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2020년 3월 초 이 작품을 쓰기 시작하여, 3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 했습니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거의 외출 하는 일도 없었고 장기간 동안 여행을 하는 일도 없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매일 끈질길 정도로 소설 집필에 매달렸습니다. 마치 제가 완성한 이 작품 속에 나오는  <꿈읽기>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 것처럼 무엇을 의미 할지 또는 아무것도 의미 없는 그저 <꿈> 일지도 모릅니다.]

                                          -2023년 4월 13일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6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2017년 2월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한 15번째 장편소설로 1980년 문예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았던  중편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전체적으로 고쳐 쓴 작품이다.

[그 당시 작가 초기에는 아직 소설을 쓰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스물 아홉 살에 완성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기 전 까지 단 한번도 소설 같은 형식의 글을 써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장 쓰는 법이라든가 소설 형식의 작품을 쓰는 훈련이 없는 상대로 어느 날 이름 앞에 작가 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습니다.그 다음에 발표한 <1973년의 핀볼>을 쓰고 난 후에도 계속 재즈 바를 경영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지만 제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문예지에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발표 하고 굉장히 후회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대로 완성된 작품으로 꼭 쓰겠다고 결심 했기에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판 하지 않았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재즈바를 정리하고 난 후 허리를 졸라 매고 <양을 둘러싼 모험>을 완성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하고 1985년 장편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하며 일본 내에서도 162만 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리며 1980년대 일본 문학계에서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하루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 미완성으로 남겨둔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다.

[1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다시 새롭게 쓰면서, 저 스스로도 제대로 다시 쓸 수 있게 되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이것 만으로 다시 쓰는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겨 났습니다. 따라서 일단 1부만 다시 쓰고 그대로 내버려 두고 나서 그렇게 반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가니 어느 날 문득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집필 했을 당시 저는 갓 서른을 넘겼을 때이고 지금은 70이 넘은 나이로 면허증 갱신 신청을 해야 하는 고령자로 접어 들었기에 40년 전에 쓸 수 없었던 노년의 모습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다시 쓰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3부로 구성된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은 제1부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17세의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일하는 한 살 연하의 여고생을 만나면서 높은 벽에 둘러싸인 거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느 날 그 여고생은 자신이   사는 곳은 그 거리 라는 말하고는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 소녀가 사라진 후 소년은 벽에 둘러싸인 조용한 거리의  벽 안에 머물러야 할지 바깥 세상으로 나가야 할지 갈등 하기 시작한다.

 2부에서 마흔에 접어든 주인공은 지난 시절의 그  소녀를 잊지 못해 누구와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채 도쿄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후쿠시마 현의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다.

 이 마을 도서관에 찾아온 이들이 차례 차례 등장 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책과 책 사이를 부유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마지막 3부에서 앞서 등장 했던 1부와 2부의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 된다.


[저는 외동으로 자라면서 항상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상상의 세계> 라든가 <여기가 아닌 세상>의 이야기를 즐겨 읽으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이따금씩 제 자신 조차 소설가로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29살 때 까지 작가의 삶은 단 한번도 생각 해 본 적이 없었고 제 책이 번역되어서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을거라는 건 꿈조차 꾼적이 없습니다. 

이런 일이 제 인생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으니 인생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게 그저 신기 할 뿐입니다.

 70세를 넘겨보니 만일 그 시절에 이 길이 아닌 저 길로 갔었다면 지금쯤 나라는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꿈 속에서 저는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만들며 손님을 맞이 하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보다 영상에 익숙한 이들이 넘쳐 나는 시대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가 책을 내면 사람들은 종이책으로 돌아간다.

읽고 싶은 이야기, 계속 책장을 넘기고 싶은 이야기가 존재 하는 한 호모 사피엔스들은 종이책을 집어 들 것이다.



'처음 이 작품을 쓸 당시 작품 자체에는 만족하지 못했지만 제목 만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제목 이외에 다른 제목은 떠오르기 않아서 그대로 썼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2023년 4월13일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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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9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9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08-3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월까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2023년 팔월이 가는군요 이번주는 흐린 날만 이어질 것 같기도 하고... scott 님 팔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3-08-31 11:42   좋아요 1 | URL
비 온 뒤 바람이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어느 해 보다 길게 느껴진 여름 가면 시원하고 청명한 가을인 9월이!
휴일이 많은 달
희선님 행복하게 건강하게 ^^