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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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이 부자인 아버지에게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선뜻 아들에게 유산을 미리 준다.

아버지에게 미리 물려 받은 유산을 온갖 유흥에 흥청망청 전부 소비 해 버린 작은 아들은 그해 흉년이 들어 굶게 되고 굶주림에서 면하려고 남의 집 돼지치기를 하며 얹혀 살아간다.

돼지들이 먹는 쥐엄나무로 끼니를 떼우던 작은 아들은 그마저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거지꼴이 되어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 종으로 삼아 달라고 청한다.

거지꼴이 되어 돌아 온 아들을 반갑게 맞이한 아버지는 아들의 입에서 '당신의 종이 되겠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사랑하는 내 아들아.!'라고 외치며 가문의 상징인 반지를 아들의 손가락에 끼워준다.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아들이 집으로 돌아 왔다며 축하 파티를 열자 큰아들이 자신은 집을 떠난 적도 없이 농사를 지으며 열심히 살아왔어도 아버지는 자신을 위해 돼지 한 마리 잡아 준 적도 없었다며 송아지를 잡고 이웃들을 물러 모아 파티를 여는 아버지에게 원망 섞인 말을 내뱉는다.

'나의 것은 다 너의 것이다. 내가 잃었던 아들을 되찾았으니, 죽었던 아들이 다시 살아왔으니 아니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누가 복음의 '돌아온 탕자' 중에서


<누가 복음>에 나오는 '탕자'를 그림으로 남긴 화가가 있다.


화가로 정점에 올라 서서 부와 명성을 손에 쥐었던 렘브란트는 서른 살 무렵 부터 누가 복음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에 관한 동판화 작품을 많이 그렸다.


서른 살 무렵에 그린 <돌아온 탕자> 속의 아버지는 문 밖으로 달려나가 힘차게 아들을 끌어 않는다.


1668년 생애 끝자락에 완성한 <돌아온 탕자>는 상처투성이 발을 드러낸 채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으며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들의 머리를 아버지는 사랑과 용서의 눈빛과 눈길로 쓰다듬고 있다.

이 그림을 수시로 꺼내 보는 시인이 있다.


시인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시 미술관까지 찾아 가서 미술관의 허락을 얻어 이틀 동안 의자를 그림 앞에 놓고 이 그림만 감상했다.

등단 50년을 넘긴 한국 서정시의 거장, 전 세대에게 사랑 받고 있는 시인 정호승은 한동안 시를 버리고 살았으나 시는 지금까지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질풍 노도 같은 청춘의 시기에 겪은 아픈 이별이 어떻게 시가 되었는지, 서울의 밤을 바라보았던 가난한 가장이 시를 쓰기 위해 과감히 신문사에 사표를 썼던 당시 심경은 어땠는지….

그동안 겪어온 사랑과 고통을 시와 함께 돌아보며 고해 하듯 직접 가려 뽑은 시 68편과 그 시에 얽힌 이야기 68편 속에 깊은 내면을 털어놓았다.


시인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

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

출입문 앞에 내어 놓은 고무함지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

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

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

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

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

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

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

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돌아 가시기 전까지 매일 밤, 가족을 위한 기도와 일기 쓰기로 하루를 마치셨던 시인의 아버지, 생을 마치기 전까지도 자식들을 걱정했던 시인의 어머니


어제 하루의 안녕에 대해 감사하고 오늘 하루의 안녕에 대해 기도 하는 삶을 실천했던 시인의 부모님의 모습에서 보이지 않게 세상 모두의 안녕을 위해 세상을 떠나는 그 날 까지 솔선 수범 하신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숯이 되라

상처 많은 나무의 가지가 되지 말고

새들이 날아와 앉는 나무의 심장이 되라

내가 끝끝내 배반의 나무를 불태울지라도

과거리를 선택한 분노의 불이 되지 말고

다 타고 남은 현재의 고요한 숯이 되라

숯은 밤하늘 별들이 새들과 함께

나무의 가슴에 잠시 앉았다 간 작은 발자국

밤새도록 새들이 흘린 눈물의 검은 이슬

오늘 밤에도 별들이 숯이 되기 위하여

이슬의 몸으로 내 가슴에 떨어진다.

미래는 복수에 있지 않고 용서에 있으므로

가슴에 활활 격노의 산불이 타올라도

산불이 지나간 자리마다

잿더미가 되어

잿더미 속에서도 기어이 살아남아

화해하는 숯의 심장이 되라

용서의 불씨를 품은 참숯이 되라

렘브란트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완성한 돌아온 탕자 그림에서 아들의 어깨에 올려진 아버지의 양 손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아버지의 손은 무릎을 꿇고 있는 아들이 입고 있는 옷에 주름이 질 정도로 움켜쥐고 있고 어머니의 손은 어깨 위를 토닥이듯 살며시 감싸 안고 있다.

자신을 용서 하지 못한 채 남도 용서하지 못하는 순간마다 이 그림을 꺼내보고 있는 시인 정호승은 마흔을 훌쩍 넘겨 인생의 방향을 바꿔 시인의 길을 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했던 소설들이 누군가의 쓰레기장에 버려진 적도 있고 창작의 열의가 꺾여져 버렸을 때는 수년 동안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먼지보다 더 미미한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으로 좌절의 쓴맛을 보면서도 시를 썼다.

꽃을 보려면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문자와 카톡, 사진으로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언어의 참 의미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듣기 어려워졌고 글자의 자음과 모음의 기이한 조합으로 타인의 행동과 말을 조롱하는 언어들이 SNS 세상에서 시커먼 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다.

10초면 웃고 즐길 수 있는 틱톡 영상이 넘쳐 나고 언제 어디에서든 좋아하는 이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는 시대에 정제된 언어와 말은 빠른 속도로 축약되고 희화화 되고 있는 시대에 어느 가정에서든 어떤 사회에서든 누가 복음의 '돌아온 탕자'들이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누가 복음을 읽지 않아도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의 그림을 본 적이 없어도 이런 시대에 세상의 모습을 시어에 담아 맑은 영혼의 눈빛으로 세상의 빛과 어둠을 빚어내는 시인이 쓴 글을 읽게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별밥

하늘의 우물에는 별이 많다.

어머니가 우물가에 앉아 쌀을 씻으시면서

쌀에 아무리 돌이 많아도 쌀보다 더 많지 않다.

물끄러미 어린 나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지만

나의 우물 속에는 언제나 쌀보다 별이 더 많았다.

지금도 나는 배가 고프면

하늘의 우물 속에 깊게 두레박을 내리고

별을 가득 길어 섞어 별밥을 해 먹고

그리운 어머니를 찾아 길을 떠난다.


어떠한 일에도 감사하고 용서하며 원망하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하는 시인의 성정에 매일 한 편 한편 책장을 넘기며 사랑과 고통은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다고, 고통이 산문이라면 사랑은 시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을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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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05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05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06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02-06 0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글 어떠한 일에도 고마워하고 용서하고 원망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다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쩌면 마음이 편하려면 그게 더 좋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쉽지 않은 일이죠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에서 아버지 손은 한사람 손이 아니었군요 그런 뜻도 있다니... 그림에 담긴 뜻을 알려면 오래 봐야겠네요 그런 적 별로 없군요 책에 실린 그림도... 정호승 시인은 그 그림을 오래 봤군요

며칠 뒤면 설 연휴예요 scott 님 설 연휴에는 편안하게 쉬시기 바랍니다


희선

2024-02-06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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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에 50여 개의 책방들이 즐비 한 책의 마을 요무나가에는 신사가 있다.

이 곳 신사에는 서책을 관장하는 미쿠라관에는 이나리 신이 모셔져 있다.

서책을 관장하는 이나리 신을 모신 요무나가신사로 향하는 이들의 염원하는 소원들은 독서, 글쓰기에 관한 것으로 책과 관련된 기원과 욕망, 저주의 말들을 쏟아 내기 위해 전국 각 지역에서 모여 들고 있다.


[1980년에 나온 <정본 수서산서>의 특별 한정판 35부를 10만엔 이하로 구입할 수 있길.

SF작가 도헨 보쿠타로의 창작 의욕에 불을 지펴주세요.

20년 동안 신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인 문학상을 탄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탄다! 타게 해주세요!

서점 매출이 오르기를, 가능하다면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경영이 악화되거나 스캔들이 발각 되어 망하길]

인간을 위한 신사가 아닌 미쿠라관은 조상 대대로 책을 지키고 보관하고 널리 전파 하는 가문으로 미쿠라관 설립자인 미쿠라 가이치는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였고 그의 아내도 책 수집가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이 가문의 자손인 아들 아유무와 딸 히루네는 관리인으로 오로지 이 집안 책을 펼치고 읽고 수집하고 관리하고 보존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미쿠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본 중에 200여권이 서가에서 사라지자 폐쇄를 결정하고 희귀본을 훔쳐간 도난범을 찾는데 온 가족이 혈안이 된다.

미쿠라 집안의 손녀 미후유는 책을 싫어하는 고교 1학년생으로 책을 읽는 것 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맛있는 걸 먹는 걸 더 즐기는 십대 소녀다.

인간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닌 오로지 책을 위해 지어진 미쿠라관에는 몇 개의 방을 제외하고는 인간이 편안하게 쉴 공간이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마자 정원을 없애고 별관을 증설해서 가족들의 거주 공간을 마련했지만 창도 없고 환기구만 있는 그곳은 십대 소녀 미후유에게 감옥이였다.

남아 있는 희귀본을 지키기 위해 폐쇄해버린 미쿠라관에 교복을 입은 낯선 침입자가 슬그머니 들어 온다.

침입자의 이름은 마시로, 낯선 침입자가 입을 열었다.


[미쿠라관의 책. 현재 23만 9122권. 그 모든 책에 '책의 저주'가 걸려 있어. 훔치면, 미쿠라 집안 사람이 아닌 자가 바깥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가지고 나가면 발동하지 이야기를 훔친자는 이야기의 감옥에 갇혀. 이번엔 선택된 건 마술적 사실주의의 저주야. 매직 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에 도둑이 갇히는 저주지.]


서책들이 걸린 저주는 미쿠라관 주변을 에워싸더니 요무나가 마을의 고서점 일대로 퍼져 나가 신호등 색이 뒤바뀌며 녹색빛의 은행나무 잎이 갑자기 샛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미후유, 지금부터 도둑을 찾아야 해. 책 도둑을 잡으면 책의 저주는 사라지고 마을도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책을 지키는 가문에서 태어나도 책을 싫어하는 미후유가 과연 책 도둑을 잡을 수 있을까?


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 베이젤과 해를 몰고 다니는 남자 케이젤이 살았던 한모 마을

두 형제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날 여우비를 맞으며 형 베이젤이 거대한 바위를 들어 동생을 향해 던지려는 순간 동생 케이젤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로 형을 찌르려고 달려들자 나그네가 주사위 두 개를 던져 하나는 서쪽, 하나는 동쪽으로 향해 떠나라고 지시한다.

형제는 나그네의 말 대로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떠나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다.

형 베이젤은 빗물을 받아 놓는 항아리 밑에서, 동생 케이젤은 뙤약볕이 내리쬐는 시장에서 검은 투구벌레를 발견한다.

서로 각자의 길을 가다 두 형제를 만나게 한 투구벌레, 형제의 이야기는 마을의 전설처럼 전해져서 한모 마을 사람들은 투구벌레 처럼 등딱지가 있는 벌레를 신의 심부름꾼으로 숭배한다.

미쿠라 도서관의 낯선 침입자 마시로는 미후유에게 현재 요무나가 마을이 한모 마을 같은 저주에 걸렸다며 투구벌레를 찾아 낸다면 책 도둑도 잡고 마을에 걸린 저주도 풀 수 있다고 말한다.

한모 마을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는 두 형제 베이젤과 케이젤의 이야기가 책 도둑을 찾아 내려는 미후유의 모험과 함께 맞물리며 독자들은 책을 모시고 지키는 가문의 손녀이자 후계자가 책도둑을 찾아 다양한 책들을 만나고 그 책들을 읽은 사람들을 추적하는 동안 그토록 책을 싫어 했던 미후유는 책을 펼치고 활자의 마력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은 산만 한 그 생물은 고개를 젓다가 위쪽 램프와 부딪쳤고, 가엾은 램프는 지면에 떨어졌다. 기름에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불꽃이 융단처럼 퍼져나갔다. 그 불꽃이 비춘 생물은 분명히 '짐승'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미후유는 언젠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읽어 주셨던 그림책<은빛 짐승>에서 보았던 짐승들이 바로 눈 앞에 나타난다.

노란 여우, 하얀 개, 갈색 말


이런 짐승들을 돌봐주던 사람들 모두 동물의 모습으로 변해 버리고 마을의 저주는 점점 더 강해져서 짐승으로 변하지 않은 인간들의 삶까지 위태로워진다.

하얀 개로 변해버린 미쿠라 도서관의 낯선 침입자 마시로의 등에 올라 탄 미후유는 인간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지만 인도에도 고서점 거리에도 어디에도 사람의 인기척을 발견하지 못한다.

마을 주민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도시에 홀로 남겨진 미후유는 책의 도시였던 마을에 북커스의 버그나 오작동으로 사람을 싫어하는 마을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는다.


[미쿠라 집안과 연고가 없는 자, 미쿠라관의 장서를 한 권도 반출 하지 말 것. 이 금기가 깨지면 주술, 즉 북커스가 발동된다.]


저주에 걸린 마을 사람들은 여우의 모습이 되고 도둑이 나타나면 미쿠라관과 신사를 제외하고는 세계는 정해진 책에 기초하여 변해버린다.

이 모든 저주는 요무나가신사에 모셔진 제신 혼요미노미코토의 가호로 집행되었고 미후유는 '마을에 거부당한' 그곳 저주를 풀기 위해 신의 거처를 찾아 간다.

미후유는 신의 거처에서 엄청난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고 첫 페이지 부터 마지막 장

'진실을 알아버리다'를 펼친 독자들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책들은 진심으로 책과 문자에 대한 사랑이 깊은 신앙심으로 이어진 미쿠라가문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을까?

책을 신성한 가치로 여기며 책을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고 보관했던 옛 선인들은 자신의 손 떼가 묻은 책을 어느 누구에게도 양도하거나 물려 주기 싫었을 정도로 신성 불가침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책의 신이라는 게 고대부터 존재할 리 없었고 종이의 대량 생산과 맏물린 인쇄기의 발명으로 서민들이 글을 깨우치고 자신의 돈으로 책을 구입하고 소장하면서 책의 가치는 더 이상 드높아지지 않았다.

그러니 신처럼 책탑을 숭배하고 모시며 소원을 빌고 책의 신의 권능으로 저주를 받는 현실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살아 생전 책을 가까이 하며 책을 읽고 쓰며 책의 가치와 효용에 생명력을 지속적으로 불어 넣었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삿짐을 쌀 때 가장 먼저 처분하는 것이 책들로 처분할 때 가장 헐 값에 매입 되는 것도 책이다.

종이와 인쇄 비용은 날로 치솟아서 만 원 한 장으로 책 한 권을 구입하기 힘들어 졌고 그동안 유용하게 읽었던 책 탑을 팔아 치우면 지폐 몇 장만 손에 쥐어질 정도로 이 세상에서 책의 가치는 무게와 부피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북으로 편리하게 전자 결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한 끼 식사 가격의 비용을 지불하고 종이 책을 사는 이들이 있고, 처분해버리기도 아까울 정도로 책탑을 쌓아 놓으며 읽고 싶은 책들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작가 후마미도리 노와키는 책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서점에 취직해서 온 종일 책 무덤 속에서 살다 미스터리 단편으로 작가로 데뷔해서 데뷔 3년 만에 그해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6위에 올라가는 작품을 써냈다.

매년 작가 후카미도리가 써내는 작품들은 여러 상의 후보로 올랐고 2015년에 발표한 첫 장편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필력을 갖추었다.

책의 세계로 빠져드는 미스터리 판타지 세상을 그린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은 서점 직원들의 극찬과 사랑을 받으며 독자들에게도 보물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을 훔치는 자는>에는 매 챕터 마다 '마술적 사실주의', '하드보일드', '스팀펑크', '호러' 같은 다양한 장르 영역을 넘나들며 네 편의 환상적인 책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영역과 이야기 세상을 탐험하며 책의 마법 속으로 빠져 버린다.


사는 동안 책이 거는 주문과 마법에 빠져 보는 것만큼 인생의 도움이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스마트 폰 세상 보다 순수하고 유해 하지 않는 공기를 품고 있는 책의 세계

이 책을 읽고 나면 북커버를 씌워주고 싶어 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소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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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1-21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이 책 매력에 빠져 버린다... 별난 집안이네요 집안 사람이 아닌 사람이 책을 훔쳐가면 저주가 걸린다니... 책을 싫어하던 미후유는 저주를 풀면서 책을 만나고 책을 좋아하게 되겠습니다 영상을 보는 것보다 책을 보면서 상상하는 게 더 자유롭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걸 다 똑같이 상상하지 않겠지만...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희선

2023-11-21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21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커버 예쁘네요. 혹시 저 책을 구매하면 북커버를 사은품으로 주나요? ㅋ

책을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내용도 완전 책에 대한 여행 이야기군요~!!

2023-11-21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2-09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 님 축하합니다 이번주도 거의 다 가고 주말이 왔네요 십이월 남은 시간도 빨리 갈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아직 삼주 조금 넘게 남았으니 잘 지내도록 해야겠습니다 즐겁게... 마음은 가라앉아도...

scott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2023-12-09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육교 시네마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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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도깨비 굴뚝이라는 게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쿄 시타마치의 화력 발전소에 거대한 굴뚝 네 개가 있었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하나로도 두 개로도 세 개로도 보였다고 한다. 없어졌다가 생겼다가 하니까 도깨비 굴뚝]

                                                       -온다 리쿠의 <육교 시네마>중에서

도쿄 시내에서 도깨비 굴뚝이 보였던 곳은 어딜까?라는 이야기를 시작하는 화자의 시선을 따라 어느 방향에서 봐도 가로 세로 직선 네 개가 합쳐져 거대한 직사각형 프레임처럼 보이는 곳을 응시해본다.

여기 육교 난간에 턱을 괴고 한 곳을 꼼짝 않고 응시하는 소년이 있다.

소년은 알고 있다.

도로 위에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육교는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는 특등석이다.

어떤 날에는 부동 자세로 육교 난간에 서 있는 중년 여성이 있다.

그녀에겐 마치 이 세상이 온통 허무함으로 가득 차 보인다.

또 다른 어떤 날

체구가 자그마한 노부부가 육교 난간에 기댄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서서히 날이 저물고 초롱불이 하나둘 밝혀진다. 어슴푸레하고 부드러운 빛이 주변에 내려 앉았다.

이렇게 아름다웠나

이렇게 고귀한 것이었나.

이렇게 덧없는 것이었나.

육교 위에서 보이는 세상이 있다.

아니, 육교 위에 올라가야 만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

타고난 이야기 꾼 온다 리쿠가 7년 만에 발표한 단편집 <육교 시네마>에 총 18편의 단편들이 담겨 있다.

<소설 신초>에 '야마모토슈고로상' 특집과 '괴담 특집'에 실렸던 단편들이여서 미스터리, 호러, 공포, 서스펜스,초 자연적인 장르물 까지 그동안 온다 리쿠 표의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의 색채가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각각의 단편들은 작가가 장편을 쓰기 위해 프롤로그 형식으로 가볍게 스케치한 작품까지 들어 있어서 딱히 두드러지는 인물이나 배경 중심 스토리가 또렷하게 드러 나지 않았다.

작가가 구체적인 작품 개요를 작성 하지 않은 채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나서 쓴 작품부터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과자에 쓰는 나무 열매에 대한 짧막한 이야기와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오마주한 다소 만화적인 발상의 작품, 장편<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의 스핀 오프 단편까지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넘나들었지만 어떤 단편 하나 명확한 마무리 없이 흐지 부지하게 끝이 나버린다.

나오키 상을 수상한 <꿀벌과 천둥> 작품이 출간 되자 마자 정신없이 이어진 인터뷰와 사인회를 하는 동안에 우연히 자신의 시선에 잡혔던 이들에 대한 상상의 스토리 까지 줄줄이 이어져서 나오키 상 수상 이후 작가가 앞으로 어떤 장르의 글을 써나갈지 다양한 문체와 시점을 시도한 단편 조차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 한 독자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나는 공상을 좋아하고 혼자서 잘 노는 아이였다.

그리고 종종 '그것'이 일어났다.

지금도 잘 설명할 수 없는데 이따금 어디 다른 곳의 풍경이 또렷이 떠오르는 것이다.

시야 가득히 풍경이 나타난다.

마당에서 놀고 있어도 방에 있어도 눈앞에 펼쳐진다.

잘은 몰라도 어딘가 바다에서 가까운 곳 같았다.

멀리 커다란 배 같은 물체가 보이거나 바다가 얼핏 보인 적도 있기 때문이다.]

                                                                            -'첫 꿈' 중에서


단편 '첫 꿈'은 작가 온다 리쿠가 앞으로 쓰게 될 차기작 장편 <추억의 오중주>의 예고편처럼 쓴 작품으로 어린 시절 부터 동경했던 요코하마에 관한 꿈과 몽상가 기질이 넘쳤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버무릴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교실에 있었다

'그'도 교실에 있었다.

'그'는 두 손을 우아하게 머리 위로 쳐 든다.

나는 교실에 앉아 '그'가 춤추는 것을 본다.

주위에서 춤추는 같은 반 학생들

너도 봤지?

'그'가 내게 그렇게 묻는다.

나는 잠자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환한 햇빛.

나와 '그'는 그해의 '봄의 제전 '속에 있다.

-<봄의 제전> 중에서

작가 온다 리쿠는 차기작 장편으로 발레극인 <봄의 제전>에 관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후기에 밝혔다.

유명 안무가들이 안무한 <봄의 제전>을 전부 감상한 온다 리쿠는 군무를 솔로 형식의 안무로 설정하고 작품 배경을 학교 교실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스케치처럼 쓴 작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스토리 없이 어느 고등학교에서 발레를 하는 한 남자 아이를 지켜보는 화자가 등장 할 뿐이다.


7년 만에 발표하는 단편집에 18편의 단편들이 들어 있다 해서 큰 기대감을 갖고 읽었지만 단편들 모두 앞으로 쓸 예정인 작품들의 개요만 살짝 보여 주듯 마무리해서 어떤 작품도 인상 깊지 않았다.

단편집을 펼치자 마자 시작 되는 이야기 <철길 옆 집>도 화면 전경에 보이는 철길을 바라 보던 화자가 호퍼의 그림을 떠올리다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를 언급하며 자신의 집 앞 철길을 지나가는 낯선 이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철길 옆집에 무단 점유 하며 신문을 읽는 남자가 등장 하더니 돌연 사라진다.

그리고 작가는 이렇게 쓴다.

'여기 아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을까?

또 다른 단편인 <악보를 파는 남자>의 배경은 어느 콘서트 홀로 나흘 동안 개최되는 현악기 이벤트를 취재 차 온 잡지 기자가 등장한다.

그녀가 목격한 한 남자가 형형색색의 악보를 팔고 있다.

나흘 동안 잡지 기자는 이 악보 파는 남자를 관찰하며 망상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서술한다.

[ 그 망상이란 이런 것이다.

그는 음악을 팔고 있다.

눈앞에 멋진 곳이 나열되어 있다. 그는 머릿속에 모든 곡이 들어 있어 악보를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다.

그는 머릿속에 자신이 파는 악보의 곡이 빼곡이 들어 있어 언제든지 연주 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나 재생이 가능하다.

셔플 연주도 가능하고 일부 구간을 반복할 수도 있다.]

                                                                  -온다리쿠의 악보를 파는 남자 중에서

이쯤 되면 대단한 스케일은 아니여도 <악보를 파는 남자>가 어떤 인물인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 해야 한다.


<악보를 파는 남자>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새하얀 로비의 커다란 창유리 안쪽이라 처음에는 역광 탓에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첫 문장을 읽은 독자들도 문장에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남자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작품 속 화자는 스마트 폰을 보고 콘서트가 열리는 홀을 기웃 거리며 악보를 파는 남자 주변인들과 대화 하며 그 남자를 응시하고 있다.

페이지가 넘어가도 그 남자는 악보를 팔고 있다.

이 작품의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악보를 파는 남자.

이 순간, 그건 정말로 내 망상 속에만 존재하는 명예 전시가 되고 말았다.'

                                                                     -<악보를 파는 남자> 중에서

그렇다. 이렇게 7년 만에 나온 온다 리쿠의 단편집은 작가가 앞으로 발표할 작품의 맛보기만 살짝 보여 줄 뿐 그동안 나오키 상 수상 이후 떠밀려 들어온 원고 뭉치에 파묻혔던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의 명예스럽지 않은 전시작 물만 모여 있다.


또 다른 단편에는 고등학교 무용반을 배경으로 군무가 특징인 발레 <봄의 제전>을 독무인 솔로로 추고 있는 남학생이 등장한다.

현재 습작 중으로 이 단편 역시 습작처럼 썼다고 후기에 밝혔다.


마지막 이 단편집의 제목인 <육교 시네마>는 작가가 후기에서 이야기 하는 작품의 배경과 집필 이유와는 전혀 다르다.

작가는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 전국의 인프라가 모두 낡아버려서 어디를 가도 부식이 심한 육교가 흉물이 된 곳이 많다며 도시의 폭력처럼 서 있는 육교에 대한 글을 썼다고 자부 하며 가장 나 다운 단편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후기를 읽고 두 번 세 번을 읽어도 이 작품의 전체 스토리는 모호하다.

여기 수록된 작품들 중에 작가가 후기에 밝힌 데로 앞으로 발표 될 장편들은


오래전 부터 구상 중인 신작 스핀 오프들이라며 아직 집필 중이니 언제 발표 될지 모른다고 언급 했다.


그리고 나.

나도 찾아왔다.

이곳에.

이 육교에

이 거대한 우연의 스크린을 보러...

정말 여기 맞을까.

나는 우뚝 서서 멍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1964년생 온다 리쿠는 1991년 일본 판타지 노벨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하고 이후 2016년까지 일본의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었다.

이후 발표 된 작품부터 공기가 팽팽하게 들어간 풍선 같은 탄탄한 서사 구조가 서서히 빠져 나가서 이전의 시도 했던 작가의 주 특기인 다양한 시점을 바꿔 가며 회색빛과 하늘 빛의 두 개의 세상을 자유자재로 오고 갔던 화려한 필력이 느슨 해져 버렸다.

이렇게 장편으로 이어지는 맛보기용 프롤로그 같은 단편집을 출간 하고 난 후 2023년 5월에 발표한 <둔색 황시행鈍色幻視行>은 단편 육교 시네마에서 더 크고 화려하게 확장 되어 배를 타고 세상을 질주 하는 이야기로 발전 시켰다.

작가 온다 리쿠는 항상 꿈을 꿀 때 마다 다음 날 눈을 뜨면 꿈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종이 위에 떠오르는데로 휘갈긴다고 한다.

이렇게 쌓여가는 작가의 꿈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야기의 실타래를 타고 작가의 글밥으로 탄생한다.

작가는 그동안 발표한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이들을 추려 내어 다른 이야기로 확장 시켜 나갔다.

그러니 여기 수록 된 작품들은 작가가 앞으로 발표 할 장편의 프롤로그 같은 단편 모음집이여서 대단하게 인상 깊은 작품들은 없고 아쉬움만 한 가득이다.

'우리'가 함께 꾼 '첫 꿈'

맨 처음 꾼 꿈은

어둠 속에 흔들리는 불길, 하늘 높이 치솟은 불길 속에 우두커니 선 두 남녀,

불타는 두 사람

그게 '우리'의 FIRST DREAM'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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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9-03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실린 소설을 장편으로 다 쓸지... 하나는 썼군요 쓰고 있는 것도 있고... 앞으로 쓸 게 많네요 기다리면 장편으로 나오겠습니다


희선

2023-09-03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서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 이종필 옮김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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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시인 존 키츠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두고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단순한 수학 공식으로 환원 시켜서 '무지개 색을 이리저리 뒤섞어버린'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언어의 음율과 규칙을 사랑했던 시인은 자연의 법칙을 수학 공식으로 단번에 도출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믿었다.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대 자연의 원리, 순환의 법칙을 간단한 공식과 규칙으로 도출 해서 세상의 모든 이치가 어떻게 움직이고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 했다.

1170년 무렵에 피사에서 태어난 수학자 피보나치는 북 아프리카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 아랍인들이 물물 교환을 할 때 사용 하는 숫자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1202년 고향 피사로 돌아온 후 자신의 저서 <계산 판의 책>에서 처음으로 인도에서 유래 해서 아랍인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던 숫자 0을 서양에 소개 했다.

이후 서양에서는 각종 질병과 전염병, 자연 사로 죽는 가축이나 사람을 숫자로 표기 하면서 수리학과 통계학 분야를 발전 시켜 나갔다.

1665년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 한 직후 전염병에 감염 되어 약 2년 동안 집안에서 옴짝 달싹하지 못했던 아이작 뉴턴은 우연히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심어둔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고 '중력', 즉 <보편 중력의 법칙> 이론을 성립 한다.

그는 이 법칙에 수학 기법인 유율법(무한히 작은 시간 간격 사이에 발생하는 두 증분량의 비와 같은 것)을 사용해서 미적분학으로 발전 시켰다.

뉴턴이 사망 한 후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런던의 제본사 수습생으로 일하며 불철 주야로 과학과 수학을 독학한 청년 마이클 패러데이는 뉴턴이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논문을 발표했던 영국 왕립 연구소 화학 조수로 채용이 된다.

그는 이곳에서 우연한 실험을 통해 전동기 이면의 현상을 발견하고 발전기 매커니즘을 제시 했다.

그는 어둠의 시간이 긴 영국 땅을 환하게 밝혀야 한다는 사명감을 품고 전국을 순회하며 전자기 개념과 원리 유도 현상에 대해 강의를 펼치며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인류 역사의 발전 속에는 곳곳에서 우연한 여행과 발견의 산물로 탄생한 과학과 수학이 있다.

세포를 분리 하다가 발견한 세균을 통해서 인류의 생명을 위협 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균을 제거하는 성분을 추출하기 도 하고 문명을 파괴하는 핵 공학에서 암을 치유하는 기기로 발전 시켜 나가기도 했다.

지구의 나이를 계산해보다가 광합성물질로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을 관찰 할 수 있는 망원경을 발명 하기도 하고 암석과 화석 탐사를 통해 지구의 판이 이동 했다는 대륙 이동과 판 구조의 원리를 발견 하기도 했다.

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성립되고 발전 시켜 나간 일련의 자연 법칙과 현상들을 통해 21세기의 세상은 19세기와 전혀 다른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 초 부터 확립되었던 양자 역학과 카오스 이론을 제외 하고 현재 21세기에 통용 되고 지속 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과학들은 전부 20세기 이전에 이미 이론적으로 확립된 규칙과 법칙들이 였다.

과학이란 우주의 구성 원리와 요소들이 어떻게 작동해서 지구의 자연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적 원리나 현상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상상에서 출발 할 수 있고 인간의 눈으로 바로 식별 할 수 있는 사물과 생명체의 모습과 습성에서 발견 될 수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발전 된 응용 과학의 원리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 되고 있는지 어떻게 유지 하고 지탱 할 수 있는지 원리를 알고 미래에 발생 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미리 방지 할 수 있다.

우주는 인간들이 고안한 수리적 규칙이나 법 체계와 달리 특정한 상황에 딱 들어 맞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과학이 제시하는 법칙을 통해 반복되는 자연 현상의 양상을 분석 하는 방법으로 우주가 품고 있는 비밀에 한 층 더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흔히들 과학자들은 이런 것들 저런 것들을 관찰 하고 분석한 끝에 이런 규칙과 이론을 성립 시켰다는 논문을 발표 한다.

관찰을 통해 발견한 현상에서 이끌어낸 물리적 법칙으로 자연의 주기와 인간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고 있는 과학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 인생 그리고 우주 세상 만물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일지 모른다.

여기 놀라운 한 권의 그림 책 속에 모든 순간의 과학이 담겨 있다.


부엌 - 집 - 정원 - 과학관 - 병원 - 광장 -거리 - 교외 - 해안지대 - 대륙 - 지구 -태양계 - 대우주의 장으로 나눠져서 각 장마다 46개의 과학 법칙과 현상을 다루고 있다.


그림 한 장 속에는 놀라울 정도로 일상과 세상의 모든 과학적 법칙과 현상을 보여준다.

각 장마다 삽입된 그림 속에는 물리학,생물학, 지질학, 화학, 천문학, 기상학, 생태학등 거의 모든 과학 분야가 담겨 있고 모든 과학 법칙을 단 두어 개의 문장으로 핵심만 간결하게 서술 했다.


어떤 규칙이나 법칙의 이름을 학교 수업을 통해 실험이나 암기로 배웠지만 정작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 되고 작동 되는지 설명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에 수록된 그림에는 과학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해 할 수 있게 우리 일상 생활 주변을 둘러싼 현상 부터 각종 주방 기기들, 화장실 용품과 청소 도구들 부터 거대한 우주까지 확장 시켜서 세상이 어떤 규칙과 법칙으로 움직이고 작동 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 할 수 있다.



각종 체험 학습과 실험, 박물관 탐사를 통해 과학의 흥미를 키워 나가지만 실제로 자연 법칙과 이론, 수학적 원리를 배우기 시작 하면서 쉽게 접근 하기 힘든 장벽이 눈 앞에 세워진다.

과학을 몰라도 수학 공식을 몰라도 일상 생활을 헤쳐나가는데 별 다른 어려움이나 지장은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샴페인 마개에 얼굴을 맞아 뒤로 넘어지기도 하고(‘헨리의 법칙’). 서서히 멀어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 귀를 틀어 막거나(‘도플러 효과’), 갑작스럽게 발생한 자동차 엔진 이상으로 긴 지렛대로 차를 힘겹게 들어 올리기는 (‘아르키메데스의 지레 원리’) 순간에도 여러 과학적 규칙과 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야외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햄버거 냄새를 맡은 강아지들이 달려 들기도 하고 (‘확산’), 어느 날 유원지 한 가운데서 날아 다니는 종이 비행기를 보기도 한다.(‘베르누이 원리’).


우리 일상의 이런 자잘한 행동 속에 숨겨진 이런 과학적 법칙과 현상을 알게 된다면

어느 날 문득 보게 된 영화 속 소설 속 한 장면에서 '양자의 법칙'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과학은 세상 만물이 작동하는 규칙으로 과학의 원리를 알게 된다면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일상을 관찰 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 하지 않았다면 인류의 생명을 위협 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한 바이러스라는 존재는 그저 영화에서 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변이로 인해 지구 온도 변화에 민감해 졌고 환경 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 하게 되었다.


과학이 단지 학교에서만 배우는 과목으로 치부 해버리고 그저 전문가들이 각종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나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지구 환경의 오염과 이상 기후 현상으로 인해 병들어가는 대 자연을 영원히 복원 시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숨어 있는 514개의 법칙과 현상 그림책이면서 과학책이고, 수준은 낮추지 않되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기존 과학 분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그림 <모든 순간의 과학> 책을 통해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 보자.


[자연의 현상 사이에는 우리 눈에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오직 분석을 통해서 만 볼 수 있는 그런 리듬과 양상이 있다. 우리가 물리 법칙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그런 양상들 이다.]

-리처드 파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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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08 16:21   좋아요 4 | URL
모나리자님도 추카!

추석 연휴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새파랑 2022-09-08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과학 그림 천재 스콧님! 당연한 당선 축하드립니다 ^^

scott 2022-09-08 23:46   좋아요 3 | URL
천재 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완전 박멸하는
백신 제조 할 정도로 ㅎㅎㅎ

서니데이 2022-09-08 1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scott 2022-09-08 23:47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캄솨!
행복한 추석
굿!밤 ^^

하나의책장 2022-09-12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절-대 빠질 수 없는 이달의 당선작 인물인 scott님^^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추석 연휴 행복하게 보내셨나요?
이번 연휴 왜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ㅠㅠ
마지막날도 즐겁게 보내세요♥

scott 2022-09-14 23:10   좋아요 0 | URL
하나님도 추카!

추석 연휴 동안 넘 많이 먹고
넘 많이 돌아 다녀서(물집이 잡힐 정도로)

피부가 많이 탔습니다 ㅎㅎㅎ

연휴는 항상 짧고
10월의 연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 건강 잘 챙기세요^^

책읽는나무 2022-09-13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장인 스콧님!!
축하 드려요^^ 연휴 지나고, 이제 천천히 둘러보고 글 남깁니다.
이 책도 기억나네요.^^
연휴도 끝났고, 이젠 가을 만끽하기만 남았어요.
멋진 가을 스콧님께 함께 하며 축하드립니다^^

scott 2022-09-14 23:11   좋아요 1 | URL
나무님은 일상이야기 장인
사진과 일상이야기 넘 재밌습니다 ㅎㅎㅎ

나무님 연휴동안에도 짬짬이 책을 열독 하셨을 것 같아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서울보다 더 멋진 자연 보시면서)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러블리땡 2022-09-1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수준은 낮추지 않고 진입 장벽을 낮춘 책이라니 멋지네요 캬 과학은 어렵지만 과학 그림책은 괜찮은것 같아요 ㅎㅎ

scott 2022-09-14 23:08   좋아요 0 | URL
러블리 땡님 방가!방가! 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이 책 그림이 많고 과학 용어를 쉽게 풀이해서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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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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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 12일. 설라이나에서 모건까지 가는 데 세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에밋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60마일 정도를 가는 동안 윌리엄스 원장은 친근하게 얘기를 주고 받으려 노력했다.

윌리엄스 원장이 할 말이 있다고 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에밋이 처음 설라이나 소년원에 도착 했을 때 당시의 소년원 원장은 인디애나 주 출신의 애컬리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더 효과적으로 훈계할 수 있는 몽둥이라는 도구를 놔두고 굳이 말로 훈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에이모 토올스 <링컨 하이웨이>중에서

1954년 6월 12일 과실치사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 중이였던 에밋 왓슨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조기 퇴소 하고 자신의 고향 미 중부 네브래스카의 집으로 향하고 있다.

8년 전 동생 빌리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집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두 아들을 양육하며 농장을 운영 했던 아버지는 농장 까지 압류 당하고 파산해 버린다.

18살 에밋이 저지른 과실 치사 피해자 가족의 분노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으로 네브래스카 집에는 여덟 살 짜리 어린 동생 빌이 출소한 형을 기다리고 있다.

형이 없는 상황에서 훌쩍 커버린 동생 빌리는 돌아가신 아버지 책상 맨 아래 서랍에서 금속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서류와 증명서 그리고 그림 엽서를 찾아 낸다.


'사랑하는 에밋과 빌리에게'


두 형제의 엄마가 마지막으로 보낸 엽서 두 장에는 1946년 7월 8일 날짜가 찍혀 있었다.


[에밋은 웨일스 모텔 사진이 담긴 엽서를 집어 들고 뒤집어 보았다. 빌리가 말한 대로 형제를 수신인으로 한 주소가 어머니의 우아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에밋은 엽서 더미에서 다음 엽서를 집어 들었다. 말 탄 카우보이 그림이 왼쪽 윗부분에 있었다. 카우보이가 빙빙 돌리는 올가미 밧줄이 앞쪽으로 확대되면서 '환영-평원의 중심지 와이오밍주 폴린'스 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동생 빌리는 그림 엽서를 집어 들어 뒤집어서 꺼내 놓은 지도의 하반부에 해당하는 마을 아래쪽에 늘어 놓으며 서부 지역 도시를 쭈욱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오갈랄라-샤이엔-롤린스-록스프링스-솔츠레이크 시티-일리-리노-새크라멘토

마지막 엽서가 있는 장소는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원에 있는 분수대 위로 높이 솟은 고전적인 커다란 건물이 있는 곳 이였다.

여덟 살 짜리 동생 빌리는 엄마가 자신들에게 주는 힌트라며 반드시 캘리포니아로 떠나야 한다고 형 에밋을 설득한다.

형 에밋은 7월 13일 이후 어떤 소식조차 두 형제들에게 알린 적이 없는 엄마를 이제서야 찾아 낸다고 해도 이전 처럼 가족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곳은 샌프란시스코 링컨 공원에 있는 리전 오브 아너 미술관이야. 매년 7월4일에 전 캘리포니아에서 사장 큰 불꽃놀이가 여기서 펼쳐 진 단다.!]


두 형제 앞에 재산이라 곤 연 푸른색 스튜드베이커 랜드크루저 한 대 뿐으로 고향 집에 머무는 동안 피해자 가족들로 부터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링컨 하이웨이

'1912년에 처음으로 이 도로 건설에 대한 구상이 나왔는데 도로 이름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름을 따서 지었대. 미국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관통하는 최초의 도로 였어.


이 도로는 뉴욕 시의 타임스 스퀘어에서 시작해서 3390마일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의 링컨 공원에서 끝나. 그리고 우리 집에서 25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센트럴 시티를 통과해.'


소년원에서 출소 하던 날 에밋이 타고 있는 승용차 뒤 트렁크에 몰래 숨어 탔던 교활한 수감원 동료인 더치스와 엉뚱한 울리 그리고 에밋과 빌리 두 형제의 여행길을 따라간다.

1946년 7월 5일 미 서부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나서 두 형제들 앞으로 총 아홉 장의 엽서를 보낸 엄마,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을까?

울리의 신탁 자금 15만 달러를 에밋, 더치스, 빌리와 함께 나눠서 여행 경비로 쓰기로 한 이들은 소설 뒤마의 삼총사를 따라서 <사총사>로 뭉치고 여행길에 나선다.


[인간의 의지만큼 이해하기 힘든 것은 없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가 그렇게 믿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인간의 동기는 열쇠가 없는 성이다. 인간의 동기는 여러 겹의 미로를 형성한다. 그 복잡한 미로에서 개별 행동들이 보통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근거나 이유 없이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약 한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고 싶으면 그에게 이렇게 묻기만 하면 된다.]


1912년 한 기업가가 처음으로 구상한 도로 건설 어이디어였던 '링컨 하이웨이'

대서양을 끼고 있는 뉴욕 시에서 태평양에 면한 샌프란시스코까지 미국 땅을 동과 서로 관통하는 미 대륙 최초의 횡단 도로로 이 고속도로의 매력은 마치 지도 위를 자로 대고 똑바로 그은 것 처럼 대서양에서 부터 태평양까지 한 번에 질주 할 수 있었다.


사총사 에밋,빌리, 더치스, 울리 이들 네명이 질주하는 링컨 하이웨이 고속도로의 동과 서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호메로스는 그의 이야기를 인 메디아스 레스 (in medias res)로 시작했어. 이 말은 중간에서라는 뜻이야. 그는 9년째로 접어든 전쟁에서 우리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천막에서 분노를 삭이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 이후로 수많은 위대한 모험 이야기가 이런 방식으로 쓰여 왔대.]


인생의 전반기를 통과 하고 있는 10대들이 모퉁이를 돌지 않고 일직선의 도로를 따라 가차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 무엇을 발견 하게 될까?


[한 점으로의 수렴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방식, 그것이 가장 잔인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거의 피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방향 전환이 시작되는 순간, 서로 반대편에 위치한 우리 인생의 두 줄기 빛이 서로 간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우리는 그것들의 궤도의 변화를 결코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처럼 두 빛줄기가 밖이 아닌 안을 향한 궤도로 나아가기 시작하는 처음 몇해 동안은 세상이 여전히 활짝 열려 있는 것 같아서 우리는 세상이 축소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할 이유가 없다.]


억울한 누명으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감방에서 보낸 형 에밋의 앞날을 걱정한 속이 깊은 동생 빌리는 형의 모험 일지를 1935년 12월 12일,즉,형이 태어난 날이 아닌 10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인 인 메디아스 레스 (in medias res) 중간에서 부터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중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미 일어난 중요한 일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중요한 일들 만큼이나 많이 있어야 한다고 빌리는 생각했다. 에밋 형의 경우, 그것은 형은 이미 수어드에 가서 불꽃놀이를 보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머니는 이미 링컨 하이웨이를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갔어야 했다. 에밋 형은 이미 농장 일을 그만두고 목수가 되었어야 했다. 그리고 형은 이미 저축한 돈으로 스튜어드 베이커를 구입했어야 했다. 형은 이미 풍물 장터에서 화가 나서 지미 스나이더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날렸어야 했고, 그로 인해 설라이나 소년원으로 보내져서 교훈을 깨달았어야 했다.]


그렇다면 동생 빌리의 말 처럼 소년원 친구 더치스와 울리와 네브래스카 주에 함께 오지 말아야 했고 그래서 뉴욕 행 열차를 타지 않고 스튜어드 베이커를 찾지 않고 샐리 누나와 재회를 하지 않았다면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시작된 여행길이 샌프란시스코의 리전 오브 아너 궁전 미술관 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링컨 하이웨이> 도로를 질주하는 이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20대를 맞이 한다.

오로지 아버지를 응징 하고 싶어 하는 더치스, 부유하지만 아버지를 잃고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하는 울리,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부양 하느라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없는 샐리,,,,그리고 소년원 출신이라는 딱지가 붙은 빚더미에 앉은 에밋과 어린 동생 빌리 ...


[열을 말하면서 나는 첫 걸음을 내디뎠고, 보트는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아홉을 말하면서 왼쪽으로 걸음을 내디뎌 균형을 맞추려 했고 보트는 왼쪽으로 휘뚝 기울어졌다. 여덟에 보트가 마구 기울고 휘청 거려서 나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굴러 떨어져 지폐 뭉치 바로 위로 넘어졌고 물이 뱃머리의 구멍을 통해 쏟아져 들어 왔다.

두 발로 물속 물속 깊은 곳을 차고 두 팔로 수면을 철썩철썩 치면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려 했지만 그러나 깊이 들이마신 것은 공기가 아니라 물이었다. 나는 기침을 하고 허우적거리면서 머리가 밑으로 내려가고 몸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얼룩덜룩한 수면을 올려다본 나는 가을 낙엽처럼 물 위를 떠다니는 지폐의 그림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때 보트가 내 머리 위로 떠 내려와서 훨씬 더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그림자가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도 속의 그곳에 도착한 에밋은 그림 엽서에서 보았던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이 그토록 거대 할지 몰랐고 미시시시피 강과 그랜드 캐니언은 이보다 더 컸고 대 초원 위의 하늘은 이 모든 것들보다 더 광활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신의 노력 외에도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가 딱 하나가 있다면 무엇일까?

인생의 한 점을 시작으로 일 직선으로 주욱 그어 본다면 마지막 점에 다다랐을 때 우리 모두 한 점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 까...


[모든 사람은 교육을 받는 중에 시샘은 무지한 것이고 모방은 자살이며 좋든 싫든 자기 자신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드넓은 우주에 좋은 것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경작하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땅에 힘든 노동을 바치지 않고 서는 옥수수 알 한 톨도 얻을 수 없다는 확신에 이르게 되는 때가 있다. 자기 안에 있는 힘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아는데 그것도 해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에이모 토올스 <링컨 하이웨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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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11 23:02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건강은 많이 회복 되셨는지..
휴우증이 꽤 오래 간다고 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1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달엔 이 책이 당선작으로 결정되었군요?ㅋㅋㅋ
축하드립니다.
늘 정보가 가득하여 읽을 거리가 풍부한 스콧님 글입니다^^

scott 2022-08-11 23:02   좋아요 2 | URL
나무님 이 책
쌍둥이들에 추천 합니다
주말 도서관 가귀 ^^

책읽는나무 2022-08-12 00:04   좋아요 2 | URL
엄청난 벽돌책이던데...애들이 읽을지 의문이네요?
그래도 한 번 추천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2-08-15 22:11   좋아요 1 | URL
강!추 합니다!

쌍둥이 들 중 한 명만 읽기 시작하면 함께 읽게 될 것 같습니다 ㅎㅎㅎ

꼬마요정 2022-08-11 0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책 남편도 좋아하던데 저도 천천히 읽어야겠어요.

scott 2022-08-11 23:03   좋아요 2 | URL
요정님 남편 분도 독서쟁이 !ㅎㅎ
책을 읽는 두분 모습 멋집니다
대부분 책보다 스맛폰! 꼬옥 쥠 ^^

스파피필름 2022-08-11 16: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이모 토울스라는 이름과 스콧님 페이퍼 보고 바로 구매합니다 이달의 당선작도 축하드리고요!!^^

scott 2022-08-11 23:03   좋아요 2 | URL
이 책 재밌는데(조금 아쉽)
다음편 작품이 더더욱 기대 될 정도로
현재 에이모 토올스
비장의 작품 준비중이라고 합니다!ㅎㅎ
스파피 필름님 평안한 밤 보내세요 ^^

bookholic 2022-08-11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명품 리뷰와 페이퍼에 감사드리며,
당연한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금요일 하루 잘 보내시고, 연휴도 시원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scott 2022-08-15 22:10   좋아요 0 | URL
북홀릭님 광복 연휴 가족들과 잘 보내셨나요?
서울 빗방울이 돌풍과 함께 쏟아지고 있습니다
북홀릭님 계신곳!
별 탈 없이 안전 하시길 바래요^^

강나루 2022-08-12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님,이달의 당선작 되신거 축하드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scott 2022-08-15 22:12   좋아요 1 | URL
나루님도 당선 추카!

계신곳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서울은 비가 돌풍과 함께 ㅠ.ㅠ

독서괭 2022-08-12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scott 2022-08-15 22:12   좋아요 0 | URL
괭님!
계신곳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러블리땡 2022-08-12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신간으로 떴을때 장바구니 넣어놓은 책인데 리뷰 읽으니까 사야겠어요 ㅎㅎ scott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scott 2022-08-15 22:13   좋아요 0 | URL
러블리 땡님 이 책 잼 ㅎ나여 ㅎㅎ

계신곳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

초란공 2022-08-14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cott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소개해주신 귀한 자료와 내용을 보니 흥미진진하네요. 저도 찜!!!

scott 2022-08-15 22:13   좋아요 0 | URL
이 책 잼 ㅎ 나는데
조금은 아쉽기도 하공 ㅎㅎㅎㅎ

초란공님 이정도 벽돌책
순!삭 하실것 같습니다 ^^

어쩌다냥장판 2022-09-10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점 좋게 주신 책들 한번 들러보고 있었는데 이책도 너무 재밌을것 같아요 일단 찜해둬야겠어요 ㅎㅎ

scott 2022-09-12 00:53   좋아요 0 | URL
이책 벽돌 부피 인데
정말 재밌게 읽었고
마지막 안타까운 장면에 마음이,,,,

냥이님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에이모 토올스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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