재 스코어로 읽지 않았다. 세상에. 그 이유라는 게,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beloved'라는 책 제목을 '빌러비드'라고 칭한 게 맘에 안 들어서라고나 할까... 흠. 여기까지.

 

 

 

 

 

 

 

 

 

 

 

 

 

 

 

 

 

 

 

두 책 다 계속 읽고 싶었던 책이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페미니즘이랑도 무관하지 않은 책이고. <불행은..> 이 책은 사실,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사람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것이 신체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논의. 정신적인 부분이 육체로까지 영향을 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다.

 

 

 

 

 

 

 

 

 

 

 

 

 

 

 

 

 

이 책은 사실, 1권과 2권도 아직 안 읽은 상태이다. 일본어를 까먹지 않기 위해 사모으기 시작한 거라 좀 읽어줬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3권을 떡 구매하는 너란 인간은... 한번 어디 가서, 혼자, 이걸 처음부터 쭈욱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

 

책은 쌓여만 가고... 읽을 시간은 없고... 그런데도 계속 사고... 아, 정말 이걸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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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25 0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움의 발견>에 등장한 단발머리라고 합니다^^ 제가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기쁨과 희망, 좌절과 안타까움을 비연님도 느끼시게 되기를 바래요. 여유롭고 행복한 연휴 되시길요!

비연 2020-01-25 22:41   좋아요 0 | URL
곧 읽겠나이다! 기대많이 되는 ^^*

블랙겟타 2020-01-25 0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증언들‘은 아직 보관함에 있는데요.. 곧 구매해야겠어요. 언제까지 묵혀둘 순 없으니깐요.. ^^:;;
응? 중판출래(중쇄를 찍자!)를 여기서 보다니요. ㅋㅋㅋㅋ 와!! 그것도 원서로 구매하세요? 와 저도 일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만 아직 원서는...ㅋㅋㅋㅋ 저는 원서대신 만화책대신.. 일드로 봤었죠. ㅋㅋㅋㅋ

비연 2020-01-25 22:41   좋아요 1 | URL
만화로 일어 하는게 빨리 늘고 안 잊어버리는 방법이라 ㅎㅎ <중판출래>는 드라마로 보고 너무 재미나서 한 권씩 모으고 있어요 ㅋㅋ

다락방 2020-01-25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유명한 [빌러비드]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사기는 했나? 잘 모르겠네요. ㅋㅋㅋㅋㅋ 아니,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는데도 세상에 안읽은 책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절망스럽고 그렇습니다, 네.
백래쉬는 같이읽기때 읽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왜냐면... 너무 벽돌책이라.......혼자서 진도 빼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열심히 화이팅!!

저는 책 싸들고 까페 나왔어요, 비연님. 1월 도서 오늘 잔뜩 읽어둘 예정입니다.
아, 2월도서도 오늘 주문할겁니다.
저 역시 같이읽기 하면서 뭔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아서 매우 뿌듯합니다. 게다가 비연님도 뿌듯해하시니 제가 더 뿌듯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

비연 2020-01-25 22:43   좋아요 0 | URL
<백래쉬> 함께 못한 게 넘 아쉬워요. 저도 두께 보고 흐흡! 했다는..ㅜ 읽을 책이 너무 많아 정말 가끔 힘들기까지 하지만 또 좋기도 하고. 우리 열심히 읽기로 해요!

수이 2020-01-31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가슴 구매하기 전에 이 페이퍼를 봤어야 했는데 말이죠 ㅠㅠ

비연 2020-02-01 12:40   좋아요 0 | URL
구매하셨어요? 2월에 함께 해요^^

멋쟁이푸 2020-02-28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래시 온라인 독서모임 같이 하실래요??

2020-03-01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11-16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1월의 페이퍼에 갑자기 땡투를 한 것은 어떤책 때문일까요? 후훗-

잠자냥 2020-11-16 14:17   좋아요 0 | URL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아닙니까!?

다락방 2020-11-16 14:27   좋아요 0 | URL
앗?!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딩동댕~ 정답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11-16 14: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쩔 수 없다. 내일 오전까지 자료 보내야 하는데... 아직 정리를 하나도 못한 내 탓이다. 그래서 어제 오늘 다 나와야 했지만, 어제는 때려 죽인다 해도 못 나올 몸상태라 제끼고 오늘, 눈오는 일요일, 총총히 회사를 나왔다.

 

주말에 나오는 건 정말 싫지만, 하나 좋은 게 있다면, 고즈넉하다는 거다. ㅋㅋㅋ 회사가 통째로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 그러니까 아무도 안 나왔다 이거다. 나만 나왔다. =.=;; 물론 다른 부서에는 있겠지, 암 있겠지, 설마 나 혼자겠냐만은, 그냥 내 심정까지도 그렇다. 나 혼자다. 스벅커피를 홀짝거리며 일을 하다가 문득 쓸쓸한 기운이 들어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와 도닥거린다.

 

그러고보면, 아주 오래전, 알라딘에 처음 제대로 입문한 것도 이런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 때도 주말에 나와 일을 하고 있었고 (어떻게 수많은 세월동안 너란 인간은 진보가 없냐..ㅜ) 그 때도 역시 쓸쓸한 마음에 알라딘에 한번 써볼까 하는 심정이 불쑥 들어 몇 자 도닥거린 게 시작이었던 기억이 난다. 흠. 알라딘과 휴일근무. 이렇게 연결되면 안되는데.

 

일하다가 밥먹을 때 읽으려고 책을 들고 나왔다. 냐하하. 무엇을 들고 나왔냐 하면..

 

 

 

 

 

 

 

 

 

 

 

 

 

 

 

푸하하하. 휴일근무하면서 읽는 책제목 봐라.

 

일터에서 젠더에 따라 행동하도록 기대받는 결과인 경우도 허다하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상사나 공도롸 관계를 맺고, 무개성적인 상호작용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호의와 성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드러내고, 고객이나 학생, 환자나 고객을 대상으로 권위를 표현하는 데 젠더 코드와 화법을 따르게 될 때 젠더가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중략).. 무급 가사노동 역시 그저 재화와 서비스뿐 아니라 젠더를 생산하는 일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이 같은 활동의 결과, 노동은 젠더화된 정체성과 위계질서의 생산과 재생산 모두에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 젠더는 가치와 함께 재-탄생한다. (p23)

 

자자. 바쁘다 바뻐. 일하다가 책도 읽어야 하고. 오늘 저녁밥은 집에서 먹기로 하고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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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1-19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은, 자연스럽게 코멘트가 생기는 제목입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구요.
일이란 뭘까요? 그리고 일요일이란.... 휴일에도 회사에 계신 비연님께 심심한 위로를...( 뭐 저도 일관련된 일 하려고 책상앞에 앉았지만요~ ) 오늘은 저녁식사 꼭 집에서 하시길🙏

비연 2020-01-19 18:46   좋아요 1 | URL
정말, 일이란 뭘까요 ㅠㅠ 주말에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이러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흑흑. 이눔의 회사 저녁되니 난방을 끄나봐요. 으슬으슬.. 제 맘이 추운 건지도 ㅠ 집에 가서 마저 하기로 .. 흑.

다락방 2020-01-20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주말 회사에서 읽는 책으로 얼마나 적절합니까! 화이팅입니다!!

비연 2020-01-21 22:57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ㅎ 그나저나 진도가 정말 안 나가는..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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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지인들이 왔다. 간단한 와인파티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집에 온다니 며칠 전부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부터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어제는 퇴근도 일찍 해서 꽃도 한다발 사서 화병에 꽂고 고기도 싱싱한 걸로 사오고.. 어쩌고 저쩌고. 어쨌거나 잘 끝났고 저녁에 잘 돌아가는 걸 보고 지친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와서는, 음식물 쓰레기 정리하고 설겆이 하고 대충 닦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그냥 잘 순 없어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어 몇 페이지 읽다가 뻗었다.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11시. 헉. 허리야. 늦게 일어났더니 하루가 무지하게 짧았다. ㅜㅜ

 

이야기들은 다양했다. 사는 얘기, 회사 얘기... 가족 얘기. 어쩌다 보니 가까와진 사람들이고 사실 고민을 토로하다가 (나말고 지인들이 주로) 친해진 터라 다시 그 얘기들이 나왔다. 한 명은 상황이 계속 좋아지질 않고 있고 한 명은 좋았다 나빴다 하고 있다. 내 인생도 무지하게 평탄하게 굴러가고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인생에는 굴곡이 참 많다. 듣고 있노라면 뭐랄까. 답할 말을 찾게 된다고나 할까. 그냥 편하게 듣고 웃고 떠들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라는 게, 가끔 힘들다.

 

나이가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듣고 상담해주는 게 내심 뿌듯했다. 내게 위안을 삼고자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고 그들에게 내가 어떤 선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좋았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내게 상담을 구하는 사람들이 꽤 되었었고 인생이 뭔지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주제에 뭐라뭐라 얘기하면서 위로랍시고 아니면 도움이랍시고 했던 내가 기억난다. 오지라퍼에 유치하긴.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던 나의 과거인데... 그래도 그 때는 뭔가 교감이라는 게 없지 않았노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제 나이가 좀 드니 (이렇게 말할 때마다 할머니가 된 기분이다 ㅜ) 내 에너지가 충만해야 이런 것들도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너지가 넘쳤던 젊은 시절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이 이제는 새삼 어려워지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이런 류의 일이다. 불행을 들어주고 피드백을 주는 일. 내가 정말 좋은 상황이고 에너지가 한껏 들어차있을 때나 기분좋게 속시원하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어제도, 사실 몸이 피곤했다기보다는 정신이 피곤했음을 고백한다. 듣고 있노라니 내 기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지 않나 싶다. 물론 그들을 원망하는 건 아니다. 그 외에 즐거운 시간들도 있었고 웃고 떠드는 시간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라서 같이 있으면 좋다. 다만, 그냥 내가 이제 나에게 집중하기에도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시기가 왔구나, 라는 자괴감이 생겼다, 뭐 이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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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질문들은 칸트가 제기했던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됩니다. 우리는 무엇을 아는가?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p35)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의 저자 메리언 울프가 이럴 때 이 구절을 기억하라고 인용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줄곧 생각이 든다. 칸트의 질문. 계속 내게 되새김질하면 던지는 질문이 되고 있다, 요즘.

 

 

나는 읽기의 고유한 본질이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에 있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우리는 저자의 지혜가 떠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히 느낀다. ... 이례적인, 더욱이 신적이기까지 한 법칙(어쩌면 우리는 진리를 다른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고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는 법칙)에 의해 그들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이 우리에게는 우리 자신의 지혜가 시작되는 지점처럼 보이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p69)

 

프루스트의 이 글처럼, 한동안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 속에 빠져 지내야겠다. (아. 독서를, 읽기를 이렇게 멋진 말로 묘사할 수 있는 프루스트라는 사람은...)  나와의 소통, 책과의 소통을 좀더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시간들이 내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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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1-18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님맞이 수고많으셨어요!! 하는 것 없는데도 할일이 진짜 많지요~~~!!! ㅎㅎㅎㅎㅎㅎ
힘든 집들이와 고민 상담과 에너지 분배의 고민 뒤에 책을 펼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고독 속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비옥한 기적.... 너무 근사해요. 저 이 책 읽었는데, 완전 새롭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님 읽으실 때 같이 읽어야할 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0-01-19 10:31   좋아요 0 | URL
ㅋㅋㅋ 단발머리님, 저 이 책 중간쯤 읽었어요.
얼른 다시 합류 하세요 ㅋㅋㅋ ‘다시, 이 책으로‘ ㅎㅎ
 

 

출장이라는 게 여행하고는 좀 달라서 약간의 긴장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고 집에 돌아오면 갑자기 피로가 엄습한다. 그다지 강행군도 아니었던 이번 출장 - 이번이 이 프로젝트 시작하고 세번째 하노이 출장인데 그나마 가장 쉬웠다 - 도 예외는 아니었고, 결국 주말 내내 푹 쳐져 있었다. 책 한글자도 제대로 못 읽은 주말이었구나, 일요일이 저물어가는 지금, 갑자기 서러움으로 밀려온다.

 

사실 할 일은 많았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들도 있어서 어제 오늘 했어야 했는데,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지내 버렸다. 우선 내가 살고 봐야지 뭐 이런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냥 잘 쉰 것 같다. 오늘은 밀린 청소와 빨래, 설겆이까지 다 해치우고 반신욕을 하는 호사를 누린 후 라면을 끓여 한 사발 다 먹은 것에 더해 밥까지 한 공기 알차게 말아 먹은 후 졸았다. 이것이 다 살로 가겠지 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어쩌랴. 내 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그냥 편하게 두련다 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동료 중 하나가 "어? 주모군의 카톡이 해킹당해서 실검 1위 네요."할 때까지만 해도 이게 뭔 소리인가, 또 연예인 계정 해킹해서 난리치는 애들이 있구나 라는 정도의 감상이었다. 근데 자세히 들어보니... 실검 1위 뜨자마자 싹 삭제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내용들이 캡쳐되어 떠도는 내용을 접하고 나서는...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얘네 제정신인가. 라는 생각에 잠시 우울해졌더랬다. 이제 네*버나 다*에서는 그냥 해킹되었다고만 뜨고 명예훼손 소송 걸겠다는 얘기만 남아서 이해 못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얘네 카톡 내용이.. 무슨 여성을 자기네 노리개로 취급하는 유치발치저질의 내용이어서 보고 있자니 오바이트가 쏠리는 느낌이었다.

 

사실 그 내용보다 더 충격적인 건 (대부분이 남자로 예상되는 자들의) 댓글들이었다. 이러한 사안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 민낯을 확인하는 게 상당히 괴로왔다. 여성이 대상이라는 것만을 집중해서 볼 것이 아니라, 이건 그냥 인권의 문제다.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고 다 노출되었고 그 내용도 사람을 물건으로 취급하며 남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을 희롱, 착취, 매매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성욕의 문제로 설명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 나라와 이 지구에서는 여성에 대한 강간과 폭력이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지만, 그 사건들이 시민권 문제나 인권 문제로, 혹은 위기로, 혹은 하나의 패턴으로 다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폭력에는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국적도 없다. 그러나 젠더는 있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p37

 

 

 

 

 

 

 

 

 

덕분에 주말이 피곤에 더해 씁쓸함으로 지속되었다. 역사는 지속되고 있고 소위 발전이라는 걸 한다는데 어째서 이 부분만큼은 이리도 더디고 이리도 뿌리깊은 편견이 없어지지 않고 이리도 제멋대로인지, 도대체 발전하는 게 맞는 건지, 발전이라고 하면 어떤 분야의 발전인 것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 일요일 마저 쉬고 내일을 준비해야 겠다. 참, 여러가지로 피곤한 매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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