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월 1일이 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것에 둔감해진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빠르다. 아마도 새로운 직장에 작년 9월부터 근무하게 된 것이 큰 이유인 듯 싶다. 적응도 해야 했고 일도 늘어났고. 주중에는 회사에 충성하고 주말에는 내 볼 일 보고..이런 매우 routine한 생활을 하면 그날이 저날 같고 저날이 이날 같아서, 시간이 훌쩍훌쩍 점핑해서 지나가는 법이다.

 

오늘은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했고..(음..모처럼 골라간 한정식집이었는데 맛이 영..ㅜ) 드라이브를 했고, 오전녘엔 조카와 놀아줬고.. (라기보다는 내가 억지로 독서타임을 만들 어서  책을 읽게 만들었다..ㅎㅎ) 이제 좀 이따가 하루키의 책을 마저 읽고 하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그나저나 요즘 버닝하고 있는 2분기 일드 '리갈 하이'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넘어가련다. ㅎㅎㅎ 이제 마지막회인 11화만 보면 완결인데.. 아 섭섭하기 그지없다. 지금 아까와서 야금야금 보고 있고.

 

 

 

이 일드의 주인공인 코미카도 변호사. 사카이 마사토가 분한 이 배역은, 정말 웃기고 정말 재미있고 정말 독특하고 정말 정말 정말..시리즈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그 이전에 사카이 마사토가 연기했던 그 지루하고 답답하고 비루한 배역들은 다 어디로 가고, 완전히 코미카도로 빙의되어 신들린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 관전 포인트. <엔진>이나 <닥터 고토의 진료소> 등에서 보았을 때는 이 사람 뭐야? 이 느낌이었는데 말이다. 찾아보니 와세다 대학에서 '와세다의 왕자'로 불렸다네?

 

암튼 최근에 이 일드에 꽂혀서 밤마다 한편씩 보는 게 낙이었는데... 제발 시즌2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 뭔가.. ㅋㅋㅋ 어쨌거나 이거 마지막회 보고 하루키상의 작품과 조우하고 나면, 하루가, 나의 7월 첫 날이자 일요일이 ... 끝날 것 같다. 아쉽다..

 

그래도 가족들과, 일드와, 책과, 조카와 벗한 하루. 이런 평범하고 느긋한 하루,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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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무라카미 하루키를 村上春樹라는 한자로 보면서, 우리나라 말로 읽으면 하루키가 '춘수'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괜히 웃음이 난다. 우리나라에도 김춘수 시인이 있지만, 그러니까 이름이 우습다는 게 아니라 (절대로 아님!) 하루키라는 이름과 춘수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이 이렇게 다르구나 라는 데에서 오는 재미다.

요즘 읽고 있는 '춘수'씨의 에세이이다. 나는 몇 번이나 얘기했던 것 같은데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사랑한다. 사실 소설보다 열 배는 더 사랑한다. 그래서 그의 에세이들은 나오면 꼭꼭 사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읽곤 한다. (일본에 한달여 있을 때도 서점 가서 산 것은 하루키의 에세이였다)

그의 에세이는,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 아니 그런 과격한 느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매력이 있다. <먼 북소리>나 <우천염천>이나 등등등. 여행이면 여행, 일상생활이면 일상생활.. 모두 그의 손에서 뭔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 나온다. 최근에 하루키의 에세이가 한 권 나왔길래,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안 읽은 게 있나 하고.. 쫘악 째리니 (뭐 째릴 것 까지는 없지만, 쌓여 있는 책더미 속에서 이 얇은 책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닌지라..ㅎ) 이게 보였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몸 움직이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는 나로서는, 제목이 그닥 호감스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왜 달려..ㅜㅜ 그냥 걷지..라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는 나니까 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하루키는 달리기 마니아로 유명하고, 아마도 그가 달리기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그냥 달리자라고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어렵사리 책을 펼쳤다. 달리자! 라는 말이 나오면 바로 덮어버려야지.

 

그러나, 역시, 하루키는 하루키다. 읽으면서 참, 이 사람 책 잘 샀어.. 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자신이 쓴 작품이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도달했는가 못했는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며, 그것은 변명으로 간단하게 통하는 일이 아니다. 타인에 대해서는 뭐라고 적당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쓰는 것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과 비슷하다. 기본적인 원칙을 말한다면, 창작자에게 있어 그 동기는 자신 안에 조용히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으로서, 외부에서 어떤 형태나 기준을 찾아야 할 일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은 속일 수 없다. 마라톤과 소설쓰기 뿐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럴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남에게 돋보이기 위해 하는 '짓'들은 다 무의미할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나 자신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은 러너가 아이팟을 들으며 달리고 있지만, 나는 손때가 묻은 MD 쪽을 좋아한다. 아이팟에 비하면 다소 기계가 크고 정보 용량은 확연히 적지만 내게는 그만하면 충분히 잘 쓸 수 있다. 현재로선 아직 나는 음악과 컴퓨터를 혼동하고 싶지 않다. 우정이나 일과 섹스를 혼동하지 않는 것처럼.

 

오. 하루키상. 참 멋진 비유 아닌가 싶다. 그렇게 보니, 나의 아이팟이 내가 아이팟이 좋아서 아이팟을 들고 다니는가, 음악이 좋아서 들고 다니는가 헷갈려지네. 흠...

달리고 있을 때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비슷하다. 여러가지 형태의 여러가지 크기의 구름. 그것들은 왔다가 사라져간다. 그렇지만 하늘은 어디까지나 하늘 그대로 있다. 구름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그것은 스쳐 지나서 사라져갈 뿐이다. 그리고 하늘만이 남는다. 하늘이란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실체인 동시에 실체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넓고 아득한 그릇이 존재하는 모습을 그저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 단락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불현듯 달리고 싶어졌다. 하루키는 이런 것 때문에 달리는 것일까.

인간이란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의지와 같은 것도 조금은 관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 해도, 아무리 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오래 계속할 수는 없다. 설령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오히려 몸에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달리기를 주위의 누군가에게 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달리는 것은 근사한 것이니까 모두 함께 달립시다" 같은 말은 되도록 입에 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멋진 하루키상. 내 주위에도 마라톤이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꾸만 이게 최고라고 강권한다. 자꾸 달리자고, 자꾸 이게 좋다고. 짜증난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맘이 동하지 않는데 왜 자기들이 하는 것이 최고라며 그걸 안 하는 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하루키상의 글을 읽으니, 그렇지! 바로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좋으면 하게 되어 있고 싫으면 안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

 

쓰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아직 절반 정도 읽었는데, 야금야금 맛난 과자 아껴가며 조금씩 먹듯이 읽고 있다. 아침 나절에 이 글들을 읽으면 왠지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책들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찾아보니 문학동네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들을 모아서 내놓은 게 있었네! 이런..몰랐다. 사야할 책들이 또 늘어나는구나....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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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6-30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우연히 들어왔는데 비연님 서재네요. 저번에도 그랬는데... 자꾸 비연님 서재 들어오면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팍팍 늘어나요. '소설보다 열 배 사랑하는' 하루키의 에세이라니, 저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읽고나서, 감상을 나눠봐요! :)

비연 2012-07-01 09: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수다쟁이님~ 하루키 에세이 좋아요. 읽고 감상 나누어요!!

icaru 2012-07-05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첨에 전 원서인줄 알고 거들떠도 안 봤으요! 근데 문학동네에서 모아 나왔다는 하루키 에세이라니... 참 이국적으로 보여요

비연 2012-07-05 17:22   좋아요 0 | URL
ㅋㅋ 한글입니다.. 재밌어요^^ 문학동네의 하루키 에세이는 지금 너무나 탐을 내고 있는 책들입니다. 곧...곧...구입의 버튼을 누르게 될 듯한 비연..ㅜ
 

 

6/27 오전에...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했던 <알렉스>.

 

 

 

 

 

 

 

 

 

 

 

 

 

 

 

 

그저 그렇게 유명한 스릴러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도 흠.. 재밌어 그런 정도의 감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알렉스라는 여성의 기구하기 짝이 없는 삶과, 그 마지막이. 그리고 145cm의 단신이며 아내와 아이를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픈 기억이 있는 카미유 반장의 인생과의 화해의 과정이. 마음 한 구석에 계속 콕 박혀서 날 감상적으로 만든다....


..................

 

 

이렇게 감상에 젖어 있는데, 회사에서 또 날 울컥하게 하네..ㅜㅜ 내가 계속 엑셀 파일을 수정해서 보내는데 매번 본인이 가지고 있는 파일로만 업뎃을 해서는 최종이라고 보낸다. 이게 벌써 세번째이고 오늘은 아침에 메일 확인하자마자 화가 나서 가서 말을 했다. 도대체 왜 보내는 파일을 열어보면서 확인도 안 하고 무시하시냐고. 그러면 나중에 다 끝나고 첨부하겠다고.... 그렇게 벌컥.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남이 보낸 메일을 왜 제대로 읽지 않고 자기 것만 고수하는 지. 메일에 다 써서 보냈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이지 화가...

모처럼의 감상에, 마음이 아릿한 맛을 느끼고 있었건만. 오늘 하루의 스타트도 별루다. 에잇.

 

..................

 

 

6/29 저녁에...

 

 

여기까지 쓰고 저장만 하고 나오고 나서 이틀이 훌렁 지나버렸네... 시간이 왜 이리 빠른 건지. 에효.. 그래도 금요일 밤은 마음만은 가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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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고 싶은 욕구는 늘 눌러지지가 않는다. 나의 소비행태는 매우 단순해서... 옷이나 가방 같은 것에는 돈 쓰는 걸 좀 내켜하지 않는 반면 (게으름 탓이 크다 ㅜ) 앉아서 책이나 음반을 꾹꾹 눌러담아 사는 것에는 매우 과감하다. 하긴 그 가격 차이가 워낙이 크니까 비교 대상은 안 되겠지만서도. 원래 한달에 두번만 책을 구매하기로 정해놓은 바, 계속 잘 지켰었는데, 이번 달엔 어떻게 된 건지 자꾸 장바구니를 기웃거리게 되었다. 결국 여러번 주문을 했고, 그제는.. 이번 달의 마지막이야 라면서 또 몇 권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 기실, 사고 싶은 책이 있었기 때문.

 

내가 좋아라 하는 장 그르니에가 내가 또 좋아라 하는 알베르 카뮈에게 권한 책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사고 싶었다. 어째 내용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조금, 아주 조금 망설이긴 했었지만.

 

앙드레 드 리쇼는 인간 존재가 자신들의 환상과 맞서는 끔찍한 상황을 섬세하게,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였다. 특히 인간 행위를 분석하고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묘사는 이 작품에서 단연 잘 드러난다.

1931년 발표된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프랑수아 모리아크, 조르주 베르나노스, 쥘리앵 그린 등이 참여한 '프리 뒤 프르미에 로망'(첫 소설에 수여하는 문학상) 심사위원단의 관심을 끌었으나, 여성의 성적 욕망의 표현, 독일군 포로와의 육체관계 등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주제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수상의 영예를 안지 못했다. 그러자 이 젊은 소설가의 탁월한 자질을 인정한 작가 조제프 델테이가 드 리쇼를 열렬히 옹호하며 논쟁을 촉발시켰고, 이로 인해 <고통>은 큰 인기를 끌었다
. - 알라딘 서평 중.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작품이었을 법한 내용이다. 그러니까 인간의 내면을 너무 깊숙이 파고들면 우리에겐 그것이 비수로서 날아오는 것이라서 말이다. 집에 도착해도 마음이 좀 평온할 때 읽고 싶은 책이다.

 

미셀 투르니에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한 때 이 사람이 쓴 책이 나올 때마다 다 사보던 적도 있었고.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는 처녀작은 그가 43세에 발표한 것으로, 사고의 전환, 발상의 뒤집힘 이라는 차원에서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작품이었었다.

이 책은 에두아르 부바의 뒷모습만을 찍은 사진에 미셀 투르니에가 설명을 붙인 에세이이다.  '뒷모습'을 알아본다는 건, 그 사람에게 익숙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눈.코.입, 앞모습을 보면서는 누구나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의 뒷모습을 안다는 건 그 사람 특유의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가 어깨를 툭 치며 인사했을 때, 그 사람이 얼굴을 돌리는 순간의 희비를 가르는 건, 바로 관계의 익숙함-그것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 알라딘 서평 중.

 

예전에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그랬었지.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고. 아.. 그 대사는 명대사였다. 난 그 때 작가가 인생에 대해 뭔가를 안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뒷모습을 보고도 그가 누군가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참 불가사의한 일이 아닌가. 눈, 코, 입의 생김새를 보지 않고도 뒷모습이 주는 아우라만으로 그(녀)를 판별한다는 것.

 

 

로맹 가리라는 작가는 여러 모로 특별한 사람이다. 필명을 바꾸어 가면서 두 번이나 콩쿠르상을 탔었고. 그리고 진 셰버그와의 사랑이 있었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로맹 가리와 여배우 진 세버그의 사랑 실화. 뛰어난 작가와 세기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 24년의 나이 차와 사회적 비난?그들의 시작은 불륜이었다?을 무릅쓰고 끝내 자살로 진정성을 피력한 두 사람의 격정적인 사랑, 이것이 우리가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를 함께 떠올릴 때 사용하기 쉬운 수식어다. 이들의 사랑은 너무도 유명해서 오히려 간략하다. - 알라딘 서평 중.

 

실화라고 해서 더 혹하는 건 사실이다. 당대의 유명 작가와 당대의 유명 배우. 어울리지 않는 나이와 직업. 그러나 그들은 정말 사랑했던 것일까. 무엇이 사랑일까. 무엇보다 사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왜곡과 편견으로 가득차 있는 것일테지.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사고 싶어졌더랬다. 개인적으로 로맹 가리를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는 순간에, 삶을, 그 속에 용틀임하고 있는 우울과 격정을, 그러나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애증을 느낀다. 인생이 다 그렇듯이. 하나의 말로 정의할 수 없듯이. 그의 작품도 총체적인 복잡성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 책을 내가 이제까지 사지 않고 있었다는 게 더 놀라울 뿐이다. =.=;; 알라디너들이 올리는 글들을 보면서, 아 이 책은 꼭 봐야 해 했었고, 난 내가 샀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어느날 문득 뒤져보니..없었다. 세상에. 난 뭘 사고 있었단 말이냐.

 

2000년 보보스를 통해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결합한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미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에 지적 돌풍을 일으켰던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간.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며 경험과 학습, 가풍, 주변 사람과 문화, 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기능하고 또 어떻게 삶을 이끌어 나가는지 심리학, 사회과학, 신경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넘나들면서 생생하게 포착해낸다. - 알라딘 서평 중.

 

자기계발서라고는 하지만, 심리학 사회학 서적에 가까운 문장을 보여주고 있는 데이비드 브룩스다. 결국 인간은 개인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회라는 그물망 속에서 관계를 통해 그 정체성을 가진다는 내용이라는데. 꽤 기대된다. 무엇보다 그의 위트있는 문장력이 기대.


누차 강조하지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소설'보다 더 좋다. 그의 에세이는 무지하게 일상적이고 평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청량감을 더해주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무라카미는 말한다.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 하는 사람도 많으니, 이왕 만든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어깨의 힘을 빼고 편안한 마음으로 맛봐주세요!” - 알라딘 서평 중

 

정확한 표현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노라면 이 바쁘고 팍팍한 일상에 왠지 모를 기운이 더해지는 하루키의 에세이.


그리고 며칠 전에 말했던 대로, 내 몸의 독소를 빼기 위한 첫 발자욱을 기념하기 위해 '클린'을 함께 샀다.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어쨌거나 한번 해보는 거지.

 

이렇게 책을 구매하고 이틀이 지났는데, 또 사고 싶은 책들이 생긴다는 건..병일까? 중병 ㅜ 아님 중독? ㅜ 어쩄거나 매일 아침 알라딘을 열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는 재미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로서는 어떨 때는 참 이 쏟아져나온 책들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라지만, 중고책 판 돈도 있고 해서 한동안 구매가 잦아질 전망이다..우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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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6-24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저와 같은 길을 걷고 계시군요.
저도 팔만원어치를 주문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또 십삼만원어치를 주문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제가 수입도 하나 없는 고1이란 것입니다. 허허.

비연 2012-06-24 22:12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알라딘 마을엔 저와 혹은 이진님과 같은 길을 걷는 분들이 많다는 거, 그게 괜한 위안입니다 그려..ㅎㅎ;;;;

비로그인 2012-06-2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뵙겠어요, 비연님! 미셸 투르니에의 처녀작을 보관함에 쏙- 넣어봅니다.
저도 비연님과 소이진님과 같은 길을 조만간 걷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ㅠ

비연 2012-06-24 22: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수다쟁이님^^ 미셀 투르니에의 처녀작은..강추입니다^^ 흠... 아마도 이 곳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저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운명'이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허허허.
 


1.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비도 안 내리고 계속 30도를 오르내리는 뙤약볕. 저녁 되면 좀 선선한가 싶다가도 담날 아침이 되면 슬슬 더운 기운이 밀려오다가 낮에 정점을 찍는다. 요즘 어디나 에너지 절약 때문에 냉방기를 마음대로 틀고 살지는 않지만, 내가 있는 사이트의 사무실은 작은 이동식 에어컨 하나 달랑 가져다 놓고 일을 하게 한다. 워낙 열악한 환경이라 할 말은 없지만, 내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냉난방도 제대로 안 해주면서 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건 말도 안된다 .. 이고 그래서 확 태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번도 들고 있지만 이성으로 꾸욱 누르고 있다. 누가 시베리아 벌판을 만들어달라고 했던가. 일할 만큼은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거지.

 

2. 덥고, 일도 많은데 내일과 모레는 회사 워크샵이다. 워크샵이라고, 시원한 데 가서 래프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처음 계획은 그러했다) 안전사고의 위험이 어쩌고저쩌고 그러더니만 결국 낙찰된 곳이 에버랜드다..ㅜ 나는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아예 못 탄다) t-익스프레스인지 뭔지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쫘악 돋는 유형의 인간인지라, 그냥 일하다가 펜션으로 직접 가기로 했다. 근데 워크샵 일정이 끝내주는 게, 7시까지 에버랜드에서 놀고 8시 정도까지 이동한 후 세미나를 실시, 12시에 끝낸 후 '석식 및 뒷풀이' 란다. 헐... 도대체 밥도 안 먹이고 세미나를 한다니.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시켜 줘야 할 거 아닌가? 별 이상한..ㅜ 냉방 안되는 사무실에 있는 것도 서러운데, 워크샵이라고 놀러가서 밥도 못 먹고 토론이라는 걸 해야 한다니. 내 참.

 

3. 암튼 요즘에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도 쌓이고 속도 안 좋고... 오늘은 문득, 내 몸이 썩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독소가 하나가득 들어찬 느낌이랄까. 뭐라 표현하긴 힘들지만 암튼 그랬다. 그래서 해독 관련 책을 찾기 시작했는데, 아..사서 봐야 하나...



이 책이 제일 눈에 띄었다. 물론 '반값'이기 때문이었다. ㅋㅋㅋ 어쩄든 디톡스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충 보니 아침 저녁을 스프나 뭐 야채나 이런 걸로 때우고 점심은 제대로 먹고 그런 건데, 음식을 골라서 먹어야 하나 보다. 먹는 걸 제재당하는 건, 인생 낙의 상당 부분을 뺏기는 것이긴 하지만, .... 몸이 썩는 느낌인데 어쩌랴. 그래서 앞으로 일단은 저녁을 미숫가루나 요거트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하긴, 이 모든 원인은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안도 마련해야겠다. 물론 이넘의 붓기와 살과 독소부터 좀 빼면서 말이다. 이 책 괜챦을까?

 



 

 

 

 

4. 그래도 요즘은 두산의 성적이 꽤 괜챦고 선수들의 파이팅도 좋아져서 그 낙은 있다. 오늘도 넥센에게 3:0으로 승리. 사실, 두산이 잘 했다기보다는 넥센이 기가 빠졌는지 자꾸 실수를 해서 말이다. 나이트와 이용찬은 정말 멋진 투구를 보여주었다. 한치의 틈도 없는. 고영민의 시시한 배팅이 나이트의 글러브에 들어가 1루로 던져지는 와중에, 넥센의 입장에서는 '재수없게' 그 공이 고영민 등에 맞아버렸고 그래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바람에 3루 주자가 홈인을 해버렸고. 불펜으로 나선 박종윤이 공이 빠졌는 지 어이없게 아주 높이 던지는 바람에 뒤로 빠져서 3루 주자가 또 홈인을 해버렸고. 이래서 분위기가 확 몰리면서 그냥 두산이 이긴. 김시진 감독 표정은 문자 그대로 '똥씹은' 표정. 이게 차라리 안타를 맞고 지는 게 낫지, 실책의 연발이라니. 팀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 암튼 두산 요즘 멋지고. 야구장에 직접 가서 보지 못하는 내 신세가 다시한번 한탄스럽다. 에공.

 

5. 더 쓸 말은 없지만, 5자를 쓰고 싶어서 한줄 더 적는 비연. 더워서 정신이 혼미한가 보다. 큭. 아. 알라딘 중고샵에 집에 꽂혀있던 책 80권 판 얘기 안 했다. 3번에 나누어 팔았고, 내 손에 16만원 상당의 돈이 생겼다. 책 팔아 책 사기 신공을 발휘할 생각에 좀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 근데 어찌나 책을 첩첩이 쌓아두었던지 우리 오마니 왈, "어째 표가 안나냐. 뭘 팔았다는 거여?"... ㅠㅠ 그래서 좀더 과감히 더 팔아볼까 생각 중이다. 책장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라서... (책장이 부실한 거라고 탓하고 싶어진다) 어쨌든 안 볼 책들 팔아서 책 살 돈이 생기니 마치 꽁돈인 것 마냥 좋다. 기실은, 산 지 얼마 안 된 책들도 많아서 총액의 1/5 정도 밖엔 못 받아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그보다는 새로 살 책들을 보관함에 차곡차곡 쌓는 재미에 요즘 좀 들떠있다. 다음 주쯤 홀랑 다 사서 보관함을 비워버려야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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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6-2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ㅎㅎ 저도 오늘보니 땀이 말라 소금이 한말 나오더군요ㅡ.ㅡ;;;
5.80권을 16만원에 파셨다니 권당 2천원꼴이네요.물론 동네 헌책방보다는 많이 받은것일 테지만 산 가격을 생각하면 속이 좀 쓰리시겠네요.그나저나 80권을 팔아도 티가 안난다고 하시니 방안에 책이 가득하시겠네요@.@

비연 2012-06-22 10:11   좋아요 0 | URL
땀이 뚝뚝 떨어지더라구요..ㅜㅜ;;;;;;
권당 2천원꼴..이더라구요. 걔중엔 매입불가 책들도 여럿 되고. (수량을 초과했다거나 불명이라거나) 방안에 책이...가득...이라서 엄마의 째림을 늘 당하고 살아요. 쩝쩝

하이드 2012-06-21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이 첩첩이 쌓여 있어 잔뜩 들어내도 표도 안난다는데 공감해버렸어요. ^^;

비연 2012-06-22 10:10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정말 철푸덕이에요..님도 그러시죠? ㅜㅜㅜ (저보다 더하실듯)

야클 2012-06-2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크샵이라기 보다는 극기훈련 가시는군요. 왠지 세미나 장소도 푹푹 찔듯한 예감이네요.

비연 2012-06-24 12:10   좋아요 0 | URL
극기훈련...ㅜㅜ 워크샵은 5종류의 술로 종결되었답니다. 하루동안 머리가 깨질 듯한데다가 더워서 상태 아주 메롱이었구요..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